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매가 어때서?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뷰티 광고라고 해서 반드시 ‘뷰티풀’한 모델이 등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미인상이 아닐지라도, 성소수자이거나 빅 사이즈일지라도 OK! 자신감과 자기애가 넘치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 지금 현재 가장 멋지고 인상적이며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뷰티 캠페인 모델들을 한데 모았다.

‘우리의 몸은 어떤 형태든 모두 아름다워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보디 케어 브랜드 러브바드의 엉덩이 케어템 ‘범범마스크’ 광고 비주얼. 2019 F/W 사이먼 로샤 쇼에 선 테스 맥밀란 애슐리 그레이엄 테디 퀸리반

77사이즈가 어때서

말 근육을 탑재한 한혜진 같은 모델들만 보다가 미디어에서 처음으로 타인의 엉밑살을 목도했을 때의 비주얼 쇼크란! 이토록 친근한 보디의 주인공은 러브바드의 모델 테스 맥밀런. 르네상스 시대 초상화 같은 모습의 그녀는 마크 제이콥스 뷰티의 ‘쉐임리스 유스풀 룩 24H 파운데이션’ 캠페인 모델로도 활동한 대표적인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다. 러브바드 광고 캠페인에는 그녀뿐 아니라 다양한 인종과 체형의 모델들이 말 그대로 ‘생몸’ 상태로 등장한다. 넉살 좋은 뱃살 공개는 예사, 튼 살부터 등에 난 대왕 여드름, 꼬질꼬질한 무릎과 팔꿈치, 심지어 Y존의 색소침착까지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데, 신기하게도 그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고 되레 아름답게 보인다는 사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논하면서 애슐리 그레이엄을 빼놓을 수 없다. 무려 빅토리아 시크릿의 엔젤이기도 한 그녀! 지젤 번천, 아드리아나 리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델들의 모델’이지만, 프로필에 공개된 그녀의 체중은 놀랍게도 80kg대다. 우리나라로 치면 88~99사이즈를 입는 최강 육덕미를 자랑하는 그녀는 글로벌 색조 브랜드 레브론의 전속 모델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상태. 심지어 얼마 전 선명하게 임신선이 새겨진 복부 사진을 개인 SNS에 공개했을 정도로 ‘뚠뚠’ 만삭 상태임에도 쉴 틈 없이 모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체 긍정의 아이콘은 또 있다. 바로 23만 팔로어를 거느린 인싸 중의 인싸, 팔로마 엘세서다. 영국 출신인 그녀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일 뿐 아니라 172cm라는 작은 키에 흑인이라는 비주류적 요소까지 두루 갖추고 있지만 위풍당당하게 최강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 보디 히어로 캠페인의 뮤즈 자리를 꿰찼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커다란 소녀도 있다(Some girls are bigger than others)”라는 그녀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처럼 확실히 남들보다 큰 존재감을 뿜뿜 드러내며 자신의 영역을 무한 확장해가는 중!

그대로도 괜찮아

위니 할로

위니 할로

“시대가 변했고, 그에 따라 미에 대한 기준도 바뀌었다…”라고 쓰고 싶다만, 솔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꽤나 한결같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여배우들의 사진은 지금 기준으로 봐도 여전히 예쁘고, 한예슬이나 전지현 같은 미인은 아프리카에 가서도 미인 대접을 받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레알’ 현실. 다만 여성과 여성의 외모를 대하는 자세만큼은 소소하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외치는 이른바 실천적 페미니즘이다.
빅 사이즈 모델이나 젠더리스 트렌드는 물론이고, 비록 전통적으로 아름답다 여겨져온 외모가 아닐지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열린 자세는 최근 뷰티업계에 불고 있는 가장 눈에 띄는 흐름 중 하나. 이러한 빅 트렌드를 마케팅 천재 킴 카다시안이 놓칠 리 없다. KKW 뷰티는 최근 백반증 모델 위니 할로와 새로운 메이크업 컬렉션을 협업하며 위니의 전신에 있는 백색 반점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그녀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확고히 한 광고 비주얼을 공개했다.
뷰티 광고에서 리터칭을 없애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현실감 제로의 광고 사진이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취지에서다. 미국 최대 드러그스토어인 CVS는 2020년 말까지 자사의 화장품 광고에 쓰이는 모든 사진에서 보정 과정을 없애겠다고 선언했고, 뉴트로지나·커버걸·레브론 등의 브랜드가 이에 동참했다. 리한나의 속옷 브랜드 새비지×펜티는 쭉빵 스타일의 모델이 아닌 일반인 모델들을 섭외, 포토샵 등의 보정 없이 광고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예쁘고 날씬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다이어트를 강요받고, 브래지어 착용을 당연시하며, 체모가 보이면 수치심을 느끼도록 교육받았다. 하지만 털은 잘못한 게 없다. 무조건 제거해야 할 대상 또한 아니며, 응당 존재해야 할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해왔을 뿐이다. 미국의 면도기 브랜드 빌리도 이에 동의했다. 빌리는 광고 캠페인에 사타구니와 겨드랑이 등 여성의 체모를 등장시켰다(인위적으로 다듬은 상태가 아니다!). 심지어 면도 후 면도기에 남아 있는 털도 날것 그대로 노출한다. 그게 ‘자연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아예 체모 케어를 위해 개발된 제품도 있다. 엠마 왓슨이 사랑하는 퍼 오일은 몸에 난 모든 털을 부드럽게 케어하는 멀티오일로 모발과 눈썹, 겨드랑이는 물론 음모에도 사용할 수 있다.
자, 코스모 걸들이여, 더 이상 숨지 말자. 두꺼운 메이크업 뒤에 내 진짜 얼굴을, 사진 앱 속에 내 진짜 모습을 묻어둘 필요는 없다. 속옷으로 내 작은 가슴을 옥죄지도, 검은 비닐봉지에 생리대를 감추지 않아도 된다. 나는 나,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고, 무엇보다도 소중하니까!

WHO CARES?

에즈라 밀러

에즈라 밀러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카피와 함께 목젖을 드러내고 꼴깍 침을 삼키는 아름다운 여성(?) 모델을 등장시킨 도도화장품의 ‘빨간통 도도파우더’ 광고를 기억하는가? 파격적인 장면으로 빨간통 파우더는 일약 히트 상품이 됐는데, 그보다 더 대박을 친 이가 있으니 바로 굵은 목젖의 주인공 하리수다. 트렌스젠더가 미디어에 등장한 것도 거의 대한민국 최초였거니와 심지어 ‘미녀’들만 가능하다는 화장품 광고 모델로 발탁되다니!
대한민국에 하리수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테디 퀸리반이 있다.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눈에 띈 이후 줄곧 톱 모델의 길을 걸어온 그녀.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독 뷰티 브랜드와는 인연이 없었는데, 얼마 전 트렌스젠더 모델 최초로 샤넬의 뷰티 광고 모델에 캐스팅됐다는 깜놀 뉴스를 전해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최강 보수 집단인 럭셔리 코즈메틱 브랜드들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어반디케이의 ‘스테이 네이키드 컬렉션’ 글로벌 론칭 파티 참석을 위해 내한한 에즈라 밀러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 누구보다 메이크업을 사랑하고, 종종 여장을 즐기며, 스스로를 퀴어(성소수자)라 소개해왔지만, 어찌 됐든 염색체상으로는 남성임이 분명한 그가 색조 브랜드의 뮤즈라니,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이 놀라울 따름! 물론 퇴폐미에 잔망미까지 겸비한 완소 얼굴에 대체 뭔들 어울리지 않겠느냐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러한 파격 행보는 사실 그간 성소수자를 지지해온 여러 브랜드의 크고 작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러쉬가 바로 그 좋은 예. 전속의 개념이 없는 탓에 여느 브랜드처럼 성소수자 모델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성소수자를 포용한다는 의미의 ‘핑크 이력서’라는 채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남성 직원 가운데 성소수자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실제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GayIsOk(2015)’, ‘#너는너야(2019)’ 등 2014년 부터 성소수자의 인권 평등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뷰티 광고라고 해서 반드시 ‘뷰티풀’한 모델이 등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미인상이 아닐지라도, 성소수자이거나 빅 사이즈일지라도 OK! 자신감과 자기애가 넘치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 지금 현재 가장 멋지고 인상적이며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뷰티 캠페인 모델들을 한데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