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언제부턴가 노래를 들어도 썸, TV를 틀어도 썸, 그야말로 온 세상이 썸에 빠진 것 같더니, 이제는 썸이 연애로 이어지는 필수 코스가 됐다. 다시 말해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썸부터 우리 속을 썩인다! 목적지는 연애인데 계속 썸 앞에서 유턴 중인 우리, 어떻게 해야 여길 벗어날까?::썸, 연애, 사랑, 러브, 관계, 팁,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썸,연애,사랑,러브,관계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이제 썸 좀 그만 타고 제대로 된 연애를 해야지.” 그렇다. 나는 썸만 타는 여자다. 마지막 연애는 4년 전, 그사이 내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다. 다양한 남자를 수도 없이 만났지만 그 잘난 ‘여자 친구’란 타이틀은 2014년을 끝으로 한 번도 달아보지 못했다. 말로는 “연애는 무슨…”이라며 관심 없는 척해도 막상 길 가다가 알콩달콩한 커플을 보면 눈 밑 주름이 깊어지는 것 같은 참담한 기분이 든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 썸이라는 무한 루프에 빠진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각종 연애 관련 프로그램과 인터넷 커뮤니티상에는 썸으로 고민하는 이들의 사연이 넘쳐난다. 오죽하면 외국에서도 이러한 관계를 가리키는 ‘almost relationship(직역하자면 ‘거의 연애’)’이란 신조어가 생겨났을까? 일부러 썸만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연애를 하고 싶어도 썸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민인 이들이 있다. 내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썸  따위가 뭐라고 내 사람의 문을 차단하는 것인가?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일단 세상이 변했다.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 세상에 사람이라고 스마트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나? 덕분에 요즘엔 데이팅 앱, 커플 통장, 가상 연애 등등 과거에는 보도 듣도 못한 개념이 만연하고 있다. 그 가운데 썸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며 우리 세대의 연애상을 반영한다. 물론 썸이 꼭 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탐색전 끝에 이상한 사람은 피해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썸이 없었나? 그런 것도 아니다. 과거에는 썸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없지 않은 ‘썸씽’이 있었다. 이러한 관계에 대해 호주의 심리학자 마돈나 허닝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상대방을 쉽게 믿지 못하거나, 더 나은 사람이 어딘가 존재할 거라는 희망을 가질 땐 더 이상 깊은 관계로 나아가지 않아요. 혹은 이러한 관계나마 놓치기가 두려워 그 자리에 머물곤 하죠.” 바로 이런 상황에서 썸은 백해무익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진짜 무서운 건 습관이라고, 계속해서 썸을 타다 보면 이러한 관계에 익숙해지고 만다. 더 이상 썸에서 힘 빼지 말고 연애로 넘어가고 싶은 당신, 어떻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패턴을 깰 수 있을까? 물론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데 정해진 비결이란 건 없지만, 하다못해 게임을 할 때도 ‘아이템발’이라는 게 있지 않나? 썸의 장벽을 뛰어넘어 연애라는 끝판에 도달하는 방법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져라  썸을 타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아마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는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할까?’라는 궁금증부터 ‘나는 저 사람과 연애하고 싶은가?’라는 의심도 포함된다. 물론 첫 만남부터 각자의 감정을 백 퍼센트 확신하기란 쉽지 않지만 의심만 하다간 원하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스포츠 사업을 하는 이승훈 씨는 자신의 감정을 확실하게 함과 동시에 연애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썸녀와 데이트를 하고 집에 오면 ‘우린 무슨 관계지? 난 뭘 하고 싶은 거지?’란 생각에 고민이 되곤 했어요. 그래서 내 마음만이라도 분명하게 해보자 싶었죠. 확실히 사귀고 싶다는 마음이 뚜렷해지니까 말로든 행동으로든 그게 드러나더군요. 또 제가 솔직해지니 상대방도 거기서 확신을 얻었겠죠. 그 길로 썸 탈 이유는 사라졌어요.” 물론 확신을 가졌다고 누구나 해피 엔딩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불필요한 썸의 기간은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확신이 들면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집착하지 않는다 학원 강사 박지연 씨는 직장 동료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났다. 느낌이 좋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연애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아직은 조심스럽다”였다. 이렇게 심리전 혹은 장기전으로 이어지나 싶어 그녀는 마음을 내려놓으려 했는데, 다음 날부터 그가 틈만 나면 “내 생각이 짧았다, 너랑 정말 잘해보고 싶다”라며 해명을 담은 장문의 ‘톡폭탄’을 보내왔다. 급기야 밤에는 물론 잠든 새벽에도 전화를 걸어오는 그의 집착에 그녀는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고 말하며, “문득 저도 과거 썸남들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한 건 아닌지 돌이켜보게 됐어요”라고 덧붙였다. 모처럼 찾아온 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절박함을 드러내는가 하면 혼자만 앞서 나가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상대방은 당신의 구원자 혹은 당신의 소유가 아니다.  필수적인 자질만 체크한다 일부 사람들은 취업이나 결혼에 이어 연애마저 실패하고 싶지 않아 썸의 힘을 빌려본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썸의 단계에 진입하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완벽하게 세팅한 후에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썸은 한정 없이 길어지고 마치 단점을 찾기 위한 레이스로 변질되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 대학원생 한준희 씨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엔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사귀고 난 후에도 매일 그 사람에 대해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내가 예고편 보면서 줄거리를 알려고 했구나’라고요.” 썸을 통해 상대방의 모든 면모를 알아낼 수는 없다. 그러니 사귀기 전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점, 그리고 당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점을 위주로 체크해보자. 충분히 사이가 좁혀졌다면 나머지 사소한 것은 연애를 하며 알아가도 괜찮다는 뜻이다. 자신만의 상한선을 정한다  원치 않는 썸의 패턴을 끊는 기본적인 방법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심리학자 허닝은 “상대에게 해줄 수 있는 상한선을 알고, 그것을 반드시 고수하세요”라고 강조한다. 회사원 이슬기 씨는 얼마 전 썸남에게 일방적으로 정리를 ‘당했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스스로 어떤 노력을 했냐고 묻자, “당시엔 상대방이 너무 좋으니까 무조건 그의 의견을 존중해줬어요. 쉽게 말해 ‘쿨한 여친 코스프레’를 한 거죠. 내심 속으로는 이러다 언젠가 사귈 거라 믿었거든요. 그래서 소개팅이 들어와도 거절했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그냥 나랑 연애할 마음이 없었던 거예요. 괜한 사람에게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답했다. 이렇듯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시하지 않을 경우 썸의 희생양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다른 사람을 만나도 될까?’, ‘나는 사귀고 싶은데 상대방이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이런 질문에 대해 반드시 자신이 생각하는 상한선을 정하고 상대방과 공유하자. 그리고 그것을 고수하자! 그렇게 하는 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좋다. 썸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허닝은 썸에도 좋은 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좋은 동반자를 만날 수 있고, 일부 경우엔 아주 훌륭한 친구를 얻을 수도 있죠.” 조사에 따르면 연애 관계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우정이라고 한다. 이는 심지어 섹스와 친밀감에도 이로울 수 있다. 허닝은 “우정이라는 호의적 감정이 탄탄하게 유지되면 섹스나 친밀감도 그렇게 될 것이고, 두 사람의 관계 또한 견고해질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썸은 더 이상 유행이 아니다. 미국 여론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현재의 청년층이 50세에 달할 즈음에는 4명 중 한 명이 여전히 미혼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난해 국내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조사에서도 1인 가구 수는 이미 539만을 넘겼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니 연애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으며, 연애가 한 가지 패턴으로만 정의되는 것도 아니다. 고로 썸도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다만 각자의 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동시에 썸이라는 관계, 그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