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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강렬하고 순수한 얼굴, 배우 문근영과의 조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문근영이 새 얼굴을 보여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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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코스모폴리탄> 카메라엔 문근영의 여러 얼굴을 담고 싶었어요. 배우 문근영의 얼굴엔 드라마 <가을동화> ‘은서’의 한없이 맑고 선한 얼굴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이하 <지옥2>)의 어둡고 강렬한 모습까지 수많은 면면이 공존한다고 느꼈거든요.
한때 제 얼굴에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어떤 색칠을 해도 다 입을 수 있는, 투명한 도화지 같은 상태가 되고 싶었죠. 하지만 대중이 생각하는 제 얼굴은 주로 밝고 선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더라고요. 저에겐 악한 모습도, 분노, 상처, 슬픔도 있잖아요. 밝은 모습 이면에 존재하는 얼굴을 끄집어내주시는 감독님과 작품을 만날 땐 그만큼 더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지옥2>도 그런 마음으로 임했겠어요.
너무요. 연상호 감독님께서 먼저 대본을 주셨어요. 아주 조심스럽게 “혹시 괜찮으면 같이 해보지 않을래요?” 하고 물어보셨죠. 제 대답은 물론 “너무 좋아요. 감사해요!”였고요.(웃음) 오히려 감독님께서 제게 더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코트, 드레스 모두 Ferragamo.
문근영이라는 이름 앞에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녔던 시기도 있었죠. 그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꼬리표처럼 느껴졌던 순간도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분명히 있었고, 그래서 더 여러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저와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분들도 “근영이에게 이런 얼굴만 있는 게 아닌데”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당시엔 애를 썼는데, 짧은 시간 안에 그걸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죠.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도 언젠가 나이가 들 텐데, 그럼 내 얼굴에도 삶이 묻어나기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지금 “저 이렇게 다른 얼굴도 있어요!” 하고 억지로 보여주지 않아도 되겠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차라리 내 시간은 좀 더 느리게 흐른다 생각하고, 내적인 부분을 잘 채워가자. 그럼 언젠가 사람들이 보는 시선과 내 시간이 맞닿는 순간이 올 거다’라는 마음으로 기다렸어요.
비로소 그 시간이 왔네요. ‘햇살반 선생님’과 함께.
이번에 정말 신기한 경험을 한 게 <지옥2>를 촬영하는 동안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아주 오랜만에 연기가 되게 재미있다는 생각도 했고요.

레더 재킷, 셔츠 모두 We11done. 부츠 Ash.
연상호 감독은 그런 근영 씨를 두고 “이 작품을 통해 배우 문근영이 부활하길 바랐다”라고 말했어요. 봉준호 감독 역시 “우리가 전혀 기대치 못했던 문근영 배우의 놀라운 모습을 목격했다”고 극찬했고요. 이런 반응은 어떻게 다가와요?
한마디로 붕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간절히 연기하고 힘든 순간에도 꾹 참으며 연기했을 땐 그 누구도 몰라주는 것 같았고, 이번엔 그 반대로 놀러 갔다 오는 기분으로 그저 신나게 연기를 하고 왔는데 갑자기 많은 분이 잘한다고 해주시니 얼떨떨할 수밖예요.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너무 신이 나요. 마음 한편엔 울컥하는 마음도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해서 이렇게 칭찬받는 순간이 오니까 그저 기뻐요. 어떤 역할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의지도 돋아나고요.
심은경 배우와도 훈훈한 응원을 주고받았죠? 두 분의 우정을 열렬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봤어요.(웃음)
기사를 통해 제 이야기를 해주신 걸 보고 감사한 마음에 인스타그램에 올렸었죠. 그걸 보시고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와 서로 응원한다고, 언제 꼭 한 번 만나자고 이야기했어요. 은경 씨와 작품에서 함께 연기해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저와 은경 씨는 비슷한 길을 걸어왔잖아요. 아역부터 시작해 어린 나이에 주인공도 해보고, 성인이 돼서는 아역 배우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시간도,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도 있었을 거예요. 특히 은경 씨는 타국에 가서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어요. 왜 나는 저만큼 노력하지 못했나 싶었거든요. 그런 분과 이렇게 연락할 수 있는 관계가 되다니, 너무 감사한 인연이죠.
배우 문근영에게도 치열하게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가 있잖아요. 지금 이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작품 속 얼굴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은조’요.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부터 이건 나밖에 연기할 수 없겠다고 확신을 가졌던 캐릭터였고, 그만큼 캐릭터에 애정을 쏟았어요. 심장을 조각내서 쓸 수 있다면 아마 반 이상을 ‘은조’에게 줄 수 있다고 말할 만큼 제가 정말 좋아했던 인물이었어요. 그 얼굴이 어쩌면 20대의 내 얼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니트 톱 Blumarine. 스커트, 슈즈 모두 Bottega Veneta.
20대의 문근영과 닮은 구석이 많아서일까요?
‘은조’처럼 그때의 전 시니컬하고 비관적이고 차갑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해야 하는 일들이 밀려오는 와중에 상처는 조금씩 쌓여가는데, 그 상처마저 터질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태. 그게 ‘은조’와 많은 게 비슷했다고 생각해요. 10대의 전 영화 <장화, 홍련>의 ‘수연’ 같았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해맑기만 한.(웃음) 염정아 언니, 임수정 언니는 감정 연기하느라 진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전 그저 “언니~” 하면서 촬영장을 오고 갔죠. 그게 딱 10대의 제 얼굴이었던 것 같아요.
30대의 문근영을 가장 닮은 얼굴은요?
30대가 2년 정도 남았는데, 아마 ‘햇살반 선생님’이 또 다른 제 얼굴이 되지 않을까요?(웃음) 저에게도 분명한 전환점을 찍은 작품이 됐거든요.
디지털 콘텐츠를 촬영하면서 연기에 맹목적으로 마음을 주게 된다고 했던 근영 씨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왜 연기에 그토록 온 마음을 주게 되는 걸까요?
제게 연기는 한 번도 일이던 적이 없어요. 워낙 어렸을 때 연기를 시작했다 보니 제게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었던 거예요. 현장은 제 놀이터였고, 연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였고, 연기를 하는 내가 마냥 좋았죠. 전 늘 연기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어렸을 땐 연기와 하이파이브 하면서 서로 사랑했던 느낌이라면 어느 순간부터는 저 혼자만 열렬히 연기를 사랑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연기에 맹목적인 건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거예요. 그때도 지금도 전 연기가 너무 좋아요. 끝내 연기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도요. 가끔은 그 무심함에 화가 나기도 하고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절대 그러진 못하는 마음.

지금은 어때요? <지옥 2>로 화답을 받은 것 같나요?
네, 그래서 너무 신나요.
그 신남을 온전히 느끼고 있고요? 제 눈엔 그게 여실히 느껴지는데.
예전 제 삶의 1순위는 제가 아니라 연기였어요. 늘 제 앞에 연기가 있었더라고요. 근데 요즘은 바뀌었어요. 문근영이라는 사람이 있어야 내 연기도 있는 거잖아요. 1순위에 저를 두고, 연기를 그다음에 두니 그제야 삶의 재미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동안 연기에만 신경 쓰느라 뒷전이었던 것들, 그러니까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를 하나하나 탐색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요즘 문근영이 몰두해 있는 건 뭐예요?
스스로 요리해 먹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그래서 살도 조금 쪘지만(웃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것도 사실 처음 느껴봤어요. 그동안 늘 먹으면 안 되는 음식과 싸우기만 했거든요. 그래서 한동안은 운동도 아예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또 ‘내가 건강해야 연기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새벽 6시에 눈뜨자마자 바로 걸으러 나가는데,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워요. 하루는 30분, 또 어떤 날은 1시간. 그날그날 내가 걷고 싶은 만큼 걸어요. 해가 뜨기 전 고요한 길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터벅터벅 걷고 있으면 행복해요.
연기를 짝사랑만 하던 서툰 소녀가 이제는 서로 건강하게 마음을 주고받는 법을 터득했구나, 왜 그런 변화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죠.
하하.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예전에 비해 가벼워진 걸 느껴요. 예전에는 늘 진지하고 심각했다면, 지금은 ‘이 순간 즐겁고 행복했으면 됐지!’ 하고 조금씩 삶을 가볍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할까요.

블라우스, 스커트, 귀고리 모두 Bottega Veneta.
‘은조’를 닮은 20대의 근영 씨 말이죠?
네, 그때는 이야기하다가도 갑자기 눈물을 흘릴 정도로 자주 울었어요. 어딜 가든 제가 어리다 보니까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밖으로 분출하지 못한 감정이 제 안에서 계속 쌓이는 줄도 모르고요. 처음엔 요만한 슬픔이 있었는데, 그게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 이게 어떤 슬픔인지도 모르는 하나의 큰 덩어리가 돼버린 거예요. 그래서 어딘가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눈물이 났던 거죠. 그래도 지금은 슬픔이란 감정도 지나가는 찰나의 감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경험의 지혜가 쌓인 거네요. 슬픔이란 감정이 나를 잠식하려고 하는 것 같을 때 그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도 생겼어요?
그렇진 않아요. 슬플 땐 울어야 돼요.(웃음) 그런데 전 불행한 일이든, 슬픈 일이 일어나는 순간엔 엄청 단단해져요. 팔이 아팠을 때 참 신기하게도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급성구획증후군 진단을 받고 나서 엄마한테 처음으로 한 말이 “이제 마음 놓고 쉴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말이었대요. 가장 흔들릴 법한 순간에 마음이 평안해지고, 이성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생각해요. 그런데 참 재미있는 건 그런 상황을 제외한 모든 순간엔 한없이 흔들린다는 거예요. 갈대처럼 마음이 이리 흔들렸다가 또 금세 저기로 흔들리고.(웃음)
결정적 순간에 힘을 내기 위한 반동 아닐까요. 삶의 여러 순간을 지나 신남도 슬픔도 마음껏 만끽하게 된 문근영이 중요하게 삼는 가치는 무엇이에요?
내려놓기, 그리고 삶의 여백을 만들 것. 인생을 꼭 100%로 살 필요는 없어요. 80%로도 살아도, 어느 순간엔 50%의 에너지만으로 살아도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삶에 여백이 생겼을 때 오히려 발견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믿거든요. 제가 찾은 건 연기와의 거리감이에요. 나와 연기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니 제가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도 더 많이 보이더라고요. <지옥2>의 ‘햇살반 선생님’도 그랬고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죠? 다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또 채우고 싶은 것이 생겨요. 앞으로는 더 많은 작품으로 여백을 채워나가고 싶어요. 지금의 저로선 뭐든지 다 할 수 있거든요.
Credit
- Feature editor 천일홍
- Photographer 방규형
- Hair 임진옥
- Makeup 도경
- Stylist 조운진
- Assistant 이나라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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