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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생리대에 숨겨진 진실?

생리대 파동 이후 4년. 요즘 웬만한 생리대는 ‘유기농’ 타이틀을 내건다. 그런데 우리의 생리는 전보다 더 건강해졌을까? 유기농이라고 다 같은 유기농이 아니고, 화학 성분이라고 다 나쁜 게 아니라면?

BYCOSMOPOLITAN2021.04.11
 
 
충격과 공포의 시작은 2017년. 여성환경연대가 국내 일회용 생리대 10종에서 검출된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22종을 발표한 데서 기인했다. 여기에는 국제암연구소(IARC)에 등록된 발암물질과 유럽연합이 생식 독성, 피부 자극성으로 규제하는 물질도 포함됐는데, ‘느낌’과 ‘감촉’으로 무해한 이미지를 강조하던 생리대 브랜드에 대한 큰 배신감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생리대 파동이었다. 식약처가  666개 제품의 전수 조사를 거쳐 생리대 제품에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발표한 후에도 여성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유해 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 생리대 판매 기업을 상대로 (생리불순과 생리통 심화를 호소하던) 5200여 명의 소비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식약처의 자료를 근거로 “벤젠, 톨루엔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 성분이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객관적이고 유의미한 증거가 없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원고 중 700여 명은 항소에 들어간 상태다.

 
자그마치 1만1000개. 한 여성이 평균 생리 기간인 35년간, 28일 주기로, 하루 평균 5개 이상씩 썼을 때 평생 사용하는 생리대 개수다. 신체 부위별 독성 흡수율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생식기의 독성 물질 흡수율은 팔을 기준으로 했을 때 무려 42배라고 한다. 그런데 가렵고 쓰라리고  어지럽고 매스꺼운 생리 기간의 고통을 그저 ‘그날’의 ‘예민한’ ‘기분 탓’으로 봐야 할까? 서울라헬여성의원의 김재원 원장은 생리대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생리대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지만, 직접적으로 생리통 및 생리의 변화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연구 결과는 없어요. 다만 이러한 화학물질이 접촉하는 피부 및 점막에 직접적으로 질염 및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는 있죠.” 그렇다면 유기농 생리대로 바꾼 후 생리통이  줄거나 사라졌다는 경험담은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일까? “유기농 생리대에 화학물질이 덜 포함돼 있고, 검증된 정보가 공개돼 있다면 좀 더 안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월경용품 셀렉트 숍 ‘이지앤모어’의 안지혜 대표는 생리대 파동 이후 여성들의 월경용품 소비가 크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전까지 마트나 온라인 오픈 마켓에서 주로 대기업의 생리대를 구입하던 여성들이 면 생리대, 생리컵, 생리 팬티 등 다양한 월경용품의 정보를 수집하고 시도하게 됐어요.”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나자 시장도 바뀌었다. 새털이나 목화 그림으로 두루뭉술하게 저자극 이미지를 내세우던 기업들은 앞다퉈 국제 공인 기관 컨트롤 유니온에서 유기농 인증 OCS(Organic Content Standard)를 받았다.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3명의 한인 여성이 설립한 ‘라엘’은 아마존 유기농 생리대 부문 판매 1위를 지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해피문데이를 비롯한 신생 브랜드들이 주목받으며 유기농 생리대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안지혜 대표는 여성용품 가운데 입점 기준을 정하기 가장 어려운 제품이 생리대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 모두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이에요. 대부분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성적표를 보유하고 있고요.” 대부분의 생리대가 ‘유기농’과 ‘천연’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순면 커버’, ‘순면 감촉’ 같은 단어를 썼다면 피부에 닿는 부분만 유기농 순면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피부에 닿는 면부터 흡수체까지 모두 순면으로 이뤄진 제품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요.” 전 세계 농작물 경작지 가운데 목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2.4%, 그런데 재배 과정에서 사용하는 살충제 비율은 24%로 10배가량 많다. 생리대의 주요 원료인 목화가 중요한 이유다.
 
알다시피 ‘유기농 인증’은 농약을 3년간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살초제와 제초제를 쓰지 않고 수확한 작물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유기농 인증은 농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생리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화학 처리를 하지 않았는지, 포장·보관·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따져볼 수 있다. 그런데 일부 기업이 피부에 직접 닿는 톱 시트만 순면으로 처리하고도 생리대 전체를 유기농 순면으로 만든 것처럼, 일부 소재만 표백하지 않고 완전 무염소 표백(TCF) 공정을 거친 것처럼 허위 과장 홍보를 하는 게 문제다. 생리일이 코앞에 다가온 에디터는 파우치를 열어 (생리혈이 많은 날에 동일 브랜드의 탐폰과 함께 사용하는) 생리대 포장지 측면에 적힌 전 성분을 확인했다. 표지(톱 시트)는 순면부직포와 부직포, 흡수체는 부직포와 흡수지·면상펄프, 방수층은 통기성방수용합성수지필름, 접착제는 구조용·고정용 모두 열용융형접착제. 목화의 원산지를 밝히는 예쁜 목화 마크와 초록색 나뭇잎이 싱그러운 OCS 마크가 인증하는 것은 결국 톱 시트 하나였다.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어도 과장 광고다. SNS에는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생리대 가운데 낱개 가격으로 가성비를 따져 순위를 매긴 표를 비롯해 생리대 유목민들이 최선의 생리대를 찾기 위한 여정이 펼쳐져 있었다. 사회 구성원 일부는 유기농 인증은 차치하고 매달 생리대 살 형편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일반 생리대 가격의 1.5배 이상인 유기농 생리대를 구입하는 일은 대다수 여성에게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그러다 발견한 글. “몸에 얼마나 좋을지는 모르지만 다음 생엔 귀족으로 태어나야겠다.” 장당 4천원 하는 유기농 생리대를 발견하고 쓴 것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든다. 유기농, 무표백, 피부 자극 안정성(더마 테스트)까지 통과한 생리대는, 과연 우리 몸에 ‘무해’한 걸까? 100% ‘클린 생리대’를 가려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재원 원장은 생리대에 포함된 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환경호르몬 및 각종 내분비교란물질, 화학물질이 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생리량, 생리 주기, 생리통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난임과도 연관될 수 있고요.” 안지혜 대표 역시 클린 생리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연구 자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생리혈을 흡수하기 위한 고분자 흡수체(SAP)에는 다양한 화학 성분이 들어 있는데, 화학 성분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체에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여성들이 생리대를 착용하는 2~3시간 내에 혈이 고분자 흡수체에 닿았을 때 어떤 성분이 나오는지, 이 성분이 질과 여성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안지혜 대표는 여성들이 하나의 제품이 아닌 각자의 생활 패턴에 맞는 월경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전 생리혈이 많은 날엔 생리컵을 사용하고 밤에는 생리팬티를, 양이 적은 날엔 팬티라이너를 사용해요.” 자신의 피부에 맞는 스킨케어 제품을 찾기 위해서는 적잖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듯  라이프스타일과 생리 패턴에 맞는 월경용품을 찾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김재원 원장은 각 용품에서 권장하는 교체 주기와 사용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탐폰과 생리컵을 오래 교체하지 않으면 질염은 물론 심각하게는 독성 쇼크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어요.” 우리의 생리 기간은 길고, 생리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구만큼 크다. 자, 이제 당신의 월경용품을 들여다볼 시간이다.
 
 

아직 안 써봤어?

지금보다 덜 힘들고 더 즐거운 생리를 위해 함께하면 좋을 제품들.
 
▲이브컵 S 2만9천9백원
컵이 너무 물렁하거나 딱딱하지 않아 시도하기에 적당한 제품. 가격대도 합리적이다.
 
 
▲누르 생리대 7천5백원
커버부터 흡수체까지  유기농 순면인 건 기본, 방수층과 낱개 포장도 친환경 성분이다.
 
 
▲한나센스 생리팬티 나이트 3만9천9백원
오버나이트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혈을 담아내고 세탁도 쉽다.
 
 
▲라네이처 7천9백원
100% 생분해 방수층. 코어 흡수존을 추가해 유기농 생리대의 단점인  흡수력까지 커버했다.
 
 
▲라엘 탐폰 9천5백원
흡수체부터 제거용 실까지 유기농 순면이다. 날개형 흡수체가 흡수력을 더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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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eelancer editor 김가혜
  • photo by Atlas(메인)/ 최성욱(제품)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