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찍은 영화? 갤럭시S23 울트라로 촬영한 단편영화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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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찍은 영화? 갤럭시S23 울트라로 촬영한 단편영화

이제 휴대폰으로 영화를 찍는 시대다. 나홍진 감독이 정정훈 촬영감독과 갤럭시 S23 울트라로 촬영한 단편영화 를 보며 가늠하는 영화의 현주소.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3.04.13
 
휴대폰으로 찍은 영화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스크린을 뚫어지게 보진 않았을 것이다. 나홍진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FAITH(페이스)〉를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추격자〉(2008)로 감독 데뷔한 뒤 〈황해〉(2010), 〈곡성〉(2016) 등 장편 상업 영화를 줄곧 만들던 그가, 전작 〈곡성〉을 함께 작업했던 '영혼의 단짝’ 홍경표 촬영감독이 아닌,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박찬욱 감독의 오랜 파트너(2003년 〈올드보이〉부터 2016년 〈아가씨〉까지 박찬욱 감독의 작품 상당수를 촬영했다)인 정정훈 촬영감독과 스마트폰으로 단편영화를 찍었다고 하니 어떤 스타일을 선보일까 매우 궁금했다. 장편 상업 영화를 연출하거나 제작하는 것 외에 다른 프로젝트에는 심드렁할 것 같은 그가 삼성전자의 ‘Filmed #withGalaxy’ 캠페인에 참여한 것도 재미있었다.
 
잘 알려졌듯이 〈FAITH〉는 삼성전자가 찰리 카우프만, 조 라이트 등 세계적인 영화감독들이 갤럭시 S 시리즈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기획한 ‘Filmed #withGalaxy’ 캠페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박찬욱 감독이 애플의 아이폰으로 〈파란만장〉(2011), 〈일장춘몽〉(2022) 등 단편영화를 찍은 ‘샷 온 아이폰(Shot on iPhone)’ 프로젝트와 비슷하다. 삼성도 애플도 새 휴대폰 기종을 출시할 때마다 진화한 카메라 기능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휴대폰으로 영화를 찍는 프로젝트를 경쟁하듯이 선보이는 것이다. 나홍진 감독과 정정훈 촬영감독은 이번에 새로 출시한 갤럭시 S23 울트라로 〈FAITH〉를 찍었다.
 
(영화를 공개한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이) 너무 큰 스크린이어서 의도대로 화면이 안 나올까 봐 걱정했었는데….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기자에게 밝힌 정정훈 촬영감독의 우려와 달리 〈FAITH〉는 갤럭시 S23 울트라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킨 영화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정체가 불분명한 남자 A가 자신이 믿는 신념을 위해 한 허름한 건물에 돌진하면서 벌어지는 15분 남짓한 이야기다. “일반 영화를 찍을 때처럼 조명을 더 줄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부각시키는 시도를 했는데, 아주 놀랍게도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는 정정훈 촬영감독의 평가대로 갤럭시 S23 울트라는 저조도 환경에서 자신의 장기를 발휘할 줄 아는 물건이다. 이야기의 주요 무대인 복도와 사무실의 천장과 벽에 각각 달린 형광등, 등불 등 최소한의 조명만으로 이미지를 선명하게 표현하고, 블랙을 다양한 레이어로 구현하는 데다가 빛 번짐 현상 없이 포커스를 자동으로 잡는 게 인상적이었다.
 
더군다나 영화용 카메라보다 크기와 부피가 작아 좁은 복도에서도 화각을 충분히 확보해 역동적인 액션 신 연출과 움직임이 가능했다. 남자 A가 기관총을 난사하는 영화의 후반부 장면은 120프레임(보통 영화는 24프레임이다. 1초당 24장의 이미지로 구성됐다. 프레임 숫자가 높을수록 초당 이미지가 많아 피사체가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것이다)으로 고속 촬영해 슬로모션으로 연출됐는데,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옐로 톤의 빛이 거의 번지지 않았고, 카메라 움직임이 많은데도 포커스가 피사체에 고정됐다. 기존의 휴대폰 카메라가 많이 이동하거나 피사체의 움직임이 많을 때 포커스가 자주 아웃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걸 감안하면 갤럭시의 이번 시리즈는 꽤 진화한 셈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조명을 최소화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섬세한 암부 조명 설계 없이는 이처럼 완성도가 높은 룩을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FAITH〉 이전에도 삼성과 애플이 해마다 선보였던 프로젝트 또한 휴대폰 카메라가 가진 장점과 개성을 적극 활용한 작품들이었다. 〈이터널 선샤인〉(2005), 〈이제 그만 끝낼까 해〉(2020) 등을 연출한 찰리 카우프만 감독이 갤럭시 S22로 찍은 단편영화 〈자칼과 반딧불이〉는 크기가 작은 휴대폰 카메라 특유의 기동성을 살려 뉴욕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풍경을 담아낸 도시 에세이다. 인공광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해 밝으면 밝은 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담아낸 이 영화 속 뉴욕은 근사하면서도 쓸쓸하다. 입자가 거친 대로 필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한나〉(2011), 〈시라노〉(2022) 등을 만든 조 라이트 감독이 갤럭시 S21으로 찍은 단편영화 〈프린세스 앤 페퍼노스〉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관습에 저항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나서는 한 공주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담아낸 이 영화에서 휴대폰 카메라는 노란색, 붉은색, 검은색 등 다양한 인공광을 펼쳐내는 동시에 뮤지컬 신에선 일반 영화용 카메라가 근접하기 힘든 거리까지 밀착해 배우의 생생한 감정을 담아냈다.
 
박찬욱 감독이 애플의 아이폰 13 Pro로 찍은 〈일장춘몽〉은 카메라 크기가 작고 이동이 용이한 휴대폰 카메라의 특성을 영리하게 제작 현장 시스템에 활용한 프로젝트였다.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이동하거나 움직이게 하려면 별도의 그립팀이 현장에 상주하는데, 이 영화에선 아이폰으로 찍다 보니 그립 장비 없이 적은 인원으로 운영됐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핸드헬드로 기동성 있게 촬영했고, 특히 많은 댄서가 춤을 추는 시퀀스에선 댄서들 사이에 자유롭게 들어가 그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아냈다. 카메라가 작다 보니 배우들의 클로즈업 숏을 찍을 때도 기존의 영화 현장과 다른 점이 있었다. 작고 가벼운 아이폰을 피사체와 최대한 밀착해 배우들의 미세한 피부 주름까지 잡아냈다. 카메라가 커서 줌렌즈로 배우의 얼굴을 끌어 담는 보통 영화의 클로즈업 촬영 방식과 확실히 달랐다.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한 영화에 출연한 바 있는 배우 A씨는 “단순히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가 가까운 것보다는, 휴대폰 카메라 크기가 작아서 배우가 보통 영화 카메라보다 의식을 덜하게 되고,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확실히 줄었다”고 전했다.
 
물론 좋은 배우라면 휴대폰 카메라든 영화용 카메라든 신경 안 쓰겠지만. 이 밖에도 션 베이커 감독이 연출했던 〈탠저린〉(2018) 또한 아이폰이 가진 기동성을 잘 활용한 영화였다. 영화 속 카메라가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해 트랜스젠더, 약쟁이, 포주, 창녀, 노숙자 등 LA 다운타운의 맨얼굴을 가감 없이 보여줘 매우 강렬했다. 이렇듯 휴대폰 카메라가 거듭 진화하면서 일반인도 전문가를 흉내 내거나 보다 완성도가 높은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선택지가 늘었다. 과거에 비해 렌즈나 그립 장비 등 스마트폰과 호환이 가능한 촬영 장비가 다양해졌고,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갤럭시 S23 울트라의 나이토그래피(Nightography) 기능의 도움을 받아 광량이 적은 공간에서도 많은 조명을 설치하지 않고 선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담아낼 수 있다. 아이폰 14 Pro의 액션 모드 기능을 통해 피사체나 카메라가 격렬하게 움직여도 포커스를 안정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다. 그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휴대폰 카메라는 카메라나 피사체가 움직일 때마다 포커스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토 포커스 기능은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휴대폰 카메라가 전문가에게 영화 촬영의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는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하는 질문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아직은 영화용 카메라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게 촬영감독들이나 영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카메라는 영화용 카메라보다 센서 크기가 작아 해상도가 높지 않고, 앞서 언급했듯이 ‘오토 포커스’ 기능이 진화했다고는 하나 심도가 영화용 카메라보다 깊지 않다. 촬영감독 A씨는 “카메라의 센서가 클수록 해상도가 높아지는데,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영화 촬영용 카메라보다 센서가 작기 때문에 해상도가 비할 바가 못 된다”고 설명했다. 촬영감독 B씨 또한 “여러 렌즈를 호환할 수 있다고는 하나 휴대폰 카메라의 포커스는 사람 눈의 착시 현상을 이용한 기능일 뿐이지 화면 자체의 심도를 깊게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영화용 카메라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하지만 뭐 어떤가? 이러한 전문적인 비교는 일반인들이 휴대폰 카메라를 찍을 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진화한 기술로 밝을 때는 디테일과 색감을 더 풍성하게 담아낼 수 있고, 어두울 때는 조명 없이도 밝게 담아내면 되는 거 아닌가. 무엇보다 영화용 카메라는 크고 무겁다는 물리적인 한계가 분명하기에 휴대폰만 확보 가능한 앵글이 있다. 영화용 카메라가 결코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을 찾고, 카메라의 위치와 피사체의 거리감을 잘 활용하면서 고화질을 바탕으로 한 색감을 자유롭게 보여주면 된다. 나날이 진화하는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을 하고자 하는 이야기 안에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일반인들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더 낮아진 건 분명하다. 그것이 어쩌면 전 국민이 유튜버가 된 지금의 풍경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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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이예지
    writer 김성훈 (<씨네21> 기자)
    collage artist 도요
    art designer 진남혁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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