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 PICK!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선물 리스트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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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 PICK!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선물 리스트

올 한 해 찬란하게 빛났던 당신에게, 헌사와 선물과 사랑을.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12.10
 

Dear 박찬욱 감독 -> 구스타프 말러 ‘대지의 노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한동안 파도에 휩쓸렸다가 빠져나온 사람처럼 혼미했습니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보고 당신의 팬이 된 후 하얀 케이크에 덤덤히 얼굴을 박는 ‘금자 씨’, 맨발로 밤거리를 내달리는 ‘태주’, 달뜬 얼굴로 담장을 넘어 도망치는 ‘히데코’와 ‘숙희’를 마주할 때마다 늘 새로운 사랑에 빠져들었습니다만, 이토록 멜로드라마틱하고 달콤한 파멸은 처음이었죠. 치아가 빠진 잇새를 혀로 더듬어 우묵한 부재와 아릿한 고통을 되새기는 감각. 당신의 영화는 늘 일정 부분 고통스러운데, 〈헤어질 결심〉의 영영 미결로 남은 어떤 사랑은 기이한 환상통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이 배경음악으로 흐를 때, 호미산에 눈발이 날릴 때, 파도가 모든 걸 덮치고 휘몰아쳐 사라질 때… 저는 ‘대지의 노래’를 떠올렸습니다. 말러가 말년에 쓴 아홉 번째 교향곡이자 연가곡은 초월적이고 쓸쓸합니다. 죽음의 정조가 스산히 드리우고 서릿발 같은 고독과 꿈결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움이 교차하지요. 말러는 중국 문호들의 시를 중역한 시어들로 노랫말을 썼는데, 마지막 악장 ‘고별’은 마치 바다 앞에 선 ‘서래’의 마음과 같아요. 산보다 바다를, 현세보다 죽음을, 이 땅의 슬픔보다 초월적인 사랑을 택한 ‘서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대지의 노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브루노 발터와 오토 클렘페러의 명반은 소장하고 계실 거라 생각해, 1973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 르네 콜로, 크리스타 루드비히와 녹음한 음반을 보냅니다. 최근 커버를 바꿔 재발매했는데, 커버마저 〈헤어질 결심〉 같았던 까닭입니다. 마지막 악장의 끝에서 ‘영원히, 영원히’를 나지막이 읊조리는 르네 콜로의 노래처럼 영원한 미결로 남을 사랑을 떠올리며, 말러와 닮은 당신에게 존경을 보내며. from 이예지(피처 디렉터)
 
 

Dear 〈파친코〉 ‘선자’ -> 마세라티 기블리 트로페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올해의 문장으로 꼽고 싶을 만큼 강력한 이 소설의 첫 문장으로 당신을 헤아려볼 수 있을까요? 일제강점기의 가혹한 역사, 기구한 운명 속에서도 말간 얼굴로 꿋꿋하게 살아내는 ‘선자’ 당신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애플 TV 플러스의 〈파친코〉는 물론이고 이민진 작가의 원작 소설 〈파친코〉를 끝까지 읽어 내려갔습니다. 사랑에 속고 시대에 버림받고 남편과 자식까지 떠나 보내지만 당신은 꺾이지 않고 살았습니다. 아니, 살아남았죠. 미국까지 유학 보낸 손자 녀석이 여전히 당신 속을 썩이지만, 이제는 당신의 인생을 즐길 때입니다. 고생한 ‘선자’ 인생에 슈퍼카 한 대 놔드리고 싶습니다. 3799cc의 대형 슈퍼카 세단, 마세라티 기블리가 적절하겠습니다. 제가 고른 트로페오는 기블리의 4가지 트림 중 가장 고급이죠. 당신의 앞길에 꽃길만 있길 기원하지만 혹여 진흙탕이 나타나더라도 최대 출력 580마력에 최대 속도 326km/h, 후륜구동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헤쳐 나오길 바라서입니다. 손자가 또 속을 썩일 때면 서킷에서 드래프트를 해도 될 만큼의 성능도 지녔죠. 이 강인함은 마치 당신의 성품과도 닮았고, 제로백 4초대는 당신의 신속한 결단력과 비슷합니다. 붉은색을 선택한 건 당신이 타지에 정착해 꾸려온 파친코 오락장 풍경 때문입니다. 기블리 트로페오의 오묘한 레드 컬러는 파친코 기계가 연상되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그래스 루츠의 ‘Let’s Live For Today’ 음악에 맞춰 날아갈 듯 춤을 췄던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드라이브할 때면 꼭 그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주시길. 어떤 에피소드보다 파친코 앞에서 가장 행복해 보였던 그 표정이 이 마세라티를 선물 받은 당신의 모습이라 상상해도 되겠지요? from 김미나(피처 어시스턴트 에디터)
 
 

Dear 〈애프터 양〉 ‘양’ -> 라이카 M6 필름 카메라

영화 〈애프터 양〉을 봤던 지난여름 이후, 종종 너를 떠올렸어. 여태까지 수많은 영화에서 본 모든 안드로이드 중 가장 명민하고, 침착하며, 가장 애틋하게 남은 너를. 넌 멈춰버렸지만, 네가 두고 간 기억의 편린은 무심코 지나친 평범한 날들의 소중함, 인간이라는 존재,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줬어. 새삼스럽지만 그게 영화가 지닌 힘이겠지. 황량하고도 아름다운 우주에서 빛을 발하는 네 기억들.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르는 가족들을 바라보던 너, ‘미카’에게 중국의 문화를 가르쳐주던 때, 찻잎이 떠올랐다가 내려앉는 장면을 담던 넌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어쩌면 너는 학습된 정보가 아니라 진짜 기억을 가진 인간이, ‘미카’와 함께 늙어가는 가족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결국 지극히 인간다운 생각을 했어. 하지만 네가 그랬지. 끝에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괜찮다고. 양, 너의 기억은 바라본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왜곡되기도 해. 이렇게나 불완전한 기억을 조금이라도 오래 붙들어두고 싶어 카메라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어. 네가 있는 세계에선 아마도 구시대의 유물일지 모르겠지만, 이 필름 카메라를 선물하고 싶어. 내가 사는 이곳엔 모두가 손안에 고화질의 카메라를 든 채 무엇이든 찍고 시시때때로 공유해. 무얼 기억하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지, 과연 기억하기 위해 찍긴 하는 걸까 싶은 퇴색된 목적이 어떤 사진들엔 얼룩처럼 묻어 있어. 100개가 넘는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해 만들었다는 라이카 M6은 디지털카메라처럼 실시간으로 지우고 다시 찍을 수 없기에 사진을 찍는 이의 시선과 생각이 그대로 배어 있지. 현상된 사진은 물성을 지닌 기억으로 오래도록 존재할 거야. 그게 너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 너라면 이 카메라에 어떤 사랑을 또 담았을까? 많은 것을 남겨두고 떠난 너를 기억하겠다는 징표를 네게 보내. from 천일홍(피처 에디터)
 
 

Dear 트와이스 미나 -> 레고 타자기

“사람들이 그렇게 애타게 찾는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지천에 널려 있는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래.” 요즘 이런 말들이 좋아져요. 왜 이러는 건지. 행복이든 행운이든 우리는 늘 무언가를 바라는데 그것이 뭔지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아요. 아무렴, 과학자들이 우주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도 아직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데 말이죠. 그렇지만 지난달에 올 한 해 활동을 마친 미나 씨를 인터뷰하면서 저는 ‘실물 영접’의 행복감이 무엇인지 정확히 느꼈어요. “참 이상한 여자야.” 사진가는 그날따라 아주 오래 카메라를 붙들고 있다가 모니터로 돌아와서는 얼굴이 발그레한 채로 말했죠. 미나 씨는 말도 못 붙일 만큼 차갑고 깊었다가, 대화를 하면 잇몸이 다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더군요. 하트 입술이 활짝 열릴 때마다 주변이 마치 요정 가루를 뿌린 것처럼 온통 반짝였습니다! 그 모습에 저는 거의 붕괴되고 말았죠. “나를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올해만 해도 정말 많은 신인 아이돌 그룹이 데뷔해 저마다 반짝였지만, ‘TTT’와 ‘The Feels’에서 보여준 트와이스식의 화사한 존재감은 끄떡없었죠. 그 속에서 넘사벽의 고고함으로 은은히 빛나는 미나 씨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만 거예요. 이 작은 ‘조공’으로 그날의 감동에 비해 부족했던 저의 리액션을 대신할게요. 미나 씨의 구미를 당길 만한, 완성하기까지 아주 오래 걸려 며칠 내내 저를 떠올릴 만한, 마침내 숙소 한편에 전시됐을 때 아주 애틋할 만한 것. 이건 무려 2097개의 피스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실제로 작동도 하는 레고 타자기예요. 멀리 있는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토독토독 타자기를 두드리는 마음으로, 이 선물을 고르고 글을 씁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레고 조각이 모두 미나 씨에게 넘치는 행복을 가져다주기를, 미나 씨 주변에 늘 지천으로 행복이 널려 있기를. from 김예린(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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