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베트남으로 가는 이유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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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베트남으로 가는 이유

국경이 열리고 있다. 베트남의 밤은 지금이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10.15
 
얼마 전 서울을 찾은 한 태국 DJ가 말했다. “난 댄 비 몽을 정말 존중해. 지금 베트남 언더그라운드 클럽 신의 모습을 봐.” 댄 비 몽은 2013년 호찌민의 클럽 ‘The Observatory’를 세운 DJ로, ‘Hibiya Line’이란 활동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The Observatory’는 내년이면 오픈 10주년을 맞는다. 한 공간이 10년을 버틴다는 것, 특히나 하우스와 테크노, 넓게는 댄스 음악이라는 젊고 빠른 문화를 바탕으로 한 곳이 10년째 건재함을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지난 8월, 굴지의 클럽 및 댄스 음악 미디어 〈레지던트 어드바이저〉에 게재된 피처 기사 ‘Saigon’s Club Culture Revolution’에서 글쓴이는 ‘The Observatory’를 이렇게 설명한다. “베트남을 국제 음악 지도에 등재시켰고, 그 이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공간.” 무척 적절한 설명이다. 클럽 신이 움직이는 방식은 상당히 독특하기 때문이다. 고전적이라 말할 수도 있다. 예컨대 인터넷 시대 이후, 음반(또는 음원) 활동을 우선순위로 삼는 음악가가 인지도를 얻는 길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지역 라디오나 레이블의 도움보다 사운드클라우드나 SNS가 더 효과적인 무기가 됐다. 전 세계 음악 소비자들은 방송국 주파수를 맞추거나 음반 가게에 가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즐길 수 있다(K팝의 인기 역시 이와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클럽은 좀 다르다. 믹스셋 녹음본이나 보일러룸 등을 비롯한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간접적으로 DJ의 퍼포먼스를 확인할 수 있지만, 거대한 사운드 시스템 앞에서 음악을 몸으로 ‘맞아가며’ 땀에 젖어 다 함께 듣는 경험은 여전히 클럽에만 있다. DJ는 그곳을 움직이는 주인공으로, 하룻밤의 실제 시공간을 책임진다. 말 그대로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 매 주말 밤 각 도시의 클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국제 음악 지도’라는 물리적인 표현은 적어도 클럽 신에서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그리고 DJ들은 여러 도시를 바쁘게 오가는 ‘투어’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물론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의 음악 신을 위해 헌신하는 로컬 DJ의 활약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당연히 그 ‘지도’는 한 클럽의 선전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의 ‘The Observatory’가 무섭게 성장하는 베트남 클럽 신의 단초가 됐다면, 하노이의 ‘Savage’는 현재 아시아 클럽 신의 허브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
 
바와 식당 등이 밀집한 하노이 서호 지역의 한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Savage’는 그 규모와 큐레이션, 로컬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 등에서 그 어떤 아시아의 클럽과 비교해도 돋보인다. 단순히 해외 유명 DJ를 초빙해 관객몰이하는 방식을 넘어, 뚝심 있는 선별적 큐레이션과 국경을 넘나드는 레지던트 DJ 시스템을 갖춰 바로 그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을 꼭 확인해보고 싶게 만든다. 한국에서도 클럽 링의 레지던트 ‘Magico’, 클리크레코즈를 운영하는 ‘Odd J’ 등이 이곳을 방문해 수차례 디제잉을 선보였다. 주변 도시인 방콕과 타이베이, 홍콩과 청두 등의 DJ 및 클럽과도 활발히 교류해왔다. 클럽 신과 댄스 음악 문화는 1990년대 이래 유럽 주도하에 팽창하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Savage’는 과감한 시도와 그에 걸맞은 역량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 지도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남북의 이 두 뛰어난 클럽과 더불어, 전 세계의 눈이 모이는 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 페스티벌에 관해서도 베트남은 이미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푸꾸옥섬에서 열리다 아예 올해는 알바니아로 활동 반경을 넓힌 에피조드 페스티벌, 동굴이 많은 베트남의 지리적 특성을 잘 살린 ‘동굴 레이브’ 이퀘이션 페스티벌은 미슐랭 레스토랑처럼 그 역동적 현장을 확인하기 위한 이유 하나로도 베트남으로 향할 가치가 있는 행사다. 이런 이벤트들은 일본의 레인보 디스코 클럽 페스티벌, 태국의 원더프루트 페스티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DJ와 클럽 및 댄스 음악 애호가, 관계자가 만나는 교류의 장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여전히 클럽 및 댄스 음악 관련 문화는 물리적 행위가 바탕이 되고, 교류와 연결은 이 특별하고 고유한 문화를 지지하는 무척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연결을 이끄는 핵심에는 경험이라는 공감대가 자리한다. DJ와 관객과 음악이 모여 만든, 딱 그날만 존재하는 ‘직접경험’ 말이다. 음악 외적인 여러 이유 역시 ‘왜 하필 베트남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양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 청두, 선전,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흥미로운 클럽 신이 생겨나던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꾸준히 매우 보수적인 방역 정책을 고수해왔다. 대만과 홍콩도 최근까지 입국이 까다롭다. 투어 DJ 입장에서 시간과 비용을 감안했을 때, 이 도시들을 전부 제외하고 동아시아로 향하긴 쉽지 않다(현재 한국 국적자 기준, 관광 목적의 경우 베트남은 접종 기록이나 음성 확인서 등의 구비 서류 없이 여권 한 장이면 입국이 가능하다). 가장 단순하게는, 베트남이 전체 아시아 지도를 펼치고 봤을 때 거의 정중앙에 위치한 인도차이나반도에 속한 국가라는 점 또한 ‘교류와 연결’을 유리하게 한다. 같은 인도차이나반도의 나라 중 상대적으로 문화 콘텐츠가 풍부한 태국은 새벽 2시 이후 클럽 운영이 어렵다. 몇몇 페스티벌이 건재하지만, 방콕의 많은 언더그라운드 클럽이 팬데믹 기간 중 문을 닫기도 했다. 지엽적으로는 2019년 운항을 시작한 뱀부 항공과 저가 항공사 비엣젯의 가격정책 덕에 타 아시아 국가에 비해 저렴한 베트남행 항공권 가격 또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거들 뿐, 결국 어떤 콘텐츠가 생산되는가의 관점에서 요즘 베트남의 클럽과 댄스 음악 신은 매력적이다. 올해 9월 2일, 다낭 근처 호이안에도 새로운 클럽이 운영을 시작했다. 베트남 내에서 특색 있는 이벤트 개최로 이름을 높인 크루 ‘Studio Adventure’가 주축이 돼 설립한 해변의 커스텀 메이드 라이프 스페이스 ‘MAJI KA’는 다낭과 호이안 지역이 부쩍 여행지로 각광받는 만큼 그 일대의 밤을 한층 풍요롭게 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우스, 테크노, 디스코 등을 위시한 클럽 및 댄스 음악을 좋아하는 DJ, 필자의 입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완벽히 객관화하기 어려운 편애와 감각에 의존한 개념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다만 지난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겪은 ‘직접경험’은 현재 그곳의 에너지가 매우 심상치 않다는 짐작에 완전한 확신을 심었다. ‘Savage’에서의 부족함 없는 밤이 끝나면, 서호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 ‘Mirage’로 사람들이 모인다. 호수에 뜨는 해를 맞이하다, 재미난 서커스 공연장처럼 공간을 구성한 야외 파티에서 정오가 되도록 춤을 춘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이동 수단인 스쿠터를 타고 쏜살같이 새벽을 달려 쌀국수를 먹고 돌아와도 파티는 끝나지 않는다. 주말 내내 멈추지 않고 낮밤 없이 돌아간다는 베를린에서의 ‘논스톱’ 클럽 경험이 무용담이 된다면, 지금 우리 근처에 베트남이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기반이 여러 국제적·사회적 사정과 겹쳐 폭발한 인상이다. “지금 아시아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은 다름 아닌 베트남인 것 같아.” 댄 비 몽을 존중한다는, ‘Savage’에서도 빈번하게 음악을 트는 태국 DJ는 최고의 디제이셋을 선보이고 서울을 떠났다. 10월이면 하노이는 건기로 접어든다. 호찌민 역시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 필요한 건 여권과 항공권, 도시의 에너지에 동화돼 체험할 체력이면 충분하다. 당장 발 딛지 않으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갈 일, 며칠 전 ‘Savage’가 주최하는 11월의 또 다른 동굴 페스티벌 ‘(Re)treat’가 DJ 라인업을 공개했다. 동굴에서 듣는 테크노가 대체 어떤 느낌일지는 아직 나 또한 알아내지 못한 숙제다. 9월의 마지막 주 주말엔 ‘Savage’의 6주년을 맞아 베트남과 일본, 태국, 필리핀은 물론 호주와 캐나다, 프랑스, 세르비아의 DJ가 한데 모여 그 생일을 자축한다. 하우스와 테크노 등 대부분의 댄스 음악엔 가사가 없고, 그렇게 댄스 플로어 안에선 국적과 사용 언어와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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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유지성(프리랜스 에디터/ DJ)
    editor 이예지
    photo by The Observatory
    photo by Savage/ Studio Adventure Collective VN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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