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A Man on the Way

데뷔 이래 한 번도 톱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이병헌은 혼자서 뚜벅뚜벅 할리우드로 걸어 들어갔다. 매력적으로 빛나던 눈빛은 더욱 형형해졌고, 유쾌한 기운은 여전했다. 영화 촬영차 미국에 체류하는 그를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만났다.

프로필 by COSMOPOLITAN 2011.12.01







전 어제 오후에 한국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타고 이곳 나파 밸리에 도착했어요. 병헌 씨는 뉴올리언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어제 저녁에 도착했죠? 지구 반대편의 한가로운 와이너리에서 병헌 씨를 만나니 무척 특별한 기분이 드는군요.

촬영이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어요. 3주 후면 한국에 돌아가게 될 것 같고요. 미국을
떠나기 전에 좀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나파 밸리 지역을
여행하기로 마음먹었죠. 제가 와인을 무척 좋아하는데 나파 밸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라서 한번 꼭 오고 싶었거든요. 역사가
깊은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자연도 만끽하면서 오랜만에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지난여름부터 한국을 떠나 있었죠? 개월로 따지면 그리 길지 않지만 왠지 꽤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그나저나 몸이 굉장히 좋아 보이네요.

미국엔 7월 중순쯤 와서 한동안 영화 촬영을 위해 다양한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트레이닝받고 운동하고, 트레이닝받고 운동하고.
그러다 8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촬영에 합류했고 이제 3회 분량 정도가 남았어요. 뉴올리언스에서 개인 트레이너, 매니저 두 명,
스턴트 더블로 같이 온 정두홍 감독, 이렇게 남자 다섯이서 지내고 있어요. 워낙 운동량이 많았기 때문에 촬영이 없어 쉬는 날에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몇 시간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든 적도 여러 번 있었고. 지금은 촬영이 거의 다
끝나서 가끔 와인도 한잔하고 식사도 정상적으로 하니까 다시 제 페이스를 찾긴 했지만요.



아, 외로웠겠어요.

네. 한국이 정말 많이 그리웠죠. 촬영이 없는 날은 더 그랬어요. 남자 다섯 명이 아파트에 멍하니 있다가 누구 하나가 인터넷을 막
뒤지죠. “와, 지금 그 영화 한대.” “재밌겠다. 그 영화 보러 갈까?”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고도 다섯이서 한참 생각해요.
갈까, 말까? 다들 운동을 너무 많이 한 탓에 힘이 없어서. 그런데 식단 조절 중이니까 주방에 가서 닭 가슴살 샌드위치 다섯 개를
준비해요. 그렇게 도시락을 싸서 영화를 보러 가고, 어떤 날은 <슈스케>나
<위탄> 보면서 시간 보내는 게 가장 큰 낙이었어요. 그래도 1편을 촬영할 때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그땐 단순히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혹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생기는 외로움이 아니라 영화 때문에 생긴 외로움이었으니까.



멀리 떠나 있어서가 아니라 영화 때문에 생긴 외로움이라, 그건 어떤 거죠?

한국에서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배우로서의 이미지, 그리고 나의 세계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가면 쓰고 칼 들고 나와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사실 혼돈스러웠어요. 이 영화를 하기로 결정하고 미국에 와서 촬영하고
개봉하기까지의 기간이 사실은 굉장히 혼돈스러운 시간이었어요.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혼자 고민하며, 나중에 모든 책임을 나 혼자
떠안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죠. 하지만 사람 들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가고 이 영화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돼서인지
이번 영화를 찍을 땐 두려움이 상당히 없어졌죠. 그리고 할리우드 시스템에도 많이 적응됐고.

편의 성공 덕에 2편의 캐스팅이 가능했던 만큼 실질적으로 배우 이병헌에 대한 대우도 좀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리고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네, 굉장히 좋아졌어요. 사실 1편에서는 감독과 상의하거나 대본에 대해 서로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어요. 그런 얘기를 할 만한 분위기도 안 됐고. 하지만 이번엔 ‘내 입김이 제법 생겼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내 아이디어를 말하면 웬만하면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어요. 이 영화에 함께 캐스팅된 브루스 윌리스와도 편하고 즐겁게
촬영했고요. 모두가 굉장히 편하게 촬영하는 분위기였어요.



한국에선 한순간도 톱의 위치를 벗어난 적이 없던 당신이 그런 혼돈과 생경함의 시간을 버티면서까지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을 결정했다면 뭔가 원대한 의미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거창하게 의미랄 것까진 없었어요. 딱히 목표라 할 것도 없었고요. 난 그저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어디까지 나올까, 가슴 두근거림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 정도였어요.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보고 싶다는 그런 느낌.



어쨌든 할리우드 진출의 첫 행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제 두 번째 영화가 내년에 곧 개봉할 텐데요, 글로벌 스타라는
호칭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는 느낌이에요. 글로벌 스타가 된다는 건, 결국 배우로서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음, 말하자면 그건 마치 동전의 양면 같은 느낌이죠. 나를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나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걸
생각하면 사실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져요. 하지만 난 배우로 시작했고 지금도 배우이고 앞으로도 배우일 텐데, 그런
부담감에 갇히게 되면 배우로서의 내 색깔은 점점 퇴색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동시에 들어요. 사실 그 부분에 대한 결론은 이미
내렸어요. 내가 배우로서 어떤 일에 임할 때는 장르든 역할이든 스토리에 대해서든 굉장히 자유롭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일 역시 지속적으로 해나갈 생각이에요.



데뷔한 지 20년이에요. 20년 동안 배우로 산 당신이 배우란 직업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네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을 극과 극으로, 자유자재로 변주하고 상상해 표현해내는 것이 배우라고 생각해요.



병헌 씨에게는 처음부터 그렇게 감정을 자유자재로 변주하고 극대화해 표현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는 쉽게 느껴졌나요? 연기 수업을
제대로 받은 적도 없었지만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언제나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병헌 씨였기에 그 과정이 어렵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난 20년 차 배우이지만 가끔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연기인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
완전 백지 상태가 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작품에 들어가기 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내가 맡은 배역을 그려보고 그 인물에 젖어들려고
애를 써요. 보이지 않는 형태를 내 눈에 보이게끔 반복하는 작업이 배우로서의 삶에서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형태를 제대로 못 보고 작품에 들어가는 때도 있어요. 그럴 땐 그 작품이 끝날 때까지 엄청난 고통을 겪어요. 내가 어떤 인물을
연기해야 할지 모른 채 연기한다는 건 그야말로 ‘연기한다’는 기분이 들게 하니까.

병헌 씨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갈수록 작품의 빈도가 늘어나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사실 톱스타의 지위가 확고해질수록 작품 숫자를 줄이고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쪽을, 그러니까 신비주의를 택하는 몇몇 배우를
생각하면 점점 다작 모드로 들어가는 병헌 씨의 필모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예민하고 섬세할 때가 아닐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점점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무뎌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거든요. 배우로서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진정성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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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곽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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