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2023년은 이걸로 정리 끝! 다이내믹했던 패션 이슈

한 해를 마무리하며 돌아볼 때면 매번 ‘정말 이게 다 올해 일이었어?’ 놀라게 마련. 2023년은 어느 때보다도 놀라운 소식들로 몸과 마음이 들썩인 한 해였다. 다이내믹했던 올해를 돌아보며 꼽아본 12가지 패션계 주요 소식.

프로필 by COSMOPOLITAN 2023.12.07
 
 

1 (SHE) IS BACK! 

마침내, 피비 필로   
지난 7월 27일, 피비 필로 추종자들이 일제히 한 사이트에 모여들었다. 이날 인스타그램 @phoebephilo에 웹사이트 url이 등장, 뉴스레터 등록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엔 돌아온다, 아니다, 다음 시즌이랬다…. 피비의 컴백 하나만 목 빠지게 기다리던 이들의 기대는 10월 30일에야 마침내 ‘응답받았다’. 도발적인 붉은 로고와 캠페인 이미지로 휘감은 웹사이트에 공개된 첫 번째 ‘A1’ 에딧을 맞이한 사람들의 반응은? 우선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가격대에 대한 놀라움. “이례적일 만큼 우수한 퀄리티의 컬렉션일 거”라는 선명한 예고에 걸맞은 피비의 정교한 테일러링과 고급 소재를 차치해도 높은 가격이었다. 일부는 다니엘 리, 피터 도 같은 ‘피비의 후예들’이 주도해온 패션 트렌드 사이에서 이전 같은 신선함은 덜하다 평하기도. 그럼에도 이미 대다수의 제품은 솔드아웃이다. 피비 필로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새로운  이 럭셔리는 다음 에디션에서도 게임 체인저의 면모를 입증하게 될까?
 
 

2 SAY HELLO

Louis Vuitton Pharrell Williams Tom Ford Peter Hawkings Helmut Lang Peter DoBurberry Daniel Lee Gucci Sabato De SarnoNina Ricci Harris Reed
헬로, 뉴 디자이너      
많은 빅 하우스가 새로운 수장을 발탁하며 변화를 꾀한 올 한 해. 우선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가 루이 비통 남성복 디렉터로 임명됐다. 하우스의 헤리티지인 다미에 패턴에 카무플라주를 더한 다채로운 룩은 정갈한 테일러링과 스트리트적 요소가 믹스된 모습으로 퍼렐의 취향을 그대로 드러냈다. 버질 아블로를 이어 동시대적인 버전의 루이 비통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도가 선명히 엿보인다. 오프화이트는 버질 생전 스타일리스트로서 버질과 합을 맞췄던 이브라힘 카마라가 그의 뒤를 이었다. 보테가 베네타를 떠난 다니엘 리는 버버리에서 짐을 풀었다. 그는 가장 먼저 ‘나이트 블루’ 컬러로  버버리의 상징색을 바꾸고 체크, 로즈 등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했다. 성수동에서의 ‘버버리 로즈 스트리트’ 팝업 이벤트까지, 버버리를 다시 패션계의 최전선에 내세우려는 잰걸음이 이어지는 중.
그런가 하면 피터 도는 날렵한 테일러링과 컷아웃을 무기로 헬무트 랭에 입성했다. 그의 첫 쇼 2024 S/S 런웨이에는 뉴욕의 옐로 캡, 1990년대 캠페인 오마주 등 헬무트 랭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구찌의 새 수장 사바토 데 사르노는 2024 S/S 시즌의 ‘구찌 앙코라’ 컬렉션을 통해 모던하고 간결한 ‘뉴 구찌’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실제 고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 톰 포드는 피터 호킹스를 발탁, 과거 톰 포드가 이끌던 구찌를 연상케 하는 모던하고도 관능적인 룩들을 런웨이 위에 부활시켰다. 니나리치의 최연소 디렉터가 된 해리스 리드는 2가지 가치를 추구한다. 바로 논바이너리와 로맨티시즘. 니나리치의 진취적인 변화가 돋보였다.
 

3 SAY GOOD-BYE

Chloé Gabriela HearstAnn Demeulemeester Ludovic De Saint SerninAlexander Mcqueen  Sarah Burton
굿바이, 떠나는 디자이너  
찾아오는 이가 있으면 떠나는 이도 있게 마련. 3개월에서 26년까지, 정들었던 하우스를 떠나는 이들의 소식이 줄을 이었다. 앤드뮐미스터를 이끌던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은 단 한 시즌 만에 헤어짐을 알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모스키노와 환상적 시너지를 선보여온 제러미 스콧도 이별을 선언했다. 무려 10년 동안 기발한 아이디어로 모스키노의 독창적인 미감을 유감없이 선보여온 그는 숱한 레전드 컬렉션을 남겼다. 그의 자리는 다비드 렌이 채울 예정이었으나, 발표 4주 만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 소식이 이어졌다. 오래도록 정든 곳을 떠나는 또 다른 인물은 사라 버튼. 인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26년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모두 알렉산더 맥퀸에서 보낸 그의 소식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알렉산더 맥퀸의 사망 후 브랜드를 이끌며 우아한 색채를 더해온 그의 마지막 피날레는 오랜 친구 나오미 캠벨이 함께했다. 사라가 떠난 자리는 숀 맥기르가 채울 것으로 예고됐는데, 이로써 케링 그룹 내 6개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모두 남성이 되면서 여전한 패션계 남녀 불평등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도 끌로에와 이별을 고했다. 친환경,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던 그가 이끄는 3년 동안 끌로에는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회사에  수여하는 B 코퍼레이션 인증을 받았다. 한편 자신이 세운 레이블을 떠난 디자이너도 있다. 바로 톰 포드다.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레이블을 설립해 운영해온 그는 지난 4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자신의 오른팔로 일해온 피터 호킹스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톰은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갈 것임을 예고했고, 패션계는 그의 새로운 브랜드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고 있다.  
 

4 SEOUL CALLING 

Gucci

Gucci

 
Louis Vuitton

Louis Vuitton

서울 러시      
세계적인 하우스의 굵직한 쇼가 서울로 몰려든 올해! 구찌는 조선시대의 왕이 머물던 정궁, 경복궁 근정전에서 지난 5월 16일 2024 크루즈 쇼를 선보였다. 아시아 최초의 크루즈 쇼를 위해 구찌는 경복궁의 보존 관리를 후원하는 협약까지 맺었다. 이날 촘촘한 별이 수놓인 신비로운 경복궁의 풍경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며 구찌가 K팝을 넘어 한국의 전통 유산에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표했다. 그보다 앞선 4월 30일엔 루이 비통이 한강 잠수교를 런웨이로 만들었다. 잠수교 무지개 분수 쇼와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사물놀이 가락 등 우리의 전통 음악과 산울림의 ‘아니 벌써’를 비롯한 한국의 올드 팝, 그리고 미래적인 루이 비통 룩이 동시에 펼쳐진 장면은 지금 서울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기나긴 비행을 각오해야만 참석할 수 있었던 최정상 하우스 브랜드의 컬렉션이 연달아 서울에서 열리는 바람에 세계 각국의 프레스와 셀렙들도 서울을 직접 방문해 즐기는 기회를 얻었으며, 한동안 이들이 어디에서 무얼 먹고 즐겼는지도 한국 패션 피플들의 즐거운 흥밋거리였다.
 

5 K-DESIGNERS 

박소희

박소희

 
 
최유돈

최유돈

 
 
백지수

백지수

 
 
김민주

김민주

 
 
이혜미

이혜미

 
세계를 무대로, K-디자이너   
K-디자이너의 활약 소식도 끊이지 않던 한 해!  지난 시즌 기성복 데뷔에 이어 2023 S/S 파리 쿠튀르 위크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미스 소희는 자연물의 형상에서 영감받아 한국의 전통 미학을 비즈, 자수 등 정교한 디테일로 표현했다. 미스 소희에 이어 2023-2024 F/W 시즌엔 파리 쿠튀르 위크에 데뷔한 지수 백의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과감한 조형감이 돋보이는 그의 데뷔 컬렉션에선 흔치 않은 젊은 쿠튀리에의 크리에이티브한 감각이 엿보였다. 민주 킴의 디자이너 김민주는 영국 V&A 뮤지엄에서 한국인 최초로 컬렉션을 선보였다. V&A가 개최하는 ‘패션 인 모션’ 패션쇼 중 하나로 발탁된 것. 유돈 초이는 2024 S/S 런던 패션 위크 런웨이에 한국의 전설적인 1세대 모델 최미애를 등장시키며 한국 패션 디자인 역사에 기념비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6 (RE)- BRANDING

BurberryBurberry
 
GucciGucci
VersaceVersaceVersace
변해야 산다, 패션 하우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패션 하우스가 젊어지고 진화하려는 노력을 감행 중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가 잦아지더니, 캠페인을 비롯한 이미지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이젠 인스타그램 피드를 아예 밀어버리는 경우도 다반사! 베르사체는 지난 8월 24일 모든 피드를 삭제한 후 2023 F/W 캠페인을 공개했다. 베르 사체를 상징하던 드라마틱한 무드와 골드, 컬러풀한 스카프 프린트 같은 요소는 모두 생략, 로고와 심벌도 핑크색으로만 남았다. 이후 올라오는 피드의 이미지들은 신선하고 모던하다. 베르사체의 상징 메두사 골드 장식도 실버 컬러로 모던하게 재해석돼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중. 구찌 역시 사바토 데 사르노의 새 컬렉션 공개에 앞서 기존 피드를 모두 지우고 다리아 워보위와의 캠페인으로 새로운 면모를 예고했다. 2024 S/S 시즌의 “구찌 앙코라 컬렉션 공개 후에는 간결한 제품 샷과 런웨이 컷 위에 ‘GUCCI’를 삽입해 하우스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의 상징 컬러를 아카이브 속 ‘버건디 레드’로 다시 선정해 이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중. 반면 다니엘 리가 새로 합류한 버버리는 ‘블루’ 컬러를 상징색으로 정해 청명한 파랑으로 물들인 감각적인 캠페인과 사진들로 대대적인 변화를 효과적으로 알렸다.청명한 파랑으로 물들인 감각적인 캠페인과 사진들로 대대적인 변화를 효과적으로 알렸다. 
 

7 (TREND) HAS CHANGED

제니퍼 로렌스소피아 리치켄달 제너/Hermès카일리 제너애슐리 올슨 & 메리 케이트 올슨
 
FendiRalph LaurenChanel
트렌드의 새 페이지 
좀처럼 식을 기미가 없던 Y2K 트렌드가 올드머니 룩에 순식간에 자리를 내줬다. 날이 추워지기도 전에 화려한 복고적 테크노 무드를 즐기던 셀렙들이 갑자기 차분하고 정갈한 룩으로 변모했다. 켄달·카일리 제너 자매부터 제니, 로제 등 수많은 셀러브리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더 로우의 마고 백을 들고, 구찌의 홀스빗 로퍼를 신고 나타났다. 또한 올드머니 룩을 즐기는 제니퍼 로렌스와 같은 배우들이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누군가에겐 ‘청담동 며느리 룩’과 같은 또 다른 복고의 대두로 해석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복잡하고 요란하던 Y2K와 모든 면에서 반대 지점에 있는 올드머니, 콰이어트 럭셔리가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듯. 올드머니의 대두 이전에도 다양한 이벤트에 따라 크고 작은 트렌드가 생겨났다. 영화 <바비> 개봉 즈음부터 주목받은 바비코어, 스포티한 터치의 블록코어, 가냘프고 사랑스러운 발레코어 같은 룩은 발빠른 K팝 가수들의 무대 의상부터 리얼웨이까지 두루 인기였다. 2000년대 중반의 케이트 모스를 연상케 하는 인디 슬리즈 스타일도 차기 트렌드로 손꼽히고 있다.

 

8 REMEMBER YOU  

Vivienne Westwood

Vivienne Westwood

 
Paco Rabanne

Paco Rabanne

세기의 디자이너, 별이 되다    패션사에 굵은 획을 그은 두 디자이너가 세상을 떠났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2023년을 불과 이틀 남긴 2022년 12월 29일, 향년 81세로 눈을 감았다. 펑크의 여왕, 영원히 늙지 않는 뜨거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그는 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런웨이 안팎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으며 에이즈 연구소, 동물 권리 보호 단체인 페타(PETA), 구호 개발 기구 옥스팜 등을 지원했다. 1970년대 런던에서 맬컴 맥라렌, 섹스 피스톨스와 함께 펑크 시대를 이끌던 그는 1992년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후에도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전 세계인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가 떠나고 두 달 후 또 다른 거장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 2월 3일, 파코 라반이 향년 88세로 눈을 감은 것. 금속 피스를 엮은 메탈 백으로 잘 알려진 그는 금속으로 옷을 빚어내는 퓨처리스틱 패션과 아방가르드의 대가였다. 패션에 앞서 건축을 공부했던 그는 “새로운 소재만이 패션계에 남아 있는 개척지”라며 재료를 가공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탐구했다. 프랑수아즈 아르디에게 9kg의 금과 300캐럿 다이아몬드, 5000개의 금반지로 만든 미니드레스를 입히기도. 오드리 헵번과 제인 버킨 등 수많은 패션 아이콘이 대담하고 혁신적인 그의 옷을 사랑했다. 1990년대에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했을 정도로 선진적이었던 그는 1999년 쿠튀르 쇼를 마지막으로 은퇴했으며, 그의 유산은 ‘라반’으로  이름을 바꾸며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9 ADIEU, JANE 

 
 
영원한 아이콘, 제인 버킨
지난 7월 16일에는 패션 아이콘이자 뮤지션인 제인 버킨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꾸밈없이 자유로운 아름다움으로 사랑받아온 그는 사실 런던 태생이다. 영국에서 배우로 활약하며 인기를 얻었으며, 1969년 ‘제인의 숨결(Je t’aime… moi non plus)’이라는 곡으로 세르주 갱스부르를 만났다. 세르주의 바람기와 방탕한 생활에 지쳐 이혼한 후에도 둘은 서로 예술적 영감을 나누며 ‘레전드 커플’로 기억됐다. 제인 버킨 특유의 중성적이면서도 섹슈얼한 이미지는 두 딸 샬럿 갱스부르, 루 드와이옹이 그대로 물려받아 패션 아이콘으로 활약 중. 흰 블라우스와 데님 팬츠, 미니드레스에 바스켓 백을 든 보헤미안 룩을 즐기던 그는 ‘버킨 백’ 탄생의 영감을 준 인물이기도 하다.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가방을 찾기 어려워요!” 비행기 옆자리에 앉아 바스켓을 쏟은 제인의 푸념을 들은
장 루이 뒤마 에르메스 회장이 그를 위해 버킨 백을 만든 것. 다양한 사회문제에도 목소리를 냈는데, 2015년에는 에르메스에 악어가죽과 관련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제작 방식이 나올 때까지 내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의 사망 소식에 프랑스 문화부장관은 “버킨은 가장 프랑스적인 영국인이며 유행을 초월한 모든 세대의 상징”이란 말을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그를 “우리의 언어 중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노래한 프랑스의 아이콘으로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영원히 기억될 세기의 아이콘을 추모했다.
 

10 FUTURE OF FASHION 

Coperni

Coperni

인간과 기술,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미래적인 룩을 입고 등장한 꾸레쥬 컬렉션의 모델들은 스마트폰에 타이핑을 하며 런웨이에 등장했다. 어쩌면 미래의 우리 모습이지 않을까? 이처럼 최근 런웨이에서는 미래 패션의 모습을 추측하는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벨라 하디드의 몸에 액체 섬유 스프레이를 뿌려 드레스를 만든 퍼포먼스로 4백억원가량의 바이럴 효과를 얻은 코페르니의 디자이너 듀오 세바스티앙 메이어와 아르노 베일런트는 2023 F/W 컬렉션에선 로봇 개 ‘스팟’을 런웨이에 올렸다. 피할 수 없는 기술의 시대, 인간과 로봇이 조화롭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런웨이를 통해 전하고자 한 것. 코페르니는 로봇 개와 인간 모델을 17세기 시인 라 퐁텐의 프랑스 우화 ‘늑대와 어린 양’의 서사에 이입해 낙관주의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차갑고 딱딱한 로봇 개의 등장이 낯설고 조금은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로봇이 모델과 대화를 나누고 옷을 벗는 것을 돕고, 가방을 들어주는 등 서로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컬렉션 내내 이어졌다. 쇼의 막바지에 로봇 개가 익숙해진 것을 자각한 순간, 어쩌면 다른 모든 존재와 마찬가지로 로봇 같은 기술과 친근해 는 데 필요한 건 그저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보스 또한 2023 F/W 컬렉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를 등장시켜 패션과 첨단 기술의 만남을 이야기하기도 그런가 하면 빛에 반응하는 옷을 만드는 언리얼에이지는 2023 F/W 컬렉션에서 UV 레이저로 옷에 색과 패턴을 입히는 퍼포먼스를 통해 '패션의 미래'를 예측했다.
 
AnrealageCourrègesBoss
 

11 SUPERS! 

(왼쪽부터) 린다 에반젤리스타, 신디 크로퍼드, 나오미 캠벨,, 크리스티 털링턴.

(왼쪽부터) 린다 에반젤리스타, 신디 크로퍼드, 나오미 캠벨,, 크리스티 털링턴.

영원한 언니들, 슈퍼모델      
1990년대 ‘슈퍼모델 시대’를 이끌던 언니들이 두 번째 전성시대를 맞았다. 지난 9월 20일, 애플TV가 나오미 캠벨, 린다 에반젤리스타, 크리스티 털링턴, 신디 크로퍼드의 커리어를 조명한 4부작 다큐멘터리 <슈퍼 모델: 런웨이 위의 레전드>를 공개했다. 당대 슈퍼모델들은 매거진은 물론 광고까지 점령하는, 여느 배우나 가수보다 뜨겁게 사랑받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슈퍼스타였다. 현재까지도 럭셔리 하우스의 런웨이와 캠페인에 등장하는 등 명실상부한 ‘아이콘’으로 군림하고 있다. 다큐에서는 1990년대 패션사를 ‘휘어잡은’ 슈퍼모델 4인이 한자리에 모여 이들의 만남부터 뜨겁게 사랑받던 날들을 돌아보고, 또 자선사업 등 각자의 길로 떠나는 여정까지 되짚는다. ‘레전드’ 언니들의 발자취와 에피소드를 한자리에서 회고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전하기 충분하다.

 

12  ART SEOUL NOW 

PradaPradaBottega VenetaBottega Veneta
아트 바이브 in 서울      
지난 9월, 서울은 예술적 열기로 뜨거웠다. 지난해에 이어 개최된 ‘2023 프리즈 서울’ 때문. 빅 패션 하우스의 행사로 고조된 서울의 열기는 프리즈 아트 위크를 통해 예술계까지 힘을 보태며 더욱 불타올랐다. 현대미술을 사랑하는 패션&아트 피플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무척 많았다. 보테가 베네타는 리움미술관에서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를 후원하고 있다. 강서경 작가는 전통 가곡 ‘이수대엽’의 대표곡인 ‘버들은’에서 실을 짜듯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소리를 풍경의 직조로 읽어내던 선인들의 비유를 참조해, 관람객에게 ‘3차원 풍경화’처럼 공감각적인 감상을 전한다. 샤넬은 지난해부터 재단법인 예올과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공예를 후원해오고 있다. 올해는 화각장 한기덕, 도자공예가 김동준을 각각 올해의 장인과 올해의 젊은 공예인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전시를 선보였다. 지난 9월 5, 6일에는 프라다 모드 이벤트가 인사동의 고즈넉한 구옥에서 열렸다. 프라다 모드는 LA, 모스크바, 상하이를 거쳐 서울에 도착했고 이숙경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김지운·연상호·정다희 감독이 참여했다. 멀버리는 북촌 휘겸재에서 화려한 파티를 열었다. 프리즈의 글로벌 멤버십 프로그램 ‘프리즈 91’의 애프터 파티를후원한 것. 이 파티에서 최랄라·윤라희 작가의 작품과 멀버리의 새로운 라나 백을 동시에 소개했다. 발렌티노는 탕 컨템포러리 아트 서울과 파트너십을 맺고, 하우스의 3가지 상징을 작품으로 표현한 전시를 열었다. 이처럼 아트와 패션이 동시에 서울을 ‘밀어주던’ 올 9월은 잊지 못할 시간으로 기억될 듯!
 

Credit

  • Editor 이영우
  • Photo by BRAND/GETTY IMAGES
  • Photo by IMAXTREE.COM/INSTAGRAM/PINTEREST
  • Art designer 장석영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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