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슈머의 요청으로 실제로 출시돼 화제가 된 제품들.
「 소비자가 기획하고 구매하는 ‘바이미 신드롬’ 시대
」 소비자가 브랜드에서 출시한 제품을 단순히 ‘구매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상품의 기획부터 투자, 제작, 판매 등 전반적인 과정에 관여하고, 브랜드와 상호 소통하는 소비자의 등장으로 마케팅 시장 트렌드가 확연히 변화한 것. 이러한 소비자를 ‘팬(fan)’과 ‘컨슈머(consumer)’를 합성한 신조어인 ‘팬슈머’라고 부르며, 이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바이미(by-me) 신드롬’이라고 칭한다. 점점 소비자의 소비 체계가 ‘소유’와 ‘경험’에서 ‘관여’로 바뀌며 ‘나에 의해’ 브랜드가 변화하고, 영향을 받는 것이 바이미 신드롬의 가장 큰 포인트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제 평범한 마케팅이 아닌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한 ‘취향 저격’ 마케팅을 통해 더욱 다양하게 팬슈머를 활용하고 있으며, 소비자 역시 자신이 직접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고 관여하며 더욱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또한 이들의 활동과 영향력이 점점 커져 최근에는 바이미 신드롬의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 세상에 없던 제품도 탄생시키는 ‘팬슈머’의 위력
」 바이미 신드롬으로 가장 화제가 됐던 제품은 농심 켈로그가 출시한 시리얼, ‘첵스 파맛’이 대표적. ‘첵스 파맛’은 2004년 12월, 농심켈로그가 ‘첵스초코’를 홍보하기 위해 진행한 ‘첵스초코 나라 대통령 선거 이벤트’에서 시리얼에 초코를 넣겠다는 1번 후보 ‘체키’와 파를 넣겠다는 2번 후보 ‘차카’가 경합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더불어 농심 켈로그는 두 후보 중 우승한 후보의 제품을 실제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첵스초코’의 승리를 예상한 네티즌은 장난기가 발동해 ‘첵스 파맛’에 적극적으로 투표했고, ‘차카’의 투표 수가 앞서가는 상황이 되자 켈로그의 중재로 투표가 무효화됐다. 결국 ‘첵스 파맛’의 출시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체키’의 부정선거를 언급하며 SNS에서 ‘첵스 파맛’ 출시를 끊임없이 요구했으며, “첵스초코의 16년 독재를 규탄한다”란 댓글을 달며 ‘차카’를 지지했다. 결국 소비자들의 요청에 응답한 농심 켈로그는 경합 약 16년 만인 2020년 6월에 진짜 대파가 들어간 ‘첵스 파맛’을 출시하며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밖에도 영화 〈기생충〉에서 한우 채끝살을 넣은 ‘짜파구리’가 등장하며 다시 한번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짜파구리 열풍이 이어졌다. 이에 소비자들은 ‘짜파게티’와 ‘너구리’가 합쳐진 ‘짜파구리’의 완제품 출시를 원했으며, 농심 켈로그는 2020년 4월 ‘앵그리 짜파구리’라는 이름의 용기 면을 국내에 처음 출시했다. 또한 간편식 수요의 증가로 소비자들은 취향껏 선택해 곁들일 수 있는 소스 제품을 다양한 브랜드에 판매 요청했다. 이에 삼양식품은 불같은 매운맛에 중독되게 만드는 ‘불닭볶음면’의 ‘매운 소스’를 ‘불닭’ 덕후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별도 제품으로 선보였다. 최근에는 국내 프리미엄 분식 프랜차이즈인 스쿨푸드 역시 자사의 시그너처인 ‘마요소스’를 가정에서도 먹을 수 있도록 출시해 화제가 됐다.
소비자가 기획하고 구매하는 ‘바이미(by-me) 신드롬’ 시대. 세상에 없던 제품도 탄생시키고, 단종된 제품도 부활시키는 ‘팬슈머’의 위력을 소개한다.
「 단종된 제품도 부활시키는 ‘K-프로슈머’
」 이 밖에도 판매를 중단했던 제품이 팬슈머의 빗발치는 요청으로 재출시된 사례가 있다. 일명 “소비자가 살렸다”라고 언급되는 오리온의 스낵 ‘치킨팝’이다. 4년 전 제조 공장의 화재로 인해 생산이 중단됐는데, 이후 ‘치킨팝’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져 재생산하게 된 것. 리뉴얼된 ‘치킨팝’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기존 대비 10%의 양을 늘려 가성비를 더했으며, 누구든지 한 손에 쥐고 먹기 좋게 디자인한 가늘고 긴 미니 사이즈 패키지를 유지해 ‘실속 스낵’, ‘1000원 스낵’이라는 닉네임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기존에 있던 ‘닭강정 맛’ 외에 ‘치즈뿌린 치킨팝’을 선보이며 MZ세대가 선호하는 입맛과 트렌드를 반영해 각광받고 있다. 패스트푸드 브랜드 맥도날드의 ‘애플파이’ 또한 2000년대 초반까지 판매하다가 돌연 단종된 후 다시 판매된 제품이다. 아이돌 가수 전소미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내에 애플파이를 출시해달라고 한 달 내내 맥도날드 고객센터에 건의했다”라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활약하는 팬슈머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배스킨라빈스도 재출시로 화제가 된 제품이 있다. 2020년 3월에 이달의 맛으로 선보인 ‘로투스 비스코프 아이스크림’인데, 출시와 동시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그 이후에는 찾아볼 수 없어 많은 아쉬움을 남긴 것. 소비자들의 계속된 문의에 배스킨라빈스는 공식 SNS 채널에 “담당자피셜 재출시 문의 1위인 로투스 비스코프 아이스크림이 레디팩으로 재탄생한다”라고 밝히며 소비자의 요청에 보답했다.
「 팬슈머와 소통 갑! ‘미친 센스’로 운영하는 브랜드 SNS
」 모든 정보가 SNS로 공유되는 요즘, 무조건 ‘팔로우’를 누르게 만드는 유익한 브랜드 계정이 있다. “가상의 굿즈 세계 #동아굿즈 반응 좋으면 진짜 출시한다”라는 프로필 문구와 함께 팬슈머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동아오츠카의 인스타그램, ‘동아굿즈(@donga_goods)’ 계정이다. 더불어 “콜라보는 언제나 환영. DM 24시간 답변 대기중”이라는 문구를 더해 팬슈머와의 소통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 계정을 살펴보면 동아오츠카 제품인 ‘포카리스웨트’와 ‘데미소다’, ‘데자와’ 등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을 대중적인 음료를 활용해 고퀄리티의 위트 있는 굿즈를 끊임없이 ‘가상’ 출시하는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피부의 촉촉함을 책임지는 ‘포카리스웨트 세럼’과 향긋한 과일 냄새가 날 것 같은 ‘데미소다 형광펜’, 그리고 뿌리면 은은한 아로마 향이 코끝을 스칠 것 같은 ‘데자와 향수’ 등 실제로 판매한다 해도 무방할 정도의 굿즈를 업로드하고 있다. 심지어 가상 굿즈 중 반응이 좋았던 ‘데미소다 마스킹 테이프’와 ‘오란씨 양은 도시락’은 실제로 출시돼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폭발적인 반응의 가상 굿즈가 있다면 또 출시할 예정이라고. SNS를 활용해 MZ세대가 가지고 있던 자사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변화시키며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문구 기업 모나미는 패션·제약·자동차·식품 브랜드와의 이색 협업으로 심플하면서도 소장하고 싶은 제품을 선보였으며,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밀가루 브랜드 곰표 역시 CU 편의점과 협업한 ‘곰표 수제 밀맥주’, ‘곰표 오리지널 팝콘’을 시작으로 ‘곰표 밀가루 패딩’, ‘곰표 밀가루 쿠션과 썬크림’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레트로 감성의 굿즈를 출시했다. SNS상에서 화제가 된 이러한 제품은 MZ세대 사이에서는 없어서 못 구할 정도의 ‘희귀템’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