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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정세운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세운 인터뷰 전문 공개

정세운, 싱어송라이터, 케이팝, 페스티벌

프로필 by 천일홍 2025.10.30
재킷, 셔츠, 팬츠, 슈즈 모두 Dries Van Noten. 목걸이 MR.J Works. 반지 Tom Wood. 벨트 Our Leg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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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정말 빨라요. 곧 있으면 2025년도 딱 한 달이 남아요.

와, 거짓말….(웃음) 제가 원래는 걱정을 잘 안 하는 성격이거든요.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좋은 게 아니겠느냐 하는 마음으로 사는 편인데, 올해는 과연 잘 흘러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10년 동안 몸담았던 거처를 옮기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덕분에 객관적으로 저를 바라볼 수 있게 된 날들도 있었고요. 활동한 지 9년이 되어가는데,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머물러 있던 관성을 깨고 움직이자 마음먹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요.

맞아요. 사람은 적응을 굉장히 빨리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10년 동안 있던 환경에 너무 익숙해진 거죠. 이 환경을 한 번에 바꾸려고 마음먹기까지 쉽지는 않았어요.


그럼에도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던 이유는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10년 동안 같은 환경과 같은 생활 패턴에 머물러 있었으니, 새로운 곳에서 음악을 하는 모습을 떠올려봤어요. 그러고 나니 이 생각이 가장 컸어요. 되게 재미있겠다!


그것도 궁금해요. 정세운이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한 정세운은 어떤 사람이던가요?

취향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 그러니까 그동안 저는 발라드부터 댄스, R&B까지 여러 음악 장르를 해봤고, 활동도 다양하게 해왔단 말이에요. 한동안 ‘싱어송라이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싱어송라이터와 아이돌을 넘나드는 활동들을 했죠. 뮤지컬도 했고, 책도 낸 적 있어요.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경험을 했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데 바빴던 탓인지 또렷이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답을 내리기 쉽지 않더라고요.


앞으로의 시간은 오랜 시간 채집한 것들 사이에서 취향에 맞는 걸 여과시키고, 내 것으로 만들어가겠네요.

맞아요. 이제 체득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여기에서 좀 더 나에게 맞게, 더 잘 어울리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려고 해요.

폴로셔츠 Polo Ralph Lauren. 레이어드 데님 셔츠 Golden Goose. 레이어드 티셔츠 Cotchs. 데님 팬츠 Calvin Klein Jeans.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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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있었던 여러 변화 중 가장 유의미한 걸 꼽아보면요?

합정에 있는 회사로 오면서 작업실도 이 동네로 옮겼어요. 새로운 동네에 처음 발을 들인 순간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합정은 분위기가 조용한데 또 복작복작한 느낌이 있어서 걷기만 해도 너무 좋더라고요. 그동안 너무 스스로를 가둬두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웃음), 동네 곳곳이 좋아요. 그리고 이 회사에 와서 처음으로 발표했던 <Brut> 앨범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나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스스로 취향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들어간 작업이었으니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를 찾아가면서 앨범에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이렇게도 음악을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배웠죠.


그 변화가 청자에게도 닿은 것 같아요. <Brut> 앨범은 그동안 보지 못한 정세운의 다양한 컬러를 볼 수 있었던 앨범이었어요. 트랙마다 묻어나오는 감정의 폭이 한결 넓어진 것 같다는 느낌도 좋았고요.

거기엔 여러 작용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건 지금 저의 상태를 나타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에 빗대어본 예전의 저는 늘 잘 다듬어서 예쁜 표면들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익숙한 방식이나, 주로 취해왔던 회로를 완전히 뒤집어보자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노래를 부를 때도 ‘그동안은 미소를 머금은 듯하게 부르려는 습관이 있었네? 늘 맑게만 부르려고 했었네?’ 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스스로를 자각하는 것부터가 이 앨범의 시작이었죠.


변화의 끝에서 세운 씨 스스로 단단한 동력과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았어요. 팬분들 앞에서 “제 음악을 더 좋아해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라고 고백했죠.

제 음악이 완벽해지고 더 멋있어져서가 아니라, 완성도가 어떻든 내가 만드는 음악에 확신이 생긴 덕분이에요.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고요. 이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팬분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겠다고 생각하죠. 이번 앨범 작업을 계기로 정말 많은 자신감을 얻었어요.


새 회사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노래하는 정세운의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네요. 그럼요. 앨범을 만들 때 제가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영역이 분명 많아졌거든요. 그러다 보니 더 공부하고 싶고,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져요. 거기서 오는 재미도 더 커졌고요.


그렇다면 이제 정세운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뭔가요? 요즘은 공연할 때 부르는 그림을 상상하면서 만들기도 하고, 이 곡이 앨범 안에서 하는 역할에 대한 생각을 하곤 해요. 이전에는 한 곡 한 곡이 다 멋있고, 인상 깊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은 곡에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이 앨범에는 필요한 곡이라고 여길 수 있는 시야가 생긴 셈이죠. ‘이 곡은 앞 트랙 혹은 뒤 트랙의 곡을 좀 더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야!’ 하는 식으로요.


기획자의 마인드가 생겼군요.

오, 네! 그런 것 같아요. 여름에 했던 소극장 콘서트는 <Brut> 앨범의 연장선으로 기획한 공연이었어요. 처음 앨범을 준비할 때부터 기획했었는데, 단순히 무대에 오르는 플레이어로서가 아니라 무대 밑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재미를 처음 느꼈어요.


기획자의 시선에서 정세운이라는 아티스트를 바라봤을 때, 더 채우고 싶은 색이 있다면요?

저는 흰색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흰색은 그 위에 어떤 색을 더하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지잖아요. 어떤 색이든 될 수 있죠. 그런데 지금은 마냥 하얀색이 아니라, 거친 표면 위에 있는 흰색 같아요. 저를 반듯하고 깔끔한 이미지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저에게 마냥 그런 모습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웃음) 그런 제 안의 거친 표면과도 같은 모습들을 꺼내, 흰색과 잘 조합해 저만의 색으로 완성하고 싶어요.


색에 질감을 더한다, 멋진 표현이에요.

지금까지 발표했던 곡을 세어보니까 OST를 제외하고 50~60곡 정도 되더라고요. 근데 이제 겨우 6곡 한 거니까, 계속 가봐야죠.(웃음) 저도 궁금해요. 어떤 음악들을 앞으로 하게 될지!


재킷 Kenzo. 셔츠 Heute. 팬츠 Zagae. 슈즈 Timberland.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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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운의 일곱 번째 노래가 궁금해지는 지금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에요. 정세운의 노래는 어디에서 시작되나요?

보이지 않는 것들이요. 작업실에 있는 저를 떠올려보면, 항상 눈을 감고 있다가 뭔가 떠오르면 작업에 들어가는 날이 많아요. 눈에 보이는 것들에서 영감을 받기보단, 보이지 않는 마음이나 감정에 깊게 파고들어 파헤쳐보기도 하고, 끄집어내면서 음악으로 구축해가죠.


무형의 마음이 음악이 된다니, 들여다보는 시선도 생각의 회로도 굉장히 섬세하네요.

근데… 제가 시력이 정말 안 좋거든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게 뿌옇게 보여요. 희미하니까.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데 익숙한 게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를 바라볼 때도 어떤 생김새보다는 그 사람의 말투나, 걸음걸이나, 행동으로 인지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20년 이상 살아왔기 때문에 저만의 방법이 생겼죠.(웃음)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터득했군요? 다시 출발선에 선 정세운이 품은 야심은 뭔가요?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고 갈 데까지 가보고 싶어요. 매일매일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다 보면 끝도 없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할 수 있을 때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요.


데뷔 때 소속사 사장님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던 것 기억해요? 그 꿈도 여전하고요?(웃음)

아! 맞아요.(웃음) 그런데 조~금 바뀐 게 있어요. 대형 기획사의 사장님보다는 저만의 레이블을 꾸린다거나, 하나의 팀을 꾸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일단 지금의 제 색을 더 발전시키는 게 먼저겠죠? 내년에도 여러 변화가 있을 테지만, 최대한 많은 곡을 만들어서 들려드리고 싶은 목표만큼은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Credit

  • Feature Editor 천일홍
  • Photographer 박현구
  • hair 김령
  • makeup 박수진
  • stylist 이명선
  • assistant 정주원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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