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번개장터'를 각인시킨 최재화 부대표 피셜, 원석의 마케팅 연금술은? #ONETHEWOMAN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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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번개장터'를 각인시킨 최재화 부대표 피셜, 원석의 마케팅 연금술은? #ONETHEWOMAN

글로벌 기업 유튜브에서 스타트업 CMO로 이직했다. 팀원은 고작 3명. 3년 만에 50명이던 직원이 150명 규모로 성장한 스타트업에서 그녀는 COO 자리에 올랐다. 대중에게 ‘번개장터’와 ‘브그즈트랩’을 각인시킨 최재화 부대표는 지금 스스로 커리어의 정점에 있다고, 이 자리에 와보니 경험보다 감각, 원석과도 같은 패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03.07
 
재킷 2백84만원, 팬츠 2백3만3천원 모두 발리. 스니커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너 톱 본인 소장품.

재킷 2백84만원, 팬츠 2백3만3천원 모두 발리. 스니커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너 톱 본인 소장품.

더현대 서울에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은 매장 중 하나가 이곳 브그즈트랩(BGZT Lab)이었어요. 오픈 이후 9개월간 누적 13만 명, 하루 평균 1천 명이 방문했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어떻게 오프라인 스니커즈 리셀 매장을 만들 생각을 했나요?
중고 거래 앱이 다양화되면서 앱 서비스만으로는 특별함을 전달할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번개장터는 중고 거래 앱 중에서도 아마존이나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처럼 모든 카테고리를 망라하는 중고 전문 커머스예요. 카테고리마다 고유의 커뮤니티와 문화가 형성돼 있는데, 그 커뮤니티를 한데 모으는 공간이 생긴다면 시너지가 날 거라 생각했어요. 리셀 규모가 가장 큰 ‘스니커즈’를 주제로 잡고, 실물로 보기 어려운 한정판 스니커즈를 누구나 만져보고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죠. 층고 높은 공간에 디스플레이 월을 세워 ‘꿈의 드레스룸’, ‘박물관’ 같은 느낌을 구현했고요.
 
기획 단계에서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나요?
중고 거래 앱에서 리셀 매장을 오픈한 경우는 못 봤지만, 미국 뉴욕이나 LA 등지에 스니커즈 리셀 매장이 보편화돼 있기는 해요. 한국의 역사적인 스니커즈 카페 ‘풋셀’을 인수해 운영진과 매장 기획을 함께 했죠. 아르켓 옆에 매장을 준비하면서 낙수 효과 정도를 기대했는데, 저희가 이렇게 화제를 모을 줄은 예상 못 했어요.(웃음)
 
실은 오늘 촬영 오면서 번개장터 COO가 아니라 스니커즈 브랜드 CEO처럼 나올까 봐 걱정했거든요.(웃음) 번개장터에서 브그즈트랩을 만들 때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코엑스에 오픈한 2호점은 아예 ‘나이키 조던 1’을 테마로 했죠.
제가 2020년 처음 번개장터로 이직했을 때 18~34세 이용자가 80%에 육박했어요. 해당 나이대 이용자들은 주로 스니커즈, 프라이탁 가방 등의 패션 리셀 커뮤니티 규모 형성에 기여하고 있었고요. 2019년 한정판 스니커즈 열풍의 시조새 격인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과 나이키의 협업 컬렉션이 처음 발매된 날, 관련 검색어가 앱 내 상위 50개를 도배했어요. 완전히 새로운 맥락이 아니라 번개장터 내에 늘 존재했던 문화를 극대화해 표현했을 뿐이죠. 저희는 브그즈트랩을 번개장터의 ‘부캐’ 정도로 생각해요.
 
번개장터에서 유독 스니커즈가 많이 거래되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요?
천리안과 하이텔이 보급되던 시절, 채팅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이 쪽지로 물품을 거래하기 시작했죠. 가장 먼저 생긴 플랫폼이 카페 기반의 중고나라고요.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PC에서 앱으로 넘어올 때, 가장 먼저 중고 거래 앱을 론칭해 10대 사용자를 모은 건 번개장터예요. 당시 그들 사이에서 주로 거래됐던 게 셀렙 굿즈랑 스니커즈였어요. 패션을 좋아하는 맥시멀리스트 세대였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중고나라’, 지역 서비스를 표방하는 ‘당근마켓’과 구별되는 번개장터만의 특색은 무엇일까요?
내가 정말 갖고 싶은 게 있다면 꼭 그걸 동네에서만 찾을까요?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이 데뷔 초 ‘나만 아는 아이돌’이었을 때, 우리 동네에서 방탄소년단 팬을 찾아 포토 카드를 교환하는 건 확률적으로 어려운 일이잖아요. 소수 문화, 컬트 문화를 향유하는 이용자들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으니까요. 그걸 모아주는 게 번개장터예요. 지역이 너무 멀거나 해서 대면 거래가 힘든 이용자들을 위해 안전한 비대면 거래를 돕는 번개페이를 도입했고요. 사실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은 경영학 관점으로 보면 상당히 비이성적이에요. 모르는 사람한테 실명과 전화번호, 주소를 알려주고, 물건이 있는지 확인도 못 했는데 현금을 입금하잖아요. 저희가 중간에서 돈을 맡아주고 있다가 구매자가 물건을 받고 구매를 확정하면 판매자에게 송금해주는 시스템이죠.
 
글로벌 공룡 기업인 유튜브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다 스타트업 번개장터로 이직한 이력이 눈에 띄어요.
원래 중고 거래에 관심이 거의 없었어요. 나름대로 LP 디깅하는 걸 좋아하는 정도였죠. 번개장터에서 이직 제의를 받고 처음 번개장터 앱을 깔았는데, 제가 애타게 찾던 아도이나 누자베스의 한정판 LP가 있는 거예요. ‘이게 유튜브의 두더지 영상 같은 거구나’ 싶더라고요. 지상파 방송사밖에 없던 시절에는 대중적으로 인지도 있는 콘텐츠만 살아남지만, 유튜브가 생기면서 100만 뷰 나오는 〈워크맨〉과 마니아층만 즐기는 두더지 영상이 공존하게 됐잖아요. 유튜브 콘텐츠를 x축, 소비자 수를 y축으로 그래프를 그리면 뷰 수가 적은 콘텐츠들이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지는데 그 부분을 ‘롱테일’이라 불러요. 이제는 롱테일의 시대라고 생각해요. 브랜드들도 요즘 시즌과 시즌 사이에 캡슐 컬렉션이나 컬래버 라인을 계속해서 내놓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번개장터도 다품종 소량 생산의 극단에 있는 거죠. 내가 원하는 건 땅끝까지 뒤져서라도 사는 덕후들이 리셀 문화를 활성화하고 있고요.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고 ‘가심비’를 중시하는 넥스트 세대의 특성을 고려하면 중고 거래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어요. 이런 시장에서 제 역량을 펼쳐 번개장터를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입사한 뒤 대대적으로 브랜딩 작업에 돌입했어요.
번개장터라는 이름은 예스럽지만 사람들이 ‘화개장터’에서 만나 물건을 거래했던 옛 문화를 온라인에서 ‘번개’로 이어간다는 연결성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로고와 슬로건 리프레시 작업을 했죠. 원래 번개장터의 ‘장터’에 알파벳 ‘J’를 썼는데 ‘Z’로 바꿨어요. 더 힘 있어 보이고 번개 모양이랑도 비슷하잖아요. 위쪽이 평평해서 충전기 모양 같았던 로고는 삼각형을 2개 이은 번개 모양으로 바꿨어요. ‘사람 인(人)’ 자 둘이 만나 ‘취향을 잇는 거래를 한다’는 의미죠. ‘중고 거래의 성지’라는 슬로건도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모여야 앱이 활성화되고, 그러려면 매물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지름신’의 반대인 ‘파름신’을 키워드로 이정재 배우와 광고 캠페인도 전개했죠.
 
스타트업의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이끈 마케터로서 경험과 감각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나요?
감각이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이해, 시대 감각과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중요해요. 물론 경험이란 게 좋은 아이디어가 촘촘히 실행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패기만으로 잘되는 브랜드도 있는 법이죠. 소셜 플랫폼의 등장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경로가 확보됐잖아요. 백화점에 입점하지 못하면 온라인으로 팔면 되고, 국장님이 내 콘티를 결재해주지 않으면 유튜브에 올리면 되는 시대죠. 유튜브에 다니던 시절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이 론칭하면서 이벤트로 선보였던 방탄소년단의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 마케팅을 맡은 적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팬들을 놀래켜줄까 고민하다가 강남역의 빌딩 전광판 하나를 사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표현한 동물 이모지 7개에 당시 ‘유튜브 레드’ 로고와 해시태그 하나를 띄웠죠. 그런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태국인 아미 관광객이 그걸 촬영해 트위터에 올렸고, 서너 시간 만에 글로벌 키워드 1위가 된 거예요. 지금의 저라면 그렇게 무모한 용기가 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강남역 빌딩숲을 지나는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그 전광판을 볼 확률, 그 사람이 아미일 확률, 그리고 외국인이며 트위터를 활발히 하는 사람일 확률을 모두 따지면 그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너무 낮았죠.
 
좋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나만의 인풋 노하우가 있다면요?
우선 각종 SNS의 ‘실시간 급상승’ 탭은 거의 다 훑어요. 그리고 초창기 〈문명특급〉이나 〈공부왕찐천재〉처럼 나름의 캐릭터와 서사를 갖춘 콘텐츠를 눈여겨봐요. 단순한 정보성 콘텐츠는 잘 안 보고요. 특히 유튜브 댓글에서 정말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요. 유저들이 친절하게 킬링 포인트를 좌표로 찍어주잖아요.
 
〈세바시〉 강연을 듣는 느낌이에요. 일을 즐기는 것 같은데, 원래 마케터가 꿈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을 기쁘게 해주려고 공부를 열심히 했던 아이였어요. 그런 아이들이 전형적으로 꿈꾸는 직업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비운의 한국 학생이죠.(웃음) 처음 들어간 직장이 외국계 전략 컨설팅 회사였는데, PPT만 100장씩 만들어야 했죠. 기초 체력은 길렀지만 결국 회사를 나왔어요. 동대문 가서 옷 보는 것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해 LP도 수집했으니까 ‘힙’한 걸 하고 싶었죠. 사람들이 생각하는 ‘안전한’ 커리어 루트를 깨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요. AB인베브에 입사했을 때는 주변분들이 여자가 무슨 술 회사냐고 말렸고요. 음악을 좋아해 클럽 다니는 걸 즐겼는데 “재화야, 너 시집 가려면 클럽 끊어야 해. 그런데 술 회사까지 다닌다고?” 하는 얘기도 들었죠. 저는 음악을 좋아하니까 술 회사에 들어가서 좋아하는 뮤직 페스티벌에 후원사 자격으로 참여해야겠다는 로망이 있었어요. 유튜브 그만둘 때는 “그 좋은 직장 왜 그만두냐”는 소리를 들었고요. 물론 유튜브, 재미있었죠. 그런데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있고, 컨펌 라인이 미국까지 왔다 갔다 해요. 아무리 번뜩이는 기획안이라도 규격에 맞추다 보면 에지가 떨어지죠. 좀 더 원석 같은 기획을 가지고 승부수를 던져보고 싶었어요. 내 프로젝트가 대중에게 의도대로 오롯이 전달됐을 때 오는 쾌감이 있잖아요. 지금의 저는 제가 가진 재능을 끝까지 펼쳐 보이는 중이에요.
 
글로벌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면서 달라지는 처우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스타트업에 가고 싶어 하는 젊은 구직자들에게 전해줄 만한 연봉 협상의 기술이 있다면요?
먼저 나의 시장 가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해요. 최소 3군데 지원해보고 비교하는 게 좋죠. 어느 한 곳의 연봉이 눈에 띄게 높은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일이 정말 힘들지 않은 이상은요. 또 연봉을 구성하는 함수를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연봉 자체는 낮더라도 스톡 옵션이나 자사 제품의 직원 할인을 제공받을 수도 있고요. 내가 성장 가능성 있는 회사에 투자해보고 싶은지도 관건이에요. 만약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에 처우가 한참 못 미친다고 쳐요. 그건 회사 상황이 그만큼 따라주지 않아서일 수 있어요. 그럴 경우 이직을 추천하지 않아요. 타이밍이 안 맞는 거라 생각하세요.
 
객관적인 판단도 중요하지만, 여성은 스스로를 저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매우 동의해요. 여성들은 결과에 대해 높은 평가와 보상을 받는 데 욕심내기보다, 과정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겸손한 거지만 저는 미련하다 생각해요. 내가 왜 먼저 나를 포기하죠? 우는 사람 떡 하나 더 준다고,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해요. 최근에 〈싱어게인2〉 여성 참가자가 “우승하고 싶어요. 톱 10에 꼭 들고 싶어요”라고 얘기하니까 시청자들이 “센 언니다”, “멋있다”라고 하더라고요. 원하는 걸 당당히 요구하는 게 당연한 거지, 왜 그게 멋있는 세상이 된 거죠? 여성들이 직장에서 돈 얘기하는 걸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의 가치를 주장하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자고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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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예린
    photo by 송시영
    stylist 김성덕
    hair 배경화
    makeup 안세영
    assistant 김미나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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