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조트 컬렉션으로도 불리는 크루즈 컬렉션은 정규 컬렉션인 F/W와 S/S 시즌 사이에 만날 수 있는, 미드 시즌 컬렉션이다. 본래 홀리데이, 즉 연말연시에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젯셋족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럭셔리 시장의 성장으로 크루즈 컬렉션의 규모 또한 커졌고, 그 결과 리조트 룩 콘셉트의 가벼운 의상뿐 아니라 프리 스프링 성격의 보다 도톰한 의상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크루즈 컬렉션을 최초로 선보인 브랜드는 샤넬이다. 1919년, 코코 샤넬은 당시 상류사회의 유행으로 떠오른 크루즈 여행을 즐기는 여성들을 위해 세일러 팬츠와 비치 파자마, 오픈넥 셔츠 등으로 구성된 ‘크루즈 룩’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1983년 샤넬에 입성한 칼 라거펠트가 이 역사적인 컬렉션을 부활시켰고, 파리에서 열린 2000-2001 쇼를 시작으로 정기적인 쇼가 됐다. 이후 여러 하우스가 앞다퉈 크루즈 컬렉션을 론칭해 오늘에 이른다. 여행을 테마로 하는 컬렉션이기에 하우스들은 세계 각지의 아름다운 도시에서 쇼를 개최해 여행에 대한 판타지를 자신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2020년. 사상 초유의 팬데믹이 지구를 덮쳤다. 여행을 갈 수 없는 시대의, 여행을 영감의 원천이자 목적으로 하는 컬렉션. 디자이너들은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본래 지난 6월 8일, 카프리섬에서 쇼를 열 계획이었던 샤넬. 코코 샤넬의 크루즈 룩을 입은 고객들이 휴가를 즐기던 지중해로 돌아가 마드모아젤 샤넬의 정신을 되새길 예정이었다. ‘지중해에서의 산책’이란 타이틀의 이번 컬렉션은 팬데믹 이후 공개된 올 시즌의 첫 크루즈 컬렉션이자 샤넬 크루즈 역사상 최초로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이미지와 영상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온택트 방식으로 발표됐다. 디자이너 버지니 비아르는 카프리섬의 풍경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함께 전했다. 디올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풀리아에서 무관중 쇼를 선보였다. 영감의 원천을 향한 열정을 코로나 바이러스도 막지 못한 것. 버버리의 리카르도 티시는 스튜디오는 물론 야외에서도 촬영이 금지되자, 직원들을 모델로 그들의 집 앞에서 룩북을 촬영하는 뜻 깊은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토즈는 장인들이 일하는 공방을 배경으로 룩북 촬영을 진행했고, 조나단 앤더슨은 모델 대신 마네킹에 뉴룩을 입혔다. 그렇다면 루이 비통은?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콰란틴 기간에 카드 게임에 빠져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게임의 시작’이란 컬렉션 이름을 봐라! 카드 속 그림을 다채롭게 재해석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피어 오르듯, 디자이너들은 이 힘든 시기를 창조적 에너지와 재치로 극복하고자 했다. 비록 이 옷들을 입고 파라다이스로 여행을 떠날 순 없겠지만, ‘여행’을 향한 그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느끼고 즐겨보도록. 마지막으로 발렌티노의 크루즈 컬렉션 사진을 독자들에게 부치고 싶다. 슈퍼모델 마리아칼라 보스코노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며 힐링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