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짜증 나고 아무튼 다 죽어버렸으면 싶을 때 철마재활병원 연쇄 자살 사건의 배후에는 홀로 죽어가는 외로운 사람들의 피를 공략하는 아름다운 뱀파이어가 있다. 이것은 로맨스인가, 미스터리인가?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죽음 뒤에 외면하기 어려운 사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에어컨마저 고장난 찜통더위 속에서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2020년 게재작을 모아 펴낸 소설집. 이 세상 것이 아닌 괴랄함을 맛보려면 〈소년 a의 신발장〉, 단숨에 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섬뜩함을 느끼려면 〈산사로 9-4번지에 어서오세요〉부터 펼칠 것.
샤워 후 벌거벗은 채 거실에 엎드려서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켄 리우 외 | 알마
한국·중국·일본의 고전 설화를 현대 SF로 풀어낸 소설집. 누군가에겐 그저 관광지 안내문에서 읽은 스쳐가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설화에는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며 깃든 힘이 있다. 외계 생명체를 잉태해 몸이 집채보다 크게 불어난 소녀 같은 기기묘묘한 존재들에 이입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듯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달콤 쌉쌀한 책.
평온한 주말, 그러나 열대야로 괴로울 때 10년 전 발생한 의문의 피격 사건. 사망한 피해자의 몸에서 10년 묵은 탄환을 꺼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범죄 추리극이자 스릴러다. 최근 아마존 프라임에서 공개된 〈해리 보슈〉 마지막 시즌 7의 원작 소설. 오랫동안 경찰 기자 및 범죄 담당 기자로 일한 저자는 현재 영미 범죄 소설계에서 믿고 보는 작가로 통한다.
무서운 건 질색이지만 스릴을 즐기고 싶을 때 어느 날 타살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그는 41년 전 유괴 살인 사건의 피해자 ‘오바타 마모루’의 친부인 ‘스도 이사오’.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구사카’는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고 과거 ‘오바타’ 유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시게오’를 찾아간다. 사건을 따라가는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건조하지만, 군데군데 여섯 형사의 수사에 대한 열정과 묘한 신경전이 엿보인다. 21년 차 일본의 인기 추리 작가 쇼다 간의 근작으로, 사건의 실마리가 보일 듯 말 듯한 긴장감 끝에 반전의 결말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