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싱글녀들의 셰어 하우스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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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부잣집 둘째로 태어나 3대가 복작거리는 집에서 살아왔던 어린 시절 내내, 나의 가장 큰 갈망은 ‘나만의 방’을 갖는 것이었다. 몇 번째 서랍에 내 옷을 넣을지조차 정할 수 없을 만큼 답답한 상황 속에서 마음만은 언제나 자취 독립 만세를 외쳤건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을 앞둔 언니가 직장 옆에서 살던 원룸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왕복 3시간의 출퇴근에 지쳐 있던 나에게는 꿈만 같은 소식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동네에서 맛집 탐방을 하고 친구를 초대해 요리를 해주며 신나게 먹어대는 것은 늦깎이 자취생이 누릴 수 있었던 작은 호사였다. 출퇴근이랍시고 매일같이 무의미하게 거쳐가는 곳에 나의 시간을 흩뿌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1인 가구의 삶은 어느새 너무나 지독한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우리 집 코앞으로 이사까지 왔음에도 결국 남이 되어버렸던 그와의 이별 후에는 더 그랬다. 텅 빈 내 방에 불을 켜고 들어가면 냉랭한 공기로 빚어진 적막함만이 나를 반겼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메울 애완동물은커녕 풀 한 포기도 내 손으로 애지중지 길러낼 자신이 없었다. 내가 잘 키우는 거라곤 애정 따위 없이도 쉽사리 자라나는 냉장고 속 곰팡이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원룸의 계약 만료일은 순식간에 다가왔고 방을 빼기로 했다. 유난히 코가 시린 어느 날, 알고 보니 동네 이웃이라 순식간에 친해진 애니(31세, 미국 교포, 한국말 잘함)에게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우리 집에 빈방 있는데 들어올래?”그날로 애니네 집을 보러 갔다. 부엌과 화장실, 세탁실 겸 창고는 공용으로 쓰고 방 네 칸 중 한 칸을 내가 쓸 수 있단다. 내 방은 가장 작은 대신 햇볕이 잘 들고, 창문을 열면 하늘이 보이는 데다 월세도 제일 저렴했다. 널찍한 거실은 물론, 원룸에서 살면서 고기 한 번 시원하게 못 구워 먹었던 게 못내 서러웠던지라 큰 부엌과 시원시원한 환기 시설도 마음에 들었다. 같이 사는 친구들도 모두 믿을 만했다. 심지어 위치도 내가 살던 집 바로 옆 블록이라 이사도 손쉬웠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처음부터 계획된 것처럼 순조롭게 진행됐다. 성격도 문화도 생각도 다른 4명이 함께 살다 보면 분명 별별 일이 다 생기지만, 그래도 무탈히 잘 지내고 있는 우리 넷. 올 크리스마스를 다 같이 솔로로 보낼까 봐 걱정되는 나의 동거인들은 다음과 같다.Annie(31세, 미국 교포, 조카 바보), Mia(30세, 미국 교포, 프로운동러), Anna(27세, 독일 출신, 4개 국어 능력자), 그리고 나(익명의 오소리, 30세, 토종 한국인이자 정체불명의 놀자왕).나는 과연 언제까지 싱글일 것인가, 영원히 싱글이면 어쩌나, (이미 다 컸지만) 이다음에 뭐가 되기는 될 것인가, 이 나라에서 이러고 있는 게 과연 언제까지일까, 공부를 더 할까, 이 회사는 언제까지 다녀야 하나… 영원한 난제인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고민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각자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가지고 서울 하늘 아래 모인 우리 넷은 그 어려운 것을 해내기 위해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 안에서 자유를 누리면서도 이따금 (나의) 브로큰 잉글리시와 (그녀들의) 얼렁뚱땅 한국어가 오가는 거실로 모이기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로 또 함께 앞날을 헤쳐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 언제고 서로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 될 따름이다.4인 4색의 3개국 네 싱글녀 한 지붕 아래 모이다 ::독립, 셰어하우스, 싱글녀,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