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의 도전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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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의 도전

한효주는 도전한다. 태닝을 하고, 주근깨를 그리고, 액션에 몸을 사리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악역, 수상한 CEO, 해적 단주, 경찰특공대원, CIA 비밀요원까지, 국적과 시대와 직종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내던지는 도전가와의 대화.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11.30
영화〈독전 2〉를 촬영하느라 전국을 누비고 있다고요? 일주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어요. 신안에서 제주도와 부산까지 찍고 어제 왔네요. 살이 많이 탔네요. 까맣죠?(웃음)영화 〈독전 2〉에서 맡은 역할이 굉장히 센 캐릭터거든요. 일주일에 두세 번씩 태닝하고 여름 내내 촬영하며 태웠어요. 잔근육까지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진짜 열심히 운동했고요. 근력 운동을 기본으로 유산소와 식단으로 체지방을 줄여나가면서 몸을 만들었어요. 몸이 드러나는 촬영은 끝났는데도 재미가 붙어 계속 태닝을 하고 있어요. 외면이 강해지니 내면도 강해진 느낌이에요. ‘큰 칼’이라는 무시무시한 캐릭터를 맡았죠. 한효주의 ‘큰 칼’, 굉장히 기대됩니다. 여태까지의 한효주와는 완전히 다를 거예요. 현장에 앉아 있으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선배님들도 못 알아보시다가 인사하면 “아이고, 효주니?” 하면서 깜짝 놀라세요. (웃음) 모니터링하면 스스로도 못 보던 얼굴이 나와서 재미있어요. 보실래요? (휴대폰 액정을 보여주며) 복근 보이시죠? (웃음) 주근깨를 많이 그렸고, 머리도 부스스하죠. 손톱 때가 아직도 안 지워졌어요. 분장하고 나면 3일은 이래요. 부담은 없었어요? 회사에서는 걱정이 많았어요. “해야 한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근데 꼭 해야겠냐” 하셨고. (웃음) 하지만 전 안해봤던 거에 도전하는게 좋거든요. 단순한 성격이라 한번 하기로 하면 걱정 안 해요. 내가 선택한 거에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하고, 평가는 다른 사람들의 몫이죠. 지금도 별 걱정 안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무빙〉은 후반 작업중이던데요. 초인적 오감을 가진 국정원 요원이자 엄마 역할이라고요. 엄마를 표현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내가 과연 다 큰 자식을 둔 엄마를 연기해낼 수 있을지, 체할 정도로 긴장되더라고요. 하지만 10개월 넘도록 촬영하면서 이정하 배우를 “아들”하고 부르다 보니 자연스러워졌어요. 이제는 그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챙겨주고 싶어요. 초능력을 가진 국정원요원보다 엄마가 더 어려운 거군요. (웃음) 그렇죠. 저는 다행히 초인적 오감이라. 하늘을 나는 (조)인성 오빠는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와이어에 매달려 촬영하는데 멋있게 날기가 쉽지 않거든요. 매 촬영이 ‘웃참’챌린지입니다. (웃음) 이수연 작가의 드라마 〈지배종〉도 기대됩니다. 수상한 배양육 회사의 창업주이자 대표이사. 차기작 역할들이 하나같이 무시무시해요. 어우, 저 진짜로 열일하네요. (웃음) 최근 몇 년간 이렇게 달리고 있어요. 작품과 작품 사이 제일 길게 쉰 게 일주일? 쉬고도 싶었는데,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 놓치고 싶지 않아 하게 됐죠. 시대에 맞는 똑똑한 드라마예요. 작가님이랑 미팅하는 내내 소름 돋고 찌릿찌릿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은 양파 같은 CEO인데, 어마어마합니다. 꼭 봐주세요. (웃음) 〈해적: 도깨비 깃발〉 해적 단주, 〈해피니스〉 경찰특공대원, 〈트레드스톤〉비밀 요원 등 최근작에서 자기 일을 확실하게 수행하는 여성들을 연기했죠. 〈감시자들〉의 감시반 요원 ‘하윤주’이래로 한효주의 필모그래피 한 축을 이루고 있어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왜 나는 30대가 지나서부터 계속 몸을 쓰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웃음) 20대 때 했던 역할들도 좋았지만 점점 더 ‘나도 액션을 하고 싶다, 주도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장르와 캐릭터가 다양해진 것도 한몫했죠. 아직까지 여성이 리딩 롤인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보이면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한효주에게 도전이란 뭔가요? 잘하지 못할 것 같아도 새로운 일에 문을 두드리고 노력하는 것. 저는 계속 도전하고 있어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지언정, 도전적으로 캐릭터를 택할 때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요. 잘하는 것만 잘하라기보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는 거군요. 그게 더 스릴 있잖아요? (웃음) 잘하는 걸 더 잘하려고 세공하는 장인 같은 배우들도 존경하지만 저는 와일드한 성격이라, 재미있는 게 더 먼저예요. 어릴 때부터 남자애들이랑 치고받고 노는 꼬맹이였죠. 바이올린, 피아노, 검도 다 궁금해서 모두 배워보고 남들 몇 달 걸릴 거 한달 안에 끝내놓고 싫증 나서 그만두는 애. 그래서 배우 일이 잘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촬영하는 동안 캐릭터에 열정적으로 몰입했다가 촬영 끝나면 털고 빠져나오는. 한효주에겐 ‘단아하다’나 ‘청순하다’ 같은 수식어가 자주 붙지만, 저는 이렇게 기대를 배반하는 방식으로 움직인 캐릭터들이 생생하고 매력적이더라고요. 저에 대한 수식어에 저를 맞춰 보여주지는 않으려고 해요. 솔직히 어렸을 때는 좀 신경 썼던 것 같은데…, 영화 〈뷰티 인 사이드〉가 흥행하고 ‘이수’라는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주셔서 ‘음, 사람들이 기대하는 나와 실제의 나는 괴리가 있겠군’이라는 생각을 했죠. ‘대중이 내게 원하는 건 그런 이미지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제겐 여러 모습이 있고, 강인한 여성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도 있기에 한동안 이런 역할을 해왔던 것 같네요. 학창 시절에 키도 크고 운동신경이 좋았다고요. 달리기는 늘 1등이고 피구, 축구, 농구, 검도 등 못하는 게 없었다고. 여자 친구들이 좋아했을 것 같은데요. 여고 다닐 때 여자 친구들이 책상 서랍에 사탕이랑 편지를 많이 넣어두더라고요? 하하하. 그러다 분당으로 전학을 갔는데, 거긴 남녀 합반이었거든요. 난리 났죠. (웃음) 일본 영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서툴지만, 사랑〉, 미드〈트레드스톤〉 같은 해외 콘텐츠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유는 뭔가요? 재미있잖아요. 해외 팀과 일한다는 건 제게 놀이터의 확장이에요. 롯데월드에 갔다가 디즈니랜드로 가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가는 거죠. (웃음) 다른 언어로 연기를 한다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지만, 입에 붙을 때까지 연습해나가는 과정이 굉장한 성취감을 줘요. 20대 때 저는 일본 영화와 문학에 관심이 많아 이누도 잇신 감독님과 영화를 찍었고, 미드 〈트레드스톤〉은 엄청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론 저를 살린 작품이에요. 〈트레드스톤〉이 어떻게 당신을 살렸나요? 당시 전 침체된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위해 오디션을 여러 번 봤고,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죠. 첫 작품을 제외하면 처음 본 오디션이었거든요. 다시 시작하는 느낌, 선택받은 느낌, 내 노력으로 내 가치를 인정받은 느낌이 들면서 낮아졌던 자존감이 확 올라갔죠. 환경을 바꾸고, 영어로 소통하고, 새로운 동료들과 작업하는게 즐거웠어요. 부다페스트에서 혼자 지내며 공부하고 운동하고 걸어 다니면서 잊고 있었던 감각이 되살아났죠. 제게 새 인생을 준 고마운 작품이에요. 배우 신현빈, 한지민, 김혜수 등 여성 배우들과 가까운 사이 같던데요. 동료 혹은 선후배 여성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어떤가요? 정말, 너무너무 큰 힘이 돼요. 우리끼리 모임을 가지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어요. 다들 연기 열정이 어마어마한 분들이에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함께 나눌 수 있고, 일하다가 헷갈리거나 힘든 게 있으면 물어볼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어릴 때는 일하는 게 버거워 제 울타리 안에만 갇혀 있었어요. 그땐 제 얘기는 물론 감정 표현을 한 적도, 조언을 구한 적도 없었는데, 많은 게 바뀌었죠. 〈술꾼도시여자들〉처럼 여자들이 와르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여성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나요? 카메오 출연하고 싶어요. 저랑 정말 딱인데. (웃음) 언젠가 저도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그런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어요. 저희 회사에도 여성 배우들이 연령대별로 많으니 제작자분들, 꼭 연락 주세요. (웃음) 오래전, 우연히 배우 문숙의 인터뷰를 보고 에디터에게 연락처를 물어봐 그녀가 있는 하와이까지 찾아갔다는 일화를 본 적 있어요. 호기심과 과단성, 낭만과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드라마 〈동이〉가 끝난 후 너무 힘들었어요. 에너지가 소진된 채 잡지를 보다가 문숙 선생님이 평온한 미소로 건강 음식을 해 드시고 요가를 하는 사진에 마음이 확 당겼죠. ‘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 선생님에게 뭐라도 배울 수 있겠다.’ 그래서 “안녕하세요, 배우 한효주입니다”라고 메일을 보냈죠. 다행히 선생님께서 〈동이〉를 재미있게 보셨더라고요. 흔쾌히 본인의 집에 생판 모르는 저를 초대해주셨고, 한달음에 마우이섬으로 향했어요. 공항에서 저를 맞아주시며 목에 꽃을 걸어주셨을 때의 그 미소를 잊을 수가 없네요. (웃음) 2주 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어요. 요가도 배우고, 선생님 따라 노니 따러 다니고, 선생님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많은 걸 배웠겠네요. 초면인 사람에게 자기 집 문을 열어주셨다는 것이 가장 큰 가르침이었죠. 제가 이런 걸 받아봤으니, 저도 도움을 요청하는 후배가 있으면 손을 잡아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새 데뷔한 지 23년 차입니다. 배우로서 연차가 쌓이면서 달라진 게 있나요? 즐거워졌어요, 확실히. 일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예요. 그리고 단단해졌다는 것. 시선과 평가에 연연하지 않게 됐죠. 한효주는 무엇을 믿나요? 저는 저 자신을 믿어요. 안 그래도 힘든 세상, 내가 날 못 믿으면 누가 날 믿어주겠어요? (웃음) 남이 봐서 잘하는 게 아니라, 남이 보든 안 보든 그냥 내가 잘하고 싶어요. 모든 뿌리가 나였으면 해요. 모든 생각이 나로부터 진실되게 나왔을 때 다른 사람도 제 진심을 잘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저를 믿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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