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드뮤어, 걸코어도 아님! 2025 대세 코어는 '캐슬코어'

중세의 낭만에 빠진 ‘캐슬코어’의 시대가 열렸다.

프로필 by 김소연 2025.02.07
1 CHANEL 2 VALENTINO 3 DIOR 4 MCQUEEN BY SEÁN MCGIRR 5 RICHARD QUINN 6 S.S.DALEY 7 SIMONE ROCHA 8 CHLOÉ 9 MAISON MARGIELA 10 HARRIS REED 11 CHOPOVA LOWENA

1 CHANEL 2 VALENTINO 3 DIOR 4 MCQUEEN BY SEÁN MCGIRR 5 RICHARD QUINN 6 S.S.DALEY 7 SIMONE ROCHA 8 CHLOÉ 9 MAISON MARGIELA 10 HARRIS REED 11 CHOPOVA LOWENA


최근 패션계는 과거의 향수에 빠졌다. 2000년대 Y2K 트렌드 열풍이 지나고 1990년대 미니멀리즘과 올드머니,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가 그 뒤를 이었다. 다가오는 새 시즌에는 훨씬 더 먼 과거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샤넬과 디올, 프라다, 로에베 등 빅 패션 하우스의 컬렉션 곳곳에서 중세로부터 영감을 받은 듯한 고풍스럽고도 로맨틱한 룩이 대거 등장했으니. 지난해 존 갈리아노가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 메종 마르지엘라 2024 S/S 쿠튀르 컬렉션이 그 서막인 걸까? 고전 영화가 떠오르는 실루엣은 물론 코르셋, 퍼프 슬리브 드레스, 자수 디테일을 가미한 아이템 등이 유독 눈에 띄었다. 비로소 ‘캐슬코어(Castle Core)’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궁전에서 나올 법한 룩을 일컫는 캐슬코어는 중세 및 빅토리아시대를 아우르며 화려함과 우아함을 강조한 스타일로 드라마틱한 실루엣, 벨벳·새틴 소재, 정교한 레이스 디테일 등이 핵심 요소다. 대표 아이템은 깊게 파인 스퀘어 네크라인과 퍼프 소매, 플로럴 자수를 더한 맥시 드레스. 2025년식 캐슬코어는 한층 진화했다. 화려함을 극대화하기보다 전체적으로 모던한 절제미가 돋보인다는 것이 차이다. 또 ‘순한 맛’과 ‘매운 맛’으로 농도(?) 조절이 가능하다. 맵기로는 고딕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어두운 컬러 위주의 드레스로 어딘가 퇴폐적인 분위기를, 순하기로는 보호 시크 트렌드를 이끈 셰미나 카말리의 끌로에처럼 밝고 사랑스러운 무드를 풍긴다는 것이다(보호 시크의 기원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를 믹스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그 예로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드러먼드성에서 열린 디올 2025 S/S 리조트 컬렉션은 펑크를 접목해 마치 새 시대의 잔 다르크를 보는 듯했다. 갑옷 같은 룩들과 크리놀린 모티브 드레스에 라이딩 부츠와 초커, 자유와 반항을 상징하는 타탄체크를 접목해 강인한 여성을 표현한 것. 초포바 로위나 역시 빅토리아 스타일에 특유의 펑크 미학과 스포티 무드를 더했다. 샤넬은 또 어떤가? 2024/2025 공방 컬렉션은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중국에서 제작한 코로만델 병풍(코코 샤넬 여사는 중국 옻칠 예술품인 코로만델 병풍을 매우 애정했다)에서 영감을 받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세련된 로맨티시즘을 보여준다. 드라마틱한 연출의 대가인 릭 오웬스는 물론이고 빅토리아 복식사를 검색하면 볼 수 있을 법한 웅장한 실루엣으로 아방가르드 룩을 선보인 해리스 리드, 조나단 앤더슨만의 위트가 엿보이는 로에베 2025 S/S 플로럴 드레스, 맥퀸의 다크 로맨스가 느껴지는 날렵한 테일러링과 쇼에 등장한 순간 찬사를 받은 메탈 드레스까지!

DOLCE&GAB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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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 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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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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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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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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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채로운 캐슬코어의 매력을 금세 알아차린 유명 스타일리스트들은 곧바로 셀렙 스타일링에 적용했다. 나탈리 포트먼은 도빌 아메리카 영화제에서 디올의 얇은 체인메일 드레스를 착용했고, 미국 팝스타 채플 론은 무려 300년 된 앤티크 로브에 도검(!)을 쥔 채 중세 복장의 보디가드와 레드 카펫에 등장했다. 채플 론이 같은 날 착용한 라반의 메탈 메시 소재 드레스와 헤드 베일 룩은 SNS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눈치챈 핀터레스트는 캐슬코어를 올해 주요 트렌드로 예측했다. 실제로 관련 검색량이 110% 증가했다고. 그렇다면 일상에선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발렌티노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린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끌로에의 2025 S/S 컬렉션을 참고하자. 가벼운 러플 드레스와 플라워 자수가 수놓인 스커트 및 드레스는 다가올 봄을 위한 실용적인 아이템이 될 것이다. 특히 리본 장식 블라우스나 러플 드레스를 데님이나 레더 재킷과 매치하면 보다 캐주얼하게 연출할 수 있다. 태슬·깃털·자수 장식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 벨라 하디드, 켄달 제너, 제니 등 패션 아이콘들이 애용하는 뷔스티에를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노출이 부담스럽다면 퍼프 소매가 달린 베이비 티셔츠에 레이어드해볼 것. 프라다가 2024 F/W 컬렉션에서 선보인 빈티지 플로럴 백이나 메탈릭 소재의 부츠, 라반의 아이코닉한 1969 백처럼 갑옷이 연상되는 체인 액세서리는 작지만 확실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평소 스트리트 무드나 그런지 룩을 좋아한다면 후 디사이즈 워의 컬렉션이 해답이 될 듯. 이처럼 디자이너들이 일제히 과거의 복식사에 빠진 건 지난 팬데믹과 경기 침체 등 암울한 사회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더욱 이끄는 것이 아닐지 예측해본다. 암담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는 것보다 과거를 미화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은가. 갓 스무 살이 된 청년들이 겪어보지 않은 1990년대를 동경하고 그리워하듯, 과거에 대한 낭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닐지. 그런 맥락에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우아함을 담은 캐슬코어가 오래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현대인들에게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확실하다. 다만 자유를 꿈꾸는 우리는 낭만적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과거의 상징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중일 것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40년간 검은색 옷만 입었던 빅토리아 여왕이나 실수라도 발목이 노출돼 ‘값싼 여자’로 낙인찍힐까 봐 노심초사하던 빅토리아시대의 여성은 이제 없다. 2025년의 캐슬코어는 클럽 뒷골목을 장악하는 당당한 여왕, 때로는 못된 마녀를 위한 것일 테니까!

RICK OW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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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소연
  • Photo By Brand(제품)/Imaxtree.Com(컬렉션)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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