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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효연의 세계

절대로 질 수 없던 소녀. 춤이든 달리기든 무조건 1등을 해야 했던 소녀는 이제 때로는 스스로를 자유롭게 둘 수 있는 어른이 됐다. 다시 만난 효연의 신세계.

프로필 by 이예지 2023.09.25
 
 
미니드레스 2백74만원 모스키노. 목걸이, 팔찌, 반지 모두 가격미정 크롬하츠. 가죽 부츠 가격미정 지방시. 가죽 장갑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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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다가올 생일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캠핑하러 갈 거예요. 요즘 캠핑장이 비싼데 2만원 하는 아주 좋은 곳이 있어요. 나라에서 하는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이란 곳이에요. 4년 전 그곳에서 생일을 보냈는데 이번에도 친구들이랑 같이 가려고요. 
 
캠핑의 매력은 뭔가요?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다녔는데, 캠핑을 가면 각자 임무가 있어 단합력이 좋아져요. 저는 늘 궂은일, 힘 쓰는 일 담당이었죠. 아버지 도와서 텐트 치고 짐 나르고. 한국에 좋은 스폿이 너무 많아 바닷가와 산을 오가며 다니고 있습니다. 장박도 자주 하고요. 진짜 재미있는 건 동계 캠핑이라 겨울이 벌써 기대되네요. 밖은 추운데 텐트 안은 아늑하고, 아침에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갔는데 소복이 쌓인 눈을 제가 처음으로 밟는 광경이 너무 좋아요.
 
고립되는 순간을 즐기는군요?
완전요. 저만의 세상에 있는 듯한 감각을 사랑해요. 너무 휴대폰을 보지 않아 주변 사람들이 답답해할 때도 있지만요.(웃음) 친구들과 함께 가고 캠핑을 영업하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가끔 처음 입문하는 친구는 닭장 있는 산속에 스포츠카를 끌고 와서 난감합니다.(웃음)  
 
가죽 재킷 8백85만원 오프화이트. 선글라스 가격미정 지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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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로 컴백했죠. 강렬하고 중독성 있는 트랙이 효연답더라고요.
레게 톤의 뎀보 리듬을 가진 곡이에요. 자메이카에서 들을 수 있는 신나는 곡이죠. 이 장르에 제일 어울리는 것이 댄스홀이라는 춤인데, 제가 여태까지 배워본 적 없는 춤이라 흥미가 있었거든요. K팝은 합이 딱딱 맞고 힘 있는 퍼포먼스를 선호하잖아요. 그런데 댄스홀은 자기 신체의 특징을 이용해 자기만의 그루브를 자유롭게 표출하는 춤이에요. 이번 기회에 댄스홀도 안무에 접목해봤죠. 저는 여태까지 힘이 들어간 퍼포먼스만 해와서 힘 빼는 연습을 계속했어요. 
 
NCT U ‘Baggy Jeans’의 댄스 챌린지가 화제가 많이 됐어요. 효연은 성별을 떠나 어떤 춤을 춰도 매력적이에요.
데뷔 전부터 제가 제일 잘 추던 건 팝핀이었어요. 그런데 소녀시대 활동을 하면서 점점 멀어졌죠. 웨이브 위주의 춤만 선보이게 되고요. 그런데 ‘Baggy Jeans’ 안무를 보니 너무 멋있어서 욕심이 나는 거예요. 예전의 그 느낌이 제 안에 살아 있었나 봐요. 요즘 중성적인 춤을 잘 추는 여성 댄서가 많아지고 있잖아요? 베베의 바다 씨는 그런 춤을 정말 잘 추는 멋진 댄서죠. 저도 앞으로는 이런 춤을 더 추고 싶네요.  
 
저지 톱 1백25만원, 팬츠 2백95만원 모두 버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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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연에게 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재미있고 신나고 힘든 것. 하하하. 춤도 계속해서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진다는 거 아세요?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연습하지 않으면 현 상태에서 머물러 있게 돼요. 그래서 저는 계속해야 할 게 있다는 게 좋아요. 자만해 연습을 많이 안 할 때도 있는데(웃음) 딱 찍고 나서 모니터해보면 저는 알거든요. 조금이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여유가 부족해 보이고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요. 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무대에 오르기 전엔 무한 연습을 합니다.
 
자신의 춤은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와, 진짜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저는 어릴 때부터 베이식 위주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 춘 스타일이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거기에서 멈춘 것 같아요. 댄서의 눈으로 저를 본다면, 그 가능성을 더 넓게 펼치고 더 많은 장르를 소화해봤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댄서로서 저의 모습을 더 보고 싶네요. 
 
예능 및 여러 매체에서 긍정적이고, 남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왔어요. 정신 건강에 최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효연은 어떤 사람인가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긍정적인 사람도 자기를 비관적으로 보게 되는 일이에요. 저도 데뷔 초반에 사랑만 받을 줄 알았는데 공격을 정말 많이 받았잖아요. 7년 동안 열심히 연습해 나를 보여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악플 달기에 바빴죠. 그때 자전거를 많이 탔어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한강 달리며 철새들 날아가는 거 보고 돌아와서 아침밥 먹고, 스케줄 나갔죠. 그게 참 잘한 것 같아요. 다행히 제 본래 성격이 워낙 단순하고 도움되는 것만 걸러 듣는 편이라,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아직 보는 눈이 없네’라고. 안 좋은 건 짧게, 좋은 건 길게 생각해야 해요. 핵심만 보는 거죠. 그래서 전 재미있는 것만 기억해요.  
 
미드 카프 슬리브리스 드레스 3백20만원 돌체앤가바나. 시퀸 스커트 65만원 레호. 귀고리 5만9천9백원 H&M. 부츠 45만8천원 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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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름을 틀리게 말하는 게 효연식 유머가 됐죠.(웃음)
하하하. 웃기려고 그런 거면 저는 천재일 거예요. 그렇게 바꿔 말하기도 쉽지 않으니까. 그래서 항상 저는 처음부터 죄송하다고 말하고 시작합니다. 기분이 상한 분이 계시다면 진짜 사과드려야 해요
 
어릴 땐 어떤 아이였나요?
자신감이 엄~청 많은 아이. 밝고 자신만만했고 욕심이 많았어요. 가족들도 서포트해줬고, SM 안에서도 연습생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어요. 수십 명의 연습생 중에서도 춤으로는 꼭 1등을 해야 하는 아이였죠. 누가 날 이겼어? 그러면 티는 안 내지만 혼자 집에 가서 엄청나게 연습하는 거예요.(웃음) “연습생 때 많이 힘들었죠?”라고 물어보시면 저는 “솔직히 전 엄청 재미있었어요”라고 답해요. 그래서 더 잘 지내왔던 것 같고요.  
 
어떤 욕심이 있었어요?
솔로 욕심?(웃음) 저는 당연히 제가 솔로로 데뷔할 줄 알았어요. 파워풀한 춤은 연습생 중에 가장 자신 있었고  댄스 선생님도 그걸 아주 좋게 보셔서 외부 레슨에 저만 보낼 정도로 서포트를 해주셨거든요.
 
지금은 어때요? 자존감이 높은 편인가요?
지금은 적당합니다.(웃음) 이젠 내공과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자존감이죠.
 
메시 톱, 귀고리 모두 가격미정 지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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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졌고요?
예전엔 아예 회피하고 보지도 않았어요. 모니터링도 안 할 만큼. 근데 이젠 보면, 그냥 ‘저렇게 댓글 쓰면 친구 없을 텐데~?’ 생각해요. 제 성격이 얌전한 편도 아니고 불 같아 찾아가서 똑같이 욕해주고 싶기도 합니다.(웃음)
 
슬럼프는 어떻게 넘기는 편이에요?
저는 주로 공백기에 슬럼프를 느꼈어요. 단체 활동할 때는 너무너무 바쁘게 하루하루가 스쳐 지나가다 보니 쉴 때면 ‘나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뭐라도 해야 하는데’ 싶으면서 슬럼프가 왔어요.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죠. 그 시간에 연습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연습할 시간도 필요한데 자꾸 보여지는 것만 하려고 하면, 결국 고갈되게 마련이거든요. 솔로 활동을 하면서는 공백기를 연습으로 채워나갔어요. 그렇게 쌓아 올린 제 솔로곡을 들으신 분들이 이제 효연만의 색깔이 뭔지 알겠다는 댓글을 달아주신 걸 보면 엄청 기분이 좋아져요.
 
가죽 미니드레스 62만8천원 올세인츠. 선글라스 50만원 젠틀몬스터. 가죽 장갑 5만9천9백원, 목걸이 6만9천9백원, 부츠 14만9천원 모두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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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여전히 소녀시대 멤버가 많더라고요. 솔로 가수로서 활동하는 지금, 소녀시대는 효연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진~짜 뿌듯한 존재. 멤버 한 명 한 명이 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박수 받고 하는 게 너무 대단하게 느껴져요. 나를 있게 해준 존재들이죠. 동시에 ‘찐친’들이고요.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갑자기 생뚱맞게 전화 와도 어제 연락한 것처럼 받을 수 있는 친구들.
 
효연의 프로페셔널함은 어디에서 드러나나요?
하루에 10분이든 한 시간이든 꼭 연습을 합니다. 춤이든 중국어든 무엇이든. 반복만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루틴을 지키는 사람, 멋있죠.
맞아요. 저는 자기만의 규칙을 지키는 꾸준한 사람들 정말 존경해요. 게으른 건 멋이 없죠. 저는 안 좋은 생각에만 매몰돼서 스스로를 방치하는 거, 이해 못 해요. 그런 고민은 잘 안 들어줍니다.(웃음)
 
 저지 톱, 데님 맥시스커트, 벨트, 데님 캡 모두 가격미정 디젤. 부츠 가격미정 비비안 웨스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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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효연이 열중하는 건 뭔가요?
어릴 땐 물불 안 가리고 다 이기고 싶었어요. 댄스든 달리기든 철봉 매달리기든. 무조건 상위권에 들어야 했고 주목을 받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 끝까지 연습했어요. 이젠 그런 욕망은 좀 잠잠해졌어요. 잘하는 것에 몰두하는 대신, 의외의 영역에선 즐기고 싶어요. ‘내가 골프 프로할 거 아니잖아, 자연 보면서 즐길래~’ 하면서요.(웃음)
 
디제잉도, 캠핑도,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며 사는 효연이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진짜 많죠. 아직 못 가본 나라가 너무 많아요. DJ로서 다양한 월드 페스티벌에 나가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많이 얻고,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경험하고 싶어요. 내 세트 리스트에 사람들이 다 같이 공감하고 같이 논다는 게 정말 짜릿한 경험이거든요. 그리고 제 곡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네요.
 
효연은 무엇을 믿나요?
저 자신과 자기 계발서. 뻔한 말 있죠? “인사 먼저 해라” 같은. 저는 그런 당연한 이야기들을 지키려고 해요. 인사 먼저 하면 인상에 좋게 남잖아요. 그 밖에는 쓰레기 버리지 않는 거, 예의를 지키는 것 같은 기본적인 것들. 저는 늘 느껴요. 결국 먼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해요.  
 
 

Credit

  • Feature Director 이예지
  • Photographer Less
  • Stylist 이우민
  • Hair 다솜
  • Makeup 신경미
  • Assistant 박한나
  • Art designer 변은지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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