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분산 투자가 답? 하한가 막는 관계 전략 #러브이코노믹스
사랑에도 안정적 수익 추구 전략인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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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기대감’의 위력을 잘 알 것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첫 데이트에 대한 기대로 밤 12시까지 야근해 피곤해 죽겠는데도 팩을 붙이고 괄사를 하며 부산을 떨었다. 첫 키스에 대한 기대로 머릿속에선 로맨스 드라마 한 편 뚝딱, 첫 섹스에 대한 기대감은 말할 것도 없다. 주식시장에서도 기대감은 아주 매혹적인 단어다. 주가 상승에는 반드시 ‘기대감’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4월 초,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나스닥은 장대 양봉을 뽑아내더니 3주 만에 21000포인트에서 24600포인트까지 15%나 올라버렸다. 코스피도 마찬가지. 3월 말 5000포인트에서 6400포인트 전 고점 갱신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주였다. 이 어마어마한 상승의 재료는 모두 휴전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실제로 휴전을 하지도 않았는데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 모두 전 고점을 탈환했으니, 기대감이란 사랑에서나 투자에서나 실로 어마어마한 동력인 셈이다.
하지만 모든 단어에는 명과 암이 공존하는 법. 기대감은 그 설렘과 폭발력만큼이나 큰 위험을 동반한다. 시장은 달콤한 말로 우리를 현혹시킬 땐 언제고 막상 하락장이 오면 자신에게 무엇을 맡겨두었냐는 양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사라져버리니까. 그래서 우리에게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정직한 섹터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채권이다. 코스피가 7000을 넘긴 이런 대불장에서 채권 투자는 기회비용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장 채권에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여겨봐두기는 하자는 얘기다. 잘될 때는 영원히 잘될 것 같지만, 아무리 강력한 강세장에서도 조정은 오기 마련이다.
채권이란 쉽게 말해 국가 혹은 기업에 내가 가진 돈을 빌려주고, 정해진 날짜가 되면 빌려준 원금과 함께 미리 약속된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채권에는 이율과 만기일이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내가 돈을 빌려준 기업이 잘됐다고 해서, 정해진 이율 이상의 이자를 주는 법은 절대 없다. 상방이 막혀 있는, 말하자면 그 어떠한 기대감도 없는 밋밋한 상품이다. 하지만 채권의 가장 큰 장점은 하방도 막혀 있다는 것. 채권은 기업이 망하거나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약속한 이자를 지급한다. 예측 가능하고, 꾸준하고, 방어적이다. 변동성이 너무 커서 휘청거릴 때 나를 붙잡아주고, 지탱해주고, 하락을 완충하는 것이 바로 채권의 역할이다.
사랑에도 반드시 채권이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전혀 모른다. 사귀기 전에 충분히 썸을 탔다고 해도, 결혼 전에 사계절을 함께 겪어봤다고 해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 듬직하고 기댈 수 있는 이상형으로 선배미 넘치는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세상 둘도 없는 마마보이였다면? 풋풋하고 애교 있는 모습에 넘어가 연애를 시작했는데 마초 같은 모습이 자꾸 새어 나온다면? 과묵한 안정형인 줄 알았는데 극강의 회피형이었다면! 그뿐만 아니다. 좋은 사람을 잘 만났음에도 사랑의 위기는 언제든 온다. 당신이 2년 만난 애인에게 갑자기 차였다고 상상해보자. 그것도 일요일 밤 11시, 아주 클래식하게 “내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로 시작하는 이별 통보였다. 심장은 미친 듯 뛰고, 세상은 끝난 것 같고, 당장 그의 집 앞에 찾아가 밤새 그에게 매달리고 싶은 기분일 것이다. 이런 순간에 당신이 가진 이름이 ‘그의 애인’ 하나뿐이라면 당신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의 애인’ 말고도 다른 이름이 많다. ‘직장인’인 당신은 월요일 아침이 오면 일단 출근해야 한다. 팀장은 당신의 이별에 관심이 없고, 거래처 메일은 계속 오고, 회의 자료는 미완이다. 우리는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 직장은 당신의 슬픔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당신이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게 해준다. 이별 소식을 들은 친구는 어떤가? 억지로 끌고 나와 밥을 먹이고, 술집에서 기꺼이 지갑을 연다. 둘만 아는 얘기를 당사자인 양 들어주고, 편을 들고, 함께 욕을 해준다. 밥맛도 없는데 자꾸 국을 끓여 오고 김치를 12포기씩이나 가져다주는 엄마는 어떻고. “나 좀 내버려둬” 하다가도 엄마가 정성 들여 해온 걸 꾸역꾸역 먹다 보면 기운이 또 차려진다. 사랑이 무너지고, 사랑이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는 순간이 오면 그렇게 위대해 보이던 사랑은 어디 가고, 너무 잔잔하고 밋밋해서 잊고 있던 것들이 기꺼이 당신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 그러니 사랑으로 인생의 자산이 상승하는 순간에도 절대 전부를 사랑에 쌓아두지 말자. 사랑 하나가 하한가를 맞았다고 해서 당신 인생 전체가 상장폐지되어서는 안 되니까.
이제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있어야 할 마지막 종목, 그건 바로 현금이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는 현금도 ‘종목’이라는 사실을 잊는 것이다. 투자를 하다 보면 아무리 확실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했어도 떨어지는 구간이 반드시 온다. 그런 순간에 현금이 없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좋은 장이라도 반드시 10~20%는 현금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예상치 못한 조정을 맞이했을 때, 가지고 있던 주식에 물을 타고, 유리한 평단가를 잡아 빠르게 수익을 전환할 수 있다. 말하자면 현금은 당신의 투자를 더 좋은 곳으로 끌고가기 위한 ‘주도권’이다.
사랑에도 이와 같은 것이 있다. 당신의 사랑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것, 길을 잘못 들었다면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마음’이다. 나는 연애 옹호론자고 사랑 만능주의자다. 나는 내 연인을 만나 행복하고, 사랑은 내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 중 하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한 손에는 이별을 쥐고 있다. 이별의 주도권을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내가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나를 휘두르게 되기 때문이다. 네가 더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해. 상대와 하는 자존심 싸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내 사랑이 오롯이 나에게 있느냐 하는 이야기이다.
연애를 하다 보면 삐걱거릴 수 있다. 당신과 연인의 미래 계획이 엇갈린다. 당신은 대화로 상황을 타개하고 싶고, 상대는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리자고 한다. 그럴 때 당신이 자신보다 상대를 더 사랑한다면, 혹은 자기 자신보다 사랑을 더 사랑한다면 당신은 상대의 요구에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신의 사랑이 길을 잘못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좋은 사랑과 나쁜 사랑 두 가지로 선명하게 구분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랑은 너무나 복합적인 감정이어서 좋은 사랑처럼 보이지만 나쁜 사랑인 것이 있고, 나쁜 사랑처럼 보이지만 좋은 사랑도 있다. 우리는 얼마든지 나쁜 사랑을 할 수 있고, 그 길 끝에 가서야 그걸 깨달을 수도 있다. 그럴 때 내가 손에 ‘이별’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지 않으면 다시 돌아올 수가 없게 된다. 사랑은 끊임없이 둘 사이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그 방향은 언제나 당신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야 한다.
현금은 기회가 왔을 때 투입하기 위해 남겨둔 최후의 자산이다. 이런 현금을 단순히 물타기 자원으로만 봐서도 안 된다. 우리는 현금을 적재적소에 알차게 써야 한다. 당신의 자유와 선택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가장 소중한 것은 가장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해야 한다. 문제가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라 일시적인 노이즈라면 남은 에너지를 쏟아 들춰보자. 대화가 부족하면 시간을 내어 제대로 이야기하고, 자존감이 무너졌다면 혼자 회복할 시간을 확보하고, 섹스의 문제라면 욕망과 속도에 대해 솔직히 말해보자. 생각보다 금방 평단가를 회복하고 달콤한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Writer 니주(작가)
Credit
- 에디터 김미나
- 일러스트 SEOI
- 아트 디자이너 변은지
- 디지털 디자이너 이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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