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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앤쿨, 박민영

박민영은 작품, 캐릭터에서 벗어나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돌고 돌아도 말끝엔 연기에 다다랐다. 어쩌면 박민영의 원점은 그냥 배우 박민영인지도 모르겠다.

BYCOSMOPOLITAN2020.06.17
 
 
라이더 재킷, 셔츠, 플리츠스커트, 타임리스 티 백, 뮬 모두 가격미정 토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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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하 〈날씨가〉)가 종영한 지 2개월이 지났어요.
새 작품을 보면서 리프레시하는 중이죠. 작품 홍보를 할 때는 그 안에 푹 빠져 있어서 어떤 질문을 해도 모든 대답이 다 그쪽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오롯이 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기라 모든 질문에 답이 ‘박민영’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기대돼요. 사실 저도 작품 밖, 배우 아닌 인간 박민영에 대해 더 알고 싶었거든요.
하하. 지금은 저 자신이 제일 소중한 시기예요. 요즘엔 못 잤던 잠도 많이 자고 있어요. 작품 할 때 어떻게 그 스케줄을 소화했나 싶을 정도로 잠이 늘었죠.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그렇게 힘들게 작품 하나를 마치고 나면 내가 하나의 캐릭터를 또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성취감을 느껴요. 주변에 출산을 경험한 언니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출산할 땐 코끼리가 밟고 지나가는 것같이 아팠다가도, 아기 얼굴을 보는 순간 그 마음이 리셋된대요. 작품을 할 때 저도 그래요. 연기할 때는 너무 괴롭지만 막상 하고 나면 힘든 걸 다 잊거든요. 특별한 뭔가가 있는데, 그게 제 직업의 특징인 것 같아요.


데뷔 이후 필모그래피의 빈틈이 없어요.
20대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금 더 일에 대한 소중함, 간절함, 기쁨을 크게 느끼고 있지만, 그때도 그런 생각을 조금이나마 한 게 다행이라 생각해요. 21살에 교복을 입고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연기를 시작했잖아요. 당시에도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았으니, 연기를 통해 그걸 경험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균관 스캔들〉 때는 조선시대 대학 생활을 겪고, 〈영광의 재인〉에선 신입사원이 돼보기도 했고요. 최근엔 전문직 여성도 돼봤죠. 인생이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들과 함께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필모그래피가 내 인생의 앨범이라 생각하며 꾸준히 쌓다 보니, 지금 아니면 못 할 작품을 중점적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자연스럽게 잘 흘러온 것 같아요.


작품을 끝낼 때마다 남는 게 많다 보면, 어느 순간엔 내공이 꽉 찬 박민영이 돼 있을 것 같아요.
성취감을 주는 작품이 있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도 있어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일하는 즐거움을 안겨줬죠. 촬영하는 게 너무 행복해서 날아다니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되찾게 해줬죠. 평생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해준 건 〈성균관 스캔들〉이에요. 첫사랑 같은 느낌도 있고요. 이번 〈날씨가〉를 할 때는 그동안 저를 사로잡고 있던 긴장이 쫙 풀렸어요. 물 흐르듯이 연기를 한 건 처음이에요. 정말 신선하고 좋았어요.


그동안 했던 작품과 결이 달랐죠.
그동안 출연한 작품과 180도 다른 드라마였고,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어려웠어요. ‘이렇게 대사가 없어도 돼?’싶을 정도로 내면 연기를 많이 해야 했거든요. 실제 저와 너무 다른 인물이라 부담이 컸는데 보는 분들은 어떠셨을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박민영이라는 배우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있다 생각해요?
양날의 검 같은 게 저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게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돼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건 너무 좋은 일이죠. 앞으로도 가져가야 할 것은 분명하지만, 〈날씨가〉로 연기 도전을 했던 것처럼 앞으로 여러분께 기분 좋은 배신감을 많이 안겨드릴 것 같아요.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만 골라서 하기엔 이젠 배우로서 가야 할 길이 좀 더 구체적으로 잡혀야 할 시점이라 생각해요. 물론 대중성을 아예 무시할 순 없겠지만요. 욕심 같아선 ‘박민영한테 저런 모습도 있구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제가 이루고자 하는 배우 박민영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슈트, 홀리 백, 로퍼 모두 가격미정 토즈. 크롭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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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연기를 짝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제 그 짝사랑에 결실을 맺은 건가요?
아직요. 굉장히 도도한 남자를 사랑하는 느낌이에요. 하하. 저는 한없이 구애를 하는데, 그 남자는 나를 상대로 사랑을 줬다, 빼앗다를 반복하는 것 같아요. 밀당의 고수죠.


언제쯤 이 사랑이 결실을 맺을 것 같아요?
몇십 년 넘게 연기를 한 선생님들도 연기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황혼쯤 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작품이든 뭐든 시작이 중요하지만 마무리도 중요하다고 여기는 편이라고요.
시청자로서 어떤 작품을 봤는데 용두사미로 끝나면 기억에 잘 남지 않더라고요. 배우가 연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더라도 중간에 포기하거나 힘을 빼면 시청자들이 먼저 알아요. 그래서 완주할 때까지 힘을 유지하는 게 주연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하죠. 원래 끈기도 없고 시작만 해놓고 끝맺음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달라졌어요. 성격도 바뀌었죠.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요.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이 어른이라 생각해요.


그런 의미로, 개인 유튜브 채널 〈그냥, 박민영〉을 시작했는데 끝까지 책임져야겠어요.
제대로 하고 싶은데 제가 진짜 잘할 수 있는 걸 못 하게 됐어요. 여행 마니아로서 팁도 알려드리고, 여기저기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된 거죠. 제약이 많아져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아쉬워요.


배우는 팬미팅 외엔 팬을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잖아요. 유튜브를 통해 이전보다 더 팬들과 가까워진 느낌이 드나요?
팬미팅을 2년 전에 처음 해봤는데, 팬들이 좋아하는 걸 보고 ‘내가 너무 갇혀서 생활했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제 모습을 다 보여드리면 별로 안 좋아하실 줄 알았죠. 예전에 어떤 매니저는 저보고 소리 내면서 웃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편하게 웃는 제 모습을 보고 좋아하시는 걸 보면 시대가 변했다는 걸 실감해요. 아니다, 시대가 저를 위해 변한 것 같아요. 하하.


사람들이 민영 씨의 이미지만 보고 차가울 것 같다, 새침할 것 같다, 완벽주의자일 것 같다고 오해하는 일도 많지 않나요?
어렸을 땐 발끈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넘어갔어요. 사실 “저 그렇지 않아요”라고 말했다가, 일할 때 필요한 말을 해야 할 상황에서도 눈치 볼 것 같았거든요. 저를 둘러싼 선입견 때문에 그와 상반된 모습을 보여드리면 오히려 더 재미있게 봐주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선입견에 더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착할 줄 알았는데 까칠하면 사람들이 실망하겠지만, 제가 머리 긁적이고 목젖 보이게 웃으면 되게 털털하다고 생각하시니깐요. 저도 상처를 받을 만큼 많이 받아서 요령이 생긴 것 같아요. 20대 때는 마냥 속상했는데 지금은 진심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 생각해요.
 
드레스, 홀리 백 모두 가격미정 토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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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주는 힘인 것 같아요.
20대의 싱그러운 아름다움은 앞으로도 가질 순 없겠죠. 하지만 그걸 줄 테니 20대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안 갈 거예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에 지금 제 나이에 정 붙이며 살고 싶어요. 이제는 저를 옥죄었던 걸 풀고, ‘잘했다’라고 토닥이며 나아가야 할 시기라 생각해요.


유독 상대 배우와 케미스트리가 좋은 것으로도 유명하죠. 상대 배우에게 들었던 칭찬 중 가장 기분 좋았던 말이 있어요?
“눈만 봐도 연기가 그냥 나와요”라고 말하면 ‘진심이 통했구나’ 싶죠.  이 작품을 진짜 같이 잘해보자라는 생각을 공유할 때  진심이 통하는 거라 생각해요. 연기하면서 대사, 템포, 호흡 등 모든 게 상대 배우와 잘 맞아떨어질 때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박민영만이 가진 필살기는 뭐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거침없이 하이킥〉을 다시 봤어요. 유튜브에서 클립 영상이 자꾸 뜨더라고요? 하하. 그때 연기한 ‘유미’가 약간 ‘똘끼’가 있는 캐릭터잖아요. 밉지 않고 귀여운 인물이고요. 다시 그런 역할을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이 끝나면 바로 떠날 정도로 여행 마니아죠. 이번 작품이 끝나면 어딜 갈 생각이었어요?
지난해 스페인의 마요르카섬을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런 작은 섬들을 돌아다닐 생각이었죠. 여행 메이트는 그때마다 다른데 1순위는 엄마예요.


민영 씨와 유독 잘 맞는 여행지가 있어요?
한국 빼고 다요! 하하. 한국에는 일과 관련된 것이 너무 많아요. 마음 놓고 TV, 영화도 못 봐요. 근데 해외에 있으면 다 차단해놓죠. 모든 것에 자유로워지니까 더 좋은 것 같아요.


조만간 해외에서 다시 만나면 좋겠어요.
정말 큰맘 먹으셔야 할 거예요. 특히 저희 스태프랑 가면 갑자기 스페이스 에이 노래 틀어놓고 춤추면서 놀거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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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Director Kim Ji Hu
  • Feature Director Jeon So Young
  • Photographer Kim Yeong Jun
  • Stylist 김고은보미
  • Hair 김선우/우선
  • MakeUp 조은정
  • Prop Stylist 유여정
  • Assistant 허지은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