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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울할 때 장희빈을 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악에 받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사이다보다 시원하게, 캡사이신보다 짜릿하게 분노를 해소해주는 콘텐츠가 즉효다. 남들 다 보는 <워크맨> 말고, 좀 특별한 영상은 없냐고?

BYCOSMOPOLITAN2020.02.11
 
1 닫힌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아기 영상
→ KBS 〈인간극장〉 ‘소문난 네쌍둥이’
70만분의 1 확률을 뚫고 태어난 네쌍둥이의 육아 일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방송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KBS 〈인간극장〉 레전드로 회자되며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네쌍둥이는 사람도 4명, 귀여움도 4배다. 밥이 빨리 먹고 싶어 김밥 싸는 엄마 옆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엄마 잘한다”라고 물개 박수를 치며 엄마를 칭찬하는 아기들의 모습에 “졸귀탱!”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에피소드의 숨은 주인공은 다섯 남매를 슈퍼우먼처럼 키워내는 엄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씩씩하게 살아내는 그녀에게 ‘10년 전에 볼 때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만 보였는데, 엄마가 되고 보니 어마무시한 가사노동과 퇴근 후에도 아이를 돌보는 아버님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같은 응원과 ‘리스펙’이 쏟아진다.
 
2 스트레스를 잊게 하는 웃긴 영상
→ 유튜브 ‘엄청 웃긴 3초 영상 레전드’
현직 기자들의 아찔한 방송 사고 영상 및 극한 취재기를 모았다. 특전사 훈련을 체험하기 위해 11m 높이의 모형 탑에서 뛰어내리다 타잔처럼 괴성을 지르고, 해빙기에 빙어 낚시 취재를 하다가 빙판이 꺼져 얼음물에 빠졌다 구조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펼쳐진다. 자신도 모르게 내 차가 남의 차가 되는 차량 명의 이전 사기를 보도하던 한 기자는 가짜 막도장을 파 동료 기자의 차를 본인 명의로 바꾸는 사기극을 몸소 실천한다.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라며 무표정으로 진지하게 엔딩 멘트를 내뱉는 모습이 황당해 실소가 나온다. 유독 눈이 처져 ‘폭설 보도’처럼 짠내 나는 취재기에 제격인 박대기 기자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 인사다. 그뿐인가. 폭설 취재 현장에서 몸이 눈에 파묻혀 허우적대는 기자, 레몬 다이어트의 함정을 소개하기 위해 레몬을 먹고 멘트하다 사레들린 아나운서, 퇴폐 영업 남성 전용 사우나에 잠입한 기자의 취재기까지….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3 대신 뺨 때려주는 감정 대폭발 영상
→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이 드라마의 13화에는 속 시원한 싸대기 신이 등장한다. 친정어머니가 대비에게 모욕당하자 대비를 모시는 상궁의 뺨을 후려치는 장옥정의 깡다구가 분위기를 압도한다. 상궁이 “이보시게”라고 받아치자 “감히 상궁 나부랭이 주제에 이보시게에?”라며 더 세차게 뺨을 내리치다 못해 아예 사람을 내동댕이치는 장희빈의 패기에 카타르시스가 샘솟는다. 누군가를 정말 한 대 패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대리 만족을 만끽해보라. 뺨 한 대로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사랑과 전쟁〉 다시보기나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싸다구 top 10’ 영상을 추천한다. 전설의 김치 싸대기부터 스파게티 싸대기, 풀스윙 싸대기, 손목 스냅 싸대기, 맞싸대기 등 한국 드라마 사상 가장 통쾌했던 순간을 한데 모았다.
 
4 콘텐츠계의 양준일? 옛날 예능 영상
→ 유튜브 채널 ‘오분순삭’
MBC가 운영하는 TV 다시보기 채널.  5분 순삭하려다 5시간이 사라진다는 마성의 채널로,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와 예능 〈무한도전〉 〈아빠! 어디가?〉 〈우리 결혼했어요〉까지 옛날 프로그램의 영상을 제공한다. 특히 〈지붕 뚫고 하이킥〉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이 시트콤은  ‘작가들이 무슨 약을 빨아야’ 저런 대사를 쓸까 싶은 기발하고 ‘미친’ 에피소드를 자랑하는데, 짜릿한 대리 만족이 필요하다면 박해미 에피소드를 보라. 할 말 다 하고 사는 화끈한 성격의 맏며느리이자 한의사인 그녀의 이야기는 보기만 해도 탄산음료 마신 듯 속이 시원해진다. 대쪽 같은 그녀가 눈빛 하나로 기 센 무당을 때려잡는 설정에 한 번, 전생에 천하를 호령한 장군이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에 두 번 웃는다. 이런 언니와 함께라면 회사에서 그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지지 않고 따박따박 반박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유튜브 검색창에 ‘박해미 사이다’만 쳐도 수많은 콘텐츠가 검색되는 사실이 센 언니의 ‘청량감’을 증명한다.
 
 
5 화가 저절로 풀리는 깜찍한 댕댕이
→ 유튜브 ‘슈앤트리’
미디엄 푸들 ‘슈’와 파티 푸들 ‘나무’의 일상을 공유하는 채널. 애견 미용사로 일하는 집사 2명이 털 속에 숨어 있던 댕댕이들의 미모를 찾아주는 메이크오버 영상도 인기다. 〈스타워즈〉의 츄바카 같은 산발 토이 푸들이 인형처럼 깜찍하게 변하고, 먼지털이처럼 털이 수북한 포메라니안이 몽글몽글한 하얀 아기곰으로 변신하는 마법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미용 후에 강아지가 너무 예뻐져서 주인도 개를 못 알아보는 진귀한 영상들이 가득한데, 미용사들의 솜씨가 성형외과 전문의 못지않다며 유저들이 채널에 ‘털형외과’라는 별명도 붙였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슈앤트리’의 인기에 전 세계 동물 애호가들까지 찾아들어 댓글창이 영어로 도배된다. 가위가 털에 닿을 때 한쪽 귀를 파닥거리거나, 미용사의 섬세한 손길에 스르르 잠이 드는 댕댕이를 보고 어찌 화가 풀리지 않을 수 있을까.
 
6 분노를 망각하게 만드는 댄스 영상
→ 유튜브 ‘핫바리(HOTBARI)’
무례한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 때 추는 댄스, 자존감 낮은 사람을 위한 댄스 등 상황별 댄스 테라피를 소개한다. 특히 ‘여러분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 영상을 보여주세요’는 “잔소리를 하려면 돈을 내고 해라. 사양할게”를 온몸으로 외치며 춤으로 대신 욕해주는 영상이다. 맛깔나는 춤사위 위로 ‘나니까 이런 말 해주는 거야’, ‘뭘 모르네’, ‘그러게 내 말 듣지’ 같은 단골 오지랖 멘트들이 쏟아지고, 가운뎃손가락을 거침없이 치켜세우는 춤동작이 잔소리 자막들을 날려버린다. 내 인생은 내 거니까 참견하지 말라는 만인의 ‘마이웨이’ 속내를 대변한다. 세상 모든 꼰대를 비웃는 듯한 그의 조소 섞인 미소도 묘하게 중독성 있다. 놀라운 건 ‘이게 뭐라고’ 정말 감정 해소가 된다는 점이다. 영상의 조회수가 이미 80만 뷰를 넘었고, ‘진짜 속 시원하다. 오늘 꼰대 여럿 만나서 기분 더러웠는데 이거 보고 싹 치유됨’ 같은 댓글이 그의 댄스 테라피를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