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SNS 흑 역사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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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SNS 흑 역사

SNS는 ‘시간(S) 낭비(N) 서비스(S)’의 약자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나에겐 시간 ‘순삭’ 서비스다. 물론 끊을 수 없는 SNS 때문에 인생을 ‘순삭’할 뻔한 적도 있지만 말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SNS 속 ‘머쓱’했던 사연, 익명 보장 가능하니 여기에 털어놔봐. 자, 드루와~.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05.29
 
 
SNS 못 하게 내 두 손 좀 묶어줄 사람 구합니다!

SNS 못 하게 내 두 손 좀 묶어줄 사람 구합니다!

@professional_spy 헤어진 남자 친구의 SNS를 확인하는 건 이별 후 ‘현타’를 겪는 수순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닐까?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전 남자 친구, 아니 ‘그 자식’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 주위를 두르고 있는 무지갯빛의 테두리가 얼른 클릭하라고 나를 유혹했고, 유혹에 넘어간 내 망할 놈의 엄지손가락이 ‘그 자식’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확인하고 말았다. 내가 스토리를 확인한 기록이 남는 거 모르냐고? 당연히 염탐 전용 비공개 계정으로 봤다. 근데 여기서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이 계정을 만들 때 어떤 아이디로 할지 같이 고민한 사람이 바로 ‘그 자식’이라는 것. 이 사실을 깨닫자마자 비공개 계정을 폭파시키고, 본 계정까지 비활성화시켰다. 이별보다 더 슬프고, 미련이 남아 보이는 민망한 결말이다. 요즘에는 스토리를 본 후 상대방을 차단하거나 비행기 모드 상태로 스토리를 확인하면 기록이 남지 않는다고 하니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쓰디쓴 ‘꿀팁’을 참고하시길…. 안 본다고는 말 안 했다, 몰래 볼 것!


@not_close_friend 가능한 한 멀리하고 싶은 회사 상사가 내 SNS 계정을 팔로했다. 차단 버튼을 누를까 고민했지만 이것 또한 사회생활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고 ‘맞팔’을 했다. 나는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스토리 기능을 애용하는데 올리자마자 23초 만에 스토리를 확인하는 상사, 정말 ‘극혐’이다! 상사의 감시 아닌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스타그램 기능인 ‘친한 친구’ 리스트를 만들어 상사를 제외한 친한 동료와 친구만 추가했다. ‘친한 친구’만 볼 수 있게 스토리를 올리면 상사는 내 스토리를 볼 수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여기서부터 잘못이었다. 점심 회식 자리에서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눈치 없는 동료가 “어제 간 곳 어디야? 앗, 설마 여기 ‘친한 친구’ 아니어서 스토리 못 본 사람 있는 거 아니지?”라고 말한 것이다. 등골이 오싹했고, 난 상사의 눈을 피했다. 그날 이후로 내 인스타그램에서 ‘친한 친구’ 리스트는 사라졌고, 상사 또한 내 스토리를 확인하는 빈도가 낮아졌다. 불행 중 다행인 것 같지만 이 기능,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겠다.


@connection_algorithm 나는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의 최대 수혜자이자 피해자다. 인스타그램 하단 아이콘 중 ‘돋보기’ 버튼을 누르면 나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추천 게시물이 뜬다. 덕분에 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추천 게시물은 바로 ‘최애’ 아이돌의 사진과 영상이다. 게시물뿐만 아니라 최애의 사진이 있는 스토리가 종종 뜨기도 하는데, 본능에 이끌려 클릭했다가 아주 큰 낭패를 봤다. 최애의 얼굴을 감상하다 다음 스토리로 바로 넘어갔는데 최애가 아닌 다른 남자의 사진이 나온 거다. 당황했지만 왠지 낯익은 이 남자, 알고 보니 오래전 연락이 끊긴 최애와 동명이인인 동창이었다. 동명이인의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찾아내는, 소름 돋을 정도로 똑똑한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으로 잊고 살았던 친구를 만났다. “ㅂ… 반갑다, 친구야.”


@storage_photo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둘러보면 왜 올린 건지 이해가 안 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을 발견할 때가 있다. 미련 없이 삭제하기엔 ‘좋아요’ 수와 ‘댓글’이 아깝긴 해도 피드의 ‘느낌적인 느낌’을 훼손하는 게시물은 과감히 삭제하곤 한다. 삭제하자마자 0.1초 만에 게시물을 지운 게 후회되지만 말이다. 이 쓸데없는 고민을 반복하는 나를 보다 못한 친구가 게시물 ‘보관’ 기능을 알려줬다. ‘삭제’ 아이콘 바로 밑에 있는데 이걸 몰랐다니! ‘보관’된 게시물은 나만 볼 수 있고, ‘프로필에 표시’ 버튼을 누르면 피드에 다시 게시할 수 있으니 나 같은 ‘결정 장애’에게는 완벽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여태 지울까 말까 고민하다 무자비하게 삭제한 게시물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오늘도 피드의 사진을 보관했다 다시 표시했다 무한 반복 중이다. 뭐,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give_love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기능이 생겼을 때 일이다. 라이브 방송이 궁금했던 나는 10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가 된 양 호기롭게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물론 민낯의 초췌한 얼굴과 후줄근한 잠옷 차림으로 말이다(자신감만큼은 최고 아닌가?). 근데 친한 친구들만 들어올 줄 알았는데 전 썸남, 어색한 지인과 회사 동료들이 라이브 방송에 입장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틀막’하고 있었는데 그들 또한 쏘내추럴한 내 모습에 놀랐는지 황급히 퇴장했다.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면 나를 팔로하는 모든 팔로어에게 알람이 가는 걸 알 리 없었던 나는 그렇게 모두가 민망한 방송을 종료했다. 말 한마디 못 했는데 그게 내 처음이자 마지막 라이브 방송이 될 줄이야!


@what_the_gif SNS 게시물에 서로 ‘좋아요’만 눌러주는, 그리 친하지 않은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는 중이었다. ‘메시지 보내기…’ 문구가 써 있는 한 줄의 메시지 창을 뭐라 채울지 고민하다가 gif 스티커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줄 만한 귀여운 스티커를 골랐는데 그만 손이 미끄러져 너무나도 ‘힙한’ 외국인 남자가 고깔모자를 쓴 채 어깨를 흔들며 오두방정 깐족거리면서 축하해주는 스티커를 보내버렸다. 우리 관계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스티커였다. 적잖이 당황한 것 같은 친구의 답장 또한 어색하기 그지없었는데, 내가 보낸 힙한 외국인보다 더 힙해 보이는 남자가 두 손을 모으며 “THANK YOU!”라고 외치고 있는 게 아닌가? 어색한 친구와의 세상 힙한 대화, gif 스티커가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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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assistant 김지현
    photo by Getty Images
    Digital Design 조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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