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s

이 언니들 안 사랑하는 방법 아시는 분?

여자들에게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애 여자 캐릭터에 대해 물었다.

BY김지현2021.04.01

〈멜로가 체질〉 임진주  

천우희가 연기하는 드라마 작가 ‘임진주’는 여자 주인공이다. 진주에게는 대다수의 여주에게 주어지는 대단한 사연도, 아픔도 없다. 아픔의 무게는 상대적인 것이라 해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은정’이나 미혼모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한주’의 것에 비하면 진주의 것은 내세울 만하지 않다. 보통의 삶을 살아냈고, 또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진주가 가진 것은 공감 능력이다. 진주의 시선엔 ‘다들 힘든 거 참고 살아’라든가 ‘안 겪어봐서 난 잘 모르겠는데’와 같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친구의 아픔을 자신의 것처럼 앓고, 사람들을 살뜰하게 살핀다. 이렇게 말하면 진주가 엄청 진지한 캐릭터 같은데, 사실 이 드라마가 좋은 건 진주가 맑고 밝기 때문이다. 진주는 진짜 웃기다. 전형적이지 않은 위트를 말맛 나게 하고 다닌다. “난 성공하면 사람 확 변할 거야, 유치하고 건방지게”라고 말하고 자신이 어시스턴트로 있었던 상사 격인 작가에게 “지랄의 결정체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누구보다 독창적인 시선을 가졌고, 타인에게 쉽게 쫄지 않는, 그러면서 주변인을 살피는 진주의 시선. 저런 마음과 시선으로 나도 오늘을 살아내야지. 프리랜스 에디터 김소희
 
 

〈프로포즈〉 김유라  

Z세대는 모를 드라마 〈프로포즈〉 1997년 작으로 김희선과 류시원이 주연인 작품이다. 열 살 때 이 작품을 보고선 서른의 중반에 들어선 지금까지 마음에 콕 들어박힌 몇 장면을 곱씹고 산다. 점토 인형을 빚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김유라’는 뮤직비디오 PD인 ‘정수빈’과 절친사이. 수빈은 한 여자의 계략(?)에 의해 임신과 결혼 협박을 받게 되는데 김희선이 연기하는 유라는 코난 뺨치는 실력으로 사건을 추리하고, 따박따박 근거를 대며 문제를 해결하나. 유라는 늘 그런 식이다. 여기저기 큰 소리를 내고 다니며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여자들의 공감을 산다.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이 숱하게 나온 시대에 살면서 유라보다 훌륭한 여자 캐릭터를 접했음에도 여전히 이 캐릭터를 사랑하는 건 이유가 있다. 그 전엔 유라와 같은 캐릭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살아야지’ 싶었던 최초의 여자 캐릭터. 초등학교 시절 유라를 보고 그렇게 살기를 꿈꿨다. 당당하게 소리 높이고, 주장하는 유라처럼 말이다. -스타일리스트 김예진  
 
 

〈브루클린〉 에일리스

영화 〈에일리스〉는 낯선 뉴욕 브루클린에서 새롭게 시작을 하는 ‘에일리스’의 이야기다. 낮에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 대학에서 공부하며 밤낮으로 브루클린에 정착하려는 여자 에일리스. 에일리스가 아일랜드 커뮤니티 여성들의 도움과 사랑하는 이탈리아계 청년 ‘토니’를 통해 점차 독립적으로 변해가는 걸 목격하는 영화 〈브루클린〉. 여성 서사를 다른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며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는 여자 캐릭터를 목격하는 카타르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환경을 자신이 주체적으로 바꾸며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걸 간접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내 삶을 당장 바꾸지 못하는 갈증이 해소된다. 나도 언젠가 지금의 현실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놓여지고 또 그로 인한 변화를 계속 갈망하다 보면 독립적인 여자 주인공을 위해 ‘해소’만 하던 나의 어떤 욕망을 채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프리랜스 에디터 이봄
 
 

〈또 오해영〉 오해영  

‘오해영’이라는 동명이인의 두 여자가 나오는 드라마. 그 속에서 서현진이 연기하는 오해영은 나와 가까이 닮았으면서 동시에 닮고 싶은 면이 존재하는 캐릭터다. 어린 시절 오해영은 전혜빈이 연기하는 ‘예쁜’ 오해영에 의해 늘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이 인생의 조연임을 깨닫는다. 똑똑하고, 예쁘고, 성격 좋은 오해영. 우리 모두의 학창 시절에도 ‘예쁜 오해영’은 있었고 나는 평범한 오해영에 속하는 사람이었지 싶다. 주눅 들고 끊임없이 나에게서 문제를 찾아내던 시절을 평범한 오해영에게서 발견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오해영이 극 중 사랑하는 ‘도경’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는 장면이다. 오해영의 가족들이 모두 달라붙어 도시락 싸기를 돕는데 이어지는 해영 엄마의 독백. “이 동네에 여자 아이가 하나 태어났지요. 성은 미, 이름은 친년이. 나를 닮아서 미웠고, 나를 닮아서 애틋했습니다…왜 정 많은 것들은 죄다 슬픈지. 차고 오떤 깡통도 버리지 못하고 집구석으로 들고 들어오는 친년이를 보면서 울화통이 터졌다가 그 마음이 이뻤다가.. 어떤 놈한테 또 정신 팔려 간, 쓸개 다 빼주고 있는 친년이. 그게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그 오해영이 나 같아서 눈물이 났다. 인간관계에서 있어서 나는 늘 상처 받는 쪽에 가까웠으니까. 그럼에도 오해영이 나와 다른 건 전 연애의 끝이 지옥 같았어도 이번 연애엔 백 프로를 다 주는 쪽이라는 거. 그전에 준 사람이 상처로 이번 사람에게 주는 마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 올인하는 그 마음 말이다. - 식품업 마케터 최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