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었어요. 요즘 작업에 집중하느라 살이 좀 붙었는데, 촬영을 위해 이번 주 내내 운동도 하고 식단 관리도 하면서 5kg을 뺐어요. 열심히 준비했죠.(웃음)
우즈의 이적 소식이 발표됐을 때 쏟아졌던 반응을 기억해요. 묵묵히 제 길을 걸어온 청년의 새 출발을 많은 이가 제 일처럼 축하했죠.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에요. 주변의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지만, 침착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대중이 좋아하는 모습은 지키면서 ‘우즈’라는 브랜드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시기기도 했거든요. 들뜨지 않고 차분히 앞을 내다보고 싶었어요.
울 코트 5백45만원, 셔츠 91만원, 데님 쇼츠 8백90만원, 모자 56만원, 목걸이 1백30만원, 미디 부츠 2백90만원 모두 구찌. 안경 21만8천원 카린. 반지 가격미정 크롬하츠.
우즈에겐 시작의 순간이 많았어요. 50여 번의 오디션을 거쳐 그룹으로 데뷔했고, 솔로로 전향했다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그룹 활동을 하고, 지금의 우즈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 시작을 거듭했죠.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무서웠던 때도, 설레던 때도 있었고 말씀하신 것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나갔다가 우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까지 여러 시작이 있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데뷔하고 나서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간을 두고 준비하면서 능력을 더 키우고 싶었거든요. 제게 다시 시작하는 순간은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대신 매 순간 긍정적인 문장을 만들어놓고요.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저한테 지는 걸 되게 싫어해요. 뭐든 꾸준한 게 중요하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참 힘든데, 그걸 해냈을 때의 쾌감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크거든요. 끈기에 지기 싫을 때 스스로에게 “너 이거보다 세잖아. 지금보다 멘털 강하게 가져갈 수 있잖아” 이런 말들을 하는 것 같아요.
좀 몰아붙이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스타일인데, 그게 싫진 않아요. 워낙 즉흥적이고 게으른 면이 있다는 걸 잘 알아 그런 것 같아요.
울 코트 5백45만원, 셔츠 91만원, 데님 쇼츠 8백90만원, 모자 56만원, 목걸이 1백30만원, 미디 부츠 2백90만원 모두 구찌. 안경 21만8천원 카린. 반지 가격미정 크롬하츠.
아무래도 앨범이 나올 때인 것 같아요. 제일 처음으로 짜릿한 순간은 곡이 완성되고 마스터본을 들었을 때. 그리고 앨범이 발표되기 직전 전 곡을 들을 때 느끼는 쾌감이 있어요. 마음 한편에 뭔가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이런 순간은 어때요? 김영대 음악 평론가가 우즈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예측 불가능한, 친숙함을 가진 팔색조”라고.
너무 극찬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웃음) 혼자 활동하다 보니 우즈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늘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다짐했죠.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보단 전문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가수가 되자. 그렇게 조금씩 입소문을 타는 길을 택하자’고. 다행히 그런 진심이 통했는지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졌지만(웃음) 앞으로도 좋은 앨범을 많이 만들겠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예측 불가능한 팔색조, 우즈의 음악은 어디에서 시작되나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생각에서부터인 것 같아요. 표현해보고 싶은 것이 생기면, 어떻게 음악으로 풀어낼지에 대한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시각적인 걸 좋아해 음악이지만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거치기도 하고요.
니트 풀오버 가격미정 이자벨 마랑. 페이크 퍼 모자 24만5천원 스탠드 스튜디오. 귀고리 (왼쪽부터)가격미정 크롬하츠. 본인 소장품. 목걸이 7만9천원 빈티지헐리우드.
사랑의 단계를 표현했다던 3집 미니 앨범 〈ONLY LOVERS LEFT〉가 대표적인 예가 되겠네요. 듣는 내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앨범명 자체도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고요.
그 앨범은 머릿속에서 떠오른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됐어요. 그게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감정과 유기성을 만들어준 셈이죠. 워낙 비주얼적인 요소에 많은 영감을 받아요. 이 앨범처럼 사진이 될 수도, 영상이나 영화 속 미장센에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죠. ‘Touche´’라는 곡도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을 보고 만들었어요. 주인공이 “Touche´”라고 말하는데, 그 발음이 섹시해 곡으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죠.
우즈가 부르는 사랑 노래는 꽤나 강렬해요. 이 사람은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이런 가사를 쓸까 싶고.
얼마 전에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이 “오랜만에 네 얘기를 쓰는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은 지금까지 냈던 곡들의 절반 이상은 실제 경험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해요.(웃음) 그래서 그렇게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어떻게 하면 슬플지 의도하며 대사를 쓰는 것처럼,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어떤 장치를 썼을까 생각하면서 가사를 쓰는 식이죠. 그리고 제게 사랑은 꼭 연인 사이의 감정만이 아니라, 긍정의 최종 형태 같은 표현이라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쓰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이번엔 어떤 사랑을 그려볼까’를 고민하는 거죠. 만약 제가 글을 쓴다면 에세이보다 소설 쓰는 걸 더 좋아했을 것 같아요.
〈ONLY LOVERS LEFT〉 활동이 끝나고 앨범 스토리로 글을 써서 책으로도 내볼까 싶었는데, 소설은 인물들끼리 대화해야 하잖아요. 그 대사를 못 쓰겠더라고요. “삐걱거리는 나무 마룻바닥을 지나다가” 이런 걸 쓰다가 내가 할 게 아니다 싶었어요.(웃음)
크리스털 블루종 점퍼, 쇼츠 모두 가격미정 드리스 반 노튼. 귀고리 (왼쪽부터)가격미정 크롬하츠. 본인 소장품.
‘아무의미’ ‘Noid’처럼 우즈 씨의 이야기가 온전히 담긴 곡도 있죠. 흘러가버릴 수 있는 감정이 곡의 소재가 되는 건 어떨 때예요?
가끔 힘들다고 느낄 때 제가 뭘 좋아하고 싫어했는지 써보는 편이에요. 저만 보는 글인데도 솔직하게 쓰기 참 어려운데, 하나씩 써내려가다 보면 ‘나 이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 곡을 썼던 것 같아요.
지금의 우즈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로는 뭐가 있을까요?
‘모순’인 것 같아요. 모순은 2가지 모습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누구나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고, 그 또한 제 솔직한 모습인 것 같아요. 최근에 든 생각인데, 미디어 속의 제 표정들이 문득 거짓처럼 느껴졌어요. 계속 웃고 있는데, ‘뭘 위해 계속 웃으려고만 했었지’ 그런 생각이 들었달까요. 사실 무표정도 표정의 일부고 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 여러 가지 표정이 있는데 너무 솔직하지 못했나 싶고.
스스로 모순이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본질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스스로 지금보다 솔직해질 수 있게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바시티 점퍼, 후디, 팬츠, 목걸이, 가방, 스니커즈 모두 가격미정 발렌티노 가라바니. 귀고리 본인 소장품.
좀 유연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게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대화하면서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좋은 거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생각하는 솔직한 모습에 조금씩 다가가는 중인 것 같아요.
‘아무의미’에 이런 가사가 있잖아요. “찾고 싶어 who am I.” 발매한 지 4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때요?
아직 진행 중이지만, 그때에 비해선 많이 찾은 것 같아요. 어제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일주일 동안의 내 모습을 기록해봐야겠다고. 평소에 내가 어떤지, 하나부터 열까지 일종의 ‘나 사용법’을 써보고 싶은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물을 한 컵 마신다, 이런 식으로 사소한 것까지 쓰다 보면 몰랐던 제 모습을 또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죽기 전까지 저라는 사람을 완벽히 알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매 순간 제가 생각하는 좋은 모습을 정의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맞아요.(웃음) 지금 대화하면서도 느끼는 건데, 저는 저에 대한 키워드를 솔직함으로 가져가고 있었구나 싶어요.
타투를 새기는 신념도 흥미로웠어요.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순간을 새긴다고요. 가장 애착 가는 타투는 뭐예요?
아무래도 첫 타투인 것 같아요. 타투를 시작한 의미가 담기기도 했고, 부모님의 출생 연도를 새긴 타투라 소중하게 느껴져요.
크리스털 블루종 점퍼 가격미정 드리스 반 노튼. 귀고리 (왼쪽부터)가격미정 크롬하츠. 본인 소장품.
노래로, 타투로, 또 스스로 보는 글로 ‘나’라는 사람을 치열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은 못 했는데, 방금 하신 말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일기를 쓰는 게 어려웠나 봐요. 제 얘기를 이미 여러 형태로 표현하고 있었으니까. 저에 대한 기록이 하나씩 남겨지고 있었네요.
우즈의 음악 작업 말고, 지금의 조승연을 즐겁게 하는 건 뭐예요?
단번에 축구라는 답이 나오네요.(웃음) 활동하는 팀이 있어요?
팀도 있고, ‘플랩풋볼’이라고 모르는 사람끼리 축구를 할 수 있게 이어주는 소셜 플랫폼이 있는데, 어제는 거기서 하고 왔어요. 시간·장소·인원별로 경기가 다양하게 올라오는데, 원하는 경기를 선택해서 갈 수 있거든요. 육성 게임처럼 레벨도 생기는데, 어제 ‘아마추어 3’를 받았어요.(웃음)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죠. ‘32e___’ 아이디 뜻도 있어요?
제일 좋아하는 날짜예요. 3월 22일. TV를 보다가 문득 그 순간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 내가 음악을 왜 시작했는지 느끼게 됐던 날이었거든요.
요즘도 필름 사진 찍어요? 업로드가 조금 뜸한 것 같던데.
사실 유럽 여행 다녀왔을 때가 마지막이었어요. 여행 브이로그를 한번 찍어볼까 싶어 3주 내내 카메라를 들고 다녔더니 지금은 살짝 지겨워진 상태예요.(웃음) 이제 좀 다시 찍어봐야죠.
티셔츠, 와이드 팬츠, 벨트 모두 가격미정 생 로랑. 귀고리 본인 소장품.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사진집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계정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반응이 많던걸요.
그래서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 사진에 국한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올리는, 저만의 매거진처럼 운영해보면 어떨까 싶은?
좋은데요? 그럼 최근 가장 좋았던 것부터 말해보죠.
오늘 좋았어요! 촬영 앞두고 관리하느라 어제도 샐러드 한 끼 먹고, 유산소운동 대신 축구를 했거든요. 트레이너 선생님이 촬영 당일엔 빵 정도는 먹어도 괜찮다고 하셔서 아침에 소시지 빵을 먹었는데 너무 행복했어요.(웃음)
이제 촬영도 끝났으니 맛있는 거 먹어야겠네요.
그래야죠. 뭘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요.(웃음)
가기 전에, 화보로 오랜만에 우즈를 만날 팬들에게도 한마디 전해줘요.
제 소식을 오래 기다리셨을 것 같은데, 제일 처음으로 뭔가를 보여드려야 하는 건 음악이어야 된다고 생각해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아요.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2023년에는 앨범과 콘서트, 여러 가지로 제가 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면서 하나씩 보여드릴게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지만 차근차근히 해나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