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택근무, good or bad?
재택근무 1일 차만 해도 팀원 모두가 행복해했죠. 2주 차가 된 지금은? 정신 차려보니 온종일 일하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일하는 방식이 바뀌니 다들 밤낮없이 업무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하더라고요. 오히려 사무실에 나갈 때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되는 매-직. 거래처와 채팅창을 통해 업무 팔로우를 하고 있는데 급한 업무 보고의 경우 5분 내로 ‘1’이 안 사라지면 그렇게 불안하더라고요. 오히려 더 재촉하게 되고… 남자친구한테도 이런 집착은 안 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정지우, 27세, 재택근무 2주 차
뜻밖의 적성 발견
평생 했으면 좋겠어요. 평소 출퇴근 왕복 4시간이라 출근 시간보다 3시간은 더 일찍 일어나야 했거든요. 요즘은 느지막이 일어나 커피 한 잔 내리고 일을 시작해요. 굿모닝이란 바로 이런 거지! 허리가 아프면 누워서 노트북을 보고, 눈치 보지 않고 스마트폰 게임을 할 때도 있어요. 옆에다 군것질을 두고 마음껏 와그작 소리를 내며 먹기도 하고요. 특히 매일 옷장 앞에 서서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게 너무 좋아요. 요즘 제 데일리룩은 바로 수면 바지죠. 일 외에는 신경 쓸 일이 사라지니까 업무 효율도 오르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무엇보다 퇴근 시간 지옥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서 행복해요. 2주간의 재택근무를 하며 깨달았죠. 아, 내 적성은 프리랜서구나! –홍주아, 28세, 재택근무 2주 차
워커홀릭임이 증명됐다
이상한 부채 의식과 죄의식이 들더라고요. 분명 날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데 왜 이렇게 일하는 느낌이 안 나는 건지. 자꾸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야근을 하게 돼요. 출퇴근 시간이 줄었으니까, 아까 점심을 좀 오래 먹었으니까 조금만 더 일하자며 노트북 앞에만 앉아있죠. 하루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낸 것 같지도 않고, 왠지 보람도 덜하고요. 다들 재택근무하면서 워라밸을 지키게 되었다고 좋아하는데, 저는 제 일상이 일로만 채워진 것 같네요. 그래서 ‘일’상이라고 하는 건가…. –김현, 30세, 재택근무 1주 차
업무 시간? 그게 뭐죠, 먹는 건가?
직급이 팀장이다 보니 고충이 말이 아니에요. 재택근무를 시작하니 모두가 각자의 원래 생활 패턴으로 일하더라고요. 각자 업무 효율이 가장 높을 때 일을 할 테지만 그건 프리랜서에게만 해당하는 말 아닌가요? 팀원 중 한 명은 점심을 4시에 먹고, 누구는 아침 11시부터 먹어요. 2시에 막 일어나 일을 시작하는 팀원도 있고요. 업무 상황에 대한 답변을 들어야 할 때면 거의 2시간은 포기하고 기다려야 해요. ‘점심 먹느라 이제야 봤어요’, ‘잠시 다른 일 때문에 자리 비웠네요’ 등 가지각색의 답변을 매번 다른 팀원들에게서 받죠. 결국 수습과 급한 업무는 모두 제 몫이 되었어요. 너희 프리랜서 아니거든? –한정아, 37세, 재택근무 2주 차
월급 루팡? 재택, 꿈꿀 만해!
재택근무를 해보니 제 원래 하루 업무가 3~4시간 집중해서 하면 모두 끝낼 수 있는 분량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아침 일찍 시작해서 다 끝내버려요. 사무실로 출퇴근할 때는 이런저런 잡무도 하고, 팀원들과 면대면으로 업무 이야기도 해야하다보니 그 기나긴 업무 시간이 채워졌던 건가 봐요. 요즘은 일을 마치고 나머지 시간은 저만의 시간으로 쓰죠. 물론 그 과정에서 요령과 꼼수가 늘긴 했어요. 채팅창을 부재중으로 해놓는다거나, 일찌감치 메일로 보고해둔다거나, 오늘 꼭 안 해도 되는 일은 내일로 미룬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지금 일상은 좋지만 좀 걱정될 때도 있어요. 나 이렇게 일해도 되나? 월급 루팡은 아닐까? 하지만 일단 이런 걱정 다 제쳐두고, 지금의 경험을 만끽하려고요! Feat. 재택꿈나무 –김지호, 29세, 재택근무 2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