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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슴에 대한 역대급 설문조사, 그 결과는?

오르가슴 없는 섹스가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여성이 질 삽입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확률은? 오르가슴을 둘러싼 그간의 모든 상식을 재고해야 할 때가 왔다. 미국판 <코스모폴리탄>이 섹스와 오르가슴의 관계를 주제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두구두구두구~ 그 결과는?

BYCOSMOPOLITAN2021.08.21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해서 정말 그 섹스를 즐겼다 말할 수 있을까?

전설적인 여성운동가 헬렌 걸리 브라운이 미국판 〈코스모폴리탄〉 초대 편집장 자리에 오른 1965년 이래, 우리는 섹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당시 그는 “여성도 수치심 없이 섹스를 즐길 수 있다”란 메시지를 던지며 뉴욕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살아생전 브라운은 “세상에 섹스를 ‘하는’ 여자들이 있다는 걸, 나아가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라고 회고했다. “섹스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3가지 행위 중 하나에 속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나머지 2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하하.”
 
1972년 영국판 〈코스모폴리탄〉이 이런 흐름을 이어갔다. 작가 질리 쿠퍼는 ‘잘하는’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방송인 마이클 파킨슨은 자신이 받은 정관절제술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영국판 초기 에디터였던 디어드리 맥셰리에 따르면 글의 수위가 너무 높아 “런던 언론이 경악을 금치 못했을 정도”였다고). 그리고 결과적으로 두 기사는 섹스에 대해 과감한 태도를 취했다는 이유로 역풍을 맞았다. 여성은 섹슈얼리티를 탐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우리의 이야기가 ‘여성의 미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일부 페미니스트들로부터 나온 역풍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이 어느 쪽 편을 들었든, 이 2가지만은 확실하다. 첫째, 〈코스모폴리탄〉은 여성들이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섹스 라이프를 누릴 권리를 언제나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왔다는 것. 둘째, 오늘날 그 ‘만족’의 의미가 전보다 진화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는 것. 지금까지 섹스에 있어 ‘만족’이란 주로 파트너와의 ‘오르가슴 격차’를 줄이는 문제에 국한돼왔다. 여기서 오르가슴 격차란 이성 파트너 관계에서 남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비율(72%)과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비율(25%) 간의 차이를 말한다.
 
수많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우리에게 “오르가슴을 선사하지 못하는 상대는 그냥 차버려!”라고 당부하는 이유다. 이런 흐름 덕에 섹스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이 전보다 한층 긍정적으로 바뀐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로 된 걸까?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은 섹스를 위한 다음 단계는 어쩌면 ‘오르가슴의 유무’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남성과 여성이 각자의 섹슈얼리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이제는 좀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할 때가 아닌가, 이 말이다. 우리의 섹스 라이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전보다 더 어렵고, 어쩌면 진짜 중요한 질문. 바로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해서 정말 그 섹스를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 말이다. 오르가슴이라는 ‘최종 목표’에 너무 집중해온 게 결과적으로 우리의 섹스를 재미없게 만든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온전한 쾌감을 누리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적어도 2021년인 지금 섹스와 오르가슴에 대해 말하려면, ‘목적’보다는 ‘즐거움’에 무게를 두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나 변화의 선두에 서온 미국판 〈코스모폴리탄〉이 오르가슴을 주제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설문을 진행한 이유다. 오르가슴에 대한 그간의 논의가 이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수천 명의 독자가 내놓은 솔직한 대답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설문 결과는 섹스에 관한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은 물론, 우리가 실질적으로 ‘절정’에 이르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독자들의 답변에서 우리는 몇 가지 공통된 주제를 찾아낼 수 있었다. 바로 많은 이들이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오르가슴을 ‘드물게’ 느낀다는 것. 그리고 정말 많은 이들이 오르가슴을 연기한 적이 있거나, 현재 연기하고 있다는 것. 또한 대다수의 독자는 ‘오르가슴 없이도 기분 좋은 섹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까운 사람들과 오르가슴에 대한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이 그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놀라웠다. 우리는 또한 자기 몸에 대한 자신감과 정신 건강, 성욕에 관한 문제 역시 오르가슴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쩌면 우리는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문제, 바로 뇌와 신체의 상호작용에 대해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노력하지 않아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어요
에이미(26세, 양성애자, 우체국 직원, 런던 거주)
“11살 때 처음 한 자위로 사정을 했어요. 정말 대단했죠. 이후 여러 남자와 섹스를 했는데 처음 몇 사람과는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어요. 혼자 할 때는 정말 쉽게 느낄 수 있었는데 말이죠. 섹스를 적극적으로 하게 된 지 1년 정도 됐을 때, 한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나기 시작했어요. 그와 섹스할 때면 굉장히 빨리 사정했죠. 그는 견디기 힘든 사람이었지만 그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같이 잤어요. 그러다 다른 사람들과 섹스를 하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쉽게 절정에 이르더군요. 때로는 딱히 노력하지 않았는데도요. 그때 비로소 깨달았어요. 오르가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남자가 아닌 저 자신이라는 걸요. 감정적으로 화가 났을 때를 제외하면 모든 파트너와 꾸준히 오르가슴을 경험했거든요. 8년째 만나는 지금 파트너와 처음 섹스하기 시작했을 때, 그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어요. 대부분의 남자는 제가 쉽게 오르가슴에 이르는 걸 자기가 섹스를 잘하는 증거라고 오해하더군요. 그런 시각은 여성을 자기 몸에 대한 통제력이 없는, 섹슈얼하지 않은 존재로 만들어요. 다행히 지금 파트너는 전혀 그렇지 않았죠. 제가 오르가슴을 느낀 후에도 저에게 이런저런 애무를 해주었고요. 그의 정성 어린 애무 덕에 오르가슴 이후로도 섹스가 지속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제가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한번은 ‘이른 오르가슴’을 구글에 검색해본 적도 있어요. 근데 검색 결과가 전부 남자들 이야기더군요. 세상에 저 혼자 남겨진 듯 외로운 기분이었죠. 제가 왜 그렇게 쉽게 느끼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떻게 하면 절정에 이를 수 있는지는 아주 잘 알죠. 뭐랄까, 저에게 어떤 권력이 주어진 기분이에요. 이후 오르가슴은 제 인생에서 아주 재미있는 일이 되었고요.”
 
 
여성 상위일 때 계속 제 몸을 신경 쓰게 돼요
조(22세, 성소수자, 학생 겸 고객 응대 팀장, 햄프셔 거주)

“전 뚱뚱해요. 그렇다 보니 늘 온 세상이 제 몸을 혐오하는 강박에 시달리죠. 여성 상위로 섹스할 때 특히 그래요. 제 허벅지가 동작에 방해되는 느낌이랄까요? 2년 동안 사귄 전 애인과는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보지 못했어요. 그와의 섹스는 늘 그의 즐거움 위주로 진행됐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제 콤플렉스를 들쑤시기 시작했어요. 제 머리카락이며 몸무게 등에 대해서요. 그와 섹스하는 동안 저는 늘 그가 절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을까 봐 걱정했어요. 새 파트너와 처음 잘 때, 일이 또 그런 식으로 흐를까 봐 겁이 났죠. 하지만 그는 저에게 지지의 말을 해주었고, 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끊임없이 말해줬어요. 그에 대해 더 알아갈수록 저는 더 편안해졌고, 전과는 전혀 다른 성 경험을 하게 됐죠. 아직 그와의 관계에서 오르가슴을 느껴보진 못했지만, 곧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의 경험이 저의 예전 경험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거든요. 전 애인과 할 때는 전혀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어요. 저는 언제나 그가 저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못해 절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새 파트너는 저를 사막의 물 한 잔처럼 소중하게 대해줘요. 섹스는 두려운 무언가가 아니라 이제 축복처럼 느껴지죠. 물론 아직도 제 몸이 신경 쓰이기는 해요. 몇 년에 걸쳐 지적받은 걸 금세 잊어버리기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전보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리고 상대가 저를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더라도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지만 뭐, 괜찮아요. 그걸 목표로 삼으면 그 전, 혹은 그 후에 오는 모든 좋은 것을 놓쳐버릴 수 있으니까요.”
 
90% 정도는 연기예요
프렌시스(29세, 이성애자, 바 직원, 맨체스터 거주)
“제가 기억하는 한, 저는 항상 오르가슴을 연기해온 것 같아요. 오르가슴이 온 척하면서 ‘사정했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식으로요. 전 오럴로는 가끔 오르가슴을 느끼지만 삽입으로는 전혀 느끼지 못해요. 제가 절정에 이르지 못할 때마다 파트너가 당황하는 게 느껴지죠. 자신의 행위가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그저 더 세게, 더 빠르게 할 뿐이에요. 어떻게 하면 제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지 파트너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그냥 연기하는 편이 더 쉬워요. 남자의 섹스를 지적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일이니까요. 어떤 남자들은 그런 지적을 남성성과 에고(ego)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여요. 그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고스란히 여자들 몫으로 돌아오죠. 여자들은 자연히 ‘오르가슴을 연기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남자들의 에고를 어루만져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고요. 지금 남자 친구와는 2년 정도 만났는데요, 그와 섹스할 때 저는 90% 정도 오르가슴을 연기해요. 우리의 섹스 라이프는 아주 좋아요. 전혀 불만족스럽지 않죠. 하지만 진실을 말할 순 없어요.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할 테니까요. 대신 지난 6개월 동안 저는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횟수를 미묘하게 조금씩 줄였어요. 그러자 그는 오럴에 더 집중하고 삽입은 덜 하기 시작했죠. 저한테는 잘된 일이었어요. 솔직히 저는 페미니스트기 때문에,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게 늘 꺼림칙했거든요. ‘오르가슴 연기를 멈추라’는 건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에요. 가부장제는 긴 세월에 걸쳐 우리 안에 내재화돼 있으니까요. 한순간에 다 바꾸기는 어렵죠.”
 
 
깊은 교감이 오르가슴보다 좋아요
사하르(29세, 이성애자, 마케터, 런던 거주)
“22살 때 난생처음 오르가슴을 경험했어요. 자위를 하면 2분 안에 도달할 수 있었는데, 파트너와 할 때는 적어도 15분 이상 걸렸죠. 전에 만났던 남자들과의 섹스에선 오르가슴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9개월째 만나는 지금 파트너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느끼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 사실이 무척 신경 쓰였죠. 오르가슴 횟수가 적다는 게 그가 저를 덜 아낀다는 의미로 다가왔거든요. 그래서 다섯 번째 함께 잔 날 제가 먼저 이 이야기를 꺼냈죠. 그는 삽입을 통해 제게 오르가슴을 선사하고 싶어 했지만 그러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죠. 그 탓에 처음에는 오르가슴을 연기하기도 했어요. 섹스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가 하는 방식으로는 절정에 이르기 어려워서요. 제 말을 듣고 그는 섹스에 대한 접근법을 바꿨어요. 그때부터 저는 그가 절 많이 아낀다는 걸 느꼈죠. 물론 지금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자주 있어요. 가끔은 저 스스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긴장을 풀지 못하기도 해요. 오르가슴은 정말 좋은 거지만, 그보다는 파트너와의 교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섹스는 연애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죠. 저는 자주 절정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남자 친구로 인해 제가 얻는 것들은 그 결핍을 보상하고도 남아요. 또 오르가슴 없는 섹스도 얼마든지 섹시할 수 있어요. 저에게 ‘얼마나 즐거운 섹스였느냐’는 저의 사정 유무와는 별 관계없어요. 실제로 좋았던 섹스 대부분은 오르가슴이 없었기도 했고요. 남자 친구가 제 안에서 끝낼 때면 정말 뭔가 확 풀리는 기분이 들어요. 그와 가까이 누워 피부를 맞대고 있는 시간도 정말 즐겁고요. 예전 파트너들보다 지금 남자 친구와의 섹스가 더 좋은 이유는, 우리의 섹스가 수백만 배 더 의미 있기 때문이에요.”
 
 

THE ORGASM GAP

 
Q. 섹스하면서 오르가슴을 느낀다.
25%

72%




26% 섹스 중 오르가슴 빈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38% 더많은 오르가슴을 원한다.
 
 
66% 오르가슴을 연기해본 적이 있다.
91% 오르가슴 없이도 섹스가 좋거나 즐거울 수 있다.
 
 
 
▲ 친구들과 오르가슴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16% 본인의 정신 건강 문제 때문에 오르가슴을 더 느끼고 싶었지만 중단했다.
 
A 8% 질 삽입으로 오르가슴을 가장 잘 느낀다.
B 66% 클리토리스 자극으로 오르가슴을 가장 잘 느낀다.
 
A 51% 성생활이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럽다.
B 38% 성생활이 괜찮다.
C 11% 성생활이 불만족스럽다.
 
 
Q. 오르가슴을 연기한 이유는?
A 61% 파트너의 기분이 상할까 봐
B 50% 섹스가 지루해져서
C 17% 성교통 때문에
 
A 30% 몸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오르가슴을 더 많이 느끼고 싶었음에도 행위를 중단했다.
B 39% 파트너의 결정에 따라 중단했다.
C 26% 성욕이 부족해 중단했다.
 
 
61% 섹스할 때마다 오르가슴을 느끼고 싶다.
49% 섹스 중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면 불만족스럽다.
 
✔ 오르가슴이라는 ‘최종 목표’에 너무 집중해온 게 결과적으로 우리의 섹스를 재미없게 만든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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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강보라
  • 글 페이즐리 길모어(Paisley Gilmour)
  • translator 박수진
  • photo by Stocksy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