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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들 집합한 요즘 필드 분위기 어때?

‘아재 스포츠’였던 골프가 MZ세대의 힙한 레저로 떠오른 요즘. 이제 막 머리를 올린 ‘골린이’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20년 차 골프 선수까지, 다양한 레벨의 골퍼들에게 지금 필드 분위기를 물었다.

BYCOSMOPOLITAN2021.10.07
 
올해 집계된 MZ세대 골프 인구는 약 115만 명. 지난해보다 무려 30만여 명이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힌 2030세대가 대거 골프로 유입되면서 〈골신강림〉 〈골프전야〉 등 골프 예능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물론, MZ세대의 골프 웨어 구매 비율도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골프와 어린이의 합성어인 ‘골린이’의 경우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만 50만이 넘는다. 덕분에 골프업계는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했지만 일부 플레이어들은 이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가볍게 골프를 즐기는 MZ세대만의 문화, 일명 ‘명랑 골프’가 필드 분위기를 흐릴 뿐 아니라 이들 때문에 골프장 예약조차 어려워졌다는 것. 이처럼 MZ세대의 유입으로 관련 산업은 물론 골프에 대한 이미지마저 눈에 띄게 변화해가는 요즘, 코스모가 필드에 있는 이들에게 물었다. 요즘 필드 분위기 어때? 
 

환영합니다, MZ세대!

“필드에 나가면 확실히 느껴요. 몇 년 전과 비해 골프를 즐기는 젊은 여성분이 많다는 걸요. 직장 내에서도 여자 동료 중 골프를 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눈에 띄게 늘었죠. 예전엔 20명 중 1명이었다고 치면, 지금은 5명 정도가 골프를 쳐요.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과 함께 우아한 골프 웨어로 인해 더욱 인기를 끄는 것 같기도 해요. 인증샷 올리기도 좋고, 패션에 있어서도 남들에게 보이기 좋은 요소가 많으니까요. 덕분에 골프장 분위기가 전보다 많이 유해졌어요. 공기 자체가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중년 남성들은 내기 골프를 시작한다거나, 오케이 사인도 후하게 주면서 점점 더 놀이처럼 골프를 즐기는 분위기예요.” -한지은(골프 마니아, 3년 차)
 
 

골프가 여행처럼 설레요

“처음 골프를 시작했을 땐 SNS에 인증샷을 올릴 때마다 친구들이 그랬어요. ‘부자 사모님의 하루 같다’고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 ‘중년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죠. 필드에서 제 또래를 보기 어렵기도 했고요. 몇 번 라운딩을 해보고 나니 골프만큼 개인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스포츠가 없더라고요. 정타를 치기 위해 자세에 집중하는 시간 자체가 너무 즐거워 회사에서도 골프 생각이 났어요. 퇴근하면 스크린 골프장으로 달려가 자세를 연습했죠. 요즘은 친구들과 저희만의 골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내기를 할 땐 진 사람이 필드에 무릎을 꿇은 채 ‘다시는 까불지 않겠습니다!’라고 외치는 벌칙을 수행하는 등 어렸을 적 친구들이랑 하던 내기 당구처럼 골프를 즐기고 있죠. 릴스나 틱톡으로 플레이하는 모습을 찍기도 하고요. 라운딩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마치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에요. 10월에도 친구들과 함께 필드에 나가기로 했는데 어떤 옷을 함께 맞춰 입을지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연습부터 더 해야겠지만요. 하하.” -정민주(골린이, 3개월 차)
 
 

일장일단이 있죠

“기존 플레이어들과 ‘골린이’들 간에 얼굴 붉히는 일이 전보다 빈번해지긴 했어요. 필드에서 기본 예절을 지키지 않는 MZ세대 때문예요. 공을 치고 나서 푹 파인 잔디를 발로 밟아주는 ‘디보트’를 하지 않는다거나 벙커샷 후에 주변 정리를 하지 않는 것, 잔디 위를 뛰어다니며 잔디를 망가트리는 것 등. 사실 디보트나 벙커샷 정리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기본 매너거든요. 앞뒤에 있는 다른 팀에게 들릴 정도로 상대방이 샷할 때 소리를 지르거나, 공동 샤워룸에서 너무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요. 친구들이 나만 안 보는 인기 TV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면 괜히 소외감이 들 때가 있잖아요. 가만 보면 그런 이유로 골프에 입문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기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들의 단점이 더 눈에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해요. 기성세대가 골프에 임하는 태도와는 180도 다르니까요. 그래도 젊은 친구들의 유입으로 엄숙했던 필드 분위기가 캐주얼하게 바뀐 건 마음에 들어요. 선수로서 골프가 다양한 세대와 융화되는 모습을 보는 건 참 반가운 일이죠. 기성세대와 MZ세대가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배워가면서 지금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나영(골프 선수, 20년 차)
 
 

그때 그 시절 아재 이미지는 안녕

“모든 게 시의성에 잘 맞아떨어졌다고 봐요. 외부 활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MZ세대가 평소 즐기던 여가 활동을 못 하게 됐고, 때마침 〈골프왕〉 〈편먹고 공치리〉 같은 골프 관련 예능이 등장하면서 골프 소재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죠. 골프는 코로나 시국에도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운동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요. 한편으로 지금의 이 골프 붐은 마케팅의 승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전 세대의 골프는 스포츠보다 비즈니스적인 성격이 강했으니까요. 함께 라운드하는 플레이어의 비위를 맞추거나 즐겁지 않아도 형식적으로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할까요? MZ들은 의사 표현에 좀 더 적극적인 세대잖아요. 이런 성향 때문에 자연스럽게 필드 문화도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골퍼들을 보면 애티튜드 자체가 달라요.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죠. 젊은 세대의 유입으로 필드 분위기가 흐려졌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한 이들이라면 일부러는 아니고 아마 몰라서 그러지 않을까 해요. 이건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기도 하거든요. 중년 골퍼 중에도 기본 매너를 지키지 않아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람이 있고, MZ세대 중에서도 충분히 매너를 지켜가며 플레이하는 이들이 있어요. 이 부분은 이전 세대가 잘 알려주면서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가면 되는 거죠.” -나도혜(〈골프저널〉 기자, 4년 차)
 
 

여기가 바로 화합의 장~

“저는 부모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골프를 시작하게 된 케이스예요.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재미없는 스포츠라는 편견이 있었어요.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하지만 필드에 나가자마자 알겠더라고요. 사람들이 왜 골프에 빠지는지요.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소풍을 온 느낌이었어요. 보기 좋게 정돈된 잔디와 숲처럼 빽빽한 나무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그 후로는 친구들과도 필드에 나가는 골프 마니아가 됐죠. 부모님과 치러 갈 때는 스윙과 샷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치는 편이에요.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에 몰입하는 거죠. 반대로 친구들과 칠 때는 가볍게 내기를 하거나 술도 한잔하면서 즐겁게 라운딩해요. 요즘은 친구들이랑 같은 색의 골프 웨어로 맞춰 입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게 유행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치러 갈 땐 패션에 특히 신경 쓰죠. 바다에 놀러 갈 때 어떤 수영복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처럼요. 바지든 치마든 하의는 꼭 하이웨이스트를 입는다거나, 캡 위로 머리를 틀어도 스윙에 방해가 되지 않게 일명 ‘똥머리’를 하는 등 저만의 패션 팁도 생겼어요. 이처럼 연령대별로 즐기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 그 차이도 골프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과 칠 때는 라운딩에 오롯이 집중하고, 친구들과 칠 때는 긴장감 없이 편하게 치면서요. 그럼에도 가장 좋은 건 부모님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런 면에선 골프가 유일무이한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강민지(골프 마니아, 1년 차)
 
 

반짝 유행 스포츠? 하나의 문화야!

“딱 붙고 광이 나는 소재, 10m 밖에서도 눈에 띌 것 같은 원색적인 컬러…. 전에는 브랜드 막론하고 대부분의 골프 웨어가 이런 식이었어요. 그래서 진입 장벽이 더 높지 않았을까 해요. 젊은 친구들이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오직 기능성만을 강조한 옷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한마디로 패셔너블하지 않았던 거죠. 기성세대 역시 패션까지 신경 쓰며 골프를 즐기기엔 그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기도 했고요. 하늘길이 막히면서 MZ세대에게도 여행을 대신할 새로운 즐거움이 필요해졌어요. 골프가 사치스러운 스포츠라는 인식은 기성세대 이야기인 것 같아요. MZ세대가 여행을 위해 돈을 모으고 기꺼이 그 경험에 비용을 지불하듯, 골프도 같은 맥락인 거죠. 요즘은 일상에서 입기에도 무리 없는 예쁜 골프 웨어 브랜드가 많이 생겼어요. 저 역시 클래식하고 고상한 느낌을 주는 골프 웨어를 만들어보라는 지인의 제안으로 기존에 운영하던 패션 브랜드에 골프 라인을 추가했죠. 기능과 퍼포먼스를 최소화하고,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피케 셔츠와 바람막이 등을 만들었어요. 놀랍게도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반응도 정말 좋더라고요. 업계가 많이 확장됐다는 방증이었죠. 일명 ‘○○붐’이라는 말로 스포츠 종목이 반짝 유행을 탔다가 그치는 경우를 자주 봤는데 골프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김경민(브랜드 ‘대중소’ 대표, 골프 컬렉션 ‘콜프’ 론칭, 1년 3개월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