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연애에도 추가 매수 타이밍이 있습니다 #러브이코노믹스

연애의 초기, 중기, 말기에서 모두 다르게 나타나는 '레버리지' 어떻게 매수할까?

프로필 by 김미나 2026.07.08

LOVE


"그래서 삼성전자 지금 사도 돼?” 얼마 전 에디터가 나를 보자마자 한 말이다. 지금 시장은 확실히 모두에게 FOMO(‘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로, 투자시장에서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의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없는 사람? “그때 살걸!” FOMO가 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진 사람? “분할 매수 말고 몰빵할걸!” 역시 FOMO가 온다. 그러면 이미 몰빵한 사람은? “대출받아서 더 살걸!” 바야흐로 대포모의 시대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읽어서일까? 시장은 5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 상품을 내놓았다. 레버리지 ETF란 ‘기초 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2배 또는 3배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쉽게 말해 본주가 하루 5% 오르면 2배 레버리지는 10%, 10% 오르면 20% 오르는 식이다. 그동안 반도체 대장주를 못 산 사람들에게는 정말이지 혹하는 상품이 아닐 수 없다. “늦었으니 더 크게 먹어야지!” 시장은 가끔 무섭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는다. 하지만 실제로 투자하는 사람은 안다. 공포에 매수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늘 미래를 모르는 상태에서 현재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레버리지는 정말 과감한 결단일 수밖에 없다. 시황과 종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장 적확한 타이밍에 밀어 넣는 레버리지는 계좌를 두 계단, 세 계단 위로 끌어올리는 지렛대가 된다.


사랑에도 레버리지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보통의 연애는 일상적인 연락, 데이터, 대화 등의 기본기로 굴러간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관계를 한 단계 확 밀어 올리는 과감한 베팅이 필요하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 눌러두었을 욕망을 꺼내놓는 순간. 실패하면 데미지도 크지만 성공하면 우리의 연애 차트는 단숨에 장대 양봉을 그릴 수 있다.


연애의 가장 큰 레버리지는 뭐니 뭐니 해도 섹스다. 그것도 첫 섹스. 내 동료 작가는 길 가는 커플의 손 위치만 봐도 그들이 잤는지 안 잤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섹스는 선을 넘는 일이고, 벽을 허무는 일이다.


누군가를 만나다 보면 섹스 후 이 관계가 폭발적으로 커질 거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 사람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과, 더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도저히 구분할 수 없는 밤. 그때가 바로 레버리지를 매수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썸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중요하지 않다. 욕망을 숨기지 말고 과감하게 베팅해야 한다. 욕망도 자산이다. 그건 영원하지 않다는 얘기다. 다음 기회, 더 좋은 타이밍을 노리다가 마음이 식어버리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물론 위험하다. 섹스 후 최고의 커플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FWB(Friends with Benefit)보다 못한 애매한 관계로 끝날 수도 있으니까. 과거에는 “사귀기 전에는 절대 자지 마라”라는 조언이 일종의 연애 상식처럼 떠돌았지만, 시대는 달라졌고 욕망에도 더 솔직해졌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위험한 선택이라 할지라도. 만약 그 밤이 좋았다면 레버리지는 성공, 둘의 관계는 퀀텀 점프를 하게 된다. 여느 데이트처럼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길을 걸어도 둘의 세계는 전보다 훨씬 농밀해진다. 타인에게 나를 완벽하게 드러내는 일은 한번 진행하고 나면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어떤 섹스는 세 달 동안 나눈 대화보다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레버리지는 한 번 쓰면 끝일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뜨겁게 시작했어도 모든 이들에게 익숙함과 권태로움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중기 연애에서 섹스는 자주 ‘익숙한 숙제’가 된다. 우리는 이 상황을 타개할 또 다른 레버리지를 찾아야 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가볍게는 장소를 바꾸거나, 향초를 피워볼 수 있고, 좀 더 나아가서는 도구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그보다도, 나의 추천은 섹스의 리더를 바꿔보는 일이다. 이를테면 나는 연인과의 섹스가 권태로울 때면 그의 두 손을 결박한다. 그 섹스의 리더는 내가 될 테니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뜻이다. 그럼 나는 그의 몸을 마음대로 탐구할 권리를 얻게 된다. 몰랐던 성감대를 찾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간지럼 포인트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찾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사소한 변화 그 자체만으로 텐션을 되찾기엔 충분하니까. 그 바탕에는 당연히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 충분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 어떤 스킨십이 좋은지, 어떤 판타지가 있는지, 어떤 속도가 좋은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혼자만의 세상을 상대와 공유해보는 것이다. 너무 노골적이라고? 그게 장대 양봉을 보기 위한 레버리지의 핵심이다. 섹스 앞에서 체면을 벗어던지면 새로운 세상은 반드시 열린다.


어떤 스킨십이 좋은지, 어떤 판타지가 있는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혼자만의 세상을 상대와 공유해보자. 너무 노골적이라고? 그게 장대양봉을 보기 위한 레버리지의 핵심이다. 섹스 앞에서 체면을 벗어 던지면 새로운 세상은 반드시 열린다.


그렇다면 레버리지는 좋을 때만 써야 하느냐? 당연히 아니다. 연애가 삐걱거릴 때도 레버리지는 필요하다. 물론 꺼져가는 연애의 레버리지는 평상시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이미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펀더멘털이 살아 있다면 둘 다 관계를 살리고 싶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남아 있다면 베팅해봐야 한다. 말기 연애에서 섹스는 이상한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섹스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혹은 오로지 섹스만 남는다. 양상은 달라도 쓸 수 있는 레버리지는 같다. 바로 ‘섹스 금지령’이다. 인간은 참 간사해서 언제든지 할 수 있을 때는 별로 안 하고 싶은데, 못 하게 하면 너무너무 하고 싶어진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원래 금지된 것을 탐하도록 설계된 존재다. 섹스에 강제로 자물쇠를 달아보자. 갑자기 서로가 너무나 갖고 싶어질 수 있으니! 후자도 경우는 좀 더 복잡해 보일 수 있다. 싸우고, 자고, 풀리고, 다시 싸우고, 또 자고. 하지만 본질은 간단하다. 섹스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자꾸 섹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이것 역시 섹스 금지령이 도움 될 수 있다. 꼬인 매듭을 몸으로 덮어두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공백을 만드는 것. 우리는 아직 서로를 원하는가? 아니면 습관적으로 자는가? 섹스 이후에도 대화할 수 있는가? 침대 밖에서도 서로를 돌볼 수 있는가? 말기의 섹스는 관계를 살릴 수도 있고, 파산을 유예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섹스 후 어떤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느냐다.


레버리지는 단순히 오를 때 많이 오르고 내릴 때 많이 내리는 상품이 아니다. 레버리지는 ‘대출’이다. 예를 들어보자. 100만원으로 SK하이닉스를 샀는데 10%가 올랐다면 내 수익금은 10만원이다. 같은 100만원을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에 투자했다면 수익금은 20만원이다. 즉 실제 내 돈은 100만원인데 200만원어치 포지션을 잡은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대출에는 늘 이자가 발생한다. 이자를 갚지 못하면 청산이다. 그러니 레버리지를 사기 전에 반드시 물어야 한다. “나는 대출까지 받아서 살 정도로 이 종목의 장기 성장을 확신하는가?”


사랑에서도 똑같이 물어야 한다. 나는 나의 돈과 시간과 몸과 미래를 걸고 싶을 만큼 이 관계에 확신이 있는가? 사랑은 때때로 미쳐야 한다. 하지만 미칠 때도 계산은 해야 한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무모한 청산이 아니라 장대 양봉이다. 레버리지를 매수하고 싶다면 반드시 확인하자. 이 사랑의 펀더멘털은 아직 살아 있는가?


Credit

  • 에디터 김미나
  • 글 니주(작가)
  • 일러스트레이터 서이
  • 아트 디자이너 변은지
  • 디지털 디자이너 유영호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