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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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른 몇 가지 결과는 다음과 같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이자 의 저자인 장 트웬지 박사는 2016년에 해당 데이터들을 모아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1989년에서 1994년까지 18~29세의 사람들은 일 년에 81.29회 섹스를 했다. 하지만 2010년에서 2014년에는 그 수치가 78.5회로 감소했다(!). 고작해야 일 년에 2.79번 덜 하는 것이다. 즉 20대는 한 달에 평균 6.5회 섹스를 한다. 이는 여전히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니 우리는 어른들이 우리 나이 때 했던 것보다 아주 약간 섹스를 적게 한다는 이유로 마음에도 없는 걱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GSS가 ‘섹스’의 범주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 응답자들이 오럴 섹스, 자위, 혹은 비삽입 플레이를 감안하고 답했는지도 알 수 없다. 인디애나 대학교 공중보건대학의 교수이자 연구과학자인 데비 허베닉 박사는 “해당 질문은 ‘성교’라고 말하지 않아요. 오럴 섹스나 섹스 토이 사용 등에 대해서는 깊이 들어가지 않죠”라고 말한다. 중요한 걸 놓친 거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성적으로 훨씬 더 실험적이기 때문이다. GSS가 주로 대면 조사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낯선 사람이 언론의 자유와 대마 합법화에 대해 질문하는 도중에 섹스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물어보면 당신은 과연 솔직하고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을까?
킨제이 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원하는 것을 말해봐(Tell Me What You Want)>의 저자인 저스틴 레밀러는 “밀레니얼은 섹스의 정의를 계속 확대하고 있어요”라고 강조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성관계를 덜 한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저 전통적인 섹스와 다른 종류의 성관계를 하고 있는 거죠.”
심지어 ‘밀레니얼 세대 섹스 불황설’을 반박할 자료를 찾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미국의 한 콘돔 회사가 2019년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의 젊은 층은 한 달에 평균 9회 섹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10대가 첫경험을 하는 평균 나이는 20년 동안 꾸준히 17세에 머물렀다. “만약 젊은 성인들이 정말 섹스를 훨씬 더 적게 했다면, 아마 첫경험의 평균 연령이 증가했을 거예요”라고 레밀러는 설명한다. 한 세대의 성적 활동을 연구하면서 섹스 빈도만 측정하는 방법은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
성인용품 전문 업체 텐가가 2019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23~38세 성인 457명 중 60%가 자신의 성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라고 밝혔으며, 이 중 ‘매우 만족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21%나 됐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는 전반적인 오르가슴 만족도 조사에서도 63%가 ‘만족하는 편이다’고 답했다. 절반이 훌쩍 넘는 밀레니얼 세대가 자신의 성생활에 만족한다고 밝혔다면 섹스 빈도를 토대로 ‘섹스리스’라며 호들갑 떠는 건 모함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하물며 밀레니얼 세대가 누리는 섹스 빈도도 우려하는 것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2018년 국내 한 콘돔 브랜드가 20~30대 성인 남녀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달에 1~3회 섹스한다고 답한 비율이 44.8%, 주 1~2회 섹스한다고 답한 비율이 31.4%였다. 종합하면 국내 2030 남녀 중 81.5%가 한 달에 적게는1회, 많게는 8회까지 꾸준히 섹스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