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비'에게 전하는 레드벨벳 아이린의 비밀스런 진심을 담은 코스모폴리탄 6월호 인터뷰와 화보
계절의 끝과 끝에서 아이린이 품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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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슬기는 대체 불가한 유닛이자, 대체 불가한 음악을 하는 팀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우리만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게 참 멋진 일인 것 같아요.

니트 원피스 Laura Andraschko. 반지 Ccnmade.
모든 게 만발한 봄과 여름 사이에 만났어요. 이 계절을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앨범 준비로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올해는 어느 때보다 계절의 변화를 차분히 느끼고 있어요. ‘4월의 날씨는 이랬구나’, ‘맞아, 나는 새싹이 돋아나는 지금 이 시기의 진한 초록색을 좀 더 좋아했지’ 새삼 이런 생각도 하고요.
봄을 좋아하나 봐요.
네. 생명이 새롭게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시기라는 점이 좋아요.
요즘 아이린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어떤 때예요?
음… 저는 자연을 느낄 때인 것 같아요. 해가 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구름이 예쁠 때, 달이 유난히 동그랗게 뜬 날. 제 사진첩에 제 사진 다음으로 많은 게 아마 하늘일 거예요. 며칠 전에도 길을 걷다가 어떤 식물을 봤는데 나뭇잎이 끝부분은 연두색이고, 안쪽은 진한 초록색인 거예요. (휴대폰 속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요, 너무 예쁜 투톤이죠. ‘이 연한 부분이 점점 더 진해지는 과정에 있는 걸까? 곧 자기의 색을 찾아가겠지?’ 하는 생각에 너무 신기했어요.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섬세한 것 같아요.
그런가요?(웃음) 다른 때는 무던한 것 같은데, 봄에 유독 그런 것 같아요.
푸른빛을 띠며 자라나는 잎을 따라 의지도 덩달아 자라나기도 하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처지는 때가 있기도 해요. 올봄이 유독 추웠잖아요. 매일의 날씨를 온전히 느끼는 만큼 영향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컴백을 앞두고 있으니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어요.(웃음)
맞아요. 아이린&슬기의 약 5년 만의 컴백이죠.
생각보다 아슬 앨범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너무 오랜만의 컴백이기도 하고, 완전체 팀 활동이 아니다 보니 처음엔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기다려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준비하면서 안도가 됐어요. 팬분들의 응원에 힘을 얻었죠.
타이틀곡 ‘Monster’부터 ‘놀이(Naughty)’까지 첫 번째 미니 앨범은 눈과 귀를 모두 충족시킨 명반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은 어떤 곡들로 채워졌을까, 아슬의 컴백 소식을 듣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이었어요.
말씀하신 ‘Monster’와 ‘놀이(Naughty)’의 콘셉트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와는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저와 슬기 둘이다 보니 어떻게 해도 기존에 보여드렸던 ‘쌍둥이’, ‘대칭’의 느낌이 묻어나는 것 같았거든요. 이번 앨범은 ‘Tilt’라는 단어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울어진’이라는 뜻인데, 기울어졌다고 해서 쓰러지는 느낌보다는 둘이서 밸런스를 맞춰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톱 Ferragamo. 스커트 Simone Rocha.
이번 앨범에 담고자 한 아이린의 목소리는 무엇이에요?
저희가 활동한 지 10년이 됐고, 또 둘 다 솔로 앨범을 내면서 각자, 또 함께하는 시간이 공존해왔잖아요. 그런 만큼 좀 더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발산하는 에너지가 앨범에 담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멋진 콘셉트를 표현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될 테니까요.
준비하는 과정 내내 더 신중해졌겠어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속도가 좀 느려졌어요. 그러니까 주어진 걸 하면 바로바로 될 텐데, 계속 생각을 하면서 걸러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속도가 좀 더뎌졌죠. 그래도 전 이 속도가 좋아요. 하나를 하더라도 내 생각을 끌어내 만들려고 노력하니 그만큼 제 안에 남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이 인터뷰가 공개될 즈음이면 아슬의 앨범도 함께 듣고 있을 텐데, 어떤 점을 특히 유념해서 들으면 좋을까요?
아슬 하면 역시 퍼포먼스를 많이 기대하실 것 같아요. 그러니 먼저 퍼포먼스를 주목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그리고 이번엔 수록곡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어요. 힙합 베이스의 곡부터 R&B 장르의 곡까지 저번 앨범과는 다른 결의 곡들로 채웠어요.
스펙트럼이 넓어진 셈이네요. 이번엔 앨범 활동과 함께 콘서트까지 예고했어요. 기대하는 바가 있나요?
맞아요. 컴백이 정해지기 전에 ‘다음 아슬 앨범이 나온다면 무조건 콘서트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레드벨벳으로서 하는 콘서트와는 또 다른 결의 무대가 될 테니까 아슬만의 무대를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지금 저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끌어올려서 최대한 잘 만들어보고 싶어요.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린과 슬기의 두 번째 미니 앨범은 어떤 앨범으로 기록되면 좋을까요?
대체 불가. 왜냐하면 이 직업상 대체 불가의 존재로 남는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아이린&슬기는 대체 불가한 유닛이자, 대체 불가한 음악을 하는 팀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우리만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게 참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슬리브리스 톱 Loewe. 레더 캡 Chrome Hearts. 팔찌 모두 Ccnmade.
대체 불가한 커리어라면 이미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걸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레드벨벳이 쌓아온 커리어와 디스코그래피는 유일무이했으니까요. 지나온 10년의 여정은 어떻게 체감돼요?
10년…. ‘이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나를 이렇게까지 알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일을 하면서 저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린은 어떤 사람이던가요?
저는요… 알 수 없는 사람.(웃음) 저희 엄마도 종종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런데 어찌 보면 단순한 것 같으면서 또 뭔가 복잡하기도 한 사람? 어렵지만, 전 지금도 나만의 것들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10년을 기점으로 첫 솔로 앨범 <Like A Flower>를 발표하기도 했죠. 팬분들에게 용기를 얻어 앨범을 낼 수 있었다는 말이 왠지 좋더라고요.
원래는 앨범에 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부담스럽기도 하고, ‘과연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실까?’ 하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팬분들을 만나면 각자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때가 있어요. 대화할 때마다 느낀 점인데, 팬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제게 들려주시는 것처럼 나도 나를 좋아해주시는 팬분들한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팬분들이 제게 해주시는 말들이 있잖아요. 매 순간 팬분들과 대면하고 있지 않아도 제게 해주신 말을 떠올리며 혼자 힘을 받기도, 용기를 얻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나 역시도, 내 이야기도 언젠가는 팬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용기를 내게 된 거예요.
힘이 필요한 순간에 꺼내 보는 팬분들의 말은 어떤 것들이에요?
특정한 어떤 말이라기보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그 순간에 나에게 필요한 구절을 딱 만났을 때 느껴지는 그런 감정 있잖아요. 그 감정 뭔지 아시죠? 저는 그 감정을 팬분들이 써주신 편지에서 발견하곤 해요. ‘아, 지금 나에게 이게 필요했구나’ 하고 깨닫게 되죠. 그럼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기도 하고요.
세계의 다이어리를 모두 모으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적 있죠. 다이어리를 수집하는 취미는 여전해요?
네. 지금도 모으고 있어요. 최근에도 다이어리를 하나 샀는데, 아직 한 번도 써보지 못했어요. 올해는 꼭 좀 써봐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벌써 5월이더라고요. 늘 그냥 모으기만 하게 되는데 항상 그러지 않아요? 새해엔 비장하게 다짐하지만, 결국 백지로만 남게 되잖아요.(웃음)

스웨트셔츠, 스커트 모두 Valentino.
최근에 샀던 다이어리는 어떤 거였어요?
2개의 다이어리를 샀는데, 하나는 하얀 표지에 내지가 180도로 딱 펴지는 다이어리였어요. 또 다이어리는 내지의 종이 느낌도 중요하잖아요. 맨질맨질거리는 노트 하나랑, 다른 하나는 아이보리 컬러에 오렌지 컬러가 포인트로 들어간 다이어리를 샀어요. 같이 간 아빠한테 물어보면서 골랐어요. 이게 더 나아? 저게 더 나아? 하면서.(웃음)
아직 늦지 않았어요. 남은 6개월 동안 열심히 채우면 되잖아요.
과연… 쓸까요?(웃음) 항상 마음은 가득해요. 근데 그 첫 페이지를 시작하는 그때가 조금 어렵잖아요. 어떤 마음을 어떻게 정성 들여서 써야 할까, 그 고민이 절 자꾸 주저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문득 아이린의 앨범이 또 하나의 다이어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아이린의 두 번째 앨범이 탄생하는 순간도 올 텐데, 그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막연하게나마 그리는 이야기가 있나요?
아직은 없어요. 하지만 일단 열심히 모으고는 있어요. 어떤 콘셉트일지, 그게 내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때의 ‘나’가 주제가 되지 않을까요?

데님 재킷 Simone Rocha. 쇼츠 YCH. 헤어피스 Bode. 슈즈 Gianvito Rossi.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이어리 한편에 적어두는 진심처럼 이 인터뷰 페이지에 남겨두고 싶은 아이린의 마음이 있다면요?
아까 말한 것처럼 요즘의 저는 좀 느려진 느낌이거든요. 조급하게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 상태인데, 전 지금의 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 이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상태인 거겠지?’ 하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러비’들도 그런 마음이 들 때 그게 전혀 나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라, 지금 본인에게 필요한 상태라고, 내 몸이 필요로 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떤 상태든 편안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궁금해졌어요. 최근에 ‘요즘 나한테 이런 게 필요했었지’ 하고 적어둔 메모는 뭐였어요?
너무 아쉽게도 요즘 휴대폰 메모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전부 일이에요.(웃음) 제가 앞으로 해야 하는 것들, 기억해야 하는 것들뿐이네요.
Credit
- 피처 에디터 천일홍
- 사진 신선혜
- 헤어 조미연
- 메이크업 이솔
- 스타일리스트 임진
- 아트 디자이너 김지은
- 디지털 디자이너 김지수
코스모폴리탄 유튜브♥
@cosm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