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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로의 플레이리스트 같은 인터뷰

7월의 맑은 햇살을 한 입 베어 문 듯. 한로로의 따스한 음악 세계 속으로.

프로필 by 김미나 2026.07.10
드레스 Marine Serre.

드레스 Marine Serre.

블라우스, 미니 스커트, 슈즈 모두 Isabel Marant. 양말 Overdue Flair.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라우스, 미니 스커트, 슈즈 모두 Isabel Marant. 양말 Overdue Flair.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늘도 로로 씨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았어요. 로로 씨는 뭘로 위안을 받아요?

많은 사람이 그렇듯 저도 누군가의 창작물을 보면서 위로받을 때가 많아요. 최근에는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보며 위로받았죠. 사실 구교환 배우를 좋아해서 팬심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드라마 내용이 너무 인간적이고 철학적이더라고요.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위안과 영감을 얻었어요.


로로 씨도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뮤지션이잖아요.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글쓰기가 어떻게 송라이팅으로 이어지게 됐나요? 다른 글쓰기 직업도 많잖아요.

글쓰기만큼이나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음악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꼈고요. 그래서 누군가의 노래를 커버하거나 다른 사람이 쓴 곡을 부르기보다는, 이왕이면 내가 만든 노래를 직접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음악이 결합됐고, 지금의 제가 됐습니다.(웃음)



톱 Marine Serre. 스커트 Comme des Garçons. 모자 Atiissu. 목걸이 Vivienne Westwood. 반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 Marine Serre. 스커트 Comme des Garçons. 모자 Atiissu. 목걸이 Vivienne Westwood. 반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곡 작업과 영감을 위해 메모하는 게 습관이라고 했죠. 오늘은 어떤 메모를 했어요?

사실 어제까지 대구에 있었어요.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8년 지기 친구랑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그 친구도 저처럼 철학적인 얘기를 좋아해서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는데, 오늘 그 대화 내용들을 메모장에 정리했죠. 대화의 시작은 ‘사람들은 왜 타인을 그렇게 쉽게 미워할까?’였어요. SNS만 봐도 날 선 댓글이 정말 많잖아요. 사람들에게는 모두 숨겨진 매력이 있는데 쉽게 욕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장 악플러들이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덮어낼 수 있는 다정함을 지니고 살아가자는 내용이었죠.


로로 씨 음악 세계관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기도 하죠, 다정함!

맞아요. 악플러들을 다정함으로 눌러야죠. 아니면 다정함을 떠먹여준다거나.(웃음)


다정함도 주입이 된다면 좋겠네요.

주입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강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정함은 한 번 맛보고 나면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태도를 바꾸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어요. 그래서 “한 번 정도는 다정함을 가져보면 어때?” 하고 제안해보고 싶죠.


다정함도 체력에서 나온다는데, 로로 씨는 체력이 얼마나 좋은 거예요?

결국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어제까지 이야기 나눴던 제 친구뿐만 아니라 동료 뮤지션들, 저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 물론 영화와 드라마도요. 이렇게 메모를 하거나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에도 많은 위안을 얻곤 해요.



드레스 Marine Serre. 부츠 Dr.martens.

드레스 Marine Serre. 부츠 Dr.martens.


7월에 디지털 싱글이 나오죠?

네. <자몽살구클럽>의 완결판 같은, ‘너와 나’라는 곡이에요. 콘서트나 페스티벌 무대에서만 한정적으로 부르던 곡이라 많은 분이 음원을 기다리셨는데, 사실 발매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왜요?

그 곡은 콘서트의 여운으로 남겨두고 싶었거든요. 그 공간에 있던 관객에게만 주는 선물처럼요. 그런데 결국 ‘너와 나’가 전달하는 메시지, “우리가 영원할 순 없지만, 이 순간을 사랑하자!”를 널리널리 퍼뜨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위로, 다정 같은 말랑한 감정 말고도 새로 관심이 생긴 인간의 감정이 있나요?

저는 사실 화가 많은 사람은 아닌데, 요즘에는 숨겨진 화를 끄집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정규 앨범을 준비하게 된다면 저의 더 솔직하고 다양한 감정을 노래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스스로 덜 솔직하다고 느끼나요?

그렇진 않지만, 더 솔직해지고 있는 중이에요. 초반에는 꽁꽁 숨겨뒀던 마음을 소심하게 ‘톡’ 내비치는 정도였거든요.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니까 한번 필터링을 한 거죠. 그런데 지금은 제가 어떤 음악을 가져와도 공감해줄 사람들, 든든한 팬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더 솔직한 마음을 꺼낼 용기가 생겼죠. 그렇게 제 음악의 매력도 좀 더 선명해지지 않을까요?



톱, 스커트 모두 Vivienne Westwood. 슈즈 Flat Apartment. 이너 톱,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 스커트 모두 Vivienne Westwood. 슈즈 Flat Apartment. 이너 톱,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 스커트 모두 Vivienne Westwood. 슈즈 Flat Apartment. 이너 톱,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 스커트 모두 Vivienne Westwood. 슈즈 Flat Apartment. 이너 톱,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디 신에서 ‘나만 알고 싶은 가수’로 자주 언급되곤 했는데, 이제는 KSPO DOME을 가득 채우는 ‘록스타’가 됐어요. 그 변화를 실감해요?

KSPO DOME 자체가 많은 뮤지션이 꿈꾸는 장소기도 하고, 그만큼 넓다는 것도 알고 있긴 했어요. 그래서 서울재즈페스티벌의 KSPO DOME 무대에 서기로 결정됐을 때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죠. ‘사람들이 오려나...? 객석이 채워지려나...?’ 하고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당황스러울 정도로 관객분들이 많이 오셨더라고요. 그때 확 체감이 됐어요. 내 인기가… 생각보다 괜찮네?(웃음) 사실 근래에 많이 위축돼 있었어요. 사람들이 더 이상 내 노래를 안 들어줄 것 같고, 새로운 뭔가를 계속해서 보여줘야 할 것만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 70분의 공연이 너무나 큰 원동력이 됐어요. 정말 행복하게 공연했고, 감정적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었죠.


요즘 고민하던 지점도 어느 정도 해소된 느낌이겠어요.

맞아요. 원래 고민이 있어도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성격이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니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것들을 계속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늘 있어요. 그런데 가볍게 생각하려고 해요.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계속 새로운 걸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앨범을 준비하며 소설 <자몽살구클럽>을 쓴 것처럼요.



이너 블라우스, 후드 톱, 미니 스커트 모두 Kenzo. 양말 Ashley Williams. 슈즈 Coach.

이너 블라우스, 후드 톱, 미니 스커트 모두 Kenzo. 양말 Ashley Williams. 슈즈 Coach.


영원한 건 없지만, 관심사는 늘 업데이트되니까요. 그렇다면 요즘 최고의 관심사는요?

부끄럽긴 한데 저 요즘 러닝에 빠졌어요. 워낙 집순이다 보니 몸이 찌뿌둥해서 처음에는 무작정 뛰기만 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처음으로! 나이키 앱을 깔아 저의 정확한 페이스를 측정해봤어요. 알고 뛰니까 성취감이 남다르더라고요. 어젯밤에도 5km 뛰었어요. 앞으로도 조금씩 거리는 늘리고 페이스는 줄여보려고요.


러닝할 땐 무슨 음악 들어요?

진짜 록! 너바나와 채플 론 노래를 많이 듣고 K팝도 많이 들어요. 최근에는 아일릿의 ‘It’s Me’를 들으면서 뛰었는데 템포 맞춰 달릴 수 있어 좋더라고요.(웃음)


K팝에도 관심이 많은 로로 씨죠. NMIXX,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곡 작업에도 참여하고요.

워낙 K팝을 좋아해서 협업 제안이 오면 힘내서 해보려고 해요. 그런데 역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아티스트한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정말 자신 있는 작업만 받고 있죠.



카디건, 스커트, 목걸이 모두 Vivienne Westwood. 이너 톱 Coach. 양말 Overdue Flair. 슈즈 Adidas.

카디건, 스커트, 목걸이 모두 Vivienne Westwood. 이너 톱 Coach. 양말 Overdue Flair. 슈즈 Adidas.


데뷔 때와 비교해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뭐예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제 노래를 많이 들어주는 것, 그리고 응원 팬이 많아진 것,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해주시는 것이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데뷔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저 내 음악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는데... 지금 많이 더딘 편이긴 하지만, 주시는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전보다 책임감도 더 커졌고요.


사람들에게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무대에서 노래를 할 뿐이지 결국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사람이구나, 우리와 같은 생각과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수보다는 그냥 한 명의 인간으로요.


그러기엔 너무 스타가 돼버렸는데요?

저도 특별하거나 비범할 것 없는 사람이에요. 그저 하고 싶은 것들을 해왔을 뿐인데 공감해주고 위로받는 분들이 있어서 그렇게 비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겸손함을 잃지 말자고 스스로 되새겨요. 그냥 묵직하게, 하고 싶은 거 묵묵히 해나가는 잔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저도 많이 노력할게요.(웃음)


Credit

  • 에디터 김미나
  • 포토그래퍼 윤송이
  • 헤어 지선(고원)
  • 메이크업 허재인(고원)
  • 스타일리스트 김수현
  • 어시스턴트 정주원
  • 장소 레몬서울
  • 아트 디자이너 김지은
  • 디지털 디자이너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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