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문동은
」매일 생각했어, 연진아
난 너를 어디서 재회해야 할까?
널 다시 만났을 때
너의 이름을 잊고
너의 얼굴을 잊고
제발 너를 기억조차 못 하길
남의 고통에 앞장서던 그 발과 나란히 걸은 모든 발
남의 불행에 크게 웃던 그 입과 입 맞춘 모든 입
비릿하던 그 눈과 다정히 눈 맞춘 모든 눈
조롱하고 망가뜨리던 그 손과 손잡은 모든 손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기뻐하던 너의 영혼
난 거기까지 가 볼 작정이야 연진아
내가 추는 춤 아직도 보고 싶기를 바라 연진아
물론 망나니 칼춤이겠지만 말이야
죽이고 싶었던 나의 연진아
이게 내 마지막 편지야
〈더 글로리〉강현남
」안녕하세요
저는 이 편지와 함께 도착했을 이선아의 엄마입니다
선아는 박복했던 저한테 하나밖에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많은 거 부탁드리지 않겠습니다
우리 선아는알러지도 없고 건강하니 이것저것 다 먹여주세요
저의 ‘기쁨’을 당신께 보내드리니 부디 ‘사랑’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도깨비〉써니
」나의 망각이 나의 평안이라고 생각한 당신에게
눈 마주친 순간 알았죠
당신도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때문에 이 생에서 우린
각자의 해피엔딩 속에서 이 비극을 모른 척 해야 한다는 걸
부디 다음 생에서 우린
기다림은 짧고 만남은 긴 인연으로
핑계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얼굴로
이 세상 단 하나뿐인 간절한 이름으로
우연히 마주치면 달려가 인사하는 사이로
언제나 정답인 사랑으로
그렇게 만나지길 빌어요
얼굴 봤으니 됐어요
어쩌면 김우빈, 어쩌면 왕여인 당신
부디 오래오래 잘 가요
〈도깨비〉지은탁
」함께 걸어갈 모든 길과,
함께 바라볼 모든 풍경과,
수줍게, 설레게, 묻고 답할 모든 질문과 대답들과,
그 모든 순간의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신부가요
〈태양의 후예〉유시진 대위
」작전 나가기 전에 우리는 유서를 씁니다
결코 이 편지가 강 선생에게 전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여 만에 하나 지금 강 선생이 이 유서를 읽고 있다면
난 약속을 못 지켰습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약속
다치지 않겠다는 약속
죽지 않겠다는 약속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
나는 하나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강 선생이 있는 곳은 언제나 환했습니다
그런 당신을 만났고
그런 당신을 사랑했고
그런 당신과 이렇게 헤어져서 정말 미안합니다
염치 없지만 너무 오래 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딴 놈이랑 살 거면 잘 살지 말라고 했던 말 취소합니다
누구보다 환하게 잘 살아야 해요
날 너무 오래 기억하진 말아요
부탁입니다
〈태양의 후예〉서대영 상사
」누구보다 용감한 네가
누구보다 못난 나를
참 많이도 사랑해줘서 고맙고 미안했다
만약 네가 이 유서를 읽고 있다면
못난 나는 이렇게 너에게 끝까지 아픔이다
용서하지 마라
그리고 내가 널 생각했던 시간만큼 행복하길 바란다
뜨겁다 사랑한다 윤명주
살아도 죽어도 그건 변하지 않을 거다
〈시크릿 가든〉김주원
」미리 밝혀두지만 그쪽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보는
사회 지도층 김주원의 편지를 받는 유일한 소외된 이웃이야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바람이 나뭇가지를 못살게 흔드는 오후다
그쪽이 이 편지를 볼 때도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이런 오후였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봤던 걸 그쪽도 봤으면 좋겠어
내가 서 있던 창가에 네가 서있고
내가 누웠던 침대에 네가 눕고
내가 봤던 책들을 네가 본다면…
그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우리… 함께 있는 걸로 치자.
그 정도면 우리… 다른 연인들처럼 행복한 거라고 치자.
어떤 놈도 사랑하지 말고 평생 나만 생각하면서 혼자 살아
최우영이랑도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고
그거 근친이야
내 생애 가장 이기적인 선택이 되겠지만 사회 지도층의 선택이니까 존중해줘
언제나 멋졌던 길라임
앞으로도 꼭 멋져야 돼
네가 아주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사랑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