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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찐으른' 윤여정과 박인환 등 세상 멋진 어른들이 등장했다?

“어른이 없다”라는 자조가 만연한 시대, 짱짱한 내공과 절절한 열정을 지닌 새로운 어른들이 나타났다.

BY김지현2021.04.27

그저 윤여정

사진 @oscars.awards.2021

사진 @oscars.awards.2021

최근 가장 화제인 인물은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다. 윤여정 배우에게 경계란 없어 보인다. tvN 〈윤식당〉을 통해 특유의 말투와 부러 발휘하지 않아도 녹아있는 유머로 대중들을 사로잡고 10,20대가 주로 사용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의 광고 모델로 나와 “니들 맘대로 사세요”라고 일침을 가한다. SNS엔 윤여정의 스타일링 센스에 감탄하는 포스팅도 줄을 잇는다. 이 ‘윤여정 신드롬’에는 단단한 축으로 세월을 견뎌온 윤여정 배우의 ‘내공’이 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후 “브래드 피트의 냄새가 어땠냐”고 묻는 무례한 질문엔 웃으며“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묻는 질문엔 “오스카 탔다고 내가 ‘김여정’이 되진 않는다.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없고 민폐 없이 살 것”이라고 말한다. 윤여정의 영상엔 ‘팩폭 쩌는 할머니’라는 뜻의 ‘새비지 그랜마(Savage Grandma)’라는 댓글이 달리는 이유다. 윤여정의 태도엔 격의 없고 솔직한 탈권위적인 어른의 모습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지금껏 본 적 없는 어른이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두고 윤여정은 “최고의 순간은 없다. 최고라는 말이 싫다. 우리는 너무 ‘1등’, ‘최고’를 쫓는다. 그저 ‘최중’으로 살면 안되냐”고 말했다. 누군가가 해야만 했던, 해주었으면 했던 말을 윤여정은 자신이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에 놓였을 때 묵직하게 꺼내놓는다. 윤여정의 인기의 비결에 ‘블랙유머’와 ‘입답’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언뜻 까칠해 보이는 그 말투엔 ‘살 만큼 살아본’ 사람의 냉소보다는 솔직하고,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이의 어른다운 시선이 있다. 오스카 연기상 트로피를 품에 안고서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황인종, 게이와 스트레이트로 사람을 구분짓고 싶지 않다.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지닌 평등한 사람”이라 말한 윤여정을 보면 그렇다.
 
 

그러니까 박인환  

사람들이 윤여정의 유쾌한 입담에 ‘윤며들고’ 있다면 드라마 〈나빌레라〉의 박인환은 사람들을 눈물 쏟게 만든다. 일흔여섯의 나이에 발레에 도전하는 ‘덕출’의 이야기에는 감히 ‘성장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성장’이 청년의 것이라 믿었던 우리는 박인환의 연기를 보고 어른도 성장할 수 있음을 배운다. 드라마는 한국 전쟁이 발발한 그 해 태어난, 일흔이 넘은 덕출을 통해 ‘진짜 어른’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덕출은 이 시대의 공정하지 못한 어른들을 대신해 “미안하다” 고개를 숙이고 젊은 꼰대에게 일침을 가하며 “요즘 애들한테 해줄말이 없다. 미안해서. 열심히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이 세상이 안 그렇다”말한다. 그리고 그 어른이 굳은 몸으로 발레를 한다. 드라마 속 덕출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지만,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열망을 놓치지 않는 캐릭터다. 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많이 변화한 건 어쩌면 덕출을 연기하는 배우 박인환일지 모른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인환은 “노인네가 발레를 하는게 무모해보였지만 아버지 역할만 하던 우리 나이대의 배우에게 기회와 같은 역할”이라 말하며 “어디 노인만 아프겠어요. 젊은이들도 힘들지. 대학 가서 공부 열심히 했는데 취직도 안 되고 알바 자리도 없고 사는 게 고될 수밖에 없다”라 말했다. 그 말에서 “젊은 애들은 이래서 안된다”라 일갈하던 어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나빌레라〉가 다른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는 어떤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박인환은 욱신대는 몸으로 멋지게 턴을 한다. 곧게 뻗은 그의 손끝에서 ‘새 어른’을 본다. 70대에도 무언가에 설렐 수 있는 ‘덕출’과 같은 그런 어른이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