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의 오프 더 코르셋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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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리의 오프 더 코르셋

영화 <미나리>로 제36회 선댄스 영화제를 찾은 한예리의 배지에는 ‘ACTRESS’ 대신 ‘ACTOR’가 새겨져 있었다. 할리우드로 활동 영역을 넓힌 ‘배우’ 한예리가 두 편의 가족 드라마로 돌아온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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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가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어요. 대사의 대부분이 한국어인데, 어떤 포인트에서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신기하게도 관객들이 등장인물이 울면 울고, 웃으면 웃었어요. 작정하고 웃으라 만든 장면도, 울라고 넣은 장면도 없는데 말이죠. 그냥 저희 얘기를 하는 것뿐인데 관객들이 그걸 쑥쑥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선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가, 어딜 가나 가족 얘기는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댄스 수상은 대단한 성과인데, 〈기생충〉의 활약 탓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것 같기도 해요. 섭섭한 마음은 없어요?
전혀요. 오늘 아침에 〈기생충〉 배우들의 오스카 레드 카펫 사진을 봤는데 너무 뿌듯했어요. 국제영화제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오스카상을 한국 작품이 수상했다는 게 감사하죠. 〈기생충〉도 그렇고 〈미나리〉도 그렇고 영화 팬들이 한국 배우와 감정을 공유한다는 거잖아요. 진짜 시장이 변했구나 싶어요. 이번 선댄스 영화제에 이민자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중에서도 〈미나리〉가 주목받는 걸 보면 영화 자체가 좋아서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인연으로 할리우드 저예산 독립 영화에 출연하게 됐어요?
정이삭 감독님이 미국 유타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데, 송도 글로벌 캠퍼스에 파견을 나오신 적 있어요. 당시 〈미나리〉 각본이 완성된 상태라 겸사겸사 배우 오디션을 계속 보셨죠. 감독님 얘기를 듣는데, 감독님 어머니의 정서와 제가 지켜봐온 저의 어머니, 이모들, 할머니의 정서가 많이 닮았더라고요. 어쩌면 감독님이 아는 어머니의 젊은 시절보다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어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이 더 많을 것 같았어요. 제가 영화의 방향에 대해 “뭐 어떻게든 되겠죠”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 말이 오히려 ‘이렇게 솔직한 사람이랑 작업하면 둘 다 어찌어찌 잘 찾아갈 수 있겠지’라는 신뢰를 주지 않았을까요?
 
베스트 89만원, 팬츠 89만원 모두 제이백 쿠튀르. 슈즈 1백49만원 아쿠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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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작도 가족 드라마죠. 올해 상반기에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로 브라운관에 복귀할 예정이에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가족의 구성원이자 둘째 딸 역할이에요. 가족이랑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가족에 대해 모르는 것투성이일 때가 많잖아요. 저 역시 엄마가 생크림 케이크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은 거 있죠? 그냥 있으면 드시니까 막연히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하하. 어렸을 적 있었던 일에 대해 동생과 나의 기억이 달라 놀랄 때도 있어요. 동생은 마냥 재밌는 일로 기억하는데, 저한테는 심각한 일이었거든요. 사람은 각자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니, 서로 대화를 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죠. 그런 얘기들을 이번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있어 재밌을 거예요.


가족 이야기를 두 편 연속 작업하면서 가족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겠어요. 예리 씨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뭐예요?
두 작품 모두 혈연으로 묶인 가족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지지고 볶고 싸워도 행복한 순간과 추억을 함께하는 관계는 모두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요즘은 ‘조립식 가족’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는 미래의 가족은요?
지금은 여동생이랑 같이 살아요. 결혼이 중요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제는 18세가 넘어 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아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보조금 500만원만 받아 맨몸으로 보육원을 떠나는 아이들을 거둬주는 가정도 있더라고요. 본인의 자식들이 있는데도 다 큰 아이들을 품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 또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내가 낳은 자식보다는 당장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과 식구가 돼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죠. 제가 할 수만 있다면 되게 좋은 일일 것 같아요.


실제로는 3남매 중 첫째라고요. 어떤 언니이자, 누나인가요?
바로 밑 여동생이랑은 두 살, 남동생이랑은 다섯 살 차이예요. 제가 장녀지만 어렸을 땐 동생이 많이 양보했어요. 부모님의 보살핌을 더 받고 싶었을 텐데 언니가 무용을 오랫동안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소홀해진 부분이 있겠죠. 그래서 그런지 동생에게 뭐든 많이 해주고 싶어요. 그렇게 다 해주다 보니 버릇이 나쁘게 들었어요. 하하.
 
코트 가격미정, 블라우스 55만5천원 모두 문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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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남동생만 예뻐해 〈82년생 김지영〉이 더 공감이 됐다고 했었죠? 평소 페미니즘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아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여론 때문에 용기가 필요한 행동인데, 배우라서 부당한 오해를 살 때는 없었어요?
사실 제가 어떤 소신을 가지고 사는지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건 아니잖아요. 다만 누가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저는 페미니스트예요”라고 얘기하는 것뿐이에요. 그냥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건데, 여기에 너무 많은 개입이 있을 땐 속상하기도 하죠. 궁극적으로 페미니스트는 트러블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너와 내가 동등하게 출발했으면 좋겠고, 동등하게 사회에 기여했으면 좋겠고, 동등하게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목소리일 뿐, 누군가를 폄하하고 선을 긋는 게 아니에요.


여자 배우도 할 수 있는 좋은 배역을 남자가 받을 때 질투가 난다고 한 적 있어요. 내가 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배역이 있다면요?
영국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제임스’ 역을 제가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사이코패스 역할 자체도 흥미롭고,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 자신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삶의 의지가 생기는 것도 너무 귀엽더라고요. 성별을 떠나 제가 하는 역할이 한 사람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극 안에서 잘 보였으면 좋겠어요. 의지를 가지고 잘 살았으면 해요. 〈동백꽃 필 무렵〉이나 〈기생충〉을 보면 많은 중년 여성 배우들이 생명력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계시잖아요. 그럴 땐 자연히 저도 주체적인 캐릭터를 맡을 기회가 많이 올 것 같아 기뻐요.


어느덧 10년 차 배우예요. 한예리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뭐예요?
사람들이 저를 되게 ‘노잼’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렇게 ‘딥’하거나 진지하지 않아요. 페미니스트 이미지 때문인지 되게 깐깐할 것 같고, 말 한마디 잘못하면 뭐라고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나 봐요. 사실 저는 되게 헐렁하고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그냥 막 살거든요. 게으르고 느슨한 사람인데 다들 제가 엄청 열심히 사는 줄 알아요. 하하.


앞으로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어떻게 지낼 생각이에요?
여행을 가려고요. 여행하면 확실히 다른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일단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마음대로 편하게 다니는 것도 좋고요. 국내든 해외든 낯선 곳에 가서 오래 살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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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eature Editor HA YE JENE
    Photographer KANG HYEA WON
    Stylist 김아영
    Makeup 조해영/에이바이봄
    Hair 이민이/에이바이봄
    Assistant 김지현
    Digital Design 조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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