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궁극의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영크크' 국내 비주얼 스튜디오의 영업 기밀

소문난 잔치에 볼 것 많다! 공간, 그래픽, 아이덴티티, 오브제, 푸드 등 입소문난 국내 비주얼 스튜디오를 소개합니다.

프로필 by 천일홍 2026.07.06
나이키 아티스트로 선정돼 참여한 ‘Desserts on Dining 8’.

나이키 아티스트로 선정돼 참여한 ‘Desserts on Dining 8’.

AI로 구현한 기발한 케이크 디자인.

AI로 구현한 기발한 케이크 디자인.

쿠키로 만든 스피커.

쿠키로 만든 스피커.

콘페티야드가 재해석한 양갱.

콘페티야드가 재해석한 양갱.

팔레트 형태의 페이스트리를 제작한 <brot &= 작업. " caption="팔레트 형태의 페이스트리를 제작한 작업. ">

팔레트 형태의 페이스트리를 제작한 작업.


콘페티야드 CONFETTI.YARD @confetti.yard


디저트를 단순히 음식이 아닌, 조형의 시선에서 다양한 비주얼을 선보이는 스튜디오 콘페티야드. 브랜드 케이터링, 전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콘페티야드를 ‘디저트 실험실’로 명명하는 것이 흥미롭다. 스스로 정의하는 콘페티야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경계를 두지 않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 콘페티야드는 베이킹으로 만들어낸 결과물만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한정 짓고 싶지 않았다. 어떤 프로젝트는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완성되기도, 어떤 프로젝트는 설치 작업이나 퍼포먼스로 확장되기도 한다. 그래서 콘페티야드를 여러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가능성을 지닌 ‘디저트 실험실’이라 부를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베이킹이라는 매체를 출발점으로 삼지만, 그 너머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조소를 전공한 뒤, 젠틀몬스터를 거쳐 콘페티야드를 설립했다. 한동안 디저트를 판매하는 공간도 함께 운영했는데, 이 경험들이 콘페티야드의 어떤 자양분이 돼주었나?

조소를 전공하며 하나의 개념을 물질로 구현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덕분에 다양한 재료를 다루는 것에 익숙해졌고, 만드는 일엔 늘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젠틀몬스터 공간 팀에서 일하면서는 공간과 브랜드가 어떻게 경험을 만드는지에 대해 배웠다. 단순히 예쁜 오브제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공간을 어떻게 경험하고 무엇을 기억하게 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콘페티야드는 그 두 경험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됐다. 조소를 통해 물질과 형태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면, 브랜딩 경험은 그것을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 것인지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거지.


그렇다면 조소와 베이킹이 닮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실제로 프로젝트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대학교 때 교수님이 석고를 물에 개는 점도를 설명하며 “생크림 정도”라 말씀하신 적이 있다. 당시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재료가 서로 닮았다는 걸 느끼게 됐다. 석고와 레진, 흙 같은 조형 작업에서 다루던 재료들처럼 크림, 반죽, 설탕 역시 각각 고유한 물성과 점도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해하고 다루는 과정도 꽤 비슷하더라. 반대로 음식이 가진 유한성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조소 작업은 결과물을 오래 붙잡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디저트는 결국 먹히거나 사라지는 것을 전제로 만들지 않나. 덕분에 실패하거나 예상치 못한 형태로 만들어졌을 때도 자연스럽게 실험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실제 작업에도 조소적 접근을 반영하고 있다. 빵으로 스피커를 만들 땐 빵이나 쿠키가 목재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레진 같은 투명한 물성은 사탕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디저트는 단순히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여전히 조형 작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또 다른 재료에 가깝다고 느낀다.


콘페티야드의 변곡점을 만들어준 대표 작업을 소개한다면?

처음엔 단순히 빵과 디저트가 좋아 베이킹을 시작했다. 작업실 월세를 벌기 위해 디저트를 판매하며 소비자들과 만나기 시작했고, 그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쿤스트카비넷이 주관한 <Brot & Kunst> 이벤트에 참여하며 케이터링 형식의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팔레트 형태의 페이스트리를 손에 끼우고 물감을 덜어내듯 다양한 스프레드를 먹는 경험으로 구성했는데, 음식 자체보다 그것이 놓이는 테이블과 공간, 그 안에서 일어나는 행위들에 관심을 갖게 해준 프로젝트였다. 지금도 테이블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여기며 작업한다. 콘페티야드의 또 다른 중요한 변곡점은 ‘상업화랑’이라는 갤러리에서 조영각 작가와 함께 진행한 <유통기한을 가진 조각> 시리즈였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음식을 단순히 먹는 대상이 아니라, 조형 재료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빵을 가지고 실제 작동하는 스피커를 만든다거나, 음식의 물성과 시간의 변화를 작업 일부로 끌어들이며 디저트를 바라보는 방식도 한 번 더 바뀔 수 있었다.


그 연장선에서 완성한 후 가장 짜릿했던 작업도 있을까?

나이키 아티스트로 선정돼 작업했던 ‘Desserts on Dining 8’이 기억에 남는다. 로봇 플레이트 위에 에어맥스 Dn8 형태의 버터를 올려두고, 버터가 테이블 곳곳에 설치된 빵 사이를 자동으로 움직이게 했다. 버터는 빵에 스치면서 조금씩 깎여나가고, 빵에는 버터가 발렸다. 결과적으로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버터의 형태는 계속 변해가는 작업이었다. 우리가 평소 식탁 위에서 하는 행위들이 어쩌면 조각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이 작업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 기술적인 이유로 원하는 모습이 100% 구현되진 못했지만, 작업이 담고 있는 개념만큼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케이크 아카이빙을 올리는 계정 @computer.yard도 운영하고 있다. 이 계정에선 어떤 실험이 이뤄지고 있나?

하하. 그 계정을 알고 있는 분이 많진 않은데, 질문하셔서 놀랐다.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시기에 만든 계정이다. 당시 개인 케이크 주문 작업을 많이 했는데,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AI를 하나의 대화 상대처럼 활용하곤 했다. 가끔 인간이라면 쉽게 떠올리지 못했을 방향을 툭 던져줄 때가 있는데, 그 점이 재밌었다. 내가 만든 프롬프트를 통해 생성된 케이크를 하나의 아카이브처럼 기록해보고 싶어 만들게 됐는데, 내 관심사와 취향에 관해 AI와 어떤 생각을 주고받았는지 이미지화한 노트처럼 느껴진다.


여담이지만, 최근엔 업로드가 뜸한 것 같아 아쉬웠던 참이다.(웃음)

맞다. 나도 아쉽다.(웃음) 요즘은 AI 생성 이미지 자체보다 AI와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있다. 지금도 종종 레시피를 고민하거나, 새로운 재료를 실험할 때 AI의 도움을 받는 편인데, 가끔 AI와 나의 실수가 만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보다 AI의 생각을 현실로 번역하는 작업에 더 가깝다. 언젠가 AI가 제안하는 레시피를 매일 하나씩 그대로 만들어보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물론 어떤 날은 완전히 엉망이 될 수도 있겠지만, AI가 상상한 것을 현실 세계의 재료와 시간, 노동을 통해 실제로 존재하게 만드는 과정에 더 관심이 생긴다.


AI 말고도 아이디어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시도하는 방법이 있나? 워낙 새로운 비주얼을 선보이니 창작의 고충도 상당할 것 같다.

그럴 땐 의외로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예전에 모아둔 것을 다시 들여다본다. 오래전부터 써온 메모장이나, 이미지를 저장해둔 폴더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편이다. 당시엔 별 의미 없어 보였던 메모가 몇 년 뒤 전혀 다른 프로젝트와 만나며 갑자기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다. 창작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닌, 이미 가지고 있는 조각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는 과정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클라이언트들이 콘페티야드를 찾는 이유는 뭘까? 콘페티야드의 결정적 한 방은?

어쩌면 콘페티야드의 단점일 수 있는데, 공장형으로 찍어내기보다 매번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어 사서 고생을 하는 편이다.(웃음) 브랜드 로고만 바꾸며 비슷한 작업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작업은 흥미가 떨어지더라. 그리고 최대한 누군가의 작업을 무작정 따라 하지 않으려고 늘 경계한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새로운 시선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아마 그런 태도 덕분에 많은 브랜드에서 콘페티야드를 찾아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결정적 한 방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 그리고 디저트와 예술, 음식과 오브제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것.


현재 콘페티야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싶나?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움’인 것 같다. 원래 새로운 재료나 기술을 만나면 일단 해보고 싶어지는 사람인데, 요즘은 과연 새로움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완전히 새로운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익숙한 것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일에 가까운 것인지. 앞으로의 콘페티야드는 어떤 정답을 보여주는 곳이라기보다, 새로운 질문과 발견을 계속 이어가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스튜디오가 됐으면 한다.


아티스트 브랜딩부터 앨범 디자인까지 비주얼 전반을 담당한 채영의 <lil fantasy vol.1>

아티스트 브랜딩부터 앨범 디자인까지 비주얼 전반을 담당한 채영의 <lil fantasy vol.1>

‘yosae’ 쇼룸 공간 전경.

‘yosae’ 쇼룸 공간 전경.

‘yosae’ 쇼룸 공간 전경.

‘yosae’ 쇼룸 공간 전경.

자이언티 ep <poser>의 앨범 디자인.</poser>

자이언티 ep 의 앨범 디자인.


스튜디오 터 Studio TUH @studiotuh


스튜디오 터는 패션 브랜드, 국내외 아티스트 등의 공간 디자인, 브랜딩, 오브젝트 등 감각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공간, 브랜딩, 그래픽, 비주얼 아이덴티티, 오브제 등 다양한 비주얼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클라이언트의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획'을 중심으로 비주얼까지 확장하는 것이 스튜디오 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단편적인 롤을 수행하기보단,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고 그를 관통하는 클라이언트만의 관점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정다빈, 김준우 두 디렉터가 이끈다.


공간, 브랜딩, 그래픽, 비주얼 아이덴티티, 오브제 등 다양한 비주얼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클라이언트의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획’을 중심으로 비주얼까지 확장하는 것이 스튜디오 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단편적인 롤을 수행하기보단,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고 그를 관통하는 클라이언트만의 관점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업의 종류나 매체의 제한을 두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다빈, 김준우 두 디렉터가 주축이 되어 스튜디오 터를 이끌고 있다. 각자가 담당하는 역할이 있나?

정다빈 주로 프로젝트의 서사와 논리를 구축하고, 그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전체적인 구조와 방향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동시에 비주얼 파트에선 위트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김준우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비주얼 전략을 기획하고 시각언어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순발력이나 물질적 감각이 요구되는 패브리케이션 과정에도 집중하는 편이다.


스튜디오 터를 세상에 널리 알린 포트폴리오로 꼽고 싶은 작업은 무엇인가?

채영의 솔로 앨범 <LIL FANTASY vol.1>. 음악부터 아티스트 브랜딩, 앨범 내러티브와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작업에 크리에이티브로 참여했다. 한 팀의 기획 아래 진행된 프로젝트인 만큼 다양한 결과물이 하나의 브랜딩을 통해 전개됐다는 점에서 무척 만족스럽다. 모든 스태프가 굉장히 몰입해 임했는데, 결과물에서도 그것이 잘 드러나서 업계분들의 눈에 띄었던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이 작업 이후 자이언티의 앨범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작업에도 참여했다. 아티스트와의 작업은 브랜드 협업과는 또 다른 접근 방식과 기획이 필요했을 것 같다.

운 좋게도 우리와 함께한 두 아티스트 모두 하고자 하는 음악과 앨범의 메시지가 명확했다. 작업 과정에서 아티스트가 우리를 격 없이 대해준 덕분에 우리도 그들을 해석하기보다 음악 외에 요즘의 생각들, 일상에서 소비하는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게 될 무렵 이미 자연스럽게 콘셉트와 기획이 모두 흩뿌려져 있었던 것 같다. 그것들을 모아 정리하고 보니 어느덧 앨범이 발매돼 있더라.(웃음)


‘YOSAE DOSAN’의 공간 작업도 흥미롭게 봤다. 고대 그리스 공동체의 중심이었던 ‘아고라’에서 영감받았다고.

자동차 서브컬처 ‘피치스’와 스니커즈 신에 DNA를 둔 ‘크림’의 의뢰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두 브랜드 모두 문화를 토대로 세워졌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YOSAE DOSAN’이 위치한 도산공원을 둘러보면 스펙터클하고 멋진 공간은 많지만,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게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비어 있는 공간(Void)’을 만들고, 그곳에서 다양한 이벤트로 ‘변주(Flux)’가 발생하며,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Gather)’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름 또한 자동차를 사랑하고 신발을 사랑하는 우리의 ‘요새(아지트)’이면서, ‘요새(요즘)’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 그때 떠오른 이미지가 그리스의 아고라였고, 통창으로 이뤄진 천장을 통해 햇빛을 쬐며 둘러앉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됐다.


다양한 형태의 비주얼을 만들고 있지만, 결국 스튜디오 터의 작업은 기획에 가장 큰 뿌리를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획과 비주얼 사이 스튜디오 터가 고심하는 점은 무엇인가?

설득력. 클라이언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 오늘, 왜, 이야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첫 단추다. 그렇게 정리된 기획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결과를 만드는 것을 항상 목표로 삼는다.


비주얼을 만드는 창작자에겐 타고난 감각이 필수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 당신은 재a능형인가, 노력형인가?(웃음)

정다빈 재능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프로젝트든 작은 실패와 극복을 반복하지만, 단 한 번도 다른 일을 하는 나를 상상해본 적 없다. 이 모든 과정을 즐기고 지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일종의 재능이지 않을까?

김준우 동의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재능은 흔히 이야기하는 미감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이미지를 만들고 무언가를 시각화하는 일은 내게 일 이전에 놀이에 가까웠다. 꼭 잘해야 재능이 아니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특별한 보상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시간을 쏟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가진 가장 큰 재능은 이미지를 만드는 일에 싫증을 느끼지 않는 점인 것 같다.


클라이언트들이 스튜디오 터를 찾는 이유는 뭘까? 스튜디오 터의 결정적 한 방은?

우리는 ‘디자인’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다. 디렉터인 우리가 모두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보니, 디자인보다는 순수 미술의 접근법에 익숙하고, 패션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모든 산업군이 패션과 문화의 문법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요즘 우리가 여태 경험했던 것들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닐까?


어떠한 한계 없이 오로지 스튜디오 터를 위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어떤 것을 구현하고 싶나?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랑하는 일로 잘 먹고 잘 살고, 교류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터’라는 이름을 지었다.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 나이와 경력을 막론하고 다양한 작업자가 모여 다채로운 작업을 마구 뱉어내는 풍경을 상상하곤 한다.



앨범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르세라핌의 <spagHetti> 프롭 작업.

앨범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르세라핌의 <spagHetti> 프롭 작업.

앨범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르세라핌의 <spagHetti> 프롭 작업.

앨범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르세라핌의 <spagHetti> 프롭 작업.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담당한 전시 <이찬혁 영감의 샘터: 마지막 한 방울>.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담당한 전시 <이찬혁 영감의 샘터: 마지막 한 방울>.

akmu <개화>의 아트워크 작업.

akmu <개화>의 아트워크 작업.

akmu <개화>의 아트워크 작업.

akmu <개화>의 아트워크 작업.


어 룸 바이 a room by @aroomby.arb


매거진 아트팀에서 동료로 만난 김원영, 박지수 두 명의 대표가 결성한 어 룸 바이. 프롭과 세트를 기반으로 한 유니크한 작업을 선보인다. 세트 제작과 프롭 스타일링을 기반으로 한 비주얼 스튜디오다.


어 룸 바이가 만드는 비주얼에 프롭이 주요한 소재로 쓰이게 된 이유는?

디지털 환경에서 이미지를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거든. 재료를 고르고, 형태를 만들며, 실제 공간 안에서 장면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손으로 만드는 작업만이 줄 수 있는 밀도와 생동감을 느꼈다.


어 룸 바이의 포트폴리오를 보니 한 작업의 프롭 파트를 담당하는 것에서 시작해, 프로젝트 전반을 아우르는 작업으로 확장해가더라. 처음 어 룸 바이를 세상에 알린 작업은 무엇이었나?

제39회 골든디스크어워즈의 르세라핌 VCR 영상과 이후 미니 5집의 트랙 샘플러 비주얼 작업을 연이어 맡게 됐다. VCR 영상 작업은 ‘Pierrot’라는 곡의 무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곡이 지닌 분위기를 바탕으로, 빈티지 소품을 활용해 어딘가 기묘하고 그로테스크한 무드의 세트를 제작했다. 이어 진행한 트랙 샘플러는 앨범이 가진 뜨겁고 과감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각 수록곡의 특징을 하나의 오브제와 장면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접근해 곡의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한 작업이었다.


지금은 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 수주부터 전개까지 전반적인 과정이 궁금하다.

요즘은 프로젝트의 초기 비주얼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 브랜드 등 일단 콘텐츠가 가진 고유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이후 스케치를 통해 방향을 구체화하고, 필요한 경우엔 직접 소품을 제작하거나 공간을 구성하며 장면을 완성해나간다.


이후 르세라핌 싱글 앨범 <SPAGHETTI>의 비주얼 작업도 했다. ‘스파게티’라는 음식을 가지고 키치하면서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빨 사이에 낀 스파게티가 주는 불편함’이라는 메시지에서 출발했다. 보고 있으면 신경 쓰이고, 거슬리지만 이상하게 눈길이 가는 오브제를 만들고자 했다. 가령 토마토나 스파게티 면을 폭탄처럼 변형해 마치 무기같이 보이게 만들거나, 스파게티 면과 생선 대가리, 닭발 등을 결합해 기묘한 젤리 케이크를 제작하는 등 익숙한 재료를 낯설고 이질적인 형태로 비틀어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한편 <이찬혁 영감의 샘터: 마지막 한 방울> 전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맡기도 했다.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전시라 느꼈을 만큼 기발한 비주얼로 가득한 작업이었다.(웃음)

전시 작품에 사용된 요소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특히 80여 개의 ‘빨래 이찬혁’을 직접 인쇄하고, 재단하고 봉제한 뒤 설치하는 과정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실사에 가까운 찬혁 님의 이미지를 수없이 마주하며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찬혁 님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웃음)


가장 최근 작업인 AKMU의 정규 4집 앨범 <개화>의 아트워크 작업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펠트, 패브릭, 점토로 만든 오브제가 앨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느꼈는데, 의도한 바가 있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 앨범이 가진 따뜻함과 자연스러움을 해치지 않는 것이었다. 화려하거나 인위적인 이미지보다는 손으로 만든 것들이 주는 온기가 필요했던 이유다. 펠트와 패브릭, 점토는 완벽하게 동일한 형태를 만들기 어려운 재료라 손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남게 되는데, 그런 점이 오히려 앨범이 가진 감정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실제 물성을 지닌 오브제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지나치게 정교하고 매끈하게 다듬어진 결과물보다는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재료 본연의 질감이 드러나는 상태를 좋아한다. 종이의 결, 점토의 질감처럼 재료가 가진 성질이 느껴질 때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작 과정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형태나 우연히 만들어진 디테일이 결과물의 중요한 일부가 되기도 한다.


어떤 산업군이든 이제 AI는 공존해야 하는 존재가 된 것 같다. 주로 손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어 룸 바이는 AI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AI를 자주 활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각화하거나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선 분명 유용한 도구라고 여겨진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만 나오는 매력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와 수작업이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공존하게 되지 않을까?


어 룸 바이가 만드는 장면장면이 쌓여 어떤 세계가 일궈지길 꿈꾸나?

우리가 그리는 유니버스는 완벽하게 정제된 세계보단 손으로 만든 흔적과 장난스러운 상상력이 공존하는 세계에 가깝다. 진지하게 무언가를 만들지만, 동시에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를, 만드는 이의 손길이 느껴지는 세계를, 현실과 상상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장면을 만들어가길 꿈꾼다.



Credit

  • 에디터 천일홍
  • 사진 STUDIO 5
  • 아트 디자이너 장석영
  • 디지털 디자이너 장석영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