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대신 빈티지, 정가 대신 중고! 요즘 젠지의 소비법 5
프루걸 시크, 듀프코어, 리틀 트리트, 무지출 챌린지, 구독 다이어트까지.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젠지의 새로운 소비 전략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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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UGAL CHIC
프루걸 시크
더 이상 과소비가 멋져 보이지 않는 시대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품 하울’, ‘샤넬 오픈런’ 같은 영상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빈티지 쇼핑’, ‘아이템 하나로 일주일 코디’ 등의 콘텐츠가 훨씬 많이 보인다.
프루걸 시크는 ‘절약하는’이라는 뜻의 ‘Frugal’과 ‘감각적인’이라는 뜻의 ‘Chic’가 결합한 신조어로, 지난해 금융 인플루언서 미아 맥그래스가 처음 사용했다. 말 그대로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나만의 감각을 드러낸다는 뜻. 해외에서 바이럴된 단어지만 국내 소비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요즘 젠지들은 값비싼 명품 대신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빈티지 숍에서 발굴하고, 유니클로와 자라 등 SPA 브랜드에서 구매한 베이식한 아이템을 매치해 개성 있게 스타일링하는 것에 ‘고능’하다.
이를테면 남대문시장의 빈티지 안경점에서 구찌 안경테를 15만원에 ‘득템’하고, 동묘 벼룩시장 액세서리 숍에서 유니크한 빈티지 시계를 단돈 1만원에 사는 것, 어디에나 코디하기 좋은 셔츠 한 벌과 로퍼 한 켤레로 ‘캡슐 워드로브’(꼭 필요한 최소한의 옷으로만 채워진 옷장)를 구성하는 것, 꼭 갖고 싶은 아이템 구매는 정가 이하 리셀 플랫폼이나 중고 마켓을 이용하는 경향이 그렇다. 수요에 발맞춰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해 말 중고 전용 탭인 ‘무신사 유즈드’를 론칭했고, 올해는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었다.
위키리크스한국은1 “중고 소비는 심리적 진입 장벽이 낮아진 데다,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가치 소비’로 인식이 전환되는 분위기다”라며 무신사 유즈드의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택배 배송 서비스 ‘바로구매’를 오픈했다. 물론 프루걸 시크가 패션에만 통용되는 개념은 아니다. 빈티지 가구나 책, 그릇, LP, 장난감, 인테리어 소품 등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에도 해당된다. 저렴한 새 상품을 살 바에는 중고 거래 혹은 ‘무료 나눔’으로 구하거나 발품 팔아 희소성 있는 빈티지를 좋은 가격에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한마디로 프루걸 시크는 적게 사고 저렴하게 사더라도 나만의 감각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트렌드다.
DUPE CORE
듀프코어
‘dupe’는 ‘duplicate(복사하다)’의 줄임말로 고가 브랜드와 비슷한 분위기나 기능, 디자인을 가진 저렴한 대체품을 찾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모조품’을 소비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생 로랑 맛 가죽 재킷’, ‘미우미우 맛 플랫 슈즈’, ‘더로우 맛 백’ 등이 인기 있는 것도, 해외에서 에르메스 버킨 백을 닮은 ‘펄킨 백’이 대란인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 한국에서 ‘~맛’으로 유행하는 말이 해외에서는 ‘~dupe’로 유행 중이고, 이를 다루는 콘텐츠는 수억 뷰가 나올 정도로 인기 있다. <아시아 마케팅 저널>에 실린 한 소비자 행동 연구 논문에서는 “듀프는 검증된 디자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한 소비처럼 느껴지며, 젠지는 듀프를 발견하고, 구매하고, 공유하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라고 분석했다. 패션 트렌드가 로고 플레이에서 콰이어트 럭셔리로 옮겨온 이유도 듀프코어가 성행하는 데 한몫했다. 어차피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룩이라면 비슷한 무드의 아이템으로 대체해도 전체적인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패션·뷰티 업계에선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로고·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친 카피 문화가 메인스트림에 자리 잡게 되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누군가의 창작물을 침해하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듀프의 핵심은 특정 제품을 그대로 카피한 걸 사는 게 아니라 브랜드 무드에 집중한 제품을 구매해 안목과 소비 감각을 드러내는 행위 그 자체라는 것, 그리고 이것이 콘텐츠, 문화, 자기표현의 영역으로 확장되며 틱톡 기준 약 78억 뷰를 기록할 정도로 바이럴되는 주류 문화가 됐다는 점이다.
LITTLE TREAT
리틀 트리트
19달러짜리 스무디, 50파운드 이하의 사치품, 귀여운 키링, 비싼 디저트 등 리틀 트리트는 말 그대로 작은 보상을 통해 더 큰 사치를 방지하고, 일상에 활기를 더하는 젠지의 소비 패턴이다.
<포브스>는 리틀 트리트를 ‘힘든 경제 속 생존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관련 설문에 참여한 젠지 세대의 53%는 “주거 문제, 휴가, 고용 안정 등 큰 목표가 불가능하게 느껴져 작은 보상을 한다”라고 답했다.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으로 거대한 목표가 멀어짐에 따라 당장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소비를 하는 심리가 트렌드로 연결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소비도 부담스럽다면 행위로 대신할 수도 있다. 미국 ABC 뉴스는 “리틀 트리트는 꼭 소비일 필요는 없다. 햇빛 쬐기, 공원 산책, 좋아하는 음악 듣기로도 대체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리틀 트리트는 소비, 소장보다는 감각이 핵심이다. 데일리팝은 “쇼핑이나 문화생활에 대한 지출은 줄었지만, 식비 지출은 여전하다”라고 짚으며 ‘두쫀쿠’를 예로 들었다. 가능한 한 줄이되 남긴 돈은 원하는 곳에 집중하는 방식이 Z세대가 내린 합리적 소비라는 것. ‘인형 뽑기’가 유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는 즉각적인 도파민을 맛볼 수 있고, 승부욕과 소장 욕구까지 자극해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니까. 팝마트의 랜덤 피규어와 가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아이돌의 굿즈도 적은 가격과 노력으로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데다 기대감, 도파민이라는 감각까지 보장되는 리틀 트리트의 일종으로 볼 수 있겠다.
LOW-BUY CHALLENGE
무지출 챌린지
젠지는 절약도 게임처럼 한다. 무지출 챌린지, 저소비코어는 실천하고 인증하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기 위해 현금 생활을 하고, 점심을 사 먹는 대신 도시락을 만들어 SNS에 인증한다.
해외에서는 ‘#LOWBUY’, ‘#NOBUY’라는 이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머니투데이2는 고물가 시대 Z세대의 소비 패턴이 달라진 것에 대해 “(Z세대는) 적은 지출을 위한 노력을 궁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불필요하거나 충동적인 과소비를 지양하며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지혜롭고 적절한 대처’라고 여긴다”라고 분석했다. 절약하는 과정을 챌린지화해서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며,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는 일상에 활기를 더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한때 핫했던 ‘거지방’은 이용자들이 소비 내역을 공유하며 서로의 충동구매를 막아주고, 무지출을 인증하는 소비 감시 톡방이다. 대표적인 룰은 배달 음식 금지, 충동구매 영수증 캡처해서 올리기, 무지출 인증하기 등으로 구성해 혼자서 소비 통제가 힘든 사람도 효과적으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거지방에 이어 최근 등장한 ‘거지맵’은 이용자 근처에 있는 저렴한(1만원 이하) 식당 정보를 제공한다. 누적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여느 맛집 앱보다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중. 가짜 배달 앱도 생겨났다. 실제 배달 앱과 유사한 화면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카트에 담고, 정보 입력 후 가상의 카드로 결제까지 하면 음식 준비가 시작되고, 배달원이 배정돼 집으로 배달되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이를 통해 배달 음식에 대한 욕구를 잠재우고 돈을 아꼈다는 심리적 만족감까지 높일 수 있는 기발한 앱이다. 해외의 소통, 콘텐츠화, 챌린지, 가상의 앱 등으로 도파민을 채우고, 소비 욕망은 해소하되 실제 지출은 피하는 젠지의 소비 전략은 고물가 시대에 지갑을 효과적으로 지키고, 재미도 챙길 수 있는 똑똑한 방법인 셈이다.
SUBSCRIPTION DIET
구독 다이어트
지금 당신이 구독하는 서비스는 몇 개나 되나? 넷플릭스, 유튜브, 왓챠, 스포티파이, 쿠팡 와우, 각종 클라우드, 각종 유료 앱,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까지. 손가락 열 개가 모자란 사람이 많을 것.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하지만 모으면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래서 젠지는 구독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유료 앱은 무료 체험 기간만 사용하고 비슷한 다른 앱으로 옮겨가는 방식으로, OTT는 한 달에 딱 하나만 구독하고, 더 구독하고 싶은 플랫폼이 있다면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거나 저렴한 광고형 요금제를 이용한다. 꼭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는 시리즈의 모든 회차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단기간만 구독 후 해지하기도 한다. 구독 서비스의 시작은 ‘소유’ 대신 ‘접속’으로 미니멀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자는 취지였지만, 각종 스트리밍은 물론 자동차, 집안일, 식품까지 온갖 일상 서비스가 구독 상품으로 출시되며 과열되더니 젠지의 부담을 증폭시킨 것이다. 이젠 자동 결제를 해지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앱은 정리하며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것이 젠지의 특징적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Credit
- 에디터 김미나
- 아트 디자이너 김지은
- 디지털 디자이너 이연우
- * 1 위키리스크한국 2026. 04. 17 기사
- *2 머니투데이 유효상 칼럼 ‘왜 세계적으로 저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될까’ 내용 발췌.
스타들의 다이어트 비법 대공개
#다이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