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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rless한 올림픽 히어로즈! 사격 오예진

이제 막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어린 선수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쓰임을 생각한다. 오예진이 순수한 마음으로 사격을 사랑하는 방법.

프로필 by 천일홍 2024.09.24
재킷 Johnny Hates Jazz. 드레스 & Other Stories. 목걸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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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새 대회를 치르고 왔어요. 잘 다녀왔어요?
어제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 경기가 끝났어요. 이번 대회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총도 좀 손봐야 할 것 같고,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더라고요.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하고 왔어요. (박수를 치며) 1등 했습니다!
축하해요! 이번 파리 올림픽은 오예진 선수의 첫 올림픽이었죠. 어떤 마음으로 파리로 향했어요?
메달을 따리라곤 전혀 생각 못 했어요. 그저 결선만 들어가면 반은 성공이라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결선에 올라가니 ‘나 여기서 진짜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더라고요. 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즐기면서 경기에 임했어요.
결선에서 마지막까지 김예지 선수와 선의의 경쟁을 펼쳤어요. 금메달을 두고 우리나라 선수와 함께 경쟁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든든할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더 긴장이 될 것 같기도 한데.
전자요. 예지 언니여서 더 편하게 쐈던 것 같아요. 워낙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평소 같았으면 그래도 내가 1등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쐈을 텐데, 이번 올림픽 때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더라고요. 오히려 언니와 같은 팀처럼 느껴져 든든했어요. ‘어차피 내가 여기서 져도 수상대엔 태극기 2개가 올라가는데!’ 하고 생각하니 더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죠.
과녁을 향해 총을 조준하고 발사하기 직전 모든 신경과 집중력을 끌어올리죠? 그땐 어떤 생각을 해요?
마지막 발 쏠 때 정말 떨렸어요. 그런데 전 긴장하면 몰입을 더 잘하는 편이에요. 위기가 닥쳤을 때,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고 하는 성정이죠. 그 순간에도 엄청 긴장했는데, 지금까지 잘해왔으니까 걱정할 것 없다고 생각하면서 조준했어요. 격발도 너무 잘돼서 좋은 결과가 있었죠.(웃음)
떨리고 긴장되는 만큼 자기 자신을 믿어주는군요.
네.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것들이 있으니까요. 그걸 믿는 거죠.
2개의 태극기가 걸린 모습을 포디움에서 김예지 선수와 바라봤을 땐 어떤 기분이었어요? 그때의 후일담을 들려준다면.
금메달이 확정되고 나서 제가 웃었잖아요. 그때 웃을 생각이 없었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그만큼 너무 기뻤던 것 같아요. 뒤를 돌았는데 감독님, 코치님 모두 소리 지르면서 좋아하시는 모습이 보여 저도 덩달아 벅차기도 했어요. 시상식이 끝나고 나선 예지 언니와 끌어안고 수고했다며 서로를 다독여줬죠.
대한민국 여자 선수의 첫 금메달이었고, 그 금메달로 진종오 선수를 이을 사격의 차세대 선수가 있다는 걸 국민에게 각인시켰어요. 자부심을 느끼나요?
너무 느끼고 있어요. 진종오 선수님 이후로 한동안 사격이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 올림픽에선 사격에서 많은 메달이 나왔잖아요. 덕분에 많은 분들께 관심을 받게 됐고, 또 제 금메달도 거기 포함돼 있다니 굉장히 뿌듯해요.
특히 마음에 남았던 반응도 있어요?
대부분 너무 멋있었다고,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는데 “저도 오예진 선수처럼 사격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여쭤보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로 인해 사격 선수의 꿈을 꾸게 되셨다고 하니 기분이 좋고 선수로서 보람도 느꼈죠.
오예진 선수의 뒤를 따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었어요?
하고 싶은 건 꼭 해봤으면 좋겠다고요.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걸 해야 행복하니까 주저하지 말고 시작해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드렸어요. 인생의 진로를 사격으로 정하는 건 신중해야 하지만,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경험해보는 걸 추천한다고요.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도 했어요.
선수로서 사격 종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는 걸 체감하나요?
아직 크게 실감하는 건 없지만 기대감은 있어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사격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저와 예지 언니 모두 사격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끌어올 수 있게 여러 활동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그런 점을 눈여겨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요. 일단 쉽게 접할 수 없는 종목이라는 점은 모두가 아실 텐데, 그에 비해 생각보다 사격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많답니다. 자세에 따라, 조준 각도에 따라 명중률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체력적으로도 효과가 있지만 나름의 두뇌 싸움도 치열한, 매력적인 종목이에요. 많은 분들이 사격의 매력을 발견하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후배들을 위해 목소리를 낸 것도 멋지다고 생각해요. 오예진 선수가 자란 제주도에서 사격 선수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사격장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했죠.
올림픽 이후로 제주도에서도 사격의 꿈을 갖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고 들었어요. 그런 친구들이 사격을 쉽게 접하고 연습할 수 있는 일반 사격장 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주도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화약총 사격장이에요. 2026년에 제주도에서 전국체전이 열릴 예정인데, 현재 제주도에서는 10m 사격장부터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전국체전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이제 화약총은 사격에 있어 거의 필수 종목이 됐거든요. 그에 맞춰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기에 후배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길 바라는 마음인 거죠?
맞아요. 앞으로 사격으로 많이 성장해서 스스로를 인정하는 때가 오면 후배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그 친구들을 위해 기부하거나 지원도 하고 싶고요. 아주 먼 미래의 꿈은 제 모교에 가서 사격 코치를 하는 것이에요. 제주도와 사격계에 꼭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격을 통해 제가 느끼는 보람과 자부심을 그렇게 나눌 수 있게 되기를 꿈꿔요. 전 사격을 너무 사랑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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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많은 걸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어요. 어떤 점을 새롭게 알게 됐어요?
생각보다 겁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경기 때 너~무 떨었거든요. 올림픽이 아닌 평소에 나가던 경기였다면 아무리 떨려도 마음속 한편에서는 스스로를 믿고 있었을 텐데, 이번엔 너무너무 떨려서 나를 믿으려고조차도 못 한 거예요. 그걸 보면서 생각보다 겁이 많다는 걸 느꼈죠. 근데 또 위기에 강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겁은 많았지만, 위기에는 강했다!(웃음)
떨리는 와중에도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니까요.(웃음) 그렇다면 스스로 오예진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답을 내려본다면요?
와, 그건 또 전혀 생각을 못 해봤네요.(웃음) 평소에 코치님과 감독님께 어린 나이 같지 않다, 성숙한 것 같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제가 너무 어린 것 같아요. 배울 점도 많고요.
위기에 강한 면모를 코치님과 감독님도 보셨기에 성숙하다고 말씀하신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지금도 전 코치님과 감독님께 말해요. “전 아직 부족합니다”라고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네요. 오예진 선수에겐 아직 갈 길도, 성장할 날도 많이 남았으니까요.
맞아요. 전 아직 1단계입니다. 앞으로 100단계까지 열심히 가봐야죠!
100단계에 도달한 오예진 선수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100단계가 됐을 땐 사격과 오예진이 한 쌍이었으면 좋겠어요. ‘사격’ 하면 오예진이 나오고, ‘오예진’ 하면 사격이 나올 수 있게요. 그렇게 성장하겠다는 야망이 제게 있어요. 그리고 전 오랫동안 꾸준히 잘하고 싶어요. 재능만으로 잘하는 게 아니고, 늘 열심히 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잘하는 선수가 돼 있을 거라고 믿어요.
사격과 오예진 선수 사이에 닮은 점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해요?
사격은 방아쇠를 당겨 격발하는 순간 ‘탕’ 하고 소리를 내면서 무언가 터지는 느낌이잖아요. 제게도 그런 ‘팡’ 하고 터지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가깝고 친한 사람과 있을 때 말도 많아지고 사람들을 웃게 만들 수 있거든요. 얼굴 근육을 굉장히 잘 써서 웃기고 재미있는 표정도 짓곤 해요. 그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FFF의 디지털 콘텐츠를 촬영하면서 ‘Fun’과 ‘Fearless’ 중 자신을 대표하는 한 가지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 ‘Fun’이라고 대답했죠. 사격이 오예진 선수에게 준 용감함은 무엇이에요?
조금 전에 제가 생각보다 겁이 많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음, 그런데 제 내면은 ‘겁이 많다’ 속에 ‘겁이 없다’가 있는 것 같아요. 말이 너무 어렵나요?(웃음) 평소엔 겁이 많은 것 같지만, 겁이 없어야 하는 순간에 그 용감함이 딱 튀어나가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겁이 많은 것도 저고, 겁이 없는 것도 저죠.
오예진 선수의 말대로 결정적인 순간에 용감함이 ‘팡’ 하고 터지는 거네요?
그렇죠!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저 좋은 능력을 가진 거였네요?
그럼요. 좀 전에 사격을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사격이 왜 그렇게 좋아요?
격발로 탄환이 나가는 그 순간 완전히 집중하게 되잖아요. 그때 몰입하는 제 모습이 너무 좋아요.
드레스 Cecilie Bahnsen by 10 Corso Com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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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천일홍
  • Photographer 장기평
  • Hair&makeup 이담은
  • Stylist 문승희
  • Assistant 이나라
  • Art designer 장석영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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