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끄기'의 기술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뭘 맡겨도 잘하는 사람, 아는 것도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상사에게 인정받고, 동료에게도 늘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 외국어도 배우고, 운동, 독서 모임도 하고, 저축도 더 하고… 신경 쓸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데 난 뭘 건졌을까? | 비즈니스,커리어,워라벨,멘탈지키기,신경꺼

“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 쓰지 마” “야, 신경 꺼!” 친구나 후배들이 고민 상담을 해올 때 줄곧 내뱉던 말이다. “그렇게 신경 써봤자 너만 손해야.” 친구들은 별것 아닌 이 말에 조금은 가뿐해져 돌아간 듯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걸 못 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버거운 일을 맡았다. 호기롭게 해보겠다고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여태껏 잘해왔잖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접근 방식부터 풀어내는 과정은 물론이고 생각하는 방식도 죄다 바꿔야 하는 일이었다. 상사와 하나부터 열까지 쿵짝이 맞으리라는 기대는 헛되고, 후배가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는 바람도 부질없다. 그래, 다 알고 있다. 문제는 머리로 아는 것과 스스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엄청나게 헤맸다. 그런 나를 향한 ‘불안한 눈동자’에 더 주눅이 들었다. 오만 가지가 다 신경 쓰였다. 그 와중에도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불안해 부지런히 약속을 잡고,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는데 나만 모르면 어쩌나 싶어 강박적으로 SNS를 뒤졌다. 책이니 잡지니, 읽을거리와 볼거리는 차고 넘쳐 늘 과부하다. TMI(Too Much Information)의 카오스를 헤매다 서점에 들러 홀린 듯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 최근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미국에서 15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책이었다. 펼쳐보는데 책 속 한 줄이 머리를 띵하고 울렸다. “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 쓰지 마.” 하마터면 주저앉아 울 뻔했다. 성장 과정에서, 그 흔한 자기 계발서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은 “긍정적으로 열심히”, “열정이 성공을 부른다” 같은 말이었다. 이 책은 그  자기 계발 요령은 “다 헛소리”라고 말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최고와 최상을 부르짖다 보면 우리는 반대되는 것만을 떠올리게 된다. 나와 어긋나는 것, 내게는 없는 것, 내가 이루지 못한 것.” 나도 그랬다. 부족한 것만 보이고 어떻게 하면 잘할까만 생각하다 불행해졌다. 주변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 쓰면서 정작 나는 안중에 없었다. 늘 허둥지둥 바쁜 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방증인 줄 알았다. 결국 필요한 건 “야! 신경 꺼!”라고 다른 이들에게는 쉽게 외쳤던 나의 목소리였다.너한테 큰 기대 안 해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나에게 맡겨진 일이 꽤나 큰일이고, 이 일을 맡긴 사람들은 내게 뭔가 대단한 결과물을 기대할 거라고. 그걸 제대로 못 해냈을 때 사람들이 크게 실망할 것 같고, ‘쟤는 잘못 뽑았네’ 후회할 게 틀림없다고. ‘더 이상 내게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을 거야’ 하는 자괴감이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온다. 장담컨대 착각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당신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각양각색의 능력을 지닌 다양한 사람이 있고, 우리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 작은 일부일 뿐. 누구 한 명이 사고를 쳐도 수습할 수 있기에 조직이고, 수습이 안 되는 큰 사고라면 누구 하나만의 잘못은 아닌 거다. 모든 사람이 나를 주시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신경 바짝 쓰는 상황이 나를 괴롭게 만든다. 정신과 전문의 임준석은 이렇게 진단한다. “강박적인 사람들은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때문에 책임감 있게 일을 완수해내고 직장에서 높은 위치에 오르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컨트롤하려는 경향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죠. 한 번의 실패에도 쉽게 불안해져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고요.” 아무리 신경 쓰고 ‘노오력’해도 대부분은 그 반의 반도 못 해낸다. 사람들은 당신이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의 반의 반만큼도 기대하지 않는다.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 실패해도 괜찮다. “당신은 유망주도 아니고 실패자도 아니”니까.기분이 더럽군, 그래서 어쩌라고?삶의 불행은 대개 남들과 비교하는 데서 온다. 혼자 가만히 있어도 탄탄대로는 아닐 텐데, 부러 남의 삶까지 끌어와서 스스로 삐걱거린다. 요즘 SNS가 바로 그 주범이다. 작년 평생교육 전문 기업 휴넷에서 직장인 8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0%가 “SNS에 피로감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온갖 삶이 실시간으로 전시되는 곳.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들락날락, 남들을 염탐하며 스스로 불행해지는 수순은 대개 이런 식이다. 난 이렇게 사무실에서 ‘쎄빠지게’ 일하는데 누구는 하루 6끼씩 먹스타그램을 올리고(저렇게 먹는데 빼빼 마른 건 왜 때문인가), 누구는 취직 선물로 부모님께 외제 차를 선물 받았단다(일가친족 누구도 외제차는 없다). 누군 비트코인으로 4억을 벌어 회사를 때려치웠다고 하고, 후배가 입사 7년 만에 초고속 부장 승진을 했단다. 고작 SNS를 훑어본 것뿐인데, 이렇게나 기운이 빠질 수가 없다. 그래서 SNS를 끊었느냐? 아니다. 우리가 SNS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건, 피로할 정도로 중독돼 있다는 의미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신경 끄기’다. 마크 맨슨이 “신경 끄기야말로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이렇게 말해보자. “기분이 더럽군. 근데 그래서 어쩌라고?” 신기하게도 더는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자신을 미워하지 않게 된다. 해줄 말은 이것뿐이고, 이게 세상을 구할 것이다. “야! 신경 꺼!”무엇에 신경 ‘쓸’ 것인가신경 끄기는 사실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신경 끄라고 수백 번 되뇌어야 할 만큼 인간은 과도하게 신경을 쓰게 돼 있다. 모든 게 새롭고 신나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라. 친구가 나에게 전화를 했었는지, 쟤가 내 욕을 뭐라고 했는지, 생일 케이크를 뭘로 할지, 온갖 것에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가. 다만 나이가 들면서 경험이 쌓이고 대부분의 걱정이 우리 삶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갈 뿐이다. 핵심은 신경 끄기가 그저 무심함이 아니라 다름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모든 걸 내려놓는 게 아니라 진짜 신경 써야 할 것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난 동료를 잘 못 믿고 혼자 하려는 경향이 있지”, “난 내 성공을 과장할 때가 있어”, “남친한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립심을 키워야겠어”…. 신경 끄기는 지나치게 높은 기준과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내가 못하는 것을 똑바로 마주하는 일이다. 말처럼 쉬운 일 아니고, 어쩌면 평생에 걸쳐 노력해야 한다. <신경 끄기의 기술>은 책 제목에 ‘기술’이라는 매우 실리적인 단어를 썼지만,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는 법 베스트 5’ 같은 팁이 난무하는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다른 것에는 신경 끄고, ‘나는 어떤 가치를 토대로 살고 있는가’ 스스로를 오롯이 들여다보는 일일지 모른다. 별것 아니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해볼 만한 일. 지금 책을 덮고, SNS도 닫고, 머리를 헤집는 복잡한 것에 대해서도 신경 꺼보자. 너무 애쓰지도 말고, ‘노오력’도 그만하자. 어느새 못 봤던 것이 보이기 시작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