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본과 식샤를 합시다 #2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tvN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 촬영이 끝난 후, 박희본은 어디서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그녀가 코스모 편집부에 보내온 혼자만의 여행, 그 두 번째 이야기. | 박희본,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혼자여행,여행,코스모폴리탄

#헤레즈 #플라멩코 #춤바람났어!헤레즈(Jerez de la Frontera)는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뜻밖의 보물이었다. 한산해 보이던 이 도시가, 알고 보니 플라멩코의 본고장 타이틀을 두고 세비야와 다투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정열, 스페인의 심장을 느끼는 시간에 돈을 아낄 수는 없는 법. 나는 이곳에서 가장 비싸지만, 현지인들이 입을 모아 최고라 말하는 ‘Tablao Flamenco Puro Arte’의 공연을 보러 갔다. 그리고 토케(Toque, 기타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감동의 눈물이 터지더니, 공연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공연이 끝나고 다른 관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발견한 배우들과 무용수들과 살갑게 다가왔고, 우리는 셰리주를 홀짝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춤이 너무 배우고 싶어졌다. #알리칸테 #일광욕 코스타 블랑카(Costa Blanca, 하얀 해안)의 중심지라는 알리칸테(Alacant). 제주도의 작은 어촌 분위기를 상상했으나, 이곳은 지중해, 그것도 유럽 사람들이 여름 휴가지로 가장 선호한다는 곳이라 어딜 가든 북적거렸다. 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하얀 모래와 알록달록 파라솔 아래의 정겨운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역시 바닷가는 어디든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법!#레몬2개 #무료세탁천사쟈크 프레붸르(Jacques Prevert)의 시 ‘Alacant’가 떠올랐다. '탁자 위에 오렌지 한 개’는 아니었지만 내가 묵을 방 탁자 위에는 레몬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사진작가라는 집주인 루시아는 이곳의 매력에 빠져 6개월 전에 이사 왔다고 했다. 매일 출사를 나가서 대화를 많이 나눠보진 못했지만, 루시아는 그녀의 사진들만큼이나 따뜻한 사람이었다. 백패커로 여행할 때 무료로 세탁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알리칸테의 뜨거운 햇살에 밀린 빨래를 말렸다.#산타바바라성 #야경 #밴드공연 세계에서 가장 큰 중세 성 중의 하나라는 산타 바바라 성(Castillo de Santa Barbara). 밤에 올라가 보니 시내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정상 부근에서는 퀸의 노래들로 레파토리를 채운 밴드의 공연도 있었다. 중세의 성에서 노래를 부르는 기분은 어떨까? #센토 #타파스1등신나게 몸을 흔들고 시내로 내려와 이미 두 번이나 들린 센토(Sento)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얼굴이 익은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종업원들. 여행지를 돌아다니다 무심코 간 가게가 이 동네 최고의 맛집이라니, 유레카! 이런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타파스 경연에서 1등을 했다는 이곳의 타파스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훌륭한 맛과 플레이팅을 선보인다. 누가 타파스 장사를 한다고 하면 이곳으로 견학을 보내고 싶을 정도다.  #여행은_바람 #여행은_영화여행의 막바지. 문득 이병률 작가가 여행은 ‘바람’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 피우기’라고 말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정의 내린 여행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경험’이자 ‘내 삶을 좀 더 진중하게 돌아보는 시간’이다. 또한 내게 여행은 ‘영화’다. 내가 쓴 시나리오에 내가 출연하고 내가 연출하는 영화. 시나리오에 없는 의외의 상황들과 불쑥 튀어나오는 특별출연이 반가울 때도 있는 그런 영화. 물론 절대 편집할 수 없는 무한 기록의 책임도 있다. 연기하면서 만나는 인물들과 가상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처럼, 나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여행이 너무 좋다. 연기와 여행, 이 두 가지 모두 나에겐 정말 소중한 경험인 것이다.  나의 다음 여행은 언제, 어디로 떠나는 것일까? 다음 영화 속 내 모습은 어떨까? 나는 연기도, 여행도 여전히 목마르다. 그 갈증은 영원히 해소되지 않겠지만, 해소되지 않을 갈증의 힘으로 카메라 앞에 서고, 여행 가방을 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시간들이 주는 힘으로 인생을 살아낼 용기와 위안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