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섹스, 보이 소버? 지금 가장 핫한 섹스 키워드 5
섹스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상대'가 아닌 '나'에게 맞춰지고 있다. 지금 여성들이 주목하는 섹스 트렌드를 키워드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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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MOVE
」느린 섹스의 시작은 오르가슴에 대한 압박을 내려놓는 것이다. 사람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방식은 다른데, 지스폿과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것만이 절정에 도달하는 길은 아니다. 지금 여성들은 입맞춤, 피부의 감촉을 느끼는 시간 등 전희와 후희의 모든 과정 중 나의 흥분도를 자극하는 지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 과정을 통해 파트너와의 친밀도가 상승하고, 정서적·신체적 유대감이 깊어지기 때문. 미국 <코스모폴리탄>은 ‘느린 섹스가 최고의 섹스’라고 말한다. 느린 섹스는 단순히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서로의 몸에 섬세하게 집중하고, 평소라면 놓쳤을 법한 감각을 천천히 즐기는 것을 말한다. 애무와 키스, 삽입의 과정이 단조롭게 느껴진다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테면 서로의 반응을 관찰하기, 새로운 섹스 토이를 사용해보기, 삽입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늦추기 등이다. 평균적으로 여성은 오르가슴에 도달하기까지 약 13분이 걸린다. 기대감을 차곡차곡 쌓고, 각성 상태를 점진적으로 높일수록 절정의 순간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마지막 목표’를 우선순위에서 내려놓을수록 오르가슴은 자연스럽게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SEX TOY
」CNN은 지난 2024년엔 여성의 리비도, 즉 성적 욕망과 성적 에너지가 미디어 전반에서 이전보다 훨씬 크게, 자주 다뤄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여성 성욕에 대한 담론이 주류로 자리 잡고, 여러 콘텐츠와 소비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GM 인사이트는 전 세계 섹스 토이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5년 460억 달러(한화 약 67조7166억원)에 달하며, 10년 뒤에는 1000억 달러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여성 소비자의 비율은 전체의 약 72.5%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어떤 섹스 토이를 소비할까? 통계 사이트 글로벌 그로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여성 소비자들은 섹스 토이를 고를 때 편의성은 물론이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책임감 있게 생산된 제품,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제품들을 선호하며, 바이브레이터의 진동 강도나 패턴 등을 개인화할 수 있는 제품도 인기를 끌었다. 여성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섹스 토이는 성욕 해소만을 위한 음지의 도구가 아닌 삶의 질과 성적 만족도를 높이고, 자기관리를 위한 웰니스 제품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SITUATIONSHIP
」‘시추에이션십’이란 섹스 파트너와 연인, 그 중간 어딘가에 걸쳐 있는 애매한 관계를 지칭한다. 이는 연애를 하면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젠지 세대의 부담감만 삭제한 형태로, 섹스뿐 아니라 정서적 친밀감을 쌓고 데이트도 하며 서로의 욕구와 니즈를 충족한다. 미국 <코스모폴리탄>은 이러한 관계의 등장이 연인에게 헌신하거나 헌신을 강요받기 싫은 젠지의 심리가 잘 드러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짚었다. 어떻게 보면 효율적인 관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데 상대는 시추에이션십 관계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상대와 우리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본 적이 없거나, 만남이 계획적이지 않고 즉흥에 가깝거나, 연인처럼 행동하지만 미래에 대해 논의하지 않거나, 서로의 삶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있지 못하다면? 연인 관계가 아닌, 시추에이션십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효율을 넘어선 순기능도 존재한다. 연인 관계는 부담스럽고 섹스 파트너는 공허하다면 파트너와 합의하에 시추에이션십으로 시작할 수 있다. 섹스 파트너만큼 가볍지 않고, ‘썸’보다는 독점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연인 관계로 발전할 여지가 크니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자발적으로 비혼을 택하는 여성이 많아지며, 결혼을 위한 연애보다는 현재의 즐거움과 쾌락 그 자체에 집중하는 연애를 원하는 여성의 수도 늘어났을 것. 어쩌면 시추에이션십은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혹은 이름 없이 존재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타고 이제야 주목받는 관계성일 수도 있다.
CONSENT CULTURE
」파트너와의 섹스 라이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섹스나 특정 성행위를 원하지 않았지만 거절을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 강행됐기 때문은 아닐까? 파트너와 좋고 싫은 성적 행위를 미리 점검하는 것은 요즘 젠지의 섹스 트렌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25년 미국 대학생 15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원치 않는 합의 섹스를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는 학술 기사를 공개했다. 그들은 상대의 감정을 배려해야 해서, 이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상황 논리에 의해서, 연인 관계에 ‘의무’라고 생각해서, 거절하면 예민하거나 냉정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서 섹스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원하지는 않았지만 동의한 섹스는 폭력이나 강요처럼 명확한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워 수면 위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문제기도 하다. 심리학 전문 온라인 매거진 <IN-MIND Magazine>에서 보도한 ‘성적 동의의 복잡성과 다양성 연구 결과’에 관한 기사에 따르면 ‘성적 동의’는 자발적 선택이 아닌 기대에 대한 반응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동의 했는지 묻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언어가 아닌 표정, 몸짓, 침묵, 망설임 등의 비언어적 표현으로 거절 의사를 밝히기도 하니까. 내가 원하지 않을 때 어쩔 수 없이 섹스를 하게 된다면, 앞으로도 섹스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긴 어렵다. 그러니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려는 감정 노동은 그만두고 명확한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동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정 행위를 시작하기 전, 체위를 바꾸기 전 등 섹스의 모든 과정에서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동의를 구하는 배려는 필요하다. 미국의 성교육 정보 사이트 ‘Scarleteen’은 동의와 거절 사이에서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YES/NO/MAYBE’ 리스트를 계속해서 업데이트 중이다. 이 리스트에는 ‘어디까지의 스킨십이 편한지’, ‘어떤 상황에서는 멈추고 싶은지’ 등의 포괄적인 물음부터 ‘콘돔은 상대가 직접 착용하는 게 좋은지, 혹은 내가 씌워주고 싶은지’ 등 내가 좋고 싫어하는 걸 미리 고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을 찾아볼 수 있다. 꺼려하는 성적 행위를 소신 있게 밝히고 명확히 ‘NO’라고 말하는 요즘 여성의 태도가 ‘성적 동의’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렸다.
BOY SOBER
」이 모든 게 다 너무 귀찮은 여자들은 섹스리스의 길을 걷기도 한다. 젠지는 더하다.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일간지 <The Sun>에 따르면 젠지 여성들 사이에서 ‘보이 소버’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캐주얼 섹스’를 즐기는 것이 쿨하다고 여긴 지난 젊은 세대의 동향과는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이들은 “성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것에 지쳤다”라고 말한다. 현대사회의 데이트와 섹스 문화를 기꺼워하지 않고 의미 있는 관계에만 한정하고 싶다는 결정과 성적 스테레오타입을 강요하는 사회적인 압박에서 벗어나 자발적 금욕을 통해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다는 것이 젠지들이 입을 모아 보이 소버를 외치는 이유다. 이들은 단편적인 관계나 섹스 대신 자기 보호, 커리어, 여행 등 나를 위한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췄고, 실제로 그런 생활이 훨씬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섹스로 인한 만족도가 섹스가 주는 부정적 상황이나 위험 요소를 상쇄시킬 만큼은 아니었던 것. 어쩌면 웰니스 섹스란 ‘섹스리스’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Credit
- 피처 에디터 김미나
- 아트 디자이너 김지은
- 디지털 디자이너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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