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의 세계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Celebs

정서경의 세계

어디로 눈을 돌려도 여자들이 나오는 드라마, <작은 아씨들>. 어딘가 꼿꼿한 정서경 작가와 그녀의 꼿꼿한 여자들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눴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10.11
 
정서경의 드라마, 기대해 마지않았습니다. 현대의 한국으로 이식된 〈작은 아씨들〉에선 살인, 횡령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하는 중이죠. 원작을 하드보일드하게 재해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직업인으로서 장르 영화 훈련이 돼 있기 때문이죠. 사실 저는 대중 예술 형식에 그렇게 맞는 사람이 아닌데(웃음) 그런 제가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선 장르라는 특성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시청자들과 제가 같은 게임을 하니까요. ‘곧 있으면 누가 죽게 되겠지, 이걸 찾아내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화영’이 자신의 구두를 벗어 ‘인주’에게 신겨주는 장면을 보면서 영화 〈박쥐〉에서 ‘상현’이 ‘태주’의 맨발에 구두를 신겨주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제가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네요.(웃음) 보시면 알겠지만 전 운동화밖에 안 신어요. 구두를 메타포로 자주 사용하는 건 어릴 때의 독서 경험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작가에겐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노래처럼 반복되는 테마가 있거든요. 제겐 그게 동화예요. 〈작은 아씨들〉엔 여러 동화의 원형이 들어 있는데, 지배적 이미지는 〈분홍신〉과 〈푸른 수염〉이에요.
 
블라우스 8만5백원 누브.

블라우스 8만5백원 누브.

여성 혐오적인 옛 동화를 레퍼런스로 여성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게 인상적인데요.
주의해서 다뤄야 할 부분이죠. 브라이언 드 팔마의 〈블랙 달리아〉처럼 살해당한 참혹한 여성의 시체를 전시하는 영화가 많잖아요?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건 남자들은 도대체 왜 여자의 시체에 매혹될까 하는 궁금증이었어요. 우리에게 이런 장치는 수치심과 모멸감, 공포를 환기하는데 말이에요. 왜 시체는 구두를 신고 있는가. 저것은 여성성에 대한 경고인가, 욕망에 대한 경고인가. 그 끝없이 재현되는 이미지를 비틀어보고 싶었어요. 그걸 목격하고 파고드는 주체를 여자로 설정하고, 그녀가 죽은 여자를 버리고 돌아서지 않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죠.
 
이번 작품에선 세 자매라는 캐릭터와 그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여성을 들여다봐요.
자매는 문학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장치예요. 저는 제인 오스틴의 〈센스 앤 센서빌리티〉도 좋아하는데, 이성을 담당하는 첫째와 감성을 담당하는 둘째가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마음속에서 늘 싸우잖아요. 합리적으로 행동해야 할까, 욕망이 이끄는 대로 가야 할까. 세 자매를 통해 한 사람의 마음속 서로 다른 자아들이 어떨 때는 싸우고 어떨 때는 뭉치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에서 여자의 편은 여자이기도 하고, 여자의 적은 여자이기도 해요. 그것이 좋아요.
아주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두려웠어요, 어머니가 두려웠어요? 저는 엄마가 더 무서웠거든요. 물론 사회와 시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우리가 자랄 시기에는 엄마가 자녀를 키우고 아빠는 부재했죠. 그래서 우리는 생각해요. 엄마가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렇기에 두려움은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 아이디어에서 원상아라는 빌런이 탄생했군요.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미친 여자가 나오죠.(웃음) 엄지원 씨는 유머 감각이 있어요. 그 점이 너무 좋아요. 이런 역할을 연기하는 걸 보면서 너무 짜릿했죠. 사실 이 역할이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진 숨어 있어야 하거든요. 1회에는 한 신만 나오고. 초반엔 비중이 크게 없어요. 그런데 저희가 엄지원 씨에게 대본을 5부까지 드렸거든요. 그런데 선뜻 하시겠다고 한 거예요. ‘이 역할의 포텐을 어떻게 알아봤지?’ 하고 놀랐죠. 엄지원 씨 같은 배우들이 초반에 그렇게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역할을 택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캐스팅에 대해 말하자면, 배우 추자현이 “내가 이런 사람인 거 몰랐지?”라는 듯이 나타나 화영을 연기한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저희 세대 여자들은 어릴 때 〈작은 아씨들〉의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놀이를 하면서 자랐거든요. 각각 개성을 가진 자매의 모습을 작가님은 어떻게 재해석했나요?
저는 이 이야기에서 ‘메그’가 매력 없이 그려지는 게 항상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일단 결혼한 ‘메그’, 그러니까 ‘인주’를 이혼시키고 시작합니다.(웃음) “결혼은 네 길이 아니었어, 이제 새 길을 찾아야 돼”라고 하면서. 약 130년 전 ‘조’의 목표는 직업인이 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여성이 일을 하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이미 글을 쓰고 있지만 자신을 찾기 위해 세상을 파헤치는 사람으로 목표를 추가했죠. ‘베스’는 죽은 채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가족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로서요. 이 사회에서 가난의 결과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막내 ‘에이미’는 가난한 여자아이가 재능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상상했어요. 가족 없이도 할 수 있다고, 내 재능으로 이 고난을 뚫고 나가야겠다고 결심한 미성년으로 그렸어요. 가장 힘이 있는 아이이기도 하죠.
 
작가님은 역시 ‘조’를 닮았나요?
‘인혜’가 삐뚤어지는 순간, ‘인경’이 약해지는 순간, 장녀인 ‘인주’가 언니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저를 닮았죠. 저는 친구들을 늘 언니처럼 생각하며 의지하고 뭔가를 배우곤 했거든요. 김희원 감독님도 이 세 자매를 보며 본인의 10대, 20대, 30대가 일깨워지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특히 ‘인경’이 그래요.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 ‘인경’은 차갑고 시니컬했는데, 결과물로 보니 뜨겁고 열정적인 아이가 돼 있더라고요. 앞으로 ‘인경’은 더 파워풀해집니다. 감독님처럼요.(웃음)
 
영화 〈헤어질 결심〉 ‘서래’ 이야기를 해볼까요? 중국에서 이주한 ‘서래’는 배타적인 한국사회에서 이주 여성이 놓이는 위치를 그리며 곱씹어볼 장면들을 만들었어요.
제가 ‘서래’를 표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서래’가 매 맞는 여성 피해자로 나타날 때 사람들이 ‘서래’를 안다고 생각할 텐데, 그 순간을 반박하자는 것이었어요. “나는 당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그런 불쌍한 여자가 아니에요”라고. ‘서래’는 ‘철썩’에게 폭행당하지만 그의 엄마를 생각해서 딱 10분 맞아주고 포크로 그를 찍어버리죠. 때린 건 ‘철썩’이지만 진 것도 ‘철썩’이에요. 남편도 한국에서 살기 위해 참아줬지만, 선을 넘으니까 죽여요. ‘서래’를 힘이 있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헤어질 결심〉 대사는 밈이 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죠. 옛말처럼 고풍스럽고 연극처럼 드라마틱한 대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건가요?
캐스팅 시나리오를 돌릴 때 항상 듣는 말이 대사가 문어체라 어렵다는 건데, 저나 박찬욱 감독님이나 유튜브 없는 세상에서 책을 읽으며 자랐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탕웨이의 발음도 한몫했어요. 가슴에서부터 또박또박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라고 하잖아요.
 
돌이켜보면 박찬욱 감독과 작업했던 모든 작품의 대사들이 화제였죠.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아가씨〉), “너나 잘하세요”(〈친절한 금자씨〉),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등.
‘나를 망치러 온’은 제가, ‘구원자’는 감독님이 썼고, ‘희망을 버려’는 제가, ‘힘내’는 감독님이 썼죠. 두 사람이 말없이 같은 컴퓨터와 두 벌의 키보드로 만들어낸 대사들이에요. 그 안에 들어 있는 모순, 비대칭의 충돌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아요. 
 
트렌치코트, 이너 톱, 데님 팬츠 모두 가격미정 끌레.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트렌치코트, 이너 톱, 데님 팬츠 모두 가격미정 끌레.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런 대사들 때문인지 작가님의 작품은 어딘지 동화 같은 환상성이 느껴지곤 해요.
전 서사를 날것의 현실로 표현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극 속에서는 매일매일 사람들이 죽는데, 살인이 예쁜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야기 속 살인은 실제로 사람이 죽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서 누군가를 죽이듯이 허구와 메타포의 연장이죠. 그러니까 예쁘게 포장되는 거고요. 그렇다고 또 판타지물은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현실과 환상 사이, 제가 편안하게 느끼는 적정한 ‘스위트 스폿’ 비율이 있어요. 6:4에서 8:2 사이.
 
‘금자씨’의 “예뻐야 해, 뭐든지”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그건 감독님이 쓴 거예요.
 
감독님은 본인의 생각은 결코 아니라고 하시던데.
왜 아니라고 하시지?(웃음)
 
작가님은 아닌가요?
저는 못생긴 것도 좋아해요. 연상호 감독님 〈지옥〉을 보고 감동받았어요. 모든 걸 어쩜 그리 못생기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글리함의 미학이 느껴졌어요. 이런 건 창작자가 예술가로서 재현하고자 하는 현실의 감각인 것 같아요. 우리가 아름답지 않은 추악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자본이 투여된 작품인데 우리가 보고싶지 않은 현실의 어글리함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자세가 존경스러워요. 하지만 저는 그렇겐 못 하죠.(웃음)
 
작가님은 어떤 게 아름답다고 생각하나요?
솔직한 것. 거짓 없는 말과 표현. 정확하게 솔직해서 듣는 이의 체험을 일깨우는 표현들이 있거든요. 서사에서도, 실제로도 그런 솔직함을 가진 사람들을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오 자매들, ‘서래’, ‘히데코’와 ‘숙희’, ‘태주’, ‘금자’, ‘영군’, ‘수진’과 ‘혜나’와 ‘영신’. 작가님이 빚어낸 여성 캐릭터들은 솔직해요. 자신만의 의지와 욕망이 있고요.
제가 만들어온 캐릭터들은 서로 조금씩 닮았고 같은 걸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히데코’처럼 매력적인 언니 같은 순간이 ‘화영’에게 있고, 용맹하면서도 조금 멍청하다는 점에서 ‘숙희’와 ‘인주’는 닮았죠.(웃음) ‘영군’의 순수함과 무지함, 두려움이 아직 미숙한 ‘인혜’에게 있고, ‘수진’의 대쪽 같은 모습이 ‘인경’에게도 있고요. 계속 변화하는 양상으로 발전해나가는 것 같아요.
 
정서경 유니버스인 거죠.(웃음) 공통점은… 꼿꼿함?
너무 웃기지 않아요? ‘해준’은 ‘서래’가 그렇게 꼿꼿하다고 하고, ‘화영’은 ‘인주’ 요가시키려고 넌 꼿꼿함이 부족하다고 하고. ‘넌 이 세계에 살려면 꼿꼿함이 부족해’ 그런 느낌인가.(웃음)
 
작가님도 꼿꼿하세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나 봐요.(웃음) ‘그래야 살 수 있어’라고 생각하나 봐요.
 
작가님을 가장 닮은 작품은 뭔가요?
〈작은 아씨들〉. 저에게 있는 모든 자원을 써야 했어요. 안 그러면 12부를 채울 수 없었죠. 살면서 겪은 많은 삶들, 10대부터 20대, 30대까지 잊고 있던 친구들을 되살려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대사도 궁금하네요.
“엄마가 되는 건 중병을 앓는 것과 같아.” 드라마 〈마더〉의 대사예요. 제가 살면서 얻은 것 중 가장 깊은 것이어서, 제가 가장 죽음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느낀 순간에 나온 것이어서요.
 
두 아이를 언제 출산했어요?
〈박쥐〉 초고를 다 썼을 무렵과 〈스토커〉를 감독님과 각색했을 무렵. 둘째를 낳고 갑자기 똑똑해졌어요. 인간을 기계로 치면 전기 배선과 구조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것처럼, 이 사람의 목표와 사랑과 엔진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죠. 아이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보이면서 ‘아, 이게 인간이구나’ 싶은 순간이 찾아온 거예요. 그러니 보이는 사람들이 다 귀여워졌달까. 갑자기 글이 잘 써지고 인물에 애정이 더 깃들었어요.
 
엄마가 된 후 작업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엄마가 되면 아이 이야기를 계속 들어요. 온 힘을 다해 자기 의사를 전달하지만 말은 못 하는 아이의 이야기를요. 애가 원하는 게 뭔지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예전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했는데, 육아를 하면서 ‘관객들이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 하지? 저 사람들에게 필요한 얘기가 뭐지?’라고 생각하게 됐죠. 그런데 〈작은 아씨들〉을 쓰면서 놀란 건,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자기 얘기가 없다는 거였어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도 보면 사랑도 30대들이 해요. 우리가 자랄 땐 세상이 젊은이들 위주로 돌아갔는데 말이에요. 저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청년인 작품을 좀 더 쓰고 싶고, 좀 더 보고 싶어요. 의지와 소망이 있고,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이요.
 
정신질환자, 뱀파이어, 복수해야만 하는 여자, 갇힌 여자, 이주 여성 등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왔죠. 작가님 자신도 아웃사이더로서의 감성을 가지고 있나요?
어릴 때부터 저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감각이 있었어요. 나는 안 웃긴데 다들 웃으니까요. 그래서 눈치가 발달했어요. 그다음엔 ‘사람들을 이해하고 같아지려면 노력해야 해,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이해시키기는 힘들 거야’라고 생각했죠. 남들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많은 기술을 연마했고, 작가로서도 생존하기 위해선 그런 기술이 필요했어요.
 
그럼에도 대중에게 호소하는 작품들을 써오셨네요.
왜냐하면 대중은 우리를 모르잖아요. 저는 대중을 알아야 하지만 대중은 우리에 대해 알 필요가 없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히 열심히 해야죠. 창작자로서 더 많은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도 좋은 가치를 간직한 작품을 쓰는 게 제 의무라고 느껴요.
 
작가님을 키운 어린 시절 책들은 뭔가요?
〈빨간 머리 앤〉. ‘앤’은 말이 많고 계속 공상을 하는데, 저도 정말 공상을 많이 했거든요. 제가 하는 생각에 공상이란 단어를 붙이고 가치를 부여해준 캐릭터였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죠. 〈허클베리 핀의 모험〉〈톰 소여의 모험〉〈15소년 표류기〉는 내가 주인공 소년이 됐다고 생각하며 읽었어요. 그래서 저는 남자아이들도 여자아이가 돼보는 체험을 했으면  해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같은 걸 읽히는 거죠. 그러면 남자아이들도 좀 다르게 자라지 않을까요?
 
직업 만족도는 어때요?
만족해요. 현실에 있는 시간보다 머릿속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빨간 머리 앤’의 삶의 연장이죠. 머릿속에 〈작은 아씨들〉 〈헤어질 결심〉의 집을 지어놓고 들어가 사는 거예요. 이 삶의 방식이 제겐 잘 맞아요.
 
요즘 한국문학계에 빛나는 젊은 여성 작가가 많아요. 눈여겨보신 책이 있나요?
장류진 작가 〈일의 기쁨과 슬픔〉, 김금희 작가 〈경애의 마음〉, 정세랑 작가 〈시선으로부터〉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최근 한국문학을 막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갑자기 깨달았어요. 그동안 내가 왜 한국 작품을 읽지 않았는지. 〈태백산맥〉을 펴면 우리는 강간 장면을 제일 먼저 봐요. 저는 못 읽겠어요. 내가 왜 일부러 시간을 들여서 그런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안 좋은 문학이란 얘긴 아녜요. 그냥 내 인생에 들이고 싶지 않다는 거죠. 그런데 이 젊은 여성들의 작품은 아름다웠어요. 과거에 한국 소설이 내게 멀게 느껴졌던 까닭이 있었구나 깨달았고, 이젠 한국 소설들도 읽고 있어요. 여성 작가뿐 아니라 박상영 작가의 소설도 재미있더라고요.
 
최근 한국문학은 여성 아니면 퀴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 편향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겠죠. 누가 책을 읽는지도 말하고 있고요. 책을 읽는 것도 남성의 일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은데, 적어도 지금은 아니죠. 이런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싫으면 직접 쓰던지!(웃음)
 
작가님을 비롯해 여성 서사를 다루는 창작자도 많아졌죠.
제가 최근 홍보 활동을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기자분들이 전부 여자였어요. 문화부라 그렇냐고 한 선임 기자님에게 물어봤거든요? 아니라고, 요즘엔 신입 기자의 70%가 여자라고 하더라고요. 〈작은 아씨들〉도 감독님부터 여성이고, 배우들까지 하면 여성 비율이 70%예요. 영화는 아직 헤드 스태프가 남자 비율이 높지만, 드라마는 이미 여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요. 〈작은 아씨들〉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도 여초 조직이죠. 요즘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이 다 여자예요. 변화하고 있고 실제로 변화된 세상의 시작이죠. 미래는 이미 도착해 있는 거예요.
 
맞아요. 하지만 구조적인 변화는 여전히 필요하겠죠.
남자들은 모든 길에 선택지가 있어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지면서 동시에 일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가 일로써 인정받고 싶으면, 아직까진 하나의 선택지밖에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단 말이에요. 여자들이 계속 출산 파업을 한다면 사람들이 깨닫는 게 있겠죠. 누군가는 대가를 치를 거고요. 어쩌면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가 좀 축소되는 게 더 좋은 방향일 수도 있고.(웃음)
 
OTT 시리즈를 써볼 생각도 있나요?
12부는 길고 2시간은 짧으니 딱 좋아요. 잘할 것 같은데요? 너무 쉽게 생각하나요? 하지만 쉽게 보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고, 깨닫지 못하면 더 깊게 갈 수 없는 법이니까요.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