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인우 [모텔 캘리포니아] 속 '천연수' 그 자체!
강아지 같은 무해한 눈빛을 가진 배우 나인우가 지고지순한 순애보 캐릭터를 만났을 때. 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 '천연수'의 8할은 나인우 그 자체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 촬영이 이제 막 끝났다고요. 요즘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네. 잠시 쉬어 가는 중이에요. 그동안 관리하지 못했던 건강 챙기느라 이런저런 병원에 다니고 있죠.
<모텔 캘리포니아>를 보면서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했어요.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니까요.(웃음) 인우 씨는 처음 대본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하고 싶었죠. 제가 연기한 ‘천연수’라는 캐릭터를 좀 더 현실감 있게 그리려고 했어요. 원작에서 그려진 순종적이면서 유니콘 같은 남자가 아니라 어딘가에는 분명 있을 법한 남자로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술을 마시고 취하기도 하고, 고뇌와 갈등도 하면서요. 드라마에서도 조금이나마 표현됐으면 하는 마음에 담배를 피우는 신도 일부러 넣었죠. 연수가 제일 힘들 때 담배라는 매개체를 통해 좀 더 현실적으로 보여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그런 거라도 없었으면 연수가 어떻게 그 시간을 버텨냈을까 싶어요.
그러니까요. 술을 마시고 담배라도 피우지 않았음 진짜 말이 안 되는 거죠, 판타지지.
상대역으로 배우 이세영 씨를 만난다고 들었을 땐 어땠어요? 상대에 대한 기대랄까? 만나기 전에 ‘이런 사람일 거다’ 하고 막연하게 상상하는 모습들도 있잖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해요. 이 사람이 캐스팅된 데는 그 스스로 작품을 선택한 것도 있지만 그게 성사됐을 땐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 대개는 상대 배우를 믿고 가는 편이에요. 다만 처음엔 이 배우가 표현하는 캐릭터는 어떨지, 그 사람의 생각이 늘 궁금하긴 해요.
세영 씨와는 첫 작업인데 첫인상은 어땠나요?
첫인상은 조금 차갑게 느껴졌어요.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낯설고 친해지는 데 시간도 필요하니 처음엔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지내보니 세영 누나는 ‘지강희’라는 캐릭터에 너무나 찰떡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누나만 믿었죠. 누나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함께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면서요. 누나는 프로잖아요. 그에 비하면 전 아직 아기니까 이번에도 그냥 믿고 갔어요. 다만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이번 작품은 그 무엇보다 친구 사이의 케미가 중요했거든요. 어떻게 하면 일반적인 사랑이 아닌, 다른 사랑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지 그 포인트를 찾는 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답은 어떻게 찾았어요?
설렘이나 풋풋함보다는 편안함 속에서 포인트를 잡아 표현하는 거였어요. 왜 편안함 속에서도 찌릿찌릿할 때가 있잖아요. 서로 아무렇지 않게 있다가도 어느 순간 눈이 마주치면 정적이 흐르는…. 그런 묘한 순간들처럼요.(웃음)
천연수는 평생 지강희만을 가슴에 담은 순애보의 면모를 보여주죠. 사실 지강희는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떠난 뒤 10년간 소식 하나 없던 매정한 사람이었잖아요. 만약 인우 씨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연기를 하는 동안 늘 연수의 관점에서 시작하고 끝을 내다 보니 점점 그가 이해되더라고요. 다만 연수도 사람인지라 지고지순하게 기다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럼에도 연수가 되기로 하고 포인트를 잡았던 건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오로지 하나읍과 강희밖에 없다는 사실이었죠. 어릴 때부터 연수가 바라보는 세상이 그랬기에 조금만 꼬아서 생각하면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왜 강아지가 바라보는 세상도 오로지 주인뿐이잖아요. 주인만을 바라보는 강아지처럼 연수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어요.

9화에선 이런 대사가 나왔죠. “내가 강희 말고 어떻게 다른 여자를 만나겠냐?” 딱 천연수라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흔들릴 수도 있겠죠. 사람이 살면서 그럴 수 있잖아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래, 잠시 얘를 만나볼까?’ 할 수도 있고, ‘아니야, 강희만 한 애도 없어. 나는 강희만 사랑할 거야’ 할 수도 있어요. 그건 선택의 차이일 뿐이죠. 연수는 늘 그 선택의 기로에서 강희를 선택했던 거고요.
그래도 강희가 연수의 마음을 받아줄진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죠.
그래서 연수가 계속 노력하잖아요. 다만 그 노력이 마음을 받아주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서 연수 역시 결핍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가 표출하는 일종의 방식이었던 거예요. 강희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더라도 그의 세상에선 강희가 전부이자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또 연수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엔 없었으니까.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죠.
만약 강희가 친구로 지내자 했어도 연수가 받아들였을까요?
결국엔 받아들였을 테지만 몇 번은 더 용기냈을 것 같아요. 사실 강희가 뭐든 확실하게 하는 타입은 아니잖아요. 묘하게 안달나게 하는 포인트가 있기도 해요.(웃음) 둘이 처음 잔 날도 그래요. 만약 함께 보내지 않고 “나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 내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했다면 연수가 포기했을 수도 있죠.

저는 그런 모습들이 희망 고문처럼 느껴지더라고요.(웃음)
나쁘게 본다면 그렇지만 연수의 시각은 달라요. 강희가 그런 말을 한 건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계속 지켜봐온 연수는 강희가 얼마나 아플지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냥 시각이 다를 뿐이죠.
첫사랑에 빠진 인우 씨는 어떤 모습이었어요?
저는 뭐 올인했었죠.(웃음) 다만 연수랑은 표현 방식이 달랐어요. 좀 더 장난치고 옆에 있으려고 했거든요.

언젠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확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나인우가 천연수로 살면서 알게 된 세계가 있다면 뭔가요?
사람 마음이 어렵다는 걸 정말 많이 느꼈어요.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한 일들을 상대가 받아들일 때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됐죠. 제가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돌아오는 반응은 다 다르더라고요.(웃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극 중 이런 대사도 나오잖아요. "살면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는 싫은 사람하고 일하지 않는 것"이라는 강희의 말처럼 인우 씨의 삶에서 가장 큰 사치는 뭔가요?
배불리 먹는 거요.(웃음) 돈을 떠나서 우리가 살면서 보장받아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의식주잖아요. 제가 혼자 생활한 지 오래되기도 했고, 제때 챙겨 먹지 못했던 시간을 겪어서 그런지 저는 먹는 게 제일 중요해요. 저 스스로 뼈저리게 느꼈던 부분이라 그런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족하지 않게 챙겨주려고 하는 편이죠. 음식이 좀 남더라도 여유 있게 주문하는 것, 그게 최고의 사치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매니저 형도 많이 살찌웠어요, 제가. 하하.
지강희에게 천연수가 구원자였듯 나인우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나요?
저의 두 번째 연기 선생님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 수업을 하면 2시간 동안 아무 말 못 하고 끝난 적도 많았거든요. 그만큼 용기가 없던 저에게 선생님은 늘 "그냥 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제게 일단은 해보라고, 그냥 하는 거라는 마인드를 심어주셨죠. 그리고 그게 제 삶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됐어요. 잘 몰라도 ‘일단은 부딪쳐보자, 일단은 해보자’ 하는 성향으로 바뀐 거죠.
이 인터뷰가 공개될 때쯤이면 드라마도 종영했을 텐데 <모텔 캘리포니아>는 인우 씨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요?
나인우의 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준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비슷한 면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바라보는 시각이나 믿음 등은 연수의 결을 그대로 가져가되 표현 방식만큼은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더하고자 했죠.
그럼 원작 속 캐릭터와 인우 씨가 연기한 캐릭터 사이에 다른 지점은 뭐예요?
원작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드라마와 달리 밝은 면이 많이 빠져 있어요. 저는 그런 캐릭터에 좀 더 인간적인 면을 부여하고 싶었고, 연기할 때 다양한 감정이 드러나게 하려고 노력했죠.
2025년도 어느덧 두 달의 시간이 지났어요. 새로운 도전이나 막연히 하고자 했던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동안 밀린 일들이 많아 일단은 그것부터 하나씩 쳐내려고요. 좀 더 여유 있는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거나 제 내면의 다짐 등을 다지는 훈련을 하고 싶었는데 못 했어요. 온전히 쉴 때 아니면 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동안 늘 바쁘게 보냈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최근 다시 훈련을 시작했어요.

한 인터뷰에서 지나간 것들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는데요, 혹 힘든 일이 있을 땐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요?
스스로 열심히 했고 잘했다면 후회할 일이 없어요. 다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하죠. 누구에게 물어봐도 “너는 최선을 다했어”라는 말이 나올 만큼은 해야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모든 걸 쏟아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요. 이런 에너지는 주로 어디서 얻곤 해요?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버티는 것 같아요. 그게 팬일 수도 있고 늘 함께하는 매니저 형이나 스태프가 될 수도 있고요. 저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누군가가 힘들 땐 제가 도와주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일어나지 못할 땐 또 다른 이가 손 내밀어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 베풀면서 살아가는 힘도 얻는 것 같아요.
후회는 하지 않지만 만약 지금까지 걸어온 삶 중 일부를 리모델링할 수 있다면 어디에 손을 대겠어요?
잘못됐거나 설령 후회스러운 일이 있었다 한들 그 일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바꾸고 싶지 않아요. 사소한 거라도 그 순간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든 거니까.
나인우 인생에 캐치프레이즈는 무엇일지 궁금한데요.
항상 기본부터 시작하자. 스탠더드라는 건 답은 아니어도 언제 어디서나 시작할 수 있는 기준이 되잖아요. 뭐든 기본부터, 그리고 항상 겸손하자고 생각해요.
차기작은 정했어요? 개인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요?
아직 따로 대본을 보고 있진 않아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존 윅>과 같은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긴 하네요.
액션 연기에 자신 있나 봐요.
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Credit
- Freelance Editor 장정진
- Editor 김미나
- Photographer 김신애
- Hair 이민
- Makeup 이이슬
- Stylist 하경미
- Art Designer 장석영
- Digital Designer 김지수
코스모폴리탄 유튜브♥
@cosm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