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패션계는 지금 맘 파워에 주목했다

지금 이 순간 패션계의 가장 파워풀한 키워드는 바로 ‘엄마’다.

프로필 by 전소희 2024.05.08
펜디 2024 피카부 캠페인 모델로 등장한 케이트 모스와 릴라 그레이스 모스 모녀. 우먼 파워를 주제로 한 2024 S/S 콜리나 스트라다 쇼. 우먼 파워를 주제로 한 2024 S/S 콜리나 스트라다 쇼.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 맹수들의 머리 모티브를 드레스에 장식한 스키아파렐리의 2023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동물을 학대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크게 퍼져나가던 중, 스키아파렐리 컬렉션에 참석한 누군가가 또 다른 화제에 오르며 마치 구세주처럼 메종을 구원해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모델 매기 마우어. 당시 런웨이에 모델로 선 그는 쇼 시작 전 백스테이지에서 자신의 딸을 품에 안고 모유 수유를 하는 가슴 뭉클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SNS에 공개했는데, 그의 뜨거운 모성애와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낸 것이다. 스키아파렐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도 매기 마우어에게 감동을 받은 걸까? 2024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엔 매기 마우어가 자기 딸을 꼭 닮은 로봇 아기를 안고 런웨이에 올랐다. 아기 로봇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한쪽 팔로 끌어안은 모습에서 전 세계인들은 엄마의 사랑을 느꼈다. 매기 마우어처럼 모델 활동과 육아를 병행하는 모델들을 찾아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어렵지 않다. 자녀를 낳은 슈퍼 모델들이 런웨이로 속속 복귀하고 있고, 심지어 자녀와 함께 활동하기도 한다. 최근 펜디는 케이트 모스와 그의 딸 릴라 그레이스 모스를 나란히 캠페인에 등장시켰다.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만큼이나 아름다운 모습은 바로 만삭의 아이를 잉태한 만삭의 엄마의 모습이다. 숭고함을 넘어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채 옛 시대의 엄마들은 자신의 배를 꽁꽁 숨기기에 바빴다.

2022 F/W 파리 패션 위크 디올 쇼에 참석한 리한나. 2024 F/W 끌로에 컬렉션 피날레 인사 중 달려나온 셰미나 카말리의 아들. 2005 S/S 끌로에 쇼의 피날레 무대에 오른 피비 필로/피비 필로 주얼리 컬렉션 ‘MUM(엄마)’ 네크리스.
하지만 이젠 다르다. 2022 F/W 파리 패션 위크를 뜨겁게 달군 리한나의 만삭 패션을 기억하는가? 그는 “임신을 즐겨야 한다”는 임신 장려 발언과 함께 패셔너블한 임산부 패션으로 파파라치 앞에 섰다. 아름다운 D라인을 시스루 드레스 아래로 과감하게 드러내어 디올의 컬렉션 룩을 멋지게 소화하며 진정으로 패션을 즐긴 그는 임신 중에도 아름다움과 스타일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최근 넷째 아이를 임신한 시애라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아카데미 박물관에서 열린 영화 <컬러 퍼플> 프리미어 때 선보인 특별한 레드 카펫 룩으로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화이트 슈트 안에 받쳐 입은 블라우스 사이로 드러난 시애라의 배가 금박 장식으로 빛났는데, 만삭의 배를 드러내는 데서 더 나아가 더욱 강조했다.

2023 S/S 스키아파렐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 모유 수유를 하는 매기 마우어. 2024 S/S 스키아파렐리 오트 쿠튀르 쇼에 오른 매기 마우어와 로봇 아기. 록산느 애슐린의 ‘MAMA’ 브레이슬릿.
리한나가 ‘핫’했다면 시애라는 우아한 ‘머터너티’ 룩을 선보였다. 이렇듯 진보적인 패션 아이콘들은 머터너티 룩으로 당당한 맘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엄마’들이 패션 신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만큼 ‘엄마’란 단어는 지금 이 순간 패션계의 가장 파워풀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중심엔 워킹맘 디자이너들이 있다. 임신, 출산, 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사회적 인식을 극복하고 현명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는 그들.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피비 필로가 대표 주자다.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절 딸 마야 위그램을 임신한 채 만삭의 배로 피날레 인사를 하며 끌로에를 그 시절 여자들이 가장 입고 싶어 하는 브랜드로 띄운 그는 성공 가도를 달리던 중 아이를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며 홀연히 메종을 떠났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패션계에 화려하게 복귀해 끌로에 시절보다도 더 큰 성공을 이루며 패션계를 평정했다. 게다가 셀린느 시절 자신처럼 일하는 엄마들도 즐길 수 있는, 세련된 동시에 입기 편하며, 여유롭고도 우아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가히 21세기 워킹맘의 표본이 아닐지! 피비 필로의 팀원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보며 커리어를 차근차근 쌓아온 끌로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셰미나 카말리도 두 아이의 엄마다. “여성만의 에너지, 자아, 자주성을 믿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라 말한 바 있다. 지난 3월 파리에서 열린 2024 F/W 컬렉션은 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뷔 쇼였다.

2023 F/W 스키아파렐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입은 시에나 밀러. 배에 금박을 칠해 유니크한 레드 카펫 룩을 선보인 시애라.
그리고 이날 감동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피날레에 나와 인사를 하던 셰미나 카말리에게 그의 아이가 전력 질주로 달려와 안겼기 때문. 이 모습을 지켜본 전 세계인들은 이번 시즌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모멘트라며 극찬을 보냈다. 엄마의 힘이 반짝인 순간! 맘 파워가 강력한 키워드임을 체감할 수 있는 또 다른 쇼가 있다. 언제나 울림 가득한 메시지를 런웨이를 통해 전하는 콜리나 스트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힐러리 테이모어는 이번 시즌 파워풀한 여성의 힘을 주제로 삼았는데, 무대에 아기를 안고 등장한 모델과 배를 드러낸 임신부 모델이 런웨이를 당당하게 워킹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엄마로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위대한 엄마들의 힘을 담은 현재의 맘 코드를 통해 패션 신의 밝은 미래에 기대를 걸어보며, 에디터는 피비 필로의 첫 액세서리 컬렉션, ‘MUM’ 네크리스를 위시 리스트에 담았다.

Credit

  • Editor 전소희
  • Photo by imaxtree.com
  • Photo by BRAND
  • Photo by GETTY IMAGES
  • Art designer 장석영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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