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미우미우, 자크뮈스 등 패션 브랜드들이 신문을 사용하는 이유

2025 S/S 런웨이를 가득 채운 헤드라인

프로필 by 전소희 2025.03.08
1 JOHN GALLIANO 2001 S/S 2 DIOR 2000 S/S 3 MOSCHINO 4 STELLA MCCARTNEY 5 STELLA MCCARTNEY 6 MIU MIU 7 KAPITAL 8 PATRIZIA PEPE 9 DILARA FINDIKOGLU 2024 F/W

1 JOHN GALLIANO 2001 S/S 2 DIOR 2000 S/S 3 MOSCHINO 4 STELLA MCCARTNEY 5 STELLA MCCARTNEY 6 MIU MIU 7 KAPITAL 8 PATRIZIA PEPE 9 DILARA FINDIKOGLU 2024 F/W

“오늘 아침, 신문 보셨나요?” 인터넷과 휴대폰이 발명되기 전까지 이 문장은 하루를 시작하는 안부 인사와도 같았다. 우리는 지금 침 바른 손으로 신문을 넘기는 대신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바스락거리는 종이의 질감, 갓 마른 잉크 냄새 그리고 손끝에 묻어나는 활자의 흔적까지, 아날로그 신문이 주던 감각적인 경험은 점점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오래된 매체는 패션을 통해 다시 돌아왔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미우미우의 2025 S/S 패션쇼다. 신문 인쇄 공장처럼 보이는 설치물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번 쇼에선 가상의 신문인 <The Truthless Times(진실이 없는 시대)>가 천장 레일을 따라 늘어섰고, 이른바 ‘진실 없는 신문’을 찍어내는 인쇄기 영상이 벽면 스크린을 통해 쉴 새 없이 상영됐다. 이 신문은 객석에도 놓였다. 이번 쇼의 테마는 ‘설탕처럼 보이는 소금’이다. 풀어 말하면 ‘진실, 잘못된 정보, 조작’에 관한 질문이자, 알고리즘에 지배당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게스트에게 신문을 나눠준 이유 역시 분명했다. 가장 고전적인 형태의 미디어인 신문을 활용해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오늘을 꼬집은 것이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번 컬렉션에 대해 “진실과 허구,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현대사회를 표현하는 동시에 우리가 어떻게 정보를 소비하고 해석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에 노출된다. 하지만 그 정보들이 모두 진실일까? 신문은 전통적으로 진실을 전달하는 매체였지만, 지금은 조작과 과장이 난무하는 시대다”라고 말하며, 이 모순적인 개념을 패션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번 시즌 스텔라 맥카트니 쇼에서도 등장했다. 오프닝을 장식한 모델은 반으로 접은 신문을 손에 쥐고 있었고, 톱 핸들 백 위에 신문을 얹은 모델들이 줄지어 런웨이를 활보했다. 신문 헤드라인엔 “드디어 때가 왔다”고 적혀 있었다. 환경운동가이자 지속 가능한 패션에 앞장서는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가 “패션은 반드시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신념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신문을 활용한 것이다. 럭셔리 패션 산업이 환경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강력한 선언과도 같다. 신문이라는 소재는 대표적 재활용 소재로서 순환 가능성을 상징한다. 스텔라 맥카트니의 이번 컬렉션은 재활용 소재 패브릭, 비동물성 가죽, 식물 기반 섬유 등을 대거 활용했고, 신문과 함께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결국 단순한 미적 탐구를 넘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담론을 패션이라는 언어로 풀어낸 사례라 할 수 있다. 미우미우와 스텔라 맥카트니의 사례처럼 신문은 지금 패션계가 말하는 철학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 활약한다. 사실 신문은 유구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특히 존 갈리아노는 뉴스페이퍼 패턴을 가장 사랑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뉴스페이퍼가 패션에서 위상을 드높인 역사적 순간은 디올 2000 S/S 컬렉션이다. 당시 존 갈리아노가 선보인 신문지 패턴 드레스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가 착용하며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당시 ‘크리스찬 디올 데일리’라는 타이틀과 함께 가상의 신문 형식으로 디자인한 패턴을 선보였는데, 이는 단순한 그래픽 요소를 넘어 패션과 미디어가 대중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방식을 풍자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듬해 존 갈리아노 2001 S/S 컬렉션엔 뉴스페이퍼 패턴이 다시 등장했다. 디올에서 보여준 고급스럽고 우아한 접근과는 달리 해진 신문지를 덧댄 스타일링으로 집시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자유를 표현했다. 신문을 찢어 붙인 의상이 빠르게 소비되고 폐기되는 뉴스와 패션 트렌드의 일회성을 동시에 비판하는 상징적 장치가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신문을 위트 넘치는 디자인 요소로 사용한 하우스도 있다. 먼저 모스키노는 1950~1960년대 영화 속 우아한 주인공이 신문을 접어 손에 들고 다니는 장면에서 착안한 듯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신문을 매개로 아날로그적 향수를 자극한 것이다. 또한 디자이너 자크뮈스는 아이폰으로 촬영한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는 ‘JACQUEMUS SHOT ON IPHONE’이 대문짝만 하게 적힌 신문 1면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필름은 전통적인 미디어와 디지털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패션 광고의 기존 공식을 벗어나 신문이라는 아날로그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강조한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 밖에도 파트리지아 페페, 캐피탈 등 최근 신문을 런웨이에 등장시킨 디자이너들의 해석엔 공통적으로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내재한다.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시대 속에서 사라져가는 아날로그적 손맛을 다시금 패션을 통해 조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난다. 이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빠른 변화 속에서 잃어버린 고요함과 깊이를 되찾고 싶은 욕망의 표출이기도 하다. 뉴스페이퍼 패턴은 단순한 장식도, 한 번 뜨고 지는 유행도 아니다. 소비사회와 미디어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강력한 도구다. 존 갈리아노가 디올과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선보인 뉴스페이퍼 패턴은 그래픽 요소를 넘어 정보의 유통과 대중의 소비 심리를 꼬집는 실험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미우미우, 스텔라 맥카트니, 모스키노 등의 브랜드는 신문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 진실과 조작의 경계를 탐구한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아날로그적 향수를 자극하는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복고 트렌드를 넘어선다. 눈 깜짝할 새 휘발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으며, 무엇을 다시 붙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다. 결국 신문은 기억을 되새기고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흐름이고, 패션은 커다란 종이이자 캔버스로서 이 담론을 담아내는 예술이다.


LOEWE 2021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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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전소희
  • Photo By Imaxtree.com/Instagram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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