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본 사람 모여! 점점 더 생생해지는 체험형 영상물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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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본 사람 모여! 점점 더 생생해지는 체험형 영상물

이제 영화를 ‘보는’ 감각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3D, 4DX, VR 등 기술력으로 땀과 눈물까지 더 생생하게 ‘체험하는’ 영상물이 시대의 주인공이 될 테니까.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3.02.06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을 보는 내내 스크린 구석구석을 훑느라 눈이 바빴다. 누군가는 ‘3D로 보는 내내 자본에 질식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반대였다. 13년 내내 3D 한 우물만 팠던 제임스 카메론과 이 영화에 참여한 많은 스태프의 장인 정신이 꾸깃꾸깃 담긴 화면이라면 3시간 20분 동안 자본에 질식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황홀했다. “3D, HFR 등 모든 첨단 기술은 스토리텔링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했다”라는 존 랜도 프로듀서의 말대로 이번 영화 속 3D는 기술의 진화를 넘어 이야기의 내용과 구조에 근사하게 어울리는 미학이자 주제를 단단하게 받치는 극적 장치였다. 특히 빛 반사, 기포, 투명한 물 표면 등 여러 이유 때문에 3D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작업 난도가 높기로 유명한 바닷속 풍경을 48프레임과 3D로 유려하게 스크린에 수놓는 솜씨는 관객을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긴 여정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24프레임으로 영사되는 보통 영화보다 이미지 숫자가 2배 많은 48프레임을 선택한 것도 3시간 20분 동안 3D 안경을 써야 하는 관객의 시각적 피로감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피터 잭슨의 영화 〈호빗: 뜻밖의 여정〉 속 48프레임이 그랬듯 “48프레임으로 영사되는 화면 전경부터 후경까지 모두 선명하게 보여 시네마 같지 않다”라고 툴툴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야기의 무대가 바닷속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물속은 고속 촬영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공간이니 48프레임을 선택한 제임스 카메론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2023년 1월 현재, 전 세계 역대 박스오피스 흥행 순위 7위에 오른 걸 감안하면 올해 극장 산업의 명운이 〈아바타: 물의 길〉의 성패에 달려 있다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영화산업 관계자들의 기대는 과언이 아니다.
 
의외겠지만, 지금 극장가에 30년 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돌풍을 일으키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또한 3D 기술을 잘 활용한 애니메이션이다. 2D 셀 애니메이션으로 서사를 전개하고 캐릭터를 표현하되, 북산고와 산왕공고가 전국대회 시합을 벌이는 농구장을 3D로 펼쳐내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전략은 3D의 입체감과 생생함을 잘 살렸다. 최근 극장에서 목격한 3D 영화의 현재는 기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관객의 서사 몰입을 돕는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줄기차게 시도했던 입체 영상은 입체 효과를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스토리텔링을 돕는다는 점에서 미학으로 진화해온 셈이다.

 
“3D뿐만 아니라 아이맥스관, 4DX관 같은 특별관에 대한 관객 수요가 폭발적입니다.” 새해에 만난 CJ CGV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현재 〈아바타: 물의 길〉의 흥행은 엔데믹 시대의 극장이 관객을 모으는 전략을 제대로 제시한 것 같다. “우리는 대형 스크린에 어울리는 영화를 만듭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를 찾고, 그것은 모바일이나 가정용 스크린으로는 한계가 있죠. 극장에서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수준으로 화면 속 이미지와 캐릭터 그리고 이야기 속 세계에 확 빠져드니까요.” 〈아바타: 물의 길〉을 제작한 존 랜도 프로듀서의 말대로 제임스 카메론의 의도를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 일반 상영관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관람료를 내야 하는 ‘용아맥’(CGV 용산 아이맥스관의 줄임말)이나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 등 각 멀티플렉스에서 가장 뛰어난 시설을 갖춘 특별관은 아침 7시 시간대 예매조차 쉽지 않다. CGV 관계자는 “특히 〈아바타: 물의 길〉의 4DX 상영관은 좌석 판매율이 무려 83%에 이릅니다”라고 말했다. 좌석 판매율이 30~40%만 기록해도 높은 편인데 80%가 넘는다는 건 매 상영관 좌석이 거의 매진이란 얘기다.  그는 “〈아바타: 물의 길〉은 이야기의 무대가 바다인 까닭에 보통 4DX 상영 영화보다 물(정수된 물이다!)이 많이 투입되는데, 전 세계 4DX 상영관 중에서 유독 한국에서 반응이 좋아요”라고 덧붙였다. 일반 상영관에 비해 관람료가 비싼 특별관에 관객이 몰리는 건 관객이 이 영화를 단순히 ‘감상’하기 위한 영화보다는 ‘체험’하고 싶은 영화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바타: 물의 길〉의 3D가 13여 년 전 전편 〈아바타〉가 개봉했을 때처럼 반짝할지, 아니면 엔데믹 시대에 극장의 패러다임을 바꿀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20여 년 전, 전 세계 멀티플렉스가 아이맥스관, 4DX관 같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제임스 카메론의 전작인 〈아바타〉(2000)였다. 개봉 당시 한국에서만 무려 1248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 〈아바타〉의 흥행은 당시 멀티플렉스가 전체 스크린의 30%를 3D 상영관으로 바꾸는 데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 당시 〈아바타〉를 시작으로 불었던 디지털 상영 바람과 맞물려 멀티플렉스는 아이맥스, 3D를 비롯해 4DX, 사운드X, 스크린X, 아우라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장착해갔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매년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상영관 시설에 투자한 것은 〈아바타〉 이후 제작될 3D 영화들을 소화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하지만 3D가 멀티플렉스의 밥줄이 될 거라는 모두의 예상은 엇나갔다. 〈아바타〉 이후  〈크리스마스 캐롤〉(2009),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2010), 〈타이탄〉(2010), 〈라이온 킹 3D〉(2011), 〈트랜스포머 3〉(2011), 〈호빗: 뜻밖의 여정〉(2012) 등 많은 3D 영화가 차례로 개봉했지만, 〈아바타〉와 〈크리스마스 캐롤〉 정도를 제외하면 미학적으로나 흥행적으로나 큰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 그 결과 3D 기술은 잠깐 반짝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 물의 길〉로 13년 만에 돌아오기 전까지 말이다. 그럼에도 그간 극장이 특별관 같은 새로운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은 언젠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선택이다. 극장의 생존 본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많은 부분에서 현실이 됐다. 관객이 안방에서 OTT를 시청하고, 영화와 시리즈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전 세계 많은 극장이 경영 위기를 맞았다. 멀티플렉스가 임영웅 콘서트를 담은 〈IM HERO〉, 2월 1일 개봉하는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 그리고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 등의 콘서트와 〈태양의 노래〉 〈알타보이즈〉 등 뮤지컬을 상영하는 것도 신작 개봉 영화가 적은 상황에서 관객을  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좌석 수를 줄이는 대신 누워서 관람하거나 코스 요리를 먹으며 관람하는 등 다양한 콘셉트의 상영관을 마련하는 것도 극장이 단순히 영화만 관람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걸 내세우기 위한 전략이다.
 
어쨌거나 〈아바타: 물의 길〉은 극장 산업이 현재의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작은 단서를 던져주었다. 제임스 카메론의 차기작 〈아바타 3〉, 유니버설스튜디오와 닌텐도가 제작한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겨울왕국〉 시리즈의 크리스 벅이 연출하는 디즈니 창립 10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위시〉 등 앞으로 개봉할 극장용 3D 영화를 살펴보면 3D 상영과 특별관에 대한 관객의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극장이 생존 방식을 모색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처럼 인터랙티브 콘텐츠, 게임, VR, XR 등 안방에서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의 체험형 콘텐츠의 등장도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트루 스토리: 우리들의 이야기〉 〈당신과 자연의 대결〉 시리즈,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등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인터랙티브 콘텐츠는 게임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처럼  시청자가 스토리를 선택해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VR 장비를 갖춰야 하는 탓에 아직 드라마나 영화처럼 일상적으로 접하기가 쉽지 않지만, VR· XR 등 확장 현실 영상 콘텐츠는 플레이스테이션 5 같은 콘솔형 게임을 통해 선보이는 중이다. 극장에서도 안방에서도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생생한 경험을 선사하는 체험형 콘텐츠를 얼마나 선보일 수 있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혹시 아나, 극장에서 스토리를 직접 선택하며 체험하는 〈아바타〉 시리즈를 만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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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이예지
    writer 김성훈(<씨네21> 기자)
    collage artist DOYO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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