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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이연희의 다정한 쉼표

일도 사랑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지난한 슬럼프도 지나보면 잠시 쉬어 가는 시에스타였을지 모른다. 영화 <새해전야>의 유연석과 이연희가 전하는 다정한 쉼표.

BYCOSMOPOLITAN2020.12.23
 
(이연희)블라우스, 팬츠 모두 가격미정 랄프 로렌 컬렉션. 스트랩 힐 가격미정 쥬세페 자노티. (유연석)재킷 3백60만원, 셔츠 1백75만원, 팬츠 1백47만원 모두 구찌.

(이연희)블라우스, 팬츠 모두 가격미정 랄프 로렌 컬렉션. 스트랩 힐 가격미정 쥬세페 자노티. (유연석)재킷 3백60만원, 셔츠 1백75만원, 팬츠 1백47만원 모두 구찌.

〈새해전야〉는 새해를 맞이하기 전 일주일 동안 각자 사연이 있는 네 커플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예요. 두 분이 연기한 ‘재헌’과 ‘진아’는 현실을 도피해 아르헨티나로 떠난 인물들이죠. 불안한 미래와 고민으로 성장통을 겪는 현실 청춘의 자화상 같기도 해요.
이연희(이하 ‘연희’) 진아는 한국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취직도 안 되는 와중에 실연까지 겪게 돼요. 현실 도피 삼아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아르헨티나로 무작정 여행을 가지만, 거기서도 예약 실수로 호텔 로비에서 노숙하는 등 우왕좌왕하죠. 여행마저 계획적이지 못하고 또 제대로 못한다는 마음에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자신과는 달리 뭐든 척척 해내고 해결사가 돼주는 재헌의 모습에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죠.
유연석(이하 ‘연석’) 재헌은 번아웃이 와 한국을 잊고 살고 싶어 지구 반대편 나라에 와서 지내는 인물이에요. 한국 사람과 별로 마주치고 싶어 하지도 않는데, 낯선 관광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진아와 우연히 계속 엮이게 되고 도움을 주면서 인연을 맺죠.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에 대한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커플이에요.
 
 
진아는 한마디로 손이 많이 가는 캐릭터잖아요. 유연석 씨가 본 진아와 실제 이연희 씨는 어떻게 닮고 달랐어요? 반대로 이연희 씨가 본 유연석 씨와 재헌의 공통점과 다른 점은요?
연석 재헌 입장에서 보면 진아는 왜 이렇게 대책 없이 여행지에 와 있나 싶을 정도로 민폐 캐릭터예요. 근데 제가 아는 연희는 여행할 때 본인의 취향에 맞는 맛집이나 명소를 미리 검색하고 계획하는 성격이거든요. 촬영 당시에도 스태프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 가야겠다 싶은 타이밍이면 연희가 이미 근처 맛집을 다 찾아놓곤 했어요.
연희 오빠는 정말 세심하고 주위 사람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마지막 촬영 때 모든 스태프에게 와인을 한 병씩 선물했어요. 라벨 디자인에 여백이 많은 와인을 골라 거기에 사인을 하고, 한 분씩 눈 맞추면서 “고생했어요”라며 인사하더라고요. 정말 섬세하고 대단해 보였어요.
 
 
아르헨티나의 연말은 어땠어요? 지구 반대편의 이국적인 연말 풍경이 관객들에겐 팬데믹 시국에 시네마 여행을 떠나는 듯한 대리 만족을 안길 것 같아요.
연석 아르헨티나 날씨는 한국과 정반대예요. 한국은 추운 날씨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연말 연초를 보내잖아요. 근데 아르헨티나는 더운 날씨에 반팔 차림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풍경이 색달랐어요. 저희 영화는 12월 연말 새해를 맞이하기 일주일 전 네 커플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눈 오는 겨울 풍경을 보여주는 다른 커플에 비해 재헌과 진아의 이야기에선 여름 연말을 볼 수 있어 색다르게 느끼시지 않을까 해요.
연희 한국 기준으로 여름에 촬영을 했는데, 그 시기의 아르헨티나는 겨울이잖아요. 아이러니하게도 현지인들은 쌀쌀한 날씨에 패딩을 입고 돌아다니는데 저희는 여름 아르헨티나 모습을 담기 위해 반팔 옷을 입고 촬영했어요. 이 사실을 알고 영화를 보면 더 재밌으실 거예요.
 
 
두 분 다 여행을 주제로 한 작품과 방송을 한 적이 있어요. 이연희 씨는 드라마 〈더 패키지〉, 유연석 씨는 〈꽃보다 청춘〉으로 말이죠. 해외 촬영을 하다 보면 특별한 추억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이번엔 어떤 추억을 안고 돌아왔나요.
연희 현지인들이 마테차를 많이 마셔요. 텀블러 같은 잔에 차를 우려놓고 한 컵으로 계속 돌려 마시죠. 한국에서 회식할 때 파도 타기하며 잔을 돌리듯이오. 근데 마테차가 굉장히 써서 먹는 순간 오만 표정을 다 짓게 되는데, 연석 오빠는 되게 잘 드시더라고요. 차를 나눠 마시는 행위가 정을 나누는 것처럼 특별해 현지 스태프들은 오빠가 마테차를 잘 마시니 정말 좋아했어요.
연석 차를 돌려 마시다 보니 서로 편하게 볼 뽀뽀하며 인사하는 사이가 되고, 뭐랄까 좀 친해지는 과정 같았어요. 그래서 마테차도 많이 사 왔어요. 한국에서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을 찍을 때 야심 차게 촬영장에 가져가 돌려 마시려고 했는데 맛이 쓰다고 아무도 안 먹어 너무 섭섭하더라고요. 이게 또 혼자 먹기는 힘든 차거든요. 잔이 차가워지지 않게 계속 따뜻한 물로 데워가며 한 명씩 돌려 마시는 거라서요. 코로나19 이후 여행이 힘들어져 아르헨티나에서 함께 촬영했던 스태프들이 더 그립더라고요.  
 
(이연희)튜브톱 35만8천원, 팬츠 38만9천원 모두 페이우.귀고리 21만9천원 페르테. 슬링백 1백10만원 구찌.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연석)재킷, 셔츠, 팬츠 모두 가격미정 르메르.더비 슈즈 19만9천원 후망.

(이연희)튜브톱 35만8천원, 팬츠 38만9천원 모두 페이우.귀고리 21만9천원 페르테. 슬링백 1백10만원 구찌.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연석)재킷, 셔츠, 팬츠 모두 가격미정 르메르.더비 슈즈 19만9천원 후망.

영화를 위해 탱고도 함께 연습했다고요. 둘이 탱고를 추는 스틸 컷을 봤는데, 아르헨티나 판 〈라라랜드〉 같았어요.
연석 노을빛 배경으로 굉장히 멋진 탱고 신이 완성됐어요. 이 장면 하나 때문에라도 저희 영화를 꼭 보셔야 해요. 확실히 탱고 안무를 배우면서 둘이 조금씩 가까워졌던 것 같고, 촬영할 때도 도움이 됐어요. 원래 현지인들은 탱고를 정해진 안무 없이 남자가 리드하면 여자가 따라가며 느낌으로 춘대요. 그런 게 마치 연기랑 좀 닮지 않았나 싶어요.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상대에게 에너지를 주는 만큼 받아서 리액션을 하는 액팅의 일환인데, 탱고 역시 누군가가 리드하는 대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호흡하는 게 연기랑 비슷해요.
연희 저희가 전문 무용수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탱고 느낌을 낼 수는 없었지만, 함께 탱고를 추는 신에서는 밀고 당기며 긴장감 넘치는 호흡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영화 예고편에 재헌과 진아가 “지금이 인생의 비수기라고 생각했는데, 낮잠처럼 쉬어 가는 시에스타였나 봐요”라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한 사람, 그리고 배우로서 이 대사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연희 이번 영화를 통해 ‘시에스타(낮잠)’라는 말을 알게 됐는데요, ‘쉼’이라는 게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나 한국 사람들은 너무나 열심히 일을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 자체의 의미가 무엇인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 맞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계속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라도 쉬는 건 꼭 필요하고요.
연석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 〈새해전야〉를 찍은 이후로 최근까지 한 번도 못 쉬고 작품을 했어요. 그중에 〈고요한 아침〉이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는데, 함께 출연한 배우 올가 쿠릴렌코가 3월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 후 9월에 한국으로 들어와 저와 다시 촬영을 했죠. 그에게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냐고 물었는데, 발병 당시에는 너무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오히려 자신의 인생 전체를 돌아보게 해주고 삶의 쉼표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 워커홀릭처럼 너무 달려왔는데, 앞으로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기회가 됐다고요. 그 얘기 들으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했죠.
 
 
‘새해 전야’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와 후련함이 공존하는 시간이죠. 벌써 12월인데 2020년의 마지막 순간은 어떤 마음으로 보내고 있나요?
연석 새해를 앞두면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편이에요. 특히 올해는 팬데믹 시국에 다들 힘들었으니, ‘내년에는 좀 더 희망적이겠지, 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과 기대가 커요.
연희 새해가 오는 게 기대되고 설레기보다는 ‘올해도 이렇게 지나갔구나, 또 한 해가 오는구나’ 하는 무덤덤한 마음이에요. 새해니까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간을 받아들이자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새해전야〉가 코로나 블루 속에서 관객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거창하게 ‘힘내보자’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그래 맞아’ 하는 정도의 작은 공감과 위로만 받아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재헌과 진아가 그랬듯, 누구나 때때로 훌쩍 떠나고 싶은 순간이 있듯, 새해를 앞두고 인생의 전환점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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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Ha Ye Jene
  • Photographer Kim Sun Hye
  • art designer 오신혜
  • Stylist 이윤미(이연희)/지경미(유연석)
  • Hair 이일중(이연희)/하나(유연석)
  • Makeup 안성희(이연희)/이해리(유연석)
  • Assistant 김지현/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