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왓챠, 이번주 꽤나 열일 했다. 볼 거 찾아 무한 스크롤 할 때 마다 “아, 해지해버려?”가 목 끝까지 차올랐건만 눈치 빠른 OTT 놈들, 결국 구독 연장이다. 이번주 넷플릭스와 왓챠에는 굵직굵직한 영화들이 대거 업로드 됐다. 비교적 최근 작품부터 오래된 명작까지 볼 게 차고 넘친다. 심심하고 외로운 역병의 시대 이들이 있어 참 다행 인걸? 이렇게 오늘도 넷플릭스와 왓챠 덕분에 나의 취향은 물론이요, 카드 값도 풍성해졌다.
휴 잭맨이 열연한 〈울버린〉시리즈의 마지막 편 〈로건〉이 드디어 넷플릭스에 업로드 됐다. 능력을 잃어가는 로건(울버린)의 처절한 마지막 대결을 담담하게 담아낸 영화였다. 〈로건〉은 여타 히어로물의 마지막과는 많이 다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히어로들의 성대한 은퇴식이라면 〈로건〉은 오는 이 없는 쓸쓸한 장례식 이랄까? 가장 현실적이어서 더욱 외로운 영화 로건, 마지막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굿바이 울버린!
사람들은 ‘편견’에 사로잡혀 그들을 ‘차별’했다. 이들이 여성이고, 흑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천부적인 두뇌를 가지면 뭐하나? 흑인이라서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고,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엔 출입이 불가했던 암울한 시대였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냐, 〈히든 피겨스〉의 주인공들은 편견과 차별에 맞서 새로운 길을 만들었고 결국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실화라서 더욱 감동적인 영화 〈히든 피겨스〉, 넷플릭스에 업로드 됐으니 오늘은 이 영화 어때?!
제 72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왓챠에 업로드 됐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초상화를 매개로 싹 트는 두 여성의 사랑을 담은 영화다. 누군가 사랑은 상대를 향한 응시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던가. 초상화를 그리며 주고 받는 시선 틈에 어느덧 감정이 싹 트고 이 묘한 기분은 결국 사랑이 된다. 잔잔히 쌓여오던 감정이 폭발하는 결말부는 다시 봐도 강렬히 아름답다.
요즘 조금 서글픈 당신, 이 영화를 보라! 역시 케이트 블란쳇 이란 말이 러닝 타임 내내 수십 번은 나올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찬란했다. 화려했던 과거는 모두 묻고 삶의 목적을 가족에만 두고 살아가던 버나뎃. 그녀는 후반부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아 남극으로 여정을 떠난다. 너무나 작고 희미해 존재 조차 불확실한 희망이 결국 그녀를 다시금 살 게 만들 이유가 되는 아름다운 모순, ‘나’를 찾고 싶은 당신에게 〈어디갔어, 버나뎃〉을 추천한다. 왓챠 업로드.
1996년 개봉했던 〈라빠르망〉이 왓챠에 상륙했다.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의 눈부신 케미에 눈이 호강한다. 실제 두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연인이 돼 결혼까지 했다고! 물론 지금은 이혼했지만 말이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면, ‘아파트’란 뜻의 〈라빠르망〉은 네 가지 사랑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타이밍에 대해 말한다. 그렇다고 흔한 사랑 영화는 아니다. 로맨스는 물론, 스릴과 반전에 막장 요소까지 어우러져 러닝 타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이토록 우아한 치정극 이라니, 봄 사랑 벚꽃 말고 〈라빠르망〉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