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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혹은 정수정

그저 열심히 앞만 보며 달렸던 시간을 지난 지금, 정수정은 조금 힘을 풀며 살고 있다. 삶의 강약을 터득하고 있다는 그녀는 복잡한 말보단 ‘그냥’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그 한마디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설명했다.

BYCOSMOPOLITAN2020.03.18
 
 
 
4년 전에 언니인 제시카와 함께〈코스모폴리탄〉커버를 장식했어요.
〈코스모폴리탄〉은 커버부터 당당하고, 당돌하면서 강한 이미지가 느껴지잖아요. 저와 잘 어울릴 거란 생각을 했고,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건 너무 좋죠.  언니인 제시카와의 우애는 잘 알려져 있어요. 서로 주고받는 영향이 많을 듯한데, 활동을 할 때는 독립적인 것 같아요.
각자 추구하는 스타일이 달라요. 그래서 서로의 영역이나 선을 넘지 않아요. 다만 고민이 생기면 엄마와 언니랑 가장 많이 얘기하죠. 하나부터 열까지 거의 다요.


가수로 활동할 때는 크리스탈, 배우로 활동할 때는 정수정이라는 이름을 써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처음부터 제작사에서 본명을 쓰길 원했어요. 아마 포스터에 다른 배우들은 한글 이름으로 나오는데 제 이름만 크리스탈로 돼 있으면 튀어 보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처음부터 그렇게 하자고 한 게 정착된 거죠. 사실 크리스탈이든 정수정이든 상관없어요.


고집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옛날에는 이렇게까지 유하지 않았어요. 요즘은 사람들이 제게 둥글둥글해졌다고 말해요. ‘내가 얼마나 뾰족했길래 그런 말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하하. 오래 활동하기도 했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기 때문에 내려놓는 부분이 생긴 것 같아요. 마음의 여유도 찾게 되고요.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고, 2~3년 전부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물론 저도 고집 부리는 게 있긴 하죠. 작품 검토할 때 주변에서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내가 진짜 아닌 것 같으면 끝까지 안 한다고 해요. 나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오거든요.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어떻게 타협해요?
전 제가 잘할 것 같은 걸 하고 싶어 하나 봐요. 못할 것 같은 건 하고 싶지도 않아요. 하하.
 
마드라스 체크 재킷 40만원대, 체크 셔츠 가격미정, 데님 쇼츠 15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마드라스 체크 재킷 40만원대, 체크 셔츠 가격미정, 데님 쇼츠 15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올해만 2편의 영화가 개봉을 하고, 1편의 드라마가 방영해요.
2년 전에 드라마를 끝내고  독립 영화 〈애비규환〉의 시나리오를 보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촬영 도중에 영화 〈새콤달콤〉(가제)이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또 하게 됐고요. 두 작품 모두 영화라 공백이 길어진 것 같아요. 걱정은 했죠. 공백이 너무 길면 감을 잃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절 어색해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이미 그렇게 된 걸.


대형 소속사의 아이돌 출신인 수정 씨가 독립 영화에 출연한다는 건 의외의 선택같이 느껴졌어요.
독립 영화는 늘 하고 싶었던 작업인 데다 20대 초반의 임산부라는 설정과 특이한 캐릭터인 ‘토일’이라는 인물에 꽂혔어요. 사실 제가 아니라 제 주변 환경이 절 상업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는 독립 영화도 좋아하고, 마이너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애비규환〉은 첫 독립 영화,〈새콤달콤〉은 주연으로서 첫 상업 영화예요. ‘처음’이라는 것에 의미 부여를 하는 편이에요?
예전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처음에 누가 뭘 하면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다 따라 하니깐요.


9월에 방영될 드라마〈써치〉에서는 육군 중위 역을 맡았어요.
평소에 직업 군인 역을 해보고 싶었어요. 대본도 재미있어서 잘 소화할 수 있겠다 싶었죠. 새롭잖아요. 제가 군복 입은 걸 본 사람들도 별로 없고, 저에게도 도전이니깐요.
 
깅엄 체크 카디건 40만원대, 데님 팬츠 3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반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깅엄 체크 카디건 40만원대, 데님 팬츠 3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반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람들이 수정 씨한테 보고 싶은 면은 어떤 거라고 생각해요?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팬들은 가수인 저를 보고 싶어 하죠. 그건 확실해요. 저도 하고 싶은데 타이밍도 안 맞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선뜻 하지 못했어요. 음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언젠가 솔로 앨범 하나를 잘 만들고 싶긴 하죠.


“예쁘다”란 말보다 “멋있다”라는 칭찬을 더 좋아한다고요.
예전에 f(x) ‘4 Walls’ 무대를 끝내고 내려왔는데, 지나가던 남자 후배들이 저희한테 너무 멋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게 너무 크게 다가왔어요. “예뻐”, “귀여워”가 아니라는 게 되게 뿌듯했죠.


수정 씨가 생각하는 ‘멋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그냥 가짜가 없는 사람? 주관도 뚜렷하고, 할 말 다 하는 사람이 멋있더라고요. 저도 서른 살 넘으면 그렇게 되겠죠?
 
스트라이프 셔츠 가격미정, 리넨 스커트 3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스트라이프 셔츠 가격미정, 리넨 스커트 3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한국 나이로 어느새 20대 후반이에요. 나이에 민감한 편인가요?
27살이라는 한국 나이가 익숙하진 않아요. 한국도 미국처럼 만 나이로 바뀌면 좋겠단 생각은 하죠. 하하. 그런데 저는 30대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아는 언니들 얘기를 들어보면  20대 때보다 더 내려놓으면서 여유를 찾고, 진짜 스스로를 위해 뭔가를 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30대가 더 궁금하고 기대돼요.


30대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요즘 친구들이랑 꿈 이야기를 많이 해요.  “꿈이 뭐냐?”라고 물으면 저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뭘 더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중이야”라고 답하죠.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게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 전까진 생각할 틈도 없이 달렸어요. 흘러가는 대로 살면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했죠. 비로소 마음의 여유를 찾아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왜 열심히 안 해?”라고 다그쳐요. 그럼 저는 좀 억울해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지금도 일할 땐 열심히 한다고!”라며 항변하고 싶죠. 이제야 여유를 갖게 됐는데, 사람들은 그러기엔 제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해요. 그게 요즘 제 고민이에요.


아이돌은 남들이 10~20년에 걸쳐 하는 걸 5~10년 안에 압축적으로 산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방황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영화 찍을 때 어떤 스태프 한 분이 예전엔 아이돌이라고 하면 선입견이 있었는데, 다른 아이돌과 촬영하면서 되게 존경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일할 때 열정이 남다르다면서요. 사실 저는 이걸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한창 활동할 때는 ‘아이돌’이란 말 자체를 스스로 깎아내리듯이 한 적도 있죠. 아이돌이라는 게 조금 싫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자랑스러워요. 내가 그걸 해냈고, 언제든 다시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없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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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Kim Ji hoe
  • Feature Director Jeon So Young
  • Photographer Shin Sun Hye
  • stylist 박세준
  • Hair 손혜진
  • Makeup 이숙경
  • Set Stylist 권도형/ONDOH
  • Assistant 김송아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