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희본과 친구들이 떠난 스페인 먹방여행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5월의 화창한 어느 날, 현진이의 전화를 받았다. “언니, 우리 스페인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올래?” 농담인 줄만 알았던 이야기를 듣고 난 한 달 뒤,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의 여정이 시작됐다. | 박희본,먹방여행,내친구와 식샤를 합시다,스페인,코스모폴리탄

1.보케리아 시장 입구 2.수도원에 갔다가 먹은 생선 요리 3.박희본과 친구들 4.시장 안엔 하몽을 비롯한  식재료를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바르셀로나의 열기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도시, 바르셀로나!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이건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현지 코디네이터 말로는 20년 만에 찾아온 이상 고온 현상이란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기도 했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 이런 뜨거운 날씨엔 시에스타(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아메리카의 낮잠 풍습)가 절실하다. 어차피 대부분의 가게가 이 시간에 쉬기 때문에 우리도 촬영 중간중간 낮잠을 청했다.  하지만 이 뜨거운 날씨에 뒤지지 않을 열기가 우리 사이에 있었으니, 바로 두준이의 축구 사랑이다. K리그 홍보대사를 할 만큼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두준이에게 바르셀로나는 곧 축구였다. 시즌이 끝난 뒤라 아쉽게도 경기는 보지 못했지만, 메시가 뛰는 FC바르셀로나 홈구장 캄프 누(Camp Nou)는 구경할 수 있었다. 두준이에게 캄프 누 구장이 성지 순례 느낌이었다면 내겐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이 그랬다.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보긴 했지만, 막상 그 앞에 서니 가슴이 벅차다 못해 눈물이 연신 흘렀다. 하루는 바르셀로나 서쪽에 자리한 몬세라트 수도원을 찾았다. 스페인 3대 순례지 중 하나인 이곳은 기암절벽 사이에 위치한 건물의 모습도 무척 신비로운데, 천상의 소리를 들려주는 소년 합창단과 ‘검은 성모마리아상’으로 더 유명하다. 비록 방학 기간이라 소년 합창단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마침 주일 미사가 있는 날이라 성모마리아상을 바라보며 기도할 수 있었다. 1.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은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절대 빠뜨려선 안 되는 곳이죠.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건축물 앞에 서는 순간,  마음속 평화의 문이 활짝 열릴 거예요 2.경기는 없었지만 열기가 느껴지던 캄프 누 경기장 3.몬세라트 수도원에 도착하자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이번 여행의 백미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내 친구와의 식사. 이 얼마나 고대했던 스페인 요리던가!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파에야, 그리고 반주로 곁들인 에스트레야 맥주의 궁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우리 입엔 좀 짜다는 것. 우리는 식사를 주문할 때마다 필사적으로  “신 살(Sin Sal, 소금 빼 주세요)!”을 외쳤는데,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 단어를 기억한다고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또 누가 한국 사람 아니랄까 봐 매운맛을 좋아하는 내가 입에 달고 다닌 말은 “살사 피칸테 포르 파보르(Salsa picante por favor, 매운 소스 주세요)”였다. 이번 숙소는 카탈루냐 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단독주택. 자연스럽게 우리는 밤마다 맥주 파티를 벌였고(서울에 돌아와서 가장 그리운 건 우리를 취하게 만든 스페인의 맥주들이다), 술잔을 부딪히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친밀해졌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날들이었다.  산세바스티안에 가면 핀초스 거리를 밤새 누벼보세요. 허기진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줄 테니까요. 꽈리고추 같은 걸 소금 양념으로 볶은 것도  맛있고, 안초비를 올린 것도 인기지만, 특히 강추하는 메뉴는 폴포(문어)가 들어간 요리예요. # 산세바스티안의 맛 마지막 여행지는 미식의 도시 산세바스티안. 내가 재활 승마 치료사에서 ‘식도락 여행가’로 장래 희망을 바꾼 후 언젠가 꼭 한 번 가보리라 마음먹었던 곳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스페인의 풍광과는 또 다르게 자연이 아름다운 바스크 지방(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서부의 바스크인 거주지). 그 중심의 산세바스티안은은 유구한 역사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정말 많은 여행지다. 그중에서도 한국에 당장 옮겨다 놓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단연 핀초스 바다. ‘Pinchos’는 이쑤시개’라는 뜻으로, 안주들이 한입 또는 작은 타르트 크기로 진열된 모습에서 유래한 형태라고 한다. 산세바스티안의 골목엔 이 스타일의 바가 즐비한데, 가게마다 그 종류도 다양해 보고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달콤한 맛과 청량감이 일품인 스파클링 와인 시드라(Sidra)를 곁들이다 보면 이 골목에서 밤새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 특히 나처럼 여행지에서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핀초스 바가 천국일 수밖에 없다. 혼자서는 먹을 수 없는 ‘2인 이상 주문 가능 메뉴’를 한 접시에 먹을 수 있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곳에서의 숙소는 전경이 일품인 3층 집. 집 앞으로 멀리 해변이 보이고 뒤로는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이렇게 멋진 사람들과 한지붕 한가족이 됐는데, 벌써 마지막 밤. 우리는 거실 소파에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두준이의 피아노 연주와 요섭이의 노래 ‘Ordinary People’을 들으며 이번 여정을 갈무리했다.  1.산세바스티안의 구시가지 전경 2.핀초스 바를 찾은 연인 3.박희본# 에필로그 9일간의 촬영 후 제작진은 여행을 더 즐기고 싶어 하는 멤버들에게 돌아오는 비행기편의 날짜를 열어줬다. 나는 산세바스티안에 하루 더 머물며 남은 시간 동안 스페인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검색하다 흥미로운 정보를 발견했다. 스페인 남부에 ‘지브롤터’라는 영국 영토가 있고, 그와 맞닿은 아프리카 대륙엔 ‘세우타’라는 스페인 영토가 있다는 사실. 김성중의 소설 <국경시장>을 읽고 국경 지역에 묘한 매력을 느꼈던 터라 세 나라의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고민했다. 하지만 동선을 짜다 보니 내게 남은 일정으로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어 포기. 잠시 성지순례로 눈을 돌려봤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로 산티아고를 걷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행인 것 같아 이것 역시 포기. 결국 가장 대표적인 루트로 스페인 맛보기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관광을 하기로 한 것. 관광의 한자를 풀어보면 ‘빛을 본다(觀 光)’. 내가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빛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나 홀로 여행을 좋아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 좋기 때문이다. 혼자 제주도 어느 섬에서 캠핑을 하며 즐거워하는 게 나란 애다. 그런데 멤버들과 헤어지고 막상 혼자 여행을 하려고 보니 첫날부터 너무 허전했다. ‘이 사람들, 벌써 내 맘에 이만큼 들어온 건가?’ 서울에서 그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마드리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