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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07만! 승무원 출신 게임 유튜버를 만났다

요즘 덕후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위로 자신의 새 아이덴티티를 찾고 인생의 새 장을 연다. 유쾌하게, 똑똑하게, 간절하게 자기가 꽂힌 것에 인생을 던진 사람들을 만났다.

BYCOSMOPOLITAN2020.12.29
 
오프숄더 드레스 10만9천원 자라. 목걸이 가격미정 일레란느. 스타킹,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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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07만 명을 거느린 유튜버. 승무원과 기내 통역원으로 일하다가 게임 방송에 입문했다. 항공사에서 일한 경험과 소위 말하는 좋은 학벌로 주목받을 때가 많은데, 사실 그녀의 이력이 말해주는 건 따로 있다. 하고 싶으면 하고, 가고 싶으면 가고, 흥미가 있다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실행력이 덕력이 되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캐릭터를 만들어줬다.
 
게임에 어떻게 빠지게 됐어요? 씨앗부터 남다른 덕후였나요?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은 정말 재밌게 했어요. 당시 학교에서 〈해피시티〉, 〈조이시티〉라는 커뮤니티 게임이 유행이었거든요.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부터 혼자 하는 게임보다는,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게임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새로 나온 RPG 게임에 꽂혀 있는데,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성장하고 적을 잡으러 가는 재미에 푹 빠져 3일 동안 다섯 시간 잤네요, 하하. 
 
항공사에서 일하다 갑자기 게임 스트리머로 직업을 바꾼 계기는 뭐였어요? 승무원은 적성에 잘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저는 뭔가를 열심히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칭찬받는 게 중요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승무원은 결과물을 만들기보다는 하루를 무사히 안전하게 잘 마쳐야 하는 직업이라, 제 성향상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어요. 게임은 꾸준히 좋아해 〈검은사막〉이나 〈롤〉 게임 방송을 많이 봤는데요, 방송을 재미있게 접하다 보니 저도 한번 해보자 싶었죠. 
 
혼자 하는 덕질에서 끝나지 않고, 많은 사람이 팔로하는 덕후가 됐어요. 잘되는 유튜버의 공통점은 자기 브랜딩에 능숙하다는 점이죠. 다른 건 몰라도 방송 배경과 로고는 콘셉트 만드는 데만 몇 달이 걸릴 정도로 철저히 준비했어요. 그냥 개인 방송일 뿐이지만 뭔가 그럴듯하게 저만의 화면을 창작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재밌었거든요. 취향을 브랜딩하고 싶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부터 알아야 해요. 제 경우엔 흔하지 않은 꽃 중 하나로 저를 상징하는 로고를 만들고 싶었는데, 진흙에서도 피는 꽃이라는 뜻이 좋아 연꽃을 선택했죠. 연보라색을 좋아해 로고에 사용했는데, 이후 구독자들에게 ‘연보라색=릴카색’이라는 각인이 되더라고요. 얼마 전 패션 브랜드와 협업했을 때도 제 로고가 들어간 연보라색 후디를 만들었는데 완판됐어요. 브랜딩하는 걸 좋아해 어렸을 때도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고 꾸미는 건 잘했어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현질(현금을 지른다)’하는 게이머도 많잖아요. 릴카는 얼마까지 투자해봤어요? 최근에는 〈로스트아크〉에 빠져 자주 했거든요. 캐릭터를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4백만~5백만원 정도 썼어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캐릭터 꾸미는 데 억대로 투자하는 사람도 꽤 있어 저는 비교적 적게 쓴 편이라고 해요. 10년 동안 게임에 17억 쓴 사람도 봤어요. 
 
잘 모르는 분야는 어쭙잖게 아는 체하기보다는 구독자에게 물어봐요. 시청자는 가르쳐주는 재미, 저는 배우는 재미가 있거든요.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다른 사람보다 더 노력했던 경험이 있나요? 게임 오픈 전에 팬아트 이벤트에 참여해 ‘레어 아이디’를 선점하는 정도랄까요. 〈블레이드&소울〉이 론칭 전에 팬아트 이벤트를 했는데, 그림을 10장 넘게 그려 아이디 선점 자격을 얻었어요. RPG 게임은 아이디가 중요하거든요. 이름 두 글자처럼 간결하고 외우기 쉬운 예쁜 아이디는 모두에게 인기 많아 만들기가 쉽지 않잖아요. 사실 아이디가 뭐가 됐든 게임하는 데 지장은 없고, 플레이어의 자기만족이긴 하지만요. 그림과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해 길드원과의 에피소드를 담은 팬아트 웹툰도 연재해봤어요. 
 
릴카 채널 구독자들은 놀리는 재미로 릴카의 콘텐츠를 본다고 하더라고요. 게임을 잘해야만 게임 방송을 하는 줄 알았는데, 시청자는 다른 재미 요소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잘되는 게임 유튜버는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대리 만족을 느낄 정도로 게임을 정말 잘해 방송이 재밌는 사람과 게임을 너무 못해 소리 지르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놀리는 재미가 있는 사람이오. 중요한 건 뭐가 됐든 재밌으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자극적인 ‘꿀잼빛잼’은 줄 수 없지만 시청자와 소소하게 같이 노는 재미가 있는 방송인 것 같아요.
 
축구, 차, 게임 등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죠. 마니아가 많은 분야라 공부를 많이 해야겠어요. 관심이 없던 분야에 흥미가 생겨 새롭게 알아갈 때는 구독자들에게 물어봐요. 특히 축구는 통달한 사람이 많은 분야인 만큼 본인들이 좋아하는 축구 선수에 대해 열정적으로 알려주거든요. 구독자는 가르쳐주는 재미, 저는 배우는 재미가 있죠. 어쭙잖게 아는 체하기보다는 배우면서 알아나가면 돼요. 
 
인터넷 방송 문화 특성상 여성 스트리머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짓궂은 구독자도 더러 있더라고요.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요? 여성 스트리머에게 스스럼없이 행해지는 행동이 있거든요. 몇몇 유저는 성희롱 발언을 하기도 하는데, 일부 여성 방송인은 저지하지 않고 그걸 이용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은 확실히 거부하려 해요. 제가 선을 긋지 않으면, 상대가 계속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방송은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짓궂은 댓글을 일일이 짚거나 저격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유저는 꼭 차단해요. 제 방식대로 방송의 선을 지키죠.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일로 수입과 명예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인내는 필요해요. 저는 직장 생활도 해봤고 지금은 취미와 관련된 일도 하고 있는데, 결국 일은 일이더라고요. 그나마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조금 덜 힘들다 정도로 위안하고 있어요. 하하. 어떤 방송을 할지, 언제 해야 효율적일지, 어떤 방식이 재밌을지, 어떤 주제가 매력적일지, 타깃은 누구로 삼을지, 모두 제가 고려해야 할 부분이에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려면 그 분야에 대해 철저하게 파악하고, 공부하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해요.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려는 ‘야망’을 가진 이들에게 응원과 조언을 전한다면요? 저는 해보고 싶은 건 다 한 것 같아요. 가고 싶은 학교가 있으면 가고, 갖고 싶은 직업이 있으면 가지고, 흥미가 있는 일이라면 뭐든 실행에 옮기고 해냈어요. 저는 운이 좋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사람들에게 해보라는 말은 못 하겠어요. 만약 좋아하는 일로 직업을 삼고 싶다면, 그 일이 아니어도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는 일 하나 정도는 쟁여두고 시작하길 추천해요. 보통 좋아하는 일은 재밌는 일이 많고, 재밌는 일은 경제적이지 않거든요. 또한 좋아하는 일도 일이 되면 싫어질 수 있으니 잘 알아보고 시작하는 게 좋아요. 저도 예전에 게임 회사에 가려고 했는데, 게임은 재밌어도 게임 회사 직원이 하는 업무는 어렵고 재미없더라고요. 취미가 일이 되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어요. 재밌고 좋아하는 일을 지켜야 사는 재미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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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하예진/류진(프리랜서)
  • Art Designer 오신혜
  • Photo by 채대한
  • 기사등록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